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 사용된 성궤가 묻힌 장소를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인 ‘라의 지팡이’ 머리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집트 스타일이 아니다. 지팡이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조류는 날개를 쭉 편 거위나 오리로 보이는데, 매나 대머리 독수리면 모를까 이집트에서 거위/오리는 이런 식으로 묘사되지... ...
대중적 관심 뜨거운 문화 콘텐츠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는 오래도록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주요한 콘텐츠로 활용되어왔다. 서구 사회에서는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무척 뜨겁기 때문인데, 이는 역사가 꽤 깊다. 약 200년 전에 있었던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약 100년 전인 1922년에 있었던 하워드 카터에 의한 투탕카멘 무덤 발굴과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이집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대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이집트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이나 미술품,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같은 문화상품들이 다수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재생산하였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매력적인 고고학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헐리우드의 어드벤처(모험)물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4편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5편이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제작 중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 1981년에 개봉한 1편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는 이집트를 주요한 소재로 다룬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는 167명의 학자들이 동행했는데, 그들은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 <이집트지 (Description de l'Égypte)>라는 일종의 이집트에 관한
백과사전을 출간했다.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내용과 아름다운 삽화로 가득한 이 문헌은 유럽 지식인 사회에 ‘이집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지 출처 : wiki commons)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 DVD(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히틀러가 노렸던 타니스(Tanis)의 잃어버린 성궤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장소는 이집트의 타니스다. 타니스는 동부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유적으로 제 3중간기 21왕조 시대(기원전 1069-945년) 동안에는 수도이기도 했고, 22왕조 시대(기원전 945-715년)에는 왕실 무덤 구역으로 사용되었다. 이 도시는 나일강의 지류가 점차 옮겨감에 따라 결국에는 쇠퇴한, 신왕국 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재위 기원전 1279-1213년)에 의해서 지어진 인근의 피-람세스(이집트식으로는 ‘페르-라메세수’)에서 가져온 석재들로 건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타니스는 람세스 2세 시대보다도 훨씬 더 후대에 만들어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람세스 2세의 흔적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그 결과 타니스는 오래도록 피-람세스로 오해되기도 했었다. 현재는 타니스에서 서남쪽으로 약 2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칸티르(Qantir)가 피-람세스가 있던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36년으로, 이 시기 독일의 나치 세력이 타니스에서 발굴작업을 한다. 바로 ‘성궤’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성궤는 모세가 받았던 십계명 돌판을 넣어두었다고 하는 일종의 ‘가마형 보관함’인데, 구약성경은 이 성궤가 그것을 만지기만 해도 사람이 죽고 (민수기 4:15), 짊어지고 행진을 하기만 해도 성벽이 무너지는 등 (여호수아 6:5)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영화 속 설정에 따르면 당시 히틀러가 이 힘을 이용하고자 고고학자들을 고용하여 이 성궤를 찾으려고 했고, 첩보를 통해서 이 사실을 파악한 미국 국무부 측에서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자문을 구해 히틀러를 막으려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 스틸컷 속 성궤의 모습(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타니스 전경(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실제로 타니스에서는 프랑스의 고고학자 피에르 몽테(1885-1966)가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도 프랑스인 고고학자 ‘르네 벨로크’라는 캐릭터가 인디의 라이벌로 등장한다. 피에르 몽테는 이곳 타니스에서 도굴되지 않은 왕묘를 3기 발굴했다. 몽테가 발굴한 프수센네스 1세 (재위 기원전 1039-991년), 아메넴모페(재위 기원전 993-984년), 세송크 2세(재위 기원전 890년 경)의 무덤들은 널리 알려진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에 있는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36-1327년)의 무덤과 더불어 그 사례가 흔치 않은 도굴되지 않은 왕묘들이다.
물론 성궤는 구약성경의 기록 속에서만 등장하고 실제로는 발견된 적이 없다. 성경 기록 속에서도 성궤에 대한 언급은 어느 시점이 되면 점차 사라진다. 과거의 성서학자들이나 성서 고고학자들은 이 성궤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성궤는 사이비/유사 고고학자들(pseudoarchaeologist)에 의해서도 자주 다뤄지는데, 예를 들어서 <신들의 문명>의 저자 데이비드 해처 칠드레스 같은 인물은 성궤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전기장치라는 주장했고, <신의 지문>이나 <창세의 고고학> 등으로 한국에도 이름이 좀 알려진 그레이엄 핸콕은 그의 또 다른 저서 <신의 암호> 속에서 성궤가 에티오피아의 악숨(Axum)에서 보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프수센네스 1세의 황금마스크,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이미지 출처: 곽민수 본인소장)
세숑크 1세가 이스라엘에서 성궤를 훔쳤다면
아무튼, 성궤의 정체가 무엇이든 과거 어느 시점에 그 물건이 실재했었다고 한다면 이집트 역시도 성궤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 1편>에서 설정하고 있듯이, ‘타니스’는 이집트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역시 구약성경의 기록인데, 구약성경 열왕기상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르호보암 왕 제오년에 애굽 왕 시삭이 올라와서 예루살렘을 치고 여호와의 성전의 보물과 왕궁의 보물을 모두 빼앗고 또 솔로몬이 만든 금 방패를 다 빼앗은지라"
(열왕기상 14:25-26)
즉 이집트의 파라오가 예루살렘으로 쳐들어가서 보물들을 잔뜩 훔쳐 갔다는 이야기인데,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때에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보물이었을 성궤가 이집트 측에 의해서 탈취당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대목에서 언급되는 ‘애굽 왕 시삭’은, 구약성경 이외의 사료 및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인물이다. 그는 바로 이집트 22왕조 시대의 파라오 세숑크 1세(재위 기원전 945-924년)이다. 세숑크 1세가 이스라엘 지역을 침략했다는 기록은 카르낙 신전의 ‘부바스티스 대문(Bubastite Portal)’에 씌여진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것은 구약성서의 기록이 외부 사료를 통해서 교차검증 되는 거의 가장 이른 시기의 사례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이 시기 이전의 성경 속 기록들은 다른 사료들을 통해서 교차검증된 경우가 거의 없다.
세송크 1세는 수도를 타니스에서 중부 삼각주 지역의 부바스티스(Babastis)로 옮겼지만, 무덤은 계속해서 원래의 수도였던 타니스에 지었고, 이 전통은 22왕조 시대 내내 이어진다. 그런 만큼, 만약 세숑크 1세가 예루살렘에서 성궤를 훔쳐왔고 그걸 자신의 무덤 부장품으로 사용했다면, 성궤가 타니스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더욱이 세숑크 1세의 무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쯤되면 영화의 설정은 꽤 흥미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학술적으로는 다소 위험한 신비주의적이거나 사이비고고학적 요소들이 좀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어드벤쳐 영화’를 표방한 작품인 만큼 그 정도는 영화적 허용이라 평가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카르낙 신전의 부바스티스 대문(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영화 속에서 발견된 여러 고증 오류
그렇지만 고증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 사용된 성궤가 묻힌 장소를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인 ‘라의 지팡이’ 머리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집트 스타일이 아니다. 지팡이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조류는 날개를 쭉 편 거위나 오리로 보이는데, 매나 대머리 독수리면 모를까 이집트에서 거위/오리는 이런 식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또한 머리 장식 주변부에 새겨진 문자도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던 3가지 문자 체계, 즉 신성문자, 신관문자, 데모틱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닌 고대 히브리 문자다. 성궤가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궤를 숨긴 사람들은 이집트인일 텐데, 그 장소를 알려주는 장치에 고대 히브리 문자가 쓰여져 있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 이외에도 고증 오류가 확인되는 부분은 다수 있다. 신상들이 지나치게 큰 크기로 재현되어 있다든가 무덤이 아닌 곳에 무덤 속에만 그려지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든가 하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타니스 유적에 아케나텐(Akhenaten)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영화에서 인디아나 존스와 또 다른 등장인물인 메리온은 타니스에서 나치들에 의해서 성궤가 보관되어 있던 ‘영혼의 우물’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데, 그 탈출한 구조물 외벽에 파라오 아케나텐이 태양 원반의 신인 아텐(Aten)과 함께 그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일신 신앙을 ‘발명한’ 아케나텐은 기원전 1350년 대의 인물로, 타니스가 주요한 도시로 사용된 21-22왕조 시대 (기원전 1069-715년) 보다 수백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일종의 기록말살형을 당했기때문에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아케나텐이 타니스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연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케나텐의 모습은 고증 오류다.
이처럼 영화 <인디아나존스>는 다양한 고증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타니스는 그럴싸하지만 대체로 허구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고대 이집트와 고고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재생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사실인 만큼,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영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타니스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고고학적 성과가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미국 앨라바머 대학의 사라 파캑 Sarah Parcak)교수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적외선 사진을 사용하여 완전히 땅 속에 묻혀버린 고대 도시 타니스의 전모를 밝혀냈다. 그곳에는 1천개가 넘는 무덤과 3천 채가 넘는 가옥이 있었다. 성궤나 아케나텐은 단 한순도 타니스에 머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텐 신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는 아케나텐과 왕실 가족들. 아마르나의 메리라 무덤 부조(이미지 출처: 곽민수 본인소장)
이집트 고고학자
한양대를 나온 뒤 영국 런던대,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고고학과 이집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더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고학 자료를 통해서 본 투트모스 3세의 과거인식과 개인정체성>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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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고증 오류 있지만 고대 이집트에 큰 관심 조성
- 그 장면 전후사의 재인식 - 영화<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
곽민수
2020-11-26
고증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 사용된 성궤가 묻힌 장소를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인 ‘라의 지팡이’ 머리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집트 스타일이 아니다. 지팡이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조류는 날개를 쭉 편 거위나 오리로 보이는데, 매나 대머리 독수리면 모를까 이집트에서 거위/오리는 이런 식으로 묘사되지... ...
대중적 관심 뜨거운 문화 콘텐츠 ‘고대 이집트’
고대 이집트는 오래도록 대중문화의 영역에서 주요한 콘텐츠로 활용되어왔다. 서구 사회에서는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무척 뜨겁기 때문인데, 이는 역사가 꽤 깊다. 약 200년 전에 있었던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과 약 100년 전인 1922년에 있었던 하워드 카터에 의한 투탕카멘 무덤 발굴과 같은 사건들을 계기로 이집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점차 증대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관심을 바탕으로 이집트를 소재로 하고 있는 소설이나 미술품, 영화, 그리고 최근에는 게임 같은 문화상품들이 다수 만들어졌고, 이는 다시 고대 이집트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을 재생산하였다.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영화 <인디아나 존스>는 매력적인 고고학자 캐릭터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헐리우드의 어드벤처(모험)물이다. 이 시리즈는 현재까지 4편의 영화로 만들어졌고, 5편이 2022년 개봉을 목표로 현재 제작 중이기도 하다. 그 가운데서 1981년에 개봉한 1편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는 이집트를 주요한 소재로 다룬다.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에는 167명의 학자들이 동행했는데, 그들은 프랑스로 돌아온 뒤에 <이집트지 (Description de l'Égypte)>라는 일종의 이집트에 관한
백과사전을 출간했다. 당시로서는 최고 수준의 내용과 아름다운 삽화로 가득한 이 문헌은 유럽 지식인 사회에 ‘이집트 열풍’을 불러 일으켰다.
(이미지 출처 : wiki commons)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 DVD(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히틀러가 노렸던 타니스(Tanis)의 잃어버린 성궤
영화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장소는 이집트의 타니스다. 타니스는 동부 삼각주 지역에 위치한 유적으로 제 3중간기 21왕조 시대(기원전 1069-945년) 동안에는 수도이기도 했고, 22왕조 시대(기원전 945-715년)에는 왕실 무덤 구역으로 사용되었다. 이 도시는 나일강의 지류가 점차 옮겨감에 따라 결국에는 쇠퇴한, 신왕국 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재위 기원전 1279-1213년)에 의해서 지어진 인근의 피-람세스(이집트식으로는 ‘페르-라메세수’)에서 가져온 석재들로 건설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타니스는 람세스 2세 시대보다도 훨씬 더 후대에 만들어진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람세스 2세의 흔적들이 다수 발견되었다. 그 결과 타니스는 오래도록 피-람세스로 오해되기도 했었다. 현재는 타니스에서 서남쪽으로 약 20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칸티르(Qantir)가 피-람세스가 있던 장소로 추정되고 있다.
영화의 배경은 1936년으로, 이 시기 독일의 나치 세력이 타니스에서 발굴작업을 한다. 바로 ‘성궤’를 찾기 위한 작업이다. 성궤는 모세가 받았던 십계명 돌판을 넣어두었다고 하는 일종의 ‘가마형 보관함’인데, 구약성경은 이 성궤가 그것을 만지기만 해도 사람이 죽고 (민수기 4:15), 짊어지고 행진을 하기만 해도 성벽이 무너지는 등 (여호수아 6:5) 무시무시한 힘을 갖고 있었다고 전한다. 영화 속 설정에 따르면 당시 히틀러가 이 힘을 이용하고자 고고학자들을 고용하여 이 성궤를 찾으려고 했고, 첩보를 통해서 이 사실을 파악한 미국 국무부 측에서는 인디아나 존스에게 자문을 구해 히틀러를 막으려고 한다. 인디아나 존스의 모험은 이렇게 해서 시작되는 것이다.
영화 <인디아나 존스와 잃어버린 성궤의 추적자> 스틸컷 속 성궤의 모습(이미지 출처 : 네이버영화)
타니스 전경(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실제로 타니스에서는 프랑스의 고고학자 피에르 몽테(1885-1966)가 1939년부터 본격적으로 발굴을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속에서도 프랑스인 고고학자 ‘르네 벨로크’라는 캐릭터가 인디의 라이벌로 등장한다. 피에르 몽테는 이곳 타니스에서 도굴되지 않은 왕묘를 3기 발굴했다. 몽테가 발굴한 프수센네스 1세 (재위 기원전 1039-991년), 아메넴모페(재위 기원전 993-984년), 세송크 2세(재위 기원전 890년 경)의 무덤들은 널리 알려진 룩소르의 ‘왕가의 계곡’에 있는 투탕카멘(재위 기원전 1336-1327년)의 무덤과 더불어 그 사례가 흔치 않은 도굴되지 않은 왕묘들이다.
물론 성궤는 구약성경의 기록 속에서만 등장하고 실제로는 발견된 적이 없다. 성경 기록 속에서도 성궤에 대한 언급은 어느 시점이 되면 점차 사라진다. 과거의 성서학자들이나 성서 고고학자들은 이 성궤의 행방을 찾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성궤는 사이비/유사 고고학자들(pseudoarchaeologist)에 의해서도 자주 다뤄지는데, 예를 들어서 <신들의 문명>의 저자 데이비드 해처 칠드레스 같은 인물은 성궤가 이집트에서 만들어진 전기장치라는 주장했고, <신의 지문>이나 <창세의 고고학> 등으로 한국에도 이름이 좀 알려진 그레이엄 핸콕은 그의 또 다른 저서 <신의 암호> 속에서 성궤가 에티오피아의 악숨(Axum)에서 보관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프수센네스 1세의 황금마스크,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 소장(이미지 출처: 곽민수 본인소장)
세숑크 1세가 이스라엘에서 성궤를 훔쳤다면
아무튼, 성궤의 정체가 무엇이든 과거 어느 시점에 그 물건이 실재했었다고 한다면 이집트 역시도 성궤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은 지역들 가운데 하나다. 특히 <인디아나 존스 1편>에서 설정하고 있듯이, ‘타니스’는 이집트에서도 가장 유력한 후보지라고 할 수 있다. 그 근거는 역시 구약성경의 기록인데, 구약성경 열왕기상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르호보암 왕 제오년에 애굽 왕 시삭이 올라와서 예루살렘을 치고 여호와의 성전의 보물과 왕궁의 보물을 모두 빼앗고 또 솔로몬이 만든 금 방패를 다 빼앗은지라" (열왕기상 14:25-26)
즉 이집트의 파라오가 예루살렘으로 쳐들어가서 보물들을 잔뜩 훔쳐 갔다는 이야기인데, 직접적으로 언급되어 있지는 않지만 이 때에 이스라엘의 가장 중요한 보물이었을 성궤가 이집트 측에 의해서 탈취당했을 수도 있다. 게다가 이 대목에서 언급되는 ‘애굽 왕 시삭’은, 구약성경 이외의 사료 및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서도 확인되는 인물이다. 그는 바로 이집트 22왕조 시대의 파라오 세숑크 1세(재위 기원전 945-924년)이다. 세숑크 1세가 이스라엘 지역을 침략했다는 기록은 카르낙 신전의 ‘부바스티스 대문(Bubastite Portal)’에 씌여진 기록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이것은 구약성서의 기록이 외부 사료를 통해서 교차검증 되는 거의 가장 이른 시기의 사례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서, 이 시기 이전의 성경 속 기록들은 다른 사료들을 통해서 교차검증된 경우가 거의 없다.
세송크 1세는 수도를 타니스에서 중부 삼각주 지역의 부바스티스(Babastis)로 옮겼지만, 무덤은 계속해서 원래의 수도였던 타니스에 지었고, 이 전통은 22왕조 시대 내내 이어진다. 그런 만큼, 만약 세숑크 1세가 예루살렘에서 성궤를 훔쳐왔고 그걸 자신의 무덤 부장품으로 사용했다면, 성궤가 타니스에서 발견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더욱이 세숑크 1세의 무덤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다. 이쯤되면 영화의 설정은 꽤 흥미롭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학술적으로는 다소 위험한 신비주의적이거나 사이비고고학적 요소들이 좀 가미되어 있기는 하지만 애초부터 ‘어드벤쳐 영화’를 표방한 작품인 만큼 그 정도는 영화적 허용이라 평가해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카르낙 신전의 부바스티스 대문(이미지 출처 : 곽민수 본인소장)
영화 속에서 발견된 여러 고증 오류
그렇지만 고증은 다소 아쉬운 수준이다. 예컨대, 영화 속에서 사용된 성궤가 묻힌 장소를 찾아낼 수 있게 해주는 아이템인 ‘라의 지팡이’ 머리 부분은 아무리 봐도 이집트 스타일이 아니다. 지팡이 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조류는 날개를 쭉 편 거위나 오리로 보이는데, 매나 대머리 독수리면 모를까 이집트에서 거위/오리는 이런 식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또한 머리 장식 주변부에 새겨진 문자도 고대 이집트에서 사용되던 3가지 문자 체계, 즉 신성문자, 신관문자, 데모틱 가운데 어느 것도 아닌 고대 히브리 문자다. 성궤가 이스라엘에서 가져온 것이라고 하더라도, 성궤를 숨긴 사람들은 이집트인일 텐데, 그 장소를 알려주는 장치에 고대 히브리 문자가 쓰여져 있는 것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그 이외에도 고증 오류가 확인되는 부분은 다수 있다. 신상들이 지나치게 큰 크기로 재현되어 있다든가 무덤이 아닌 곳에 무덤 속에만 그려지는 벽화가 그려져 있다든가 하는 부분은 제외하더라도, 타니스 유적에 아케나텐(Akhenaten)의 모습이 그려져 있는 부분은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영화에서 인디아나 존스와 또 다른 등장인물인 메리온은 타니스에서 나치들에 의해서 성궤가 보관되어 있던 ‘영혼의 우물’에 갇혀 있다가 탈출하는데, 그 탈출한 구조물 외벽에 파라오 아케나텐이 태양 원반의 신인 아텐(Aten)과 함께 그려져 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유일신 신앙을 ‘발명한’ 아케나텐은 기원전 1350년 대의 인물로, 타니스가 주요한 도시로 사용된 21-22왕조 시대 (기원전 1069-715년) 보다 수백년 전에 살았던 인물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일종의 기록말살형을 당했기때문에 역사 속에서 완전히 지워졌다. 그렇기 때문에 아케나텐이 타니스에 무엇인가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연히 영화 속에 등장하는 아케나텐의 모습은 고증 오류다. 이처럼 영화 <인디아나존스>는 다양한 고증오류들로 가득 차 있다. 영화 속에서 묘사되고 있는 타니스는 그럴싸하지만 대체로 허구의 산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영화가 고대 이집트와 고고학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재생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것만큼은 사실인 만큼, 연구자의 입장에서도 영화를 마냥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물론 타니스에서는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넘는 고고학적 성과가 실제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미국 앨라바머 대학의 사라 파캑 Sarah Parcak)교수는 인공위성에서 찍은 적외선 사진을 사용하여 완전히 땅 속에 묻혀버린 고대 도시 타니스의 전모를 밝혀냈다. 그곳에는 1천개가 넘는 무덤과 3천 채가 넘는 가옥이 있었다. 성궤나 아케나텐은 단 한순도 타니스에 머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지만, 그 도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텐 신에게 경배를 드리고 있는 아케나텐과 왕실 가족들. 아마르나의 메리라 무덤 부조(이미지 출처: 곽민수 본인소장)
[그 장면 전후사의 재인식] 일부 고증 오류, 그래도 고대 이집트에 큰 관심 조성
[그 장면 전후사의 재인식] 영화 남한산성 속 그 장면 그 대화
이집트 고고학자
한양대를 나온 뒤 영국 런던대, 옥스퍼드대에서 각각 고고학과 이집트학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더럼대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고고학 자료를 통해서 본 투트모스 3세의 과거인식과 개인정체성> 등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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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보던 멋진 모습을 꾸준히... 활짝 열린 일본 안방
박철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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