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장편소설은 쓰고 난 뒤에 많은 변화들을 남기는 듯하다. 쓰는 과정과 그 후에 모든 것들이 작가의 삶을 뒤흔든다는 느낌. <복자에게>를 출간하고 계절이 바뀐 지금, 나는 아직 혼란 속에 머무는 중이다. 때로는 그 작업을 했다는 데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고심하기도 한다. 불쑥불쑥 인물들이 생각나 혼자서 대화를 나누어보기도 하고 작업 과정의 노동의 강도가 연상돼 피로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는 데는 새 작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완성했더라도 작업의 여정은 또다시 시작이라는 점, 계속해서 백지가 놓인다는 점. 그것이 쓰는 나를 지치게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어려움과 고통도 쓰는 데서 오지만 그것을 넘기는 데도 쓰는 것만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복자에게>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그리움이 아닐까. 작업을 하는 동안 상상도 하지 못한 팬데믹이 닥쳤고 나는 쓰는 내내 아주 많은 관계들을 그리워했다. 특히 한동안 못 가본 제주가 그랬다.
<복자에게>는 내가 제주의 한 부속섬에 머물면서 구상하고 취재한 작품인데 쓰는 과정에서는 제주를 가보지 못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그곳을 찾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뭐랄까, 그건 망설여지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상상하고 떠올리고 감정을 증폭시켜 그리고 있는 세계와, 또다시 맞닥뜨려 새롭게 내 감각을 자극할 현실의 세계 간의 혹시 모를 격차를 우려했달까.
쓰는 동안 작가는 여러 번 회의하고 여러 번 의심한다. 어떤 멋진 장면을 그리고 나면 자부심이 잠시(!) 일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하루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부족감을 느끼며 깊이 자책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불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문장을 채워나가는 동안 작가를 돕는 건 실제의 무엇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기억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그 ‘무언가’를 향한 열망이다. 지금은 상상 속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옮겨내기 위해 힘쓴다면 얼마든지 세상으로 나와 존재할 그것. <복자에게>를 읽어준 독자분들이 느낄 감정과 생각과 각자가 떠올릴 각자의 제주와 거기에 얽혀 있을 숱한 사연들 같은, 작품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만남.
작품 속 고고리섬은 가상의 섬으로, 제주어로 이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취재의 배경이 된 섬이 있었기 때문인지 쓰는 동안 구석구석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고, 이따금 독자들이 정말 있는 섬이라고 생각했다고 가보고 싶다고 말해주면 지금도 마음이 환해진다. 그 고고리섬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복자에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모는 내가 말을 하든 안 하든 내버려두었다. 대정항에 도착해 섬으로 들어가는 삼랑호를 기다릴 때에야 “고고리에서 배 운전 제일 못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니?” 하고 말을 걸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자체를 처음 타보는데 배 운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선착장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무겁게 장을 본 짐들을 보며, 그것이 암시하는 생활의 불편과 고립감에 이미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삼랑호 선장이래. 파도도 못 넘고 자빠진다고 그래.”
“뭐지, 근데 왜 여객선 선장을 시켜요?”
그러자 고모는 하하하하하 웃고는 그냥 주민들이 하는 농담이라고 했다. 하나도 안 웃긴다고 솔직히 말하자 고모는 “그렇지?”라며 선선히 동의했다.
“그만큼 고고리섬 사람들한테 자부가 있다는 말을 하는 거야. 삼랑호 선장은 제주 본섬 출신이거든. 너가 여기 오기 싫었다는 거 잘 안다. 아예 얼굴에 쓰여 있어, 엑스라고, 진짜 아니라고. 근데 이제 들어가면 섬에서는 그러면 안 돼.”(본문 9~10쪽)
도시에 늘 살아온 내게 비행기와 버스 그리고 배까지 타고 들어가야 하는 그 섬은 여러 모로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섬 안에는 당연히 작은 매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도 배가 끊기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섬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제주 본섬으로 나온다. 하지만 나오지 않고도 물건을 주문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알았다. 본섬의 대형슈퍼마켓에 주문하면 담당자가 선착장으로 물건을 싣고 와 여객선에 태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섬의 선착장에 주민이 나와 기다렸다가 물건을 찾아갔다. 물론 서로 오랫동안 거래하고 그만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야, 너,”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용인대 호랑이 체육관’이라고 적힌 추리닝을 입은 여자애였다.“
너 보건소 의사 선생님네로 이사온 애지?”
말하는 모양으로 봐서는 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첫 만남에 말을 놓아도 되나. 이게 이 섬 어린이들의 예법인가. 나는 기분이 상해서 못 들은 척 발을 끌면서 계속 걸었다. 걔는 내가 대화를 거절하는데도 개의치 않고 아예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다 매점까지 같이 가면 없는 돈을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줘야 하나,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게 동행 아닌 동행이 이어지는 동안 그 애는 끔찍이도 말이 많았다. 어디서 났는지 짧은 밧줄을 손가락 사이에 꼈다 뺐다 하면서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에델바이스다, 야 너 이거 아냐? 저 새 가마우지다,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고넹이돌인데 여기 올라가면 태풍 온다, 야 너 이거 아냐? 하며 잘난 척을 했다. 나는 그렇게 연속되는 그것을 아는지의 여부와, 내 반응과 상관없이 연이어 제공되는 섬의 정보들에 슬슬 지쳐갔다. 그 말을 끊기 위해서라도 하는 수 없이 너도 서울에서 전학 왔니? 하고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걔는 그것이 자기 말씨 때문인 걸 알고는 “야 난 공부한 거다. 여기가 고향이야”라고 약간 젠체하며 말했다.(본문 18~19쪽)
섬은 물살이 세서 배가 자주 끊겼다. 그러면 고립,이 생겨났다. 그것을 고립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마 내가 건너간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높은 파도에 대해 주민들은 자부를 넣어 설명해주곤 했다. 그래서 어장이 풍부하고 그래서 섬의 고기맛이 본섬 제주의 어느 것보다도 좋다고.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 바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바다, 그래서 주민들이 들어와 사는 자족의 기능을 여태껏 유지할 수 있었던 섬. 섬의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바위에도, 해안에도, 제를 지내는 할망당에도. <복자에게>에는 그런 섬의 고유함 속에서 살았던 나의 계절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서툴렀던 계절이 들어있다.
▶객관식퀴즈◀
위에 인용된 <복자에게>에 등장하는 고고리섬에 대한 설명 가운데 틀린 것은?
(참고로 정답은 두 개입니다. 두 개 다 맞춰주셔야 합니다)
①제주 본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②에델바이스가 지천에 피어 있는 섬이다.
③고고리섬에는 보건소가 있다.
④고고리섬은 ‘꾀꼬리’라는 뜻의 제주어다.
⑤주민들은 섬 내의 수협공판장에서 생필품을 산다.
*결정적힌트 : 소설에는 청보리밭이 등장하고 이것을 이용한 아이스크림도 팝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본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많지요.
▶주관식 퀴즈◀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댓글 작성 시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를 함께 작성해주세요.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 4,5번
여러분 퀴즈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답은 4,5번이었습니다. 고고리는 이삭이라는 제주어이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섬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2. 주관식 퀴즈
제주에 대한 기억 가운데 생생하고 제주 여행의 장면이 그려지는 답변들을 골라봤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각자의 아름다운 제주에서 또 많은 추억을 쌓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양나정 :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사려니숲입니다. 바다의 힘이 지력을 유지하고 있어 육지의 숲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독소를 제거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달려나가고싶은 곳입니다. 발바닥 한걸음마다 머리까지 전해오는 계절별 내음과 나무의 치유력이 저를 복원시켜주고 다시 살아가게 해주는 곳이라서요
박밀 : 협재 해수욕장을 좋아해요. 몇 년 전 친구 가족과 함께 가서 바위 틈에 사는 게도 보고, 아름다운 바다색과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며 친구와 오랜만에 도란도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거든요.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귤 때문에) 남편과 싸우고 울면서 내린 뒤에 바다를 보며 친구와 이야기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이네요 :)
Fiona lee : 전 성산일출봉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는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거기 안 가도 돼'하며 지나쳤습니다. 스무살 넘어서 친구랑 갔을 때 깊은 구덩이를 보는데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오랜 옛날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안개 자욱한 분위기도 좋았구요.
소설가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있다.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과 멀어지고 야생화된 개 ‘코코’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이미지 출처 : 블러썸 크리에이티브)
댓글(15)
F********
2020-12-13
정답: 4.5 / 전 성산일출봉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는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거기 안 가도 돼'하며 지나쳤습니다. 스무살 넘어서 친구랑 갔을 때 깊은 구덩이를 보는데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오랜 옛날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안개 자욱한 분위기도 좋았구요. 2311
이**
2021-01-06
객관식) 4번, 5번 주관식) 곽지바다를 좋아합니다! 에메랄드 빛 파란색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블루 코로나의 우울함 따위는 흡수해 버릴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낍니다! 11
최**
2021-01-05
저는 제주의 오름들을 좋아합니다. 오름중에서도 용오름. 전세계에서 제주에만 있는 그 아름다운 작은 산! 너무 그립네요. 팬데믹 끝나면 당장 갈래요.
이**
2020-12-28
4, 5번
이**
2020-12-28
4, 5번
이**
2020-12-28
4, 5번 제가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외돌개입니다. 외돌개를 바라보는 숲속 작은 카페에 앉아 차한잔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신**
2020-12-07
객관식 퀴즈) 4번, 5번 / 주관식 퀴즈)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우도입니다. 우도를 가려면 제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성산에서 배를 타고 가야 비로소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제주만해도 도시에서 떨어져서 환상의 세계로 가는 느낌인데, 거기에 더해 우도로 가는 것은 더욱 깊숙한 환상의 세계로 가는 그 설레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 35
조**
2020-12-07
객관식퀴즈 4,5 주관식퀴즈 제주의 어는 곳인들 좋지 아니할까요? 그중에서도 요즈음 그립고 떠오르는 장소는 협재해수욕장입니다. 계속되는 집콕생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탁 트인 바다와 바람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핸드폰 뒷 두자리 47
김**
2020-12-07
정답: 객관식 : 4 / 5 주관식: 전 백록담이 좋아서 천천히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 요즘 같아선 더더욱 마스크 쓰고 편히 못다니고 사람 잘 못 만나니까 더더욱 와닿아요! ^^핸드폰(88)
정**
2020-12-07
객관식 퀴즈: 4, 5. 주관식 퀴즈: 저는 십여 년 전에 갔던 송악산이 생각납니다. 여름이었는데 힘들게 산에 오르니 안개가 드리운 곳곳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한가롭고, 어쩐지 신령스럽기도 한 그곳에 다시 가고 싶네요. 휴대전화번호 끝 두 자리는 46.
양**
2020-12-08
객관식 퀴즈) 4번, 5번 / 주관식 퀴즈)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사려니숲입니다. 바다의 힘이 지력을 유지하고 있어 육지의 숲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독소를 제거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달려나가고싶은 곳입니다. 발바닥 한걸음마다 머리까지 전해오는 계절별 내음과 나무의 치유력이 저를 복원시켜주고 다시 살아가게 해주는 곳이라서요 / 휴대폰번호 끝 두자리는 76입니다:)
박*
2020-12-22
객관식 퀴즈: 4, 5 / 주관식: 협재 해수욕장을 좋아해요. 몇 년 전 친구 가족과 함께 가서 바위 틈에 사는 게도 보고, 아름다운 바다색과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며 친구와 오랜만에 도란도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거든요.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귤 때문에) 남편과 싸우고 울면서 내린 뒤에 바다를 보며 친구와 이야기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이네요. :) 핸드폰: 77
고**
2020-12-23
객관식: 4,5 /주관식:성산일출봉이 좋아요,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다시 마음의 열정과 용기를 다시 낼수있었습니다 /휴대폰 끝 두자리 74
박**
2021-01-06
객관식 답은 4, 5 입니다. 마음에 드는 곳으로는 제주의 여러 곳들이 떠오릅니다. 함덕의 백사장과 해안 도로들, 오름들과 한라산... 무엇보다 이름 모를 조그마한 항구들의 고즈넉한 정취가 그립습니다. 전화끝두자리 65
손**
2021-01-08
객관식 퀴즈: 4, 5번 // 주관식 퀴즈: 다닥 다닥. 출퇴근 길, 바삐 걷는 인파에 썰물처럼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다닥 다닥. 건물과 건물이 한 뼘 거리를 이루는 빌딩 숲에서. 다닥 다닥. 책상과 닿을 듯한 침대에 누워. 다닥 다닥. 끝없이 밀려오는 내일의 걱정을 가슴에 이고 잠드는 밤. 날숨이 채 빠져나갈 여유도 없는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 한 채, 숨을 쉬러 제주도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굼부리를 만났습니다. 분화구의 방언이라는 산굼부리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였습니다. 언덕진 땅 위를 억새가 덮고 있었고 저 멀리 보이는 산, 하늘...... 아, 그제서야 갈 곳 없던 날숨이 후- 빠져나왔습니다. 산굼부리에 올라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다 보니 비로소 저 멀리, 저 너머를 본 것이 언제인지 아득해졌습니다. 한 치 앞만 보고 사는 삶에 익숙해져 제대로 숨 쉴 여유조차 없었나 봅니다. 이를 깨닫고 나자 바람에 흔들리는 시월의 억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솨아아아 소리를 내며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가벼이 몸을 흔드는 억새를 한참이나 바라 보았습니다. 산굼부리를 내려와 저는 다시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다닥 다닥 이어지는 삶을 살지만 가끔은 눈을 감고 산굼부리를 떠올립니다. 나를 스치는 모든 것들이 이끄는 대로, 가만히 몸을 흔들며 저 너머를 꿈꾸곤 합니다. // 전화 끝 두 자리: 97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금희(정답, 해설 포함)'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금희(정답, 해설 포함)
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 중에서
김금희
2021-01-13
김금희 장편소설 「복자에게」 중에서
ㅇ 제 출 자 : 소설가 김금희
ㅇ 응모기간 : 2020년 12월 7일(월) ~ 2021년 1월 8일(금)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참여
ㅇ 당첨자 발표 : 2021년 1월 13일(수) 예정
ㅇ 작품출처 : 「복자에게」 (문학동네. 2020)
1. 장편소설은 쓰고 난 뒤에 많은 변화들을 남기는 듯하다. 쓰는 과정과 그 후에 모든 것들이 작가의 삶을 뒤흔든다는 느낌. <복자에게>를 출간하고 계절이 바뀐 지금, 나는 아직 혼란 속에 머무는 중이다. 때로는 그 작업을 했다는 데 기쁨을 느끼기도 하고 이룬 것과 이루지 못한 것을 두고 고심하기도 한다. 불쑥불쑥 인물들이 생각나 혼자서 대화를 나누어보기도 하고 작업 과정의 노동의 강도가 연상돼 피로감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한다.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넘어가는 데는 새 작업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지금 내가 무언가를 완성했더라도 작업의 여정은 또다시 시작이라는 점, 계속해서 백지가 놓인다는 점. 그것이 쓰는 나를 지치게도 하고 위로하기도 한다. 어려움과 고통도 쓰는 데서 오지만 그것을 넘기는 데도 쓰는 것만이 필요하다는 사실 말이다. <복자에게>를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그리움이 아닐까. 작업을 하는 동안 상상도 하지 못한 팬데믹이 닥쳤고 나는 쓰는 내내 아주 많은 관계들을 그리워했다. 특히 한동안 못 가본 제주가 그랬다.
<복자에게>는 내가 제주의 한 부속섬에 머물면서 구상하고 취재한 작품인데 쓰는 과정에서는 제주를 가보지 못했다. 팬데믹의 상황에서 그곳을 찾기가 어렵기도 했지만 뭐랄까, 그건 망설여지는 일이기도 했다. 지금 내가 상상하고 떠올리고 감정을 증폭시켜 그리고 있는 세계와, 또다시 맞닥뜨려 새롭게 내 감각을 자극할 현실의 세계 간의 혹시 모를 격차를 우려했달까.
쓰는 동안 작가는 여러 번 회의하고 여러 번 의심한다. 어떤 멋진 장면을 그리고 나면 자부심이 잠시(!) 일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것은 하루를 넘지 못하고 또다시 부족감을 느끼며 깊이 자책한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불안한 마음으로 하나하나 문장을 채워나가는 동안 작가를 돕는 건 실제의 무엇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마음과 기억을 완전히 채우고 있는 그 ‘무언가’를 향한 열망이다. 지금은 상상 속에서 나만 바라보고 있지만 그것을 옮겨내기 위해 힘쓴다면 얼마든지 세상으로 나와 존재할 그것. <복자에게>를 읽어준 독자분들이 느낄 감정과 생각과 각자가 떠올릴 각자의 제주와 거기에 얽혀 있을 숱한 사연들 같은, 작품이 해낼 수 있는 가장 근사한 만남.
작품 속 고고리섬은 가상의 섬으로, 제주어로 이삭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취재의 배경이 된 섬이 있었기 때문인지 쓰는 동안 구석구석이 눈에 선하게 떠올랐고, 이따금 독자들이 정말 있는 섬이라고 생각했다고 가보고 싶다고 말해주면 지금도 마음이 환해진다. 그 고고리섬을 설명하는 것으로도 <복자에게>에 대한 많은 정보를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고모는 내가 말을 하든 안 하든 내버려두었다. 대정항에 도착해 섬으로 들어가는 삼랑호를 기다릴 때에야 “고고리에서 배 운전 제일 못하는 사람이 누군지 아니?” 하고 말을 걸었다. 섬으로 들어가는 여객선 자체를 처음 타보는데 배 운전을 잘하는지 못하는지 어떻게 안단 말인가. 나는 선착장 사람들이 들고 있는 무겁게 장을 본 짐들을 보며, 그것이 암시하는 생활의 불편과 고립감에 이미 기분이 걷잡을 수 없이 가라앉고 있었다.
“삼랑호 선장이래. 파도도 못 넘고 자빠진다고 그래.”
“뭐지, 근데 왜 여객선 선장을 시켜요?”
그러자 고모는 하하하하하 웃고는 그냥 주민들이 하는 농담이라고 했다. 하나도 안 웃긴다고 솔직히 말하자 고모는 “그렇지?”라며 선선히 동의했다.
“그만큼 고고리섬 사람들한테 자부가 있다는 말을 하는 거야. 삼랑호 선장은 제주 본섬 출신이거든. 너가 여기 오기 싫었다는 거 잘 안다. 아예 얼굴에 쓰여 있어, 엑스라고, 진짜 아니라고. 근데 이제 들어가면 섬에서는 그러면 안 돼.”(본문 9~10쪽)
도시에 늘 살아온 내게 비행기와 버스 그리고 배까지 타고 들어가야 하는 그 섬은 여러 모로 내가 당연하다고 여겨온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섬 안에는 당연히 작은 매점 이외에는 아무것도 없으며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도 배가 끊기면 문을 닫았다. 그래서 섬 사람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 제주 본섬으로 나온다. 하지만 나오지 않고도 물건을 주문할 수는 있다는 사실을 나중에는 알았다. 본섬의 대형슈퍼마켓에 주문하면 담당자가 선착장으로 물건을 싣고 와 여객선에 태워 보내는 것이었다. 그러면 섬의 선착장에 주민이 나와 기다렸다가 물건을 찾아갔다. 물론 서로 오랫동안 거래하고 그만큼 신뢰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야, 너,”
생각에 잠겨 터덜터덜 걷는데 누군가 나를 불렀다. ‘용인대 호랑이 체육관’이라고 적힌 추리닝을 입은 여자애였다.“
너 보건소 의사 선생님네로 이사온 애지?”
말하는 모양으로 봐서는 나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첫 만남에 말을 놓아도 되나. 이게 이 섬 어린이들의 예법인가. 나는 기분이 상해서 못 들은 척 발을 끌면서 계속 걸었다. 걔는 내가 대화를 거절하는데도 개의치 않고 아예 따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이러다 매점까지 같이 가면 없는 돈을 털어 아이스크림을 사줘야 하나, 걱정부터 들었다.
그렇게 동행 아닌 동행이 이어지는 동안 그 애는 끔찍이도 말이 많았다. 어디서 났는지 짧은 밧줄을 손가락 사이에 꼈다 뺐다 하면서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에델바이스다, 야 너 이거 아냐? 저 새 가마우지다, 야 너 이거 아냐? 이거 고넹이돌인데 여기 올라가면 태풍 온다, 야 너 이거 아냐? 하며 잘난 척을 했다. 나는 그렇게 연속되는 그것을 아는지의 여부와, 내 반응과 상관없이 연이어 제공되는 섬의 정보들에 슬슬 지쳐갔다. 그 말을 끊기 위해서라도 하는 수 없이 너도 서울에서 전학 왔니? 하고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걔는 그것이 자기 말씨 때문인 걸 알고는 “야 난 공부한 거다. 여기가 고향이야”라고 약간 젠체하며 말했다.(본문 18~19쪽)
섬은 물살이 세서 배가 자주 끊겼다. 그러면 고립,이 생겨났다. 그것을 고립이라고 느끼는 것은 아마 내가 건너간 사람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높은 파도에 대해 주민들은 자부를 넣어 설명해주곤 했다. 그래서 어장이 풍부하고 그래서 섬의 고기맛이 본섬 제주의 어느 것보다도 좋다고. 아무에게나 곁을 내주지 않는 바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바다, 그래서 주민들이 들어와 사는 자족의 기능을 여태껏 유지할 수 있었던 섬. 섬의 모든 것에는 이름이 있고 이야기가 있었다. 바위에도, 해안에도, 제를 지내는 할망당에도. <복자에게>에는 그런 섬의 고유함 속에서 살았던 나의 계절이, 마치 어린아이처럼 모든 것에 서툴렀던 계절이 들어있다.
▶객관식퀴즈◀
위에 인용된 <복자에게>에 등장하는 고고리섬에 대한 설명 가운데 틀린 것은?
(참고로 정답은 두 개입니다. 두 개 다 맞춰주셔야 합니다)
①제주 본섬에서 여객선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
②에델바이스가 지천에 피어 있는 섬이다.
③고고리섬에는 보건소가 있다.
④고고리섬은 ‘꾀꼬리’라는 뜻의 제주어다.
⑤주민들은 섬 내의 수협공판장에서 생필품을 산다.
*결정적힌트 : 소설에는 청보리밭이 등장하고 이것을 이용한 아이스크림도 팝니다. 생필품을 사기 위해 본섬을 오가는 주민들이 많지요.
▶주관식 퀴즈◀
여러분이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어디인가요? 이유도 함께 적어주세요!!
*댓글 작성 시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를 함께 작성해주세요.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 4,5번
여러분 퀴즈에 참여해주셔서 감사드려요. 정답은 4,5번이었습니다. 고고리는 이삭이라는 제주어이고 생필품을 사기 위해서는 섬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2. 주관식 퀴즈
제주에 대한 기억 가운데 생생하고 제주 여행의 장면이 그려지는 답변들을 골라봤습니다.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팬데믹이 끝나고 각자의 아름다운 제주에서 또 많은 추억을 쌓으시길 바라겠습니다.
양나정 :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사려니숲입니다. 바다의 힘이 지력을 유지하고 있어 육지의 숲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독소를 제거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달려나가고싶은 곳입니다. 발바닥 한걸음마다 머리까지 전해오는 계절별 내음과 나무의 치유력이 저를 복원시켜주고 다시 살아가게 해주는 곳이라서요
박밀 : 협재 해수욕장을 좋아해요. 몇 년 전 친구 가족과 함께 가서 바위 틈에 사는 게도 보고, 아름다운 바다색과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며 친구와 오랜만에 도란도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거든요.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귤 때문에) 남편과 싸우고 울면서 내린 뒤에 바다를 보며 친구와 이야기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이네요 :)
Fiona lee : 전 성산일출봉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는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거기 안 가도 돼'하며 지나쳤습니다. 스무살 넘어서 친구랑 갔을 때 깊은 구덩이를 보는데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오랜 옛날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안개 자욱한 분위기도 좋았구요.
12월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금희 ④
11월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편혜영 ③
소설가
1979년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성장했다.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2009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너의 도큐먼트」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주요 저서로는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너무 한낮의 연애』,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중편소설 『나의 사랑, 매기』, 짧은 소설 『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산문집 『사랑 밖의 모든 말들』이 있다. 2015년, 2017년 젊은작가상, 2016년 젊은작가상 대상, 신동엽문학상, 현대문학상, 우현예술상, 2020년 김승옥문학상 대상 등을 수상했다. 애니멀호더에게 방치되어 사람과 멀어지고 야생화된 개 ‘코코’와 일대일 결연을 맺었다. (이미지 출처 : 블러썸 크리에이티브)
댓글(15)
F********
2020-12-13정답: 4.5 / 전 성산일출봉이 좋습니다.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을 갔을 때는 친구들과 노는데 정신이 팔려 있어서 '거기 안 가도 돼'하며 지나쳤습니다. 스무살 넘어서 친구랑 갔을 때 깊은 구덩이를 보는데 깊은 울림이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오랜 옛날 세상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안개 자욱한 분위기도 좋았구요. 2311
이**
2021-01-06객관식) 4번, 5번 주관식) 곽지바다를 좋아합니다! 에메랄드 빛 파란색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블루 코로나의 우울함 따위는 흡수해 버릴 것 같은 안도감을 느낍니다! 11
최**
2021-01-05저는 제주의 오름들을 좋아합니다. 오름중에서도 용오름. 전세계에서 제주에만 있는 그 아름다운 작은 산! 너무 그립네요. 팬데믹 끝나면 당장 갈래요.
이**
2020-12-284, 5번
이**
2020-12-284, 5번
이**
2020-12-284, 5번 제가 제주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외돌개입니다. 외돌개를 바라보는 숲속 작은 카페에 앉아 차한잔 하며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면 마음이 편해져요.
신**
2020-12-07객관식 퀴즈) 4번, 5번 / 주관식 퀴즈)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우도입니다. 우도를 가려면 제주까지 비행기를 타고 다시 성산에서 배를 타고 가야 비로소 도착 할 수 있습니다. 제주만해도 도시에서 떨어져서 환상의 세계로 가는 느낌인데, 거기에 더해 우도로 가는 것은 더욱 깊숙한 환상의 세계로 가는 그 설레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 휴대전화번호 끝 두자리) 35
조**
2020-12-07객관식퀴즈 4,5 주관식퀴즈 제주의 어는 곳인들 좋지 아니할까요? 그중에서도 요즈음 그립고 떠오르는 장소는 협재해수욕장입니다. 계속되는 집콕생활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탁 트인 바다와 바람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핸드폰 뒷 두자리 47
김**
2020-12-07정답: 객관식 : 4 / 5 주관식: 전 백록담이 좋아서 천천히 올라가서 내려다 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라 요즘 같아선 더더욱 마스크 쓰고 편히 못다니고 사람 잘 못 만나니까 더더욱 와닿아요! ^^핸드폰(88)
정**
2020-12-07객관식 퀴즈: 4, 5. 주관식 퀴즈: 저는 십여 년 전에 갔던 송악산이 생각납니다. 여름이었는데 힘들게 산에 오르니 안개가 드리운 곳곳에서 말들이 풀을 뜯고 있었어요. 한가롭고, 어쩐지 신령스럽기도 한 그곳에 다시 가고 싶네요. 휴대전화번호 끝 두 자리는 46.
양**
2020-12-08객관식 퀴즈) 4번, 5번 / 주관식 퀴즈) 제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는 사려니숲입니다. 바다의 힘이 지력을 유지하고 있어 육지의 숲과는 느낌이 다릅니다. 독소를 제거하고 싶으면 언제라도 달려나가고싶은 곳입니다. 발바닥 한걸음마다 머리까지 전해오는 계절별 내음과 나무의 치유력이 저를 복원시켜주고 다시 살아가게 해주는 곳이라서요 / 휴대폰번호 끝 두자리는 76입니다:)
박*
2020-12-22객관식 퀴즈: 4, 5 / 주관식: 협재 해수욕장을 좋아해요. 몇 년 전 친구 가족과 함께 가서 바위 틈에 사는 게도 보고, 아름다운 바다색과 노을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며 친구와 오랜만에 도란도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눈 시간이 참 좋았거든요. 협재해수욕장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별 것도 아닌 것 가지고 (귤 때문에) 남편과 싸우고 울면서 내린 뒤에 바다를 보며 친구와 이야기한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추억이네요. :) 핸드폰: 77
고**
2020-12-23객관식: 4,5 /주관식:성산일출봉이 좋아요, 웅장하게 떠오르는 해를 보면서 다시 마음의 열정과 용기를 다시 낼수있었습니다 /휴대폰 끝 두자리 74
박**
2021-01-06객관식 답은 4, 5 입니다. 마음에 드는 곳으로는 제주의 여러 곳들이 떠오릅니다. 함덕의 백사장과 해안 도로들, 오름들과 한라산... 무엇보다 이름 모를 조그마한 항구들의 고즈넉한 정취가 그립습니다. 전화끝두자리 65
손**
2021-01-08객관식 퀴즈: 4, 5번 // 주관식 퀴즈: 다닥 다닥. 출퇴근 길, 바삐 걷는 인파에 썰물처럼 떠밀려 지하철을 타고. 다닥 다닥. 건물과 건물이 한 뼘 거리를 이루는 빌딩 숲에서. 다닥 다닥. 책상과 닿을 듯한 침대에 누워. 다닥 다닥. 끝없이 밀려오는 내일의 걱정을 가슴에 이고 잠드는 밤. 날숨이 채 빠져나갈 여유도 없는 도시에서의 삶을 뒤로 한 채, 숨을 쉬러 제주도로 탈출했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산굼부리를 만났습니다. 분화구의 방언이라는 산굼부리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였습니다. 언덕진 땅 위를 억새가 덮고 있었고 저 멀리 보이는 산, 하늘...... 아, 그제서야 갈 곳 없던 날숨이 후- 빠져나왔습니다. 산굼부리에 올라 들숨과 날숨을 반복하다 보니 비로소 저 멀리, 저 너머를 본 것이 언제인지 아득해졌습니다. 한 치 앞만 보고 사는 삶에 익숙해져 제대로 숨 쉴 여유조차 없었나 봅니다. 이를 깨닫고 나자 바람에 흔들리는 시월의 억새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솨아아아 소리를 내며 그저 바람이 이끄는 대로 가벼이 몸을 흔드는 억새를 한참이나 바라 보았습니다. 산굼부리를 내려와 저는 다시 도시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다닥 다닥 이어지는 삶을 살지만 가끔은 눈을 감고 산굼부리를 떠올립니다. 나를 스치는 모든 것들이 이끄는 대로, 가만히 몸을 흔들며 저 너머를 꿈꾸곤 합니다. // 전화 끝 두 자리: 97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금희(정답, 해설 포함)'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모든 답이 그런 건 아니지만 모든 질문은 옳으니까요
신용목
4. 역사서술은 객관적이고 공정할 수 있는가?
윤진석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