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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시인 황인찬(정답, 해설 포함)

- 기념사진 촬영이 우리 마음에 남긴 풍경은 - 황인찬 시 <이미지 사진> 중에서 -

황인찬

2021-04-08

인문깜짝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기념사진 촬영이 우리 마음에 남긴 풍경은

- 황인찬 시 <이미지 사진> 중에서 -




 

ㅇ 출 제 자 : 시인 황인찬

ㅇ 응모기간 : 2021년 3월 5일(금) ~ 2021년 4월 5일(월)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참여

ㅇ 당첨자 발표 : 2021년 4월 8일(목) 예정





안녕하세요. 황인찬입니다. 아래 시 「이미지 사진」은 아직 시집으로 묶이지 않은 저의 작품입니다. 단독 시집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2021년 제66회 현대문학상 수상 시집』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사진관에서 카메라 앞에 가만히 멈춰 있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웃음이 잘 나오지 않는데도 억지로 웃으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있는데도 턱을 당기라는 말을 듣기도 합니다. 그렇게 어색한 자세를 계속하다 보면 기록된 사진이라는 것은 어쩐지 우리의 평소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우리가 상상하는, 혹은 우리에게 기대되는 어떤 이미지를 재현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입니다.


제가 학생이던 시절에는 친구나 연인들이 사진관에 찾아가 특별한 사진을 남기는 일이 상당히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처럼 핸드폰으로 어디서나 사진을 찍고 볼 수 있는 시절이 아니었으니 특별한 마음과 특별한 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다들 사진을 남기곤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사진은 평소의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색하거나 비일상적인 것이지요. 그렇다면 그때 남는 것은 대체 어떤 마음일까요?


이 시는 그런 마음과 시절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입니다.

 

 

이미지 사진  


시/황인찬


아름다움 하나

나무 의자 둘

잠시 찾아와서 내려앉는 빛


이 장면은 폐기되었고


이해하자 좋은 마음으로 그런 거잖아 하나

서양 난 화분이 쓰러진 모양이 둘


너는 그런 걸 어떻게 다 기억하니(다 날아가고 눈 코 입만 남은 사진 그것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날들의 기억)


사진관에 모이는 것으로 마음을 남기던 시절의 기억 속으로 내려오는 저녁이 하나 휘어지는 빛이 둘


(이 순간을 어떤 영화에서 본 것만 같다고 잠시 느꼈을 때, 그것이 어떤 시절에만 가능한 착각이라는 점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나서의 부끄러움)


죽은 아름다움 하나

부서진 나무 의자 다섯


자꾸 뭘 기억하려고 그래(여전히 떠나지 않고 남아 있는 빛) 예전에는 이렇게 많이들 날려서 찍었지? 


(작은 강의실이 젊은 옛날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미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 귀를 기울이세요 말하는 사람과 이미지인데 왜 귀를 기울여요 말하는 사람)


웃으세요

친구끼리 왜 그렇게 멀찍이 서 있어요


그 말을 듣고 그냥 웃는 사람의 얼굴이 하나

웃음기가 사라진 얼굴의 사라짐


그 장면은 경험하지 않은 것으로 하고


빛이 들어가면 다 상하니까

어둡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세요


불 꺼진 실내에 웅크리고 앉은 빛

 

 

1. 객관식 퀴즈



이 시에는 여러 장면이 교차하여 등장합니다. 제가 시를 구성할 때 자주 사용하는 방법론이기도 한데요. 이 장면 전환이 아마 시에 익숙지 않은 독자분들께는 조금 복잡하게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복합적인 장면으로 구성된 시의 경우, 각 장면을 잘 나눠서 파악해보면 생각보다 쉽게 읽히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시의 이해를 돕기 위한 문제입니다. 위의 시에 등장하지 않는 공간은 다음 중 어느 것일까요?


① 사진관

② 강의실

③ 인천공항

④ 난초가 있는 실내

⑤ 저녁 무렵의 거리

*결정적 힌트 : 돌이켜보니 제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비행기를 타고 외국으로 떠나는 장면이 들어간 시를 써본 적이 없다는 것을 이 퀴즈를 준비하며 새삼 깨달았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사진은 우리의 기억을 보조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사진을 통해 잊고 있던 순간을 떠올리신 적이 다들 있으실 텐데요. 그렇게 떠올린 기억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의 경우에는 3살 무렵 어머니가 찍어주신 사진을 보며 저의 최초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아파트 단지 안에 내린 하얀 눈밭의 장면이 저의 가장 첫 기억이었습니다.

 

*댓글 작성 시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를 함께 작성해주세요.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3번


정답은 3번 인천공항이었습니다. 살면서 인천공항에 몇 번이나 가봤는데, 어째서 공항을 배경으로 하는 시를 써볼 생각을 안 했을까요? 돌이켜보면 공항을 배경으로 하는 시를 읽어본 기억도 별로 없네요. 어째서일까요? 근래에 인천공항이 나오는 시를 써봐야겠어요. 여러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 덕분에 시의 소재를 하나 얻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시인 스스로가 시를 하나하나 풀어서 설명하는 일은 참 멋없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시에 나오는 여러 장면이나 이미지들에 몇 마디 설명을 덧붙이는 일은 시를 풀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시를 더 채워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이 자리에서는 제 시에 몇 마디 말을 조금 덧붙여볼 수 있겠습니다. 


이 시의 기둥을 이루는 장면은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는 장면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사진관에서의 장면 역시 여러 시간이 겹쳐져 있지요. 친구와 함께 찾아간 사진관에서의 장면도 있고, 그 사진관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옛날 사진을 함께 보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지금을 미래에 기억하기 위해, 사진을 함께 찍고 있는 것이지요. 


동시에 누군가와의 이별을 암시하는 장면들도 있지요. 의자가 쓰러지고, 화분이 쓰러진 실내의 이미지는 누군가와의 관계가 악화되었음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니까요. 거기에 더불어 아마 사진 수업으로 추정되는 강의실에서의 장면도 살짝 덧붙여집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기억과 장면들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어느 저녁의 풍경이 감싸고 있는 모양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무 복잡한 설명인가요? 글로 풀어내면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시를 읽으면서는 이것이 일종의 뮤직비디오라고 생각하고 접근하면 쉽게 이해될지도 모르겠어요. 뮤직비디오는 매우 빠른 속도로 여러 공간과 장면을 교차 편집하여 보여주잖아요. 몇 가지 핵심 장면을 인지한 상태에서 다시 그 장면의 교차와 겹침을 상상해보신다면, 이 시도 마냥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떤 시가 굳이 복잡한 형태를 이루게 되는 것은,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 역시 여러 경험과 기억들이 중층적으로 쌓이면서 만들어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 삶이 복잡하기에 시 역시 복잡한 형태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그렇다고 시를 꼭 어려운 것이라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복잡한 편집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도 한 호흡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시 역시 그렇게 한 호흡으로 읽어본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을 거예요.


2. 주관식 퀴즈 


우리의 삶은 정말 여러 기록을 통해 재구성될 수 있다는 것을 여러분의 생생한 추억 덕분에 새삼 깨달았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깊고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적어주신 답변 가운데 제가 겪은 것처럼 마음을 기울일 수 있는 답변들을 골라봤어요. 


안혜진 : 저에게도 남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그런데 답변을 읽으며 돌이켜보니 유년 시절을 제외하고는 남동생과 사진을 찍은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가장 가까운 사이 가운데 하나가 형제지간인데, 너무 가까워서 오히려 사진을 찍을 일이 없었나 봅니다. 안혜진 님도 저도, 잊지 말고 형제와의 사진을 한 장 남겨두는 것은 어떨까 합니다. 


석진규 : 사진을 보면 후각에 관련된 기억까지 떠오른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어요. 감각이 발달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릴 적 시골에서 찍은 사진들은 참 특별한 맛이 있어요. 그때의 사진들을 보면 제가 겪은 것보다 더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만 같죠. 아마 부모님께서는 부모님의 고향에서 자신의 아이가 서 있는 모습을 더욱 각별하게 여기셨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박예슬 : 사진은 나 자신의 기억뿐 아니라 소중한 사람의 기억을 떠오르게도 하죠. 부모님의 사진을 미리 많이 남겨두는 것은 참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사진에는 소중한 기억과 더불어 그 사람의 마음까지 함께 남습니다. 제 부모님을 생각나게 하는 답변이었어요. 저도 부모님 사진을 많이 찍어두려 합니다.



* 황인찬 소설가가 선정한 세 분에게는 인문360 가입 시 작성한 이메일 주소로 안내 메일을 발송드릴 예정입니다.

 

[인문, 깜짝 퀴즈] 시인 황인찬 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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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
황인찬

시인
1988년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있다. 김수영문학상과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댓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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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 사진 이미지

F********

2021-03-19

. 인천공항 / 5살때 가족 사진을 보고 아 나는 한번도 날씬한 적이 없구나라고 깨달았습니다 (11)

서** 사진 이미지

서**

2021-03-08

3번 인천공항/가족들과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가장 기억에 남고 오래오래 잃어버리지 않고 갖고 있으려 합니다. 74

유** 사진 이미지

유**

2021-03-08

1. ③ 인천공항 입니다. / 2. 야구를 좋아해서 구매했던 유니폼 사진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옷장에 유니폼 걸어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찍었던 평범한 사진이었는데, 지금 그 사진을 보면 그 당시 이별로 인한 우울로 무척 힘들어했던 내 감정이 다시 새록새록 떠오른다. / HP: 48

안** 사진 이미지

안**

2021-03-24

3번 인천공항 / 채만식 문학관 앞에서 언니, 동생과 셋이 나란히 앉아 찍은 사진. 셋 다 어린 시절에는 개구쟁이였기 때문에 뛰어다니다 넘어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무릎엔 시퍼런 멍이 가득한데도 무엇이 그리 즐거웠는데 셋 다 활짝 웃고 있다. 셋 모두 어른이 되어 이제 예전처럼 뛰어다니지도, 셋이서 나란히 사진을 찍을 일도 별로 없지만 그래서 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사진이다. /41

이** 사진 이미지

이**

2021-03-08

인천공항 7살 유치원 생일파티 때 남자애들 4명이 나에게 동시에 뽀뽀하는 포즈를 취했을때? 찍은 사진. 인생에서 가장 인기가 좋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요즘도 종종 남편에게 협박하기 위해 그 사진을 꺼내든다. 이봐. 긴장하라구~! 난 한때 팜므파탈이였던 여자라고! 95

유** 사진 이미지

유**

2021-03-15

3번 인천공항 / 남동생의 똘망똘망했던 유년시절 사진을 보았을 때입니다ㅎㅎ 지금은 큼직해졌지만...ㅠ 저렇게 아담하고 귀여웠던 시절이 있었지... 하며 추억하게 되네요^^ 96

석** 사진 이미지

석**

2021-03-16

1. ③ 인천공항 / 2. 친정집에 있는 제 앨범 첫 장에 외가댁 외양간 앞에서 빨간 골덴바지를 입고 차렷 자세로 선 비장한 표정의 6살 꼬꼬마 사진이 있습니다. 사진을 볼 때마다 그때의 그 소똥냄새가 떠오르는데, 앨범의 첫 사진으로 그 사진을 골랐을 엄마의 마음(딸내미가 야무지게 자랐으면 하는)이 느껴져서 왠지 더 그리운 마음이 드는 사진입니다. / 88

박** 사진 이미지

박**

2021-03-17

1. 3번 인천공항/2. 돌아가신 아빠가 입원해 계실 때 병실에서 찍어드렸던 사진. 맘에 드신다며 휴대폰으로 전송해달라고 하셨다. 신랑도 그 사진을 보고 딸 향한 애틋한 눈빛이 담겨있는 것 같다고 했다. 왜 그때는 몰랐을까. 오랫동안 아팠던 아빠의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언제나처럼 이겨내고 다시 퇴원하실 줄 알아서, 흐르는대로 살았던 시간들...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 한 번 못하고 지나친 시간들이 후회된다./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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