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모험]떠나야만 달라질 수 있고, 돌아와야만 알 수 있는 모험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 외

박태근

2017-11-28

 

[11월의 테마]
모험

언젠가부터 모험은 신화와 은유로만 쓰이고, 현실에서는 벌어지지 않는 일처럼 여겨졌다. 모험은 오디세우스의 『오디세이아』나 『천일야화』에 등장하는 『신드바드 이야기』 혹은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에서 만날 수 있는, 그러니까 관찰자로서 보고 듣는 일이지 직접 나서는 일은 좀처럼 벌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모험은 실제로 모험을 떠날 때 쓰이기보다는 '고전으로 떠나는 모험' '문학으로 떠나는 모험'과 같은 은유 혹은 남들이 도전하지 않는 분야나 시도하지 않는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개척하는 경우에 쓰이곤 한다. 이처럼 꿈속에 존재하는 모험을 어떻게 내가 경험하는 세계에서 만날 수 있을까. 바야흐로 모험을 찾아 모험을 떠날 때가 당도했다.

모험은 극복이나 도전이 아니다
모험을 떠나려면 준비가 필요하다. 다행히 모험이 사라진 시대에 여전히 모험을 떠나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게 우선이겠다. 일본의 모험가 우메무라 나오미는 그 이력만으로도 모험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하는데, 그는 서른이 되기도 전에 일본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섰고, 세계 최초로 5대륙 최고봉에 올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아마존강 6,000km를 뗏목으로 내려왔고, 일본 국토 3,000km를 도보로 종단하고, 북극권 12,000km를 개 썰매로 단독 횡단했다. 그리고 세계 최초로 북극점에 단독으로 도달하여 모험가로서 정점을 찍는다. 그의 마지막 모험은 북미 최고봉 데날리였는데, 동계 단독 등정에 세계 최초로 성공했으나 하산하는 길에 소식이 끊겼다.

 
  • 책표지-『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바다출판사『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 우에무라 나오미 지음, 바다출판사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는 마지막 모험을 떠나기 불과 몇 달 전에 50시간 분량의 음성으로 자신의 모험 이야기를 남겼고, 생생한 모험담은 『우에무라 나오미의 모험학교』라는 책으로 남아 모험이 사라진 시대에 여전히 모험을 떠나는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모험을 떠나는 마음과 모험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전한다. 걷기와 휴식, 길과 방향 찾기, 옷 갈아입기, 배설하는 방법, 사냥하고 요리하는 기술까지, 현장에서 터득한 구체적인 지침들을 통해 대자연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준다. 또는 자연의 법칙은 인간이 만들 수도 없고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는 사실과 그렇기에 인간은 운명적으로 자연을 극복할 수 없고 자연에 동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한다. 왠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잠시 멈추고 그의 마지막 말에 귀를 기울여보자.
“극복이나 도전 같은 말은 멋지고 그럴싸하게 들리지만,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물론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자세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하지만 그런 긴장감은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적어도 자연에서는 그렇다. 속전속결의 상황에서 한두 번은 통할지 몰라도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 그렇지 않은가?”

 
  • 책표지-『세계 일주의 역사』 조이스 채플린 지음, 레디셋고『세계 일주의 역사』 조이스 채플린 지음, 레디셋고

세계 일주의 유산: 두려움, 자신감, 의구심
인류의 모험 궤적을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어떤 단어로도 충분하지 않겠지만, 아마도 ‘세계 일주’가 가장 많은 모험을 포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역사학자 조이스 채플린의 『세계 일주의 역사』는 500여 년, 전 세계 일주라고 믿었으나 지구 전체를 감싸는 세계 일주가 아니었던 시대에서 벗어나, 그야말로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세계 일주의 역사를 들려준다. 세계 일주가 산발적인 세계 여행과 다른 점은 바로 ‘시간 여행’이라는 데 있다. 잠시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떠올려보자. 영국 신사 필리어스 포그는 80일 안에 세계 일주를 할 수 있다며 2만 파운드를 걸고 내기를 하는데, 이때 중요한 부분은 동쪽으로 여행을 떠난다는 점이다. 날짜 변경선을 기준으로 동쪽으로 향하면 하루가 늦춰지고 서쪽으로 가면 하루가 당겨지는데, 세계 일주는 이 선을 넘어야만 가능하고, 그는 이 날짜 변경선을 이용한 덕분에 하루 차이로 내기에서 이기게 된다. 그러니까 세계 일주 여행자들은 시간이 보편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모험하는 이들이라고 부를 수 있겠다.
다시 『세계 일주의 역사』로 돌아오면, 이 책은 인류의 세계 일주를 세 가지 시기로 구분한다. 제1막은 마젤란이 최초로 일주 항해를 시작했을 때부터 제임스 쿡이 하와이에서 죽기까지의 기간(1519~1779)인데, 이때 세계 일주를 떠난 이들은 과연 제자리로 돌아갈 수 있을지 늘 두려워하며 모험을 이어가야만 했다. “인간은 지구에 달려들었지만, 지구는 번번이 그들을 뿌리쳤다.” 이 모험에서 죽음은 일상이었다. 다행히 인류는 두려움의 시대를 지나 자신감의 시대로 접어든다. 17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세계를 일주하던 모험가들은 발전한 기술을 바탕으로, 살아남는 수준을 넘어 즐기는 수준에 이르렀다. 세계 일주라는 말이 비로소 ‘세계 한 바퀴’라는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세계 일주의 마지막 시기는 오늘날인데, 이제 자신감은 다시 의구심으로 바뀐다. 초기 모험가들이 마주한 위험은 사라졌지만, 이제는 그런 방식으로 지구를 ‘정복’하는 것이 현명한 일인지 되묻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두려움, 자신감, 의구심으로 이어지는 세계 일주의 모험은 어디로 이어질까. 인류는 새로운 답을 찾아 이미 또 다른 미지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고 있다.

 
  • 책표지-『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닐 코민스 지음, 한빛비즈『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 닐 코민스 지음, 한빛비즈

우주, 아직은 순응할 수밖에 없는 모험
마지막 남은 미지의 세계는 역시 우주다. 꿈만 꾸던 우주로의 모험이 가능하다는 걸 확인한 20세기의 성과를 바탕으로, 이제 인류는 우주로의 모험을 여행의 수준으로 만들고자 도전하고 있다. 어쩌면 지금의 20~30대는 환갑 기념 여행으로 지구 궤도 여행뿐 아니라 달이나 화성에도 다녀올 수 있을지 모른다. 앞서 말했듯 모험에는 준비가 필요하다. 기술 발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 일주로 지구를 경험하고 이해하는 데에도 수백 년이 걸렸는데,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인 데다 여전히 아는 부분보다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은 우주로 떠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체력과 재력뿐 아니라 지력까지 준비해야 하는 만만찮은 모험이라는 말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역시 ‘두려움, 자신감, 의구심’이 인류의 마음을 두드리지만 어쩐지 나는 체력과 재력과 지력이 부족해도 곧 떠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오른다.
『화성인도 읽는 우주여행 가이드북』은 우주로 모험을 떠나려는 이들에게 필독서로 자리 잡겠지만, 그보다는 굳이 얼마 남지 않은 체력과 재력과 지력을 동원해 우주로 떠나야만 할까 고민하는 이들에게 도전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로 훨씬 유용하다. 그곳에서는 음식도, 숙소도, 배변도, 샤워도 이곳 지구와는 너무나 다르다. 그래봐야 얼마나 다르겠냐고? 배가 고파도 식욕이 생기지 않고, 때때로 기저귀를 차야만 하고, 시원한 물이 아니라 물수건으로 몸을 닦아야 한다. 그렇다, 벌써 포기하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이 책은 우주 모험에서 겪을 일에 대응하는 방법이 아니라, 우주 모험에서 겪어야만 하는 일들이 무엇인지만 알려준다. 아직까지는 인류의 우주 모험이 대응이 아니라 순응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구에서 쓰는 휴대전화나 태블릿으로 셀카를 찍는 데에는 무리가 없다고 한다. 셀카봉도 쓸 수 있고, 음성으로도 촬영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다만 우주의 입자선이 카메라를 지나면서 영상에 줄이 생길 수 있는데, 빠르게 세 장을 연속해서 찍어 각 사진의 줄무늬를 삭제하고 괜찮은 부분을 모아 합성하면 문제없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릴 수 있다고 한다. 모험을 떠나야 할 중요한 이유가 하나 늘었으니, 이제 체력과 재력 그리고 지력을 하나씩 준비해야겠다. 물론 준비가 부족해도 떠나고야 말 것이다. 인류의 모험은 늘 그러했으니.

 

 

  • 11월
  • 모험
  • 우에무라 나오미
  • 세계일주
  • 자신감
  • 우주
필자 박태근
박태근

<알라딘> 인문 MD. 일명 ‘바갈라딘’으로 불린다.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했으며, 현재는 온라인서점 알라딘에서 인문 MD로 일하고 있다. 편집자를 위한 실험실 연구원으로 출판계에 필요한 목소리를 전하며, 여러 매체에서 책을 소개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모험]떠나야만 달라질 수 있고, 돌아와야만 알 수 있는 모험'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