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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스토리공모] 길 위의 인문학, 그 이후

2024-02-19

 

7개월간의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도서관 길 위의 인문학사업의 일환으로 중원도서관에서 진행한 돌봄의 글쓰기프로그램은 글쓰기를 통한 성찰과 회복에 대한 수업이었다

 

이에 대한 결과물로 그림책 출판이라는 선물을 받았고, 함께 글을 쓰고 나눌 수 있는 인연들을 만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글이 내 삶 안으로 들어왔다. 

 

우리의 그림책 출판기념회는 큰길 뒤편 가파른 오르막길을 올라가면 나오는 동네의 도서관에서 이뤄졌다. 출판기념회에는 지금까지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모습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남편과 아이가 함께했다

 

스토리가 재미난지, 그림은 괜찮은지 꽤나 자주 질문했던 아마추어 작가가 귀찮을 법도 한데, 늘 성심성의껏 의견을 피력해줬던 가족들은 누구보다도 나의 그림책을 좋아해 줬다. 그림책 전시장의 게스트 북에 쓰인 엄마, 사랑해란 글자에 온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했다

 

기념회가 끝나고 길지 않은 여정을 함께 했던 인연들과 귤을 까먹고 핫도그가 들어간 떡볶이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소박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기념회였을지 모르겠다.

 

기념회를 마치고 나오는 길, 문득 그랜마 모지스라는 작가가 떠올랐다. ‘모지스 할머니라 불리는 이 작가는 미국의 국민화가다이 할머니는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101세까지 1,600점을 그렸다. 미국의 전원 풍경과 생활을 그린 그림으로 사랑받았던 그녀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젊을 때라고 말했다

 

그렇다, 무언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란 없다. 그 시작이 동네 도서관 한켠에서 열린 작은 출판기념회일 수도 있다. 이미 시작했고 꾸준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의미는 충분하다.

 

프로그램은 끝났지만, 함께 글을 쓰는 인연이 새로이 생겼다. 우리는 100일간 매일 글을 한편씩 쓰는 약속을 서로에게, 또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때로는 느슨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정신없는 일상 속에서 약속을 빼먹기도 했다. 그 사이 100일이라는 약속된 시간은 어쩌면 무한정 길어진 시간이 됐고 우리는 이제 그냥글을 쓴다

 

혼자였다면 과연 열 편의 글이라도 쓸 수 있었을까. 우리가 함께 걷는 사이, 글은 우리의 일상이 되어갔다. 그리고 그 일상은 이전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빛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