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녕하세요, 오은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저의 다섯 번째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아침달, 2018)에 실려 있는 시 「○○ 사람」입니다. 이 시집에는 서른두 편의 시와 두 편의 산문이 실려 있습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서른두 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한 편의 시에 한 명 이상의 사람이 등장하니 서른두 명 ‘이상’의 사람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네요. 첫 시와 마지막 시의 제목은 둘 다 「사람」입니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집이 되었습니다. 시집 안에 실린 시들의 제목들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궁리하는 사람, 바람직한 사람, 얼어붙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람’의 형태를 취하는 제목과 도시인, 일류학, 애인, 주황 소년, 58년 개띠처럼 특정 세대를 응시하거나 개인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녹아 들어간 제목이 있습니다. 서른두 편의 시가 사람을 향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시인의 말에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
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
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저는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2018년 한여름에
오은
원고의 마지막 작업을 한여름에 했고 시집은 9월 초에 발간되었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중이었습니다. 시인의 말을 읽고 붉어진 아버지의 눈시울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2019년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는데, 아들로서, 사람으로서 ‘도리’를 해야 하는데, 늘 한발 늦고야 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이때의 말은 칭찬에 가깝겠지만, 저는 좋은 사람의 ‘좋음’이 무엇일까 한동안 골몰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시집을 쓰면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은 오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사람됨’은 사람의 됨됨이나 인품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어쩌면 평생 동안 갈고닦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저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로 한가득합니다. 모든 시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입니다만, 밤새 함께 대화를 나눈 사람, 공원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람, 화장실 입구에서 불현듯 마주친 사람, 연락이 끊겼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않고 펑펑 울기만 하던 사람 등이 이 시집을 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시집을 묶고 보니 서른두 명의 사람은 어쩌면 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시에 많든 적든 제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이 출간되었을 때, 저는 혼잣말했습니다.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구나. 앞으로도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그러므로 이 시집에 실린 사람들은 저처럼 어딘가 부족합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합니다. 사람이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들어가고 싶어서, 사람으로 잘 살고 싶어서.
「○○ 사람」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 사람
근데 취미가 뭐예요? 그는 살면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 앞에는 으레 근데라는 말이 붙었다 화제를 전환하기 위한 말이었으므로 그는 늘 무방비 상태에서 저 질문을 맞이해야만 했다 글쎄요 근데를 받을 수 있는 단어에는 글쎄만 한 게 없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간혹 그 말에 신비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미가 많은 모양이죠? 취미를 가질 시간이 없나 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정거렸다 친구들은 그가 희멀건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뭇국 같다고 했다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뭇국 같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근데 진짜 네 취미가 뭐야? 친구들이 입을 모아 물었다 그의 취미가 정말로 궁금하다고 했다
글쎄……
그날 밤 그는 집에 와서 온라인상으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취미로 뭘 하면 좋을까요? 굴비처럼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관심이었다 독서가 무난하지요 ○○ 사람은 있는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음악 감상도 나쁘지 않아요 장르는 재즈나 록을 추천해요 근사하잖아요 참, 여행도 좋아요 진취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웬만한 사람들이 좋아하니 함께 어울릴 수도 있잖아요 그는 백여 개의 댓글들을 읽고 곧바로 ○○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침에는 분명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밤에는 취미를 가진 어엿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근데와 글쎄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취미가 생긴 이후로 사람들은 그에게 취미를 묻지 않았다 그에게 취미가 생긴 줄 이미 아는 모양이었다 친구들조차 그에게 장난삼아 취미를 캐묻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희멀건 얼굴에 색과 생기가 도는 모양이었다 소고기가 들어간 뭇국 같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 사람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건 없어도 취미만은 확실히 있는 사람 말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 사람이었다 벤치에서든 식당에서든 지하철에서든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에서든 그는 읽었다 벤치에서든 식당 의자에서든 지하철 좌석에서든 화장실 변기에서든 ○○ 자세에서는 매번 열정이 느껴졌다 취미를 물을 이유가 없었다 명백한 것 앞에서 사람들은 굳이 얼룩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하략)
▶객관식 퀴즈입니다 ◀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 사람」에서 ○○에 들어갈 말은 과연 무엇일까요?
① 있는
② 자는
③ 읽는
④ 듣는
⑤ 먹는
* 결정적 힌트
체코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한 번의 인생을 살지만, 책을 ○○ 사람은 여러 번의 인생을 산다.”
▶다음 퀴즈는 주관식입니다 ◀
「○○ 사람」의 화자는 취미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취미로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 결정적 힌트
취미에 정답은 있을 수 없을 거예요. 무난한 취미도, 기상천외한 취미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취미를 들려주세요. 그 취미를 갖게 된 계기도 함께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 3번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책을 읽는 사람은 여러 번의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살아보는 것은 물론, 책을 읽고 달라진 나 자신이 되어 살기도 하니까요. 비단 책 한 권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는 사람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상상의 지평이 넓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세계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겸허해지는 일, 살면서 절대 만날 것 같지 않는 사람의 곁에 잠시 머물러보는 일…… 읽는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시에 등장하는 화자는 취미를 정하지 못해 온라인에 고민을 토로합니다. 익명의 사용자들이 댓글을 단 것들 중에서 그는 가장 무난한 것을 고릅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죠. 이 시를 쓸 때 저는 어떤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먹고사는 데 바빠서, 먹고사느라 지쳐서 취미가 사치가 되어버린 사람. 나 아닌 누군가이자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도 한 사람.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일상의 틈을 벌리는 사람. 생존이 아닌, 생활에 절박해지는 사람. 그러나 생활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사람.
한번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은 어떤 책을 읽고 자라났나요?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책을 원래부터 읽지 않거나 어떤 계기로 읽지 않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 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여전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취미에 정답은 있을 수 없지요. 그 사람이 처한 환경부터 취향, 성격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많은 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눈이 똥그래지기도 했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과 상관없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떤 필사적인 노력처럼 다가왔거든요.
추병진 님의 사연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1층에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을 취미로 적어주셨더라고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되는 계단 오르기에 대한 예찬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 옥상 정원에서 만끽하는 공기를 상상하고는 저도 모르게 들숨을 크게 삼켰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어떤 건물로 이사를 가든 계단이 없는 곳은 없으니, 평생의 취미를 발명한 셈이지요.”
김영미 님의 사연이 가져다준 온기는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의 취미는 ‘새로운 레시피 찾아 동료들 먹이기’인데, 사연을 읽으며 좋아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 쓰게 되는 사람을 떠올렸어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요즘, 김영미 님이야말로 그것을 매일 퍼뜨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취미가 일터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리고 남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기뻐할 수 있다니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 같습니다.
최우아 님의 사연을 마지막으로 고릅니다.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 거창할 필요 없잖아요?”라는 그의 말마따나 무엇이든 내가 좋으면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기를 쓰는 일, 일기에 쓸 특별한 일이 없던 날에는 인물 스케치를 하는 일에 대해 떠올립니다. 기억은 기록할 때 또 한 번 생생해지잖아요. 그렇게 일상을, 나아가 삶을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겁니다.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한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낀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다섯 권의 시집과 『다독임』 등 세 권의 산문집을 썼다. 산책이 취미지만, 종종 길을 잃는다. 사는 동네에서조차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길을 잃을 때마다 글을 쓰는 일이 길을 잃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댓글(19)
F********
2020-10-05
1. 3번 읽는 3. 저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면 꼭 해 볼 것
서**
2020-10-05
객관식 : 읽는 주관식 : 책을 구해 읽기입니다. 책을 다양한 루트로 구해서 읽다 보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얻게 되어 좋습니다.
박**
2020-10-20
정답: 3번 읽는 , 책보기, 영화보기에요, 스트레스 날리는데 이것보다 좋은게 없는거 같아서요
김**
2020-11-08
객관식-3.읽는 / 주관식-나름 감동취미라고 셀프칭찬하는 취미는 "새로운 레시피 찾아 동료들 먹이기"입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제약회사 생산라인 컨베이어벨트에서 벗어나는, 작업시간 중간의 오아시스같은 휴식시간,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해 간 고구마나 미니김밥, 감자떡과 믹스커피를 먹는 시간이 너무 달콤하답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했냐며 맛과 정성에 감탄해주는 동료들의 칭찬에 기분업돼서 새로운 레시피에 즐겁게 도전할 수 있어 요리실력 상승은 물론 동료애도 돈독해지는 따뜻함이 있어요.
추**
2020-10-08
객관식 퀴즈: 읽는 / 주관식 퀴즈 : 글쎄요. 사실 저는 최근에 만든 취미가 있습니다. 취미일지 의무일지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건 바로 1층에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이 취미를 만든지는 1달이 조금 넘어가는 듯 하네요. 코로나가 선물해준 취미라고 한다면 좀 고약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찌부둥한데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할 수는 없고, 운동은 해야 내 몸 건강은 좋아질테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저희 집 건물의 계단을 무작정 오르는 것이었어요. 이미 어렸을 적에 엘레베이터가 없는 5층 집에 살면서 계단은 익숙했던 저였기에, 계단을 오르는 건 그리 낯설지 않았죠. 처음엔 그래 한번 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터벅터벅 올랐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는 유산소 운동이 되고, 두 칸씩 오를 때는 근력 운동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계단에 발을 내딛는 속도를 조절하면 운동 강도도 조절할 수 있지요. 가장 만족스러운 건 사실 옥상 정원에서 만끽하는 공기지요. 여긴 우리 건물 주민들이 잘 안 올라오는데, 그야말로 도시 한복판의 센트럴 파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쾌적한 곳이지요. 수풀과 나무와 돌 걸음판 그리고 나무 의자까지. 여기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돼요. 계단에서는 아무도 마주칠 걱정이 없지만 그래도 덴탈마스크를 끼고 오르는데, 12층에 도달할 때쯤 이미 숨이 가쁩니다. 옥상정원에 도달하는 순간 맑고 청명한(?) 도시의 공기가 시원하게 온 몸을 반겨주죠. 옥상정원에서 조금 쉬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다시 오르죠. 무한 반복. 까지는 아니지만 저녁 밥을 먹고는 항상 3~5번은 반복합니다. 처음엔 운동을 위한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거립니다. 이토록 좋은 인생의 취미가 생길지 몰랐습니다. 어떤 건물로 이사를 가든 계단이 없는 곳은 없으니, 평생의 취미를 발명한 셈이지요
이**
2020-10-23
o 객관식_읽는 o 주관식_취미가 시시때때로 변해요!!! 팔랑거리는 귀를 간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하면 멋져보이는 걸 하다가 싫증나면 또 다른 것을 시작하고,,,,최근에는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제가 사는 제주는 깊은 가을이 찾아와 코끝이 시려지는 계절이랍니다! 휘휘낙락 자기색을 뽐내는 나무와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나름의 고독감을 즐기기 좋은 시절입니다! 재능 또는 얼마나 잘 그리는가와 관계없이 그저 옮겨 담는 행위가 스스로를 만족하게 하는 취미인 어반스케치를 추천합니다 :)
최**
2020-11-03
객관식 정답 : 3번 / 주관식 답 :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일기장에 딱히 쓸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면(제 일상이 대부분 그러한데) 인물 스케치를 합니다.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시절 친구도 좋고, 회사 옆자리 동료도 좋고, 단골 빵집의 아르바이트생도 좋고요. 그 사람의 외모라든가 버릇, 그 사람과 내가 나누었던 대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첫인상, 그 사람에게 내가 상상하는 부분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런 식으로 한 사람에 대해 스케치하고 나면 왠지 그를 좀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현실에서 만났을 때도 한층 친근하게 느껴지지요. 그런 식으로 일기장을 채워나가는 취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 거창할 필요 없잖아요?
정**
2020-10-05
정답은 읽는 입니다 취미는 짬내서 책읽기
현**
2020-10-05
1. 읽는 2. 산책하며 들풀, 들꽃, 나무, 새, 돌맹이, 곤충, 강물 등 관찰하기. 요즘 산책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에요. 예전엔 앞으로 나아가며 걷는데에 집중했었는데 요새는 자꾸 한눈을 팔게 되어요. 식물들이 이렇게 신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니 너무 즐거워요.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며 기운도 많이 얻어요. :)
최**
2020-10-06
1. 읽는 2. 저는 취미가 많고 자주 바뀝니다. 최근에 관심있는 취미는 이탈리아어 공부와 등산, 그리고 달리기에요. 코로나19로 자꾸 우울하고 집에만 있으니 몸과 마음이 약해져서 건강해지는 방법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어는 다시 여행갈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하는 마음에 조금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은시인님 글 정말 좋아해요. 특히 최근에 나온 산문집 <다독임>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답니다. 당첨이 안되더라도 감사하단 마음 전하고 싶어 댓글남깁니다
나**
2020-10-12
1. 3번 읽는 / 2. 저는 포탈사이트에서 지역명+캠핑장이라고 치고 그 지역 캠핑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캠핑을 취미라고 하고 싶긴 하지만 두달에 한번 아니 세달에 한번이나 겨우 갈 뿐인 캠핑이라 캠핑이 취미라고는 못하겠어요. 사실 가진 장비도 얇디 얇은 여름 텐트 하나뿐인지라 날이 추워지면 꿈도 못꾸는게 사실이구요. 대신 여기저기 캠핑장을 둘러보며 내가 이곳으로 캠핑을 간다면 어느 사이트에 텐트를 쳐야겠다, 가서 이번엔 닭갈비를 먹어봐야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단말이죠. 그러다 보면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캠핑을 안가도 다녀온 사람마냥 피곤해집니다. 그리고 캠핑 갈 생각을 접곤하죠. 너무 힘들겠구나 싶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상상만 하다 덜컥 결제를 하는 순간도 있어요. 언젠가 우리가 갔던 여행의 추억이 몹시 떠오르거나 지금 이 시국이 못견디게 짜증이 날때요. 그렇게 전 다다음주에 충청북도 산골짝으로 캠핑을 갑니다. 여름텐트 하나를 등에 매고. 부디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같이 기도해주세요.
손**
2020-10-06
1. 객관식 퀴즈 정답은 '3. 읽는'입니다! 2. 주관식 퀴즈 답. 대파를 썰고 남은 파뿌리를 화분에 심어봤더니 잘 자라더라구요. 잘린 단면 위로 파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요즘 취미예요. 그리고 밤에 천천히 뜁니다. 동네 사람들끼리 뛰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제일 느리게 뛰고 그래서 중도에 제일 많이 포기했어요. 포기하고 느긋하게 걸어서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기분 좋고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
2020-10-06
객관식 답: '읽는' 사람 / 주관식 답: '그림 그리는' 사람 - 읽고 쓰고 말하는 데는 서툰데 표현은 하고 싶어서 돈을 벌기 시작함과 동시에 성인미술학원에서 드로잉을 시작해서 4년차가 되었어요. 이제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그림 그리는 시늉을 하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요.
유**
2020-10-07
정답: 읽는 사람 / 취미: 시집을 읽는 취미 / 개인적으로 오은 시인님의 언어유희를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 읽었는데 장바구니에도 가득합니다. 유에서유를 특히 좋아하고 민음사 유튜브에서 출현하셨을 때 더 좋아하게 됐어요./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참 안 읽죠. 막말로 게시용으로 소비되거나 정말 촉촉한데 말이죠. 자기하고 맞는 시를 찾았을 때 그 희열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텐데요.. 시집도 일반도서 만큼이나 인생이 담겨 있는데
김**
2020-10-07
1.3번 읽는. 취미는 기억들을 적어가는 것.
강**
2020-10-10
1. 읽는 2. 취미라...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어요 한자 공부를 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자수를 놓기도 합니다! 악기 연주를 배워보고 싶기도 해요 관악기로!
이**
2020-10-18
1. 읽는 2.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퇴근하고 나면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일반 성인남성보다 좀 빠른편인 제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시간이 걸리는데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답니다. 회사와 집이 가까운 덕에 가능한 일이죠. (길치인 제가 걸어갈만큼 길이 단순한 덕도 있고요.) 처음엔 삼십 대가 넘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체중을 조금이나마 덜어보자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요. 막상 걷다보니 복잡한 머리도 좀 정리되고,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지금은 해가 좀 빨리 저물지만, 늦여름에 퇴근할즈음엔 붉게 물든 하늘과 그 빛에 반사되는 도심 건물들이 아주 예뻤거든요. 지금이야 다 어두워져서 퇴근하긴 하지만 가을공기도 좋고 이것도 이 나름대로 새로운 풍경이라 매일 걸을 때마다 하루종일 숨을 참다가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편한 신발만 잘 챙겨둔다면 앞으로도 저에게 더할나위 없는 취미가 될 것 같고요. 여건이 되시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네요.
이**
2020-11-07
3번 읽는 사람. 취미는 산책하기. 나가서 걷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겨요.
이**
2020-11-07
1. 3번 '읽는' 2. 취미는 '도서관에서 상호대차하기'입니다. 상호대차 신청에 재미붙여서 매일 도서관 사이트에서 책을 검색하며 여가를 보냅니다. 꼭 읽고싶었던 책을 집앞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대출할 때가 제일 신나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 퀴즈] 시인 오은(정답, 해설 포함)' 저작물은 "공공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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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시인 오은(정답, 해설 포함)
오은 시 「○○ 사람」 중에서
오은
2020-11-13
오은 시 「○○ 사람」 중에서
ㅇ 제 출 자 : 시인 오은
ㅇ 응모기간 : 2020년 10월 5일(월) ~ 11월 8일(일)
ㅇ 응모방법 : 본문 댓글 참여
ㅇ 당첨자 발표 : 11월 13일(금) 예정
1. 안녕하세요, 오은입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작품은 저의 다섯 번째 시집 『나는 이름이 있었다』(아침달, 2018)에 실려 있는 시 「○○ 사람」입니다. 이 시집에는 서른두 편의 시와 두 편의 산문이 실려 있습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에는 서른두 명의 사람이 등장합니다. 한 편의 시에 한 명 이상의 사람이 등장하니 서른두 명 ‘이상’의 사람이라고 해야 정확할 것 같네요. 첫 시와 마지막 시의 제목은 둘 다 「사람」입니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끝나는 시집이 되었습니다. 시집 안에 실린 시들의 제목들을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궁리하는 사람, 바람직한 사람, 얼어붙는 사람, 기다리는 사람처럼 ‘…사람’의 형태를 취하는 제목과 도시인, 일류학, 애인, 주황 소년, 58년 개띠처럼 특정 세대를 응시하거나 개인적 경험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녹아 들어간 제목이 있습니다. 서른두 편의 시가 사람을 향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시인의 말에 저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오해했습니다.
사람이라 이해하고 사람이라 오해했습니다.
사람을, 마침내 사람됨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아빠, 건강하세요.
저는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습니다.
2018년 한여름에
오은
원고의 마지막 작업을 한여름에 했고 시집은 9월 초에 발간되었습니다. 당시 아버지께서는 항암치료를 받고 계시는 중이었습니다. 시인의 말을 읽고 붉어진 아버지의 눈시울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고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울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2019년 1월에 돌아가셨습니다. 이제야 겨우 아들이 되었는데, 아들로서, 사람으로서 ‘도리’를 해야 하는데, 늘 한발 늦고야 마는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지금까지 마음이 무겁습니다.
우리는 흔히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라는 말을 건넵니다. 이때의 말은 칭찬에 가깝겠지만, 저는 좋은 사람의 ‘좋음’이 무엇일까 한동안 골몰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나쁜 사람일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시집을 쓰면서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은 오해를 동반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기도 했습니다. ‘사람됨’은 사람의 됨됨이나 인품을 가리키는 말인데, 이는 어쩌면 평생 동안 갈고닦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는 저를 스쳐 지나간 사람들로 한가득합니다. 모든 시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것입니다만, 밤새 함께 대화를 나눈 사람, 공원 벤치에 앉아 물끄러미 바라보던 사람, 화장실 입구에서 불현듯 마주친 사람, 연락이 끊겼다가 길거리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 한밤중에 전화를 걸어 아무 말도 않고 펑펑 울기만 하던 사람 등이 이 시집을 쓰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여백을 상상력으로 채우려고 했는데, 시집을 묶고 보니 서른두 명의 사람은 어쩌면 저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시에 많든 적든 제가 담겨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시집이 출간되었을 때, 저는 혼잣말했습니다. “나는 나를 벗어날 수 없구나. 앞으로도 벗어나지 못하겠구나.” 그러므로 이 시집에 실린 사람들은 저처럼 어딘가 부족합니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합니다. 사람이어서, 사람과 사람 사이로 들어가고 싶어서, 사람으로 잘 살고 싶어서.
「○○ 사람」의 일부를 소개합니다.
○○ 사람
근데 취미가 뭐예요? 그는 살면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 취미가 뭐냐는 질문 앞에는 으레 근데라는 말이 붙었다 화제를 전환하기 위한 말이었으므로 그는 늘 무방비 상태에서 저 질문을 맞이해야만 했다 글쎄요 근데를 받을 수 있는 단어에는 글쎄만 한 게 없었다 시간을 벌기 위해서 하는 말이었지만 간혹 그 말에 신비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었다 취미가 많은 모양이죠? 취미를 가질 시간이 없나 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빈정거렸다 친구들은 그가 희멀건 얼굴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다 뭇국 같다고 했다 소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뭇국 같다고 말한 친구도 있었다 근데 진짜 네 취미가 뭐야? 친구들이 입을 모아 물었다 그의 취미가 정말로 궁금하다고 했다
글쎄……
그날 밤 그는 집에 와서 온라인상으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취미로 뭘 하면 좋을까요? 굴비처럼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관심이었다 독서가 무난하지요 ○○ 사람은 있는 사람처럼 보이잖아요 음악 감상도 나쁘지 않아요 장르는 재즈나 록을 추천해요 근사하잖아요 참, 여행도 좋아요 진취적이면서도 자유롭고 웬만한 사람들이 좋아하니 함께 어울릴 수도 있잖아요 그는 백여 개의 댓글들을 읽고 곧바로 ○○ 사람이 되기로 결심했다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기보다는 무난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아침에는 분명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는데 밤에는 취미를 가진 어엿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근데와 글쎄는 앞으로 만날 일이 없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취미가 생긴 이후로 사람들은 그에게 취미를 묻지 않았다 그에게 취미가 생긴 줄 이미 아는 모양이었다 친구들조차 그에게 장난삼아 취미를 캐묻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의 희멀건 얼굴에 색과 생기가 도는 모양이었다 소고기가 들어간 뭇국 같은 모양이었다 확실히 ○○ 사람은 있는 사람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 다른 건 없어도 취미만은 확실히 있는 사람 말이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 사람이었다 벤치에서든 식당에서든 지하철에서든 지하철 역사 내 화장실에서든 그는 읽었다 벤치에서든 식당 의자에서든 지하철 좌석에서든 화장실 변기에서든 ○○ 자세에서는 매번 열정이 느껴졌다 취미를 물을 이유가 없었다 명백한 것 앞에서 사람들은 굳이 얼룩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
(하략)
▶ 객관식 퀴즈입니다 ◀
이 시의 제목이기도 한 「○○ 사람」에서 ○○에 들어갈 말은 과연 무엇일까요?
① 있는
② 자는
③ 읽는
④ 듣는
⑤ 먹는
* 결정적 힌트 체코의 소설가 밀란 쿤데라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은 한 번의 인생을 살지만, 책을 ○○ 사람은 여러 번의 인생을 산다.”
▶ 다음 퀴즈는 주관식입니다 ◀
「○○ 사람」의 화자는 취미를 구하기 위해 온라인상으로 익명의 사람들에게 “취미로 뭘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에 대한 여러분의 답변을 기다리겠습니다.
* 결정적 힌트 취미에 정답은 있을 수 없을 거예요. 무난한 취미도, 기상천외한 취미도 좋습니다. 여러분의 취미를 들려주세요. 그 취미를 갖게 된 계기도 함께 적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 3번
밀란 쿤데라의 말처럼, 책을 읽는 사람은 여러 번의 인생을 사는 것 같습니다. 책 속 등장인물이 되어 살아보는 것은 물론, 책을 읽고 달라진 나 자신이 되어 살기도 하니까요. 비단 책 한 권으로 인생의 방향을 바꾸게 되었다는 사람만을 의미하는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독서를 통해 알게 모르게 조금씩 달라지고 있으니까요. 상상의 지평이 넓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세계가 이렇게나 많다는 사실에 겸허해지는 일, 살면서 절대 만날 것 같지 않는 사람의 곁에 잠시 머물러보는 일…… 읽는 사람이 경험할 수 있는 일들입니다.
시에 등장하는 화자는 취미를 정하지 못해 온라인에 고민을 토로합니다. 익명의 사용자들이 댓글을 단 것들 중에서 그는 가장 무난한 것을 고릅니다. 그리고 읽기 시작하죠. 이 시를 쓸 때 저는 어떤 사람을 떠올렸습니다. 먹고사는 데 바빠서, 먹고사느라 지쳐서 취미가 사치가 되어버린 사람. 나 아닌 누군가이자 다름 아닌 나 자신이기도 한 사람. 그 와중에도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일상의 틈을 벌리는 사람. 생존이 아닌, 생활에 절박해지는 사람. 그러나 생활로부터 너무 멀리 와버린 사람.
한번 떠올려보세요. 여러분은 어떤 책을 읽고 자라났나요? 요즘 무슨 책을 읽고 있나요? 책을 원래부터 읽지 않거나 어떤 계기로 읽지 않게 되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책을 아무리 많이 읽는다 해도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건 여전히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취미에 정답은 있을 수 없지요. 그 사람이 처한 환경부터 취향, 성격 등 다양한 것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많은 분들의 댓글을 읽으며 눈이 똥그래지기도 했고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습니다. 시공간의 제약과 상관없이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한 어떤 필사적인 노력처럼 다가왔거든요.
추병진 님의 사연이 저를 붙들었습니다. 1층에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을 취미로 적어주셨더라고요.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이 되는 계단 오르기에 대한 예찬에서는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 옥상 정원에서 만끽하는 공기를 상상하고는 저도 모르게 들숨을 크게 삼켰습니다. 마지막 문장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어떤 건물로 이사를 가든 계단이 없는 곳은 없으니, 평생의 취미를 발명한 셈이지요.”
김영미 님의 사연이 가져다준 온기는 오랫동안 기억날 것 같습니다. 그의 취미는 ‘새로운 레시피 찾아 동료들 먹이기’인데, 사연을 읽으며 좋아하는 일에 몸과 마음을 다 쓰게 되는 사람을 떠올렸어요.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요즘, 김영미 님이야말로 그것을 매일 퍼뜨리고 계신 것 같습니다. 취미가 일터의 분위기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니, 그리고 남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나도 기뻐할 수 있다니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것 같습니다.
최우아 님의 사연을 마지막으로 고릅니다.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 거창할 필요 없잖아요?”라는 그의 말마따나 무엇이든 내가 좋으면 취미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기를 쓰는 일, 일기에 쓸 특별한 일이 없던 날에는 인물 스케치를 하는 일에 대해 떠올립니다. 기억은 기록할 때 또 한 번 생생해지잖아요. 그렇게 일상을, 나아가 삶을 내 쪽으로 끌어당길 수 있을 겁니다.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10월 [인문, 깜짝 퀴즈] 시인 오은 ②
9월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김미월 ①
시인
이따금 쓰지만, 항상 쓴다고 생각한다. 항상 살지만, 이따금 살아 있다고 느낀다. 『나는 이름이 있었다』 등 다섯 권의 시집과 『다독임』 등 세 권의 산문집을 썼다. 산책이 취미지만, 종종 길을 잃는다. 사는 동네에서조차 길을 잃을 때가 있다. 길을 잃을 때마다 글을 쓰는 일이 길을 잃는 일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댓글(19)
F********
2020-10-051. 3번 읽는 3. 저는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취미가 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면 꼭 해 볼 것
서**
2020-10-05객관식 : 읽는 주관식 : 책을 구해 읽기입니다. 책을 다양한 루트로 구해서 읽다 보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얻게 되어 좋습니다.
박**
2020-10-20정답: 3번 읽는 , 책보기, 영화보기에요, 스트레스 날리는데 이것보다 좋은게 없는거 같아서요
김**
2020-11-08객관식-3.읽는 / 주관식-나름 감동취미라고 셀프칭찬하는 취미는 "새로운 레시피 찾아 동료들 먹이기"입니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제약회사 생산라인 컨베이어벨트에서 벗어나는, 작업시간 중간의 오아시스같은 휴식시간, 새벽같이 일어나 준비해 간 고구마나 미니김밥, 감자떡과 믹스커피를 먹는 시간이 너무 달콤하답니다. 언제 이렇게 준비했냐며 맛과 정성에 감탄해주는 동료들의 칭찬에 기분업돼서 새로운 레시피에 즐겁게 도전할 수 있어 요리실력 상승은 물론 동료애도 돈독해지는 따뜻함이 있어요.
추**
2020-10-08객관식 퀴즈: 읽는 / 주관식 퀴즈 : 글쎄요. 사실 저는 최근에 만든 취미가 있습니다. 취미일지 의무일지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지요. 그건 바로 1층에서 12층까지 계단을 오르는 것입니다. 이 취미를 만든지는 1달이 조금 넘어가는 듯 하네요. 코로나가 선물해준 취미라고 한다면 좀 고약한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은 찌부둥한데 밖에 나가서 뭔가를 할 수는 없고, 운동은 해야 내 몸 건강은 좋아질테고.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저희 집 건물의 계단을 무작정 오르는 것이었어요. 이미 어렸을 적에 엘레베이터가 없는 5층 집에 살면서 계단은 익숙했던 저였기에, 계단을 오르는 건 그리 낯설지 않았죠. 처음엔 그래 한번 해보자, 가벼운 마음으로 터벅터벅 올랐는데 이렇게 좋을 수가?! 계단을 한 칸씩 오를 때는 유산소 운동이 되고, 두 칸씩 오를 때는 근력 운동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기다 계단에 발을 내딛는 속도를 조절하면 운동 강도도 조절할 수 있지요. 가장 만족스러운 건 사실 옥상 정원에서 만끽하는 공기지요. 여긴 우리 건물 주민들이 잘 안 올라오는데, 그야말로 도시 한복판의 센트럴 파크가 따로 없을 정도로 쾌적한 곳이지요. 수풀과 나무와 돌 걸음판 그리고 나무 의자까지. 여기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돼요. 계단에서는 아무도 마주칠 걱정이 없지만 그래도 덴탈마스크를 끼고 오르는데, 12층에 도달할 때쯤 이미 숨이 가쁩니다. 옥상정원에 도달하는 순간 맑고 청명한(?) 도시의 공기가 시원하게 온 몸을 반겨주죠. 옥상정원에서 조금 쉬다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시 1층으로 내려옵니다. 그리고 다시 오르죠. 무한 반복. 까지는 아니지만 저녁 밥을 먹고는 항상 3~5번은 반복합니다. 처음엔 운동을 위한 습관이었지만 이제는 계단을 오르지 않으면 몸이 근질근질거립니다. 이토록 좋은 인생의 취미가 생길지 몰랐습니다. 어떤 건물로 이사를 가든 계단이 없는 곳은 없으니, 평생의 취미를 발명한 셈이지요
이**
2020-10-23o 객관식_읽는 o 주관식_취미가 시시때때로 변해요!!! 팔랑거리는 귀를 간수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이 하면 멋져보이는 걸 하다가 싫증나면 또 다른 것을 시작하고,,,,최근에는 어반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제가 사는 제주는 깊은 가을이 찾아와 코끝이 시려지는 계절이랍니다! 휘휘낙락 자기색을 뽐내는 나무와 그 장면에서 느껴지는 나름의 고독감을 즐기기 좋은 시절입니다! 재능 또는 얼마나 잘 그리는가와 관계없이 그저 옮겨 담는 행위가 스스로를 만족하게 하는 취미인 어반스케치를 추천합니다 :)
최**
2020-11-03객관식 정답 : 3번 / 주관식 답 : 일기를 쓰는 것입니다. 일기장에 딱히 쓸 이야기가 없을 정도로 너무나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면(제 일상이 대부분 그러한데) 인물 스케치를 합니다. 기억 속에 있는 어린 시절 친구도 좋고, 회사 옆자리 동료도 좋고, 단골 빵집의 아르바이트생도 좋고요. 그 사람의 외모라든가 버릇, 그 사람과 내가 나누었던 대화,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첫인상, 그 사람에게 내가 상상하는 부분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런 식으로 한 사람에 대해 스케치하고 나면 왠지 그를 좀더 잘 알게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러면 현실에서 만났을 때도 한층 친근하게 느껴지지요. 그런 식으로 일기장을 채워나가는 취미를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취미는 말 그대로 취미, 거창할 필요 없잖아요?
정**
2020-10-05정답은 읽는 입니다 취미는 짬내서 책읽기
현**
2020-10-051. 읽는 2. 산책하며 들풀, 들꽃, 나무, 새, 돌맹이, 곤충, 강물 등 관찰하기. 요즘 산책할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에요. 예전엔 앞으로 나아가며 걷는데에 집중했었는데 요새는 자꾸 한눈을 팔게 되어요. 식물들이 이렇게 신기하고 다양한 모습으로 생겼다는 걸 알아차리니 너무 즐거워요. 제각각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을 보며 기운도 많이 얻어요. :)
최**
2020-10-061. 읽는 2. 저는 취미가 많고 자주 바뀝니다. 최근에 관심있는 취미는 이탈리아어 공부와 등산, 그리고 달리기에요. 코로나19로 자꾸 우울하고 집에만 있으니 몸과 마음이 약해져서 건강해지는 방법으로 운동을 하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어는 다시 여행갈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하는 마음에 조금씩 공부하고 있습니다. 오은시인님 글 정말 좋아해요. 특히 최근에 나온 산문집 <다독임>에서 위로를 많이 받았답니다. 당첨이 안되더라도 감사하단 마음 전하고 싶어 댓글남깁니다
나**
2020-10-121. 3번 읽는 / 2. 저는 포탈사이트에서 지역명+캠핑장이라고 치고 그 지역 캠핑장을 둘러보는 걸 좋아해요. 캠핑을 취미라고 하고 싶긴 하지만 두달에 한번 아니 세달에 한번이나 겨우 갈 뿐인 캠핑이라 캠핑이 취미라고는 못하겠어요. 사실 가진 장비도 얇디 얇은 여름 텐트 하나뿐인지라 날이 추워지면 꿈도 못꾸는게 사실이구요. 대신 여기저기 캠핑장을 둘러보며 내가 이곳으로 캠핑을 간다면 어느 사이트에 텐트를 쳐야겠다, 가서 이번엔 닭갈비를 먹어봐야지 같은 쓸데없는 생각을 한단말이죠. 그러다 보면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캠핑을 안가도 다녀온 사람마냥 피곤해집니다. 그리고 캠핑 갈 생각을 접곤하죠. 너무 힘들겠구나 싶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상상만 하다 덜컥 결제를 하는 순간도 있어요. 언젠가 우리가 갔던 여행의 추억이 몹시 떠오르거나 지금 이 시국이 못견디게 짜증이 날때요. 그렇게 전 다다음주에 충청북도 산골짝으로 캠핑을 갑니다. 여름텐트 하나를 등에 매고. 부디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같이 기도해주세요.
손**
2020-10-061. 객관식 퀴즈 정답은 '3. 읽는'입니다! 2. 주관식 퀴즈 답. 대파를 썰고 남은 파뿌리를 화분에 심어봤더니 잘 자라더라구요. 잘린 단면 위로 파가 씩씩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게 요즘 취미예요. 그리고 밤에 천천히 뜁니다. 동네 사람들끼리 뛰는 모임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제일 느리게 뛰고 그래서 중도에 제일 많이 포기했어요. 포기하고 느긋하게 걸어서 혼자 집에 돌아오는 길이 그렇게 기분 좋고 뿌듯할 수가 없어요.
이*
2020-10-06객관식 답: '읽는' 사람 / 주관식 답: '그림 그리는' 사람 - 읽고 쓰고 말하는 데는 서툰데 표현은 하고 싶어서 돈을 벌기 시작함과 동시에 성인미술학원에서 드로잉을 시작해서 4년차가 되었어요. 이제 연필과 종이만 있으면 그림 그리는 시늉을 하고 옆에서 보는 사람은 심심하지는 않겠다고 말해요.
유**
2020-10-07정답: 읽는 사람 / 취미: 시집을 읽는 취미 / 개인적으로 오은 시인님의 언어유희를 좋아해서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 읽었는데 장바구니에도 가득합니다. 유에서유를 특히 좋아하고 민음사 유튜브에서 출현하셨을 때 더 좋아하게 됐어요./ 요즘 사람들은 시집을 참 안 읽죠. 막말로 게시용으로 소비되거나 정말 촉촉한데 말이죠. 자기하고 맞는 시를 찾았을 때 그 희열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모를텐데요.. 시집도 일반도서 만큼이나 인생이 담겨 있는데
김**
2020-10-071.3번 읽는. 취미는 기억들을 적어가는 것.
강**
2020-10-101. 읽는 2. 취미라... 이것저것 시도하고 있어요 한자 공부를 하기도 하고 영어 공부를 하기도 하고 자수를 놓기도 합니다! 악기 연주를 배워보고 싶기도 해요 관악기로!
이**
2020-10-181. 읽는 2. 취미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요즘 퇴근하고 나면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가고 있어요. 일반 성인남성보다 좀 빠른편인 제 걸음으로 한 시간 반쯤 시간이 걸리는데요.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보면 두 시간이 훌쩍 넘어갈 때도 있답니다. 회사와 집이 가까운 덕에 가능한 일이죠. (길치인 제가 걸어갈만큼 길이 단순한 덕도 있고요.) 처음엔 삼십 대가 넘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는 체중을 조금이나마 덜어보자 싶어 시작한 일이었는데요. 막상 걷다보니 복잡한 머리도 좀 정리되고, 평소엔 무심코 지나치던 것들을 가만히 들여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 좋습니다. 지금은 해가 좀 빨리 저물지만, 늦여름에 퇴근할즈음엔 붉게 물든 하늘과 그 빛에 반사되는 도심 건물들이 아주 예뻤거든요. 지금이야 다 어두워져서 퇴근하긴 하지만 가을공기도 좋고 이것도 이 나름대로 새로운 풍경이라 매일 걸을 때마다 하루종일 숨을 참다가 이제 겨우 숨통이 트인 것처럼 상쾌한 기분이 듭니다. 편한 신발만 잘 챙겨둔다면 앞으로도 저에게 더할나위 없는 취미가 될 것 같고요. 여건이 되시는 다른 분들께도 권하고 싶네요.
이**
2020-11-073번 읽는 사람. 취미는 산책하기. 나가서 걷다보면 마음도 차분해지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겨요.
이**
2020-11-071. 3번 '읽는' 2. 취미는 '도서관에서 상호대차하기'입니다. 상호대차 신청에 재미붙여서 매일 도서관 사이트에서 책을 검색하며 여가를 보냅니다. 꼭 읽고싶었던 책을 집앞 도서관에서 편안하게 대출할 때가 제일 신나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인문, 깜짝 퀴즈] 시인 오은(정답, 해설 포함)'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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