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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이 가득한 하루를 보냅니다 :)

2024-02-05

언제부터 좋아졌을까,

아니, 언제부터 함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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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올려다보는 날이 유난히 늘어나는 요즘

잠깐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는 언제든지 올려다보고 있다.

밤이건, 낮이건,

낮에는 맑은 하늘에 여러 모양의 구름을

해 질 녘 로맨틱한 하늘의 색을

저녁에는 꼭꼭 숨어있는 달님을 찾고 있노라면,

하늘과 함께 시야에 꼭 들어오는, 초록이들 (지금은 알록달록이들)

예전부터 좋아는 했지만,

곁에 두면 늘 먼저 죽어나가 이 또한 스트레스였던 것들이

이제는 나도 연륜이 생겼는지

함께 있으면 서로 의지되는 것 같아

하나둘씩 곁을 내어주는 중.


"아이 둘에 워킹맘입니다. 주말 출근에 야근도 있어요. 박봉이죠."

라고 말하면 다들 짠-하게 쳐다보는 그 눈빛에

"괜찮아요! 그래도 하고 싶은 일 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는데,

요새는 하고 싶은 일과는 동떨어진 일들을 하느라

영- 재미가 없을 그때,

새로 맡은 업무 중 그나마 관심이 갔던,

식물과 함께하는 일상의 인문학

사실, 공모사업 규모 자체가 커서 고려할 사항이 많은지라

별로 탐탁지 않았으나 "식물"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한 번 해보겠다고 이야기한 후

2022년 하반기 아주 커다란 존재로 함께 했었다.


홍보를 시작하지 않았는데, 포스터 게시하자마자 마감이 되었던

이 프로그램은 정원을 훌쩍 넘긴 인원으로 시작하여,

일주일에 한 번 많으면 두 번씩 만나면서

함께하는 이들끼리 온정도 듬뿍 생겼다.

돌이켜보면 이 프로그램처럼 우여곡절이 많았던 프로그램이 없었는데,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굉장히 다이내믹했었다.

강연을 처음 시작하던 주,

아이들이 코로나에 걸려 집에서 아이들 안고 어르고 달래며

프로그램 준비를 하였고,

두 번째 탐방을 앞두고는 둘째의 폐렴으로 입원,

마지막 후속 모임은 이 프로그램을 맡기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던

가족여행으로, 아침에 출근하고 프로그램을 종료 후 여행에 합류했었다.


말도 많도 탈도 많았지만,

이 프로그램이 더 정이 갔던 이유는,

돌이켜보면 8년 근무하는 동안

독서동아리 외 동일한 참여자와 함께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긴 프로그램이었고 (3개월, 10회차)

프로그램 내 두 번의 탐방, 한 번의 체험이 함께 들어갔기에

쌓아둔 연차에 비해 새롭고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었다.


함께한 참여자들은, 매 회차마다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개인사로 인하여 프로그램에 불참하는 이들은

두 손을 맞잡으며 너무 아쉽다고,

늘 고생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 따뜻한 말 한마디, 눈빛들도

모두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이기에 그런 걸까라고 생각했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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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을 가기 앞서, 참여자의 연령대가 50~70대 어르신들이 많아

사전답사를 통해 안내문을 만들고, 오시는 길, 소요시간을 체크하고

진행 동선을 파악했던 날 들

변수도 많았고, 아쉬운 점도 많았지만

그만큼 남은 것들이 많았던 날.

그래, 다음번에는 이렇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던 날.

업무를 하며, 아무리 힘든 일이어도

배운 점이 있고, 다음번을 생각하게 된다면,

힘든 게 좀 덜 한 편인데,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종종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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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직접 흙은 만져본 적이 언제였던가.

집에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분갈이를 했을 때도

비닐장갑 꼭꼭 끼고 했었는데,

이렇게 맨손으로 흙을 만져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흙의 입자를, 식물의 뿌리를 오롯이 느낄 수 있기에

한 생명을 위해 '살살-' 어루만졌던 그날.

강연 이후 일정에 쫓기는 듯한 내 마음을

조금 다독여주는 시간이었달까-

집에서 키우는 식물뿐만이 아니라,

이제 눈길이 머무는 것들에 대하여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하였고, 더욱더 예뻐 보이기 시작했다.

책에 젖듯 식물에 스며드는 시간이 되실 거라고

따뜻한 말을 건네주신 서울 식물원 담당자와,

테스트할 때는 이상 없다가 강연 시작과 함께

속 썩인 컴퓨터에 재치 있게 넘겨주신 수목원 대표님,

아이가 아프다고 하니 강연은 신경 쓰지 말고 어서 들어가라고 했던 교수님,

도서관 강의 중 답십리도서관이 최고였다고, 사랑한다고 해주신 작가님,

그리고, 10회차 모두 참여하며 따뜻한 말 건네주신 참여자분들,

이 모두가 식물을 사랑하는 이들이기 때문이지 않을까.

앞으로 더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