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문 다큐 영화제] 굴뚝일화(逸話) -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

2023-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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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목욕탕 굴뚝입니다. 
신기하죠? 
도심 곳곳에 우뚝 솟은 굴뚝이라니요. 
부산에는 이런 높은 굴뚝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답니다. 
한때는 하늘을 향해 눈을 돌리면 제 친구들이 대여섯개는 기본으로 보였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드네요.

60년대, 70년대 한창 그때 부산 시내의 목욕탕이 한 1,400~1,500개였을 때 
연료를 벙커시유나 자동차 폐타이어, 나무 그런 거를 사용했을 때 
연기가 굉장히 많이 나기 때문에 그래서 높이 해야만 가정마다 인체에 해로움이 좀 없기 때문에 그렇게 돼서 높게 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목욕탕 굴뚝을 안전 문제 때문에 낮추거나 철거한다고 하네요. 이제 목욕탕 굴뚝은 애물단지가 된 걸까요? 굴뚝의 연기는 멈췄지만 아직 목욕탕의 온기는 여전합니다. 그럼, 부산의 동네 목욕탕 속으로 풍덩 들어가 볼까요?

어디 가세요?

오랜만에 목욕하러 갑니다.

목욕탕은 다닌 지 얼마나 되셨어요?
40년 정도 됐습니다.

목욕탕 가면 좋으세요?
좋지요, 친구들 만나고 또 좋은 얘기도 하고 살아가는 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좋습니다. 피곤한 몸도 달래주고.

듣기만 해도 정말 따뜻한 이야기들이 오가네요.
언제나 온기가 가득한 부산의 목욕탕은 언제부터 시작된 걸까요?

원래 한국인들의 목욕 방식은요 북방문화의 영향 탓에 한증식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이 한증 문화가 지금과 같이 이제 입탕하는 형태, 탕 안에 몸을 담그는 형태는 개항 이후 일본인들의 목욕 문화의 영향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점에서 이제 동래온천이 부산 지역민들에게 입탕식 목욕 문화를 전래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항 이후 1889년부터요, 일본인들이 동래온천을 개발하기 시작하거든요. 이후 1920년이 되면은 목욕 시설을 갖춘 여관들이 즐비하게 늘어서면서 한국에서 손꼽는 온천으로서 자리 잡게 됩니다.

당시 부산 인구가 13만명이었고 그 중에서 일본인이 4만 명이 살았다고 하네요.
연간 16만명이 동래온천을 방문했고 이들을 실어나르기 위해서 전차노선이 생겼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부산은 한국전쟁과 근대화 과정을 겪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도시가 팽창했던 도시였죠. 근데 도시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질 겨를이 없이 주거 밀집 지역이 생기고 또 산동네 집들이 형성되다 보니까 그만큼 욕실을 포함해서 거주 환경은 상당히 열악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산의 동네 동네마다 대외적인 목욕 시설이 꼭 필요했던 거죠.

한국전쟁으로 사람들이 몰려 급격히 성장한 도시이다 보니 주거문제 때문에 목욕탕은 꼭 필요한 공간이었네요.

부산 목욕탕이 발전한 이유는 산업과 큰 연관성이 있습니다. 60년대, 70년대 부산항이 대한민국 수출의 전진기지였기 때문에 신발과 섬유, 수산업 종사자들이 대거 부산으로 몰려왔습니다. 그래서 거기에서 근무하시던 분들이 하루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목욕탕에서 이제 묵은 때를 벗기셨죠. 그러면서 부산의 목욕탕은 문전성시를 이루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때수건이 부산에서 등장했습니다. 1967년도였고요. 그리고 90년대에는 처음으로 등밀이 기계라는 재미있는 목욕 도구가 부산 전역에 설치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부산에서 시작된 목욕 문화가 전국으로 퍼져나간 데에는 그만큼 부산의 목욕탕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목욕탕 숫자는 서울이 훨씬 많습니다만 인구 대비로 본다면 부산이 월등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때는 한 100명 정도 들어가도 그게 보통이고 손님이 많을 때는 150명 더 들어왔어요.

그 정도는 아니고

아이 그 정도로 들어왔어요. 옷장이 여기 다 차서
소쿠리가 얼마나 많은데… 

한꺼번에 150명은 못 들어오지. 그때는 일요일 되면, 명절 때가 되면 그 정도 되지. 명절에는 그렇게 돼죠. 막 가족끼리 오니까. 

여탕에는 바글바글했어요.

두 분 다투지 마시구요. 정말 빼곡하게 모여앉아 목욕하신 거잖아요. 이제는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을텐데.

사람은 정말 많았는데 그것보다도 그때 어린 마음에 저희 아버지가 소위 말해서 정산하던 기억이 나는데 그때 일 매출이 그때 뭐 이렇게 한 평균 한 30만 원 그런 얘기를 제가 들었던 기억이 나요. 근데 그때 저희 친구 아버지가 그때 월급이 대기업 다니셨는데 한 30만 원 했다고 들었거든요. 지금 비교해 보면 그때는 정말 돈을 많이 벌긴 벌었구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목욕탕 손님들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네요. 오늘 처음 목욕탕을 찾은 꼬마인가 봅니다. 많이 낯설고 또 재미난 풍경인가봐요. 엄마를 따라온 언니가 재미있게 놀고 있고요. 저마다 몸을 씻고 피로를 푸는 모습입니다.

동네 목욕탕은 민간이 운영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사적인 공간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이용하는 동네 주민들 입장에서는 목욕탕은 개인의 청결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동네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안부를 묻는 공공 공간의 성격을 가지기도 합니다.

한 40년 됐네요. (목욕탕) 지은 지가 오래됐으니까 지어가지고 그때부터 다녔거든. 제일 오래됐어. 

나는 그러면 저쪽에 현대탕 다니다가 여기 온 지 한 35년쯤 됐겠네.

제일 좋은 것은 첫째는 사람이잖아요. 사람! 사람끼리 마음이 맞아야만 그 집으로 발을 들일 수가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 두 사람이 인심도 좋고 사람들이 좋아서 오는 것 같아요.

아 그런 면이 많지. 아무리 물이 좋고 시설이 좋아도 사람이 안좋으면 안가거든.

그 당시에 목욕 오면 목욕하는 게 목적이 아니었고 평상에 앉아서 장기도 두고 바둑도 두고 있었던 이야기, 택시회사 직원들 많이 오고 이런 서로서로 이웃에 나눌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을 목욕탕에 와서 만나서 하는 그 만남의 광장이에요. 한마디로 말하면.

각 동네마다 아줌마들이 모이는 카페 문화가 출현하기 전에 그 기능을 목욕탕 탈의실이라든지 휴게실이 담당했다고 보시면 되죠. 
서로 등도 밀어주고 또 동네 돌아가는 온갖 뉴스가 목욕탕 아니면 이발소 아니면 미장원밖에 더 있어요? 거기서 동네에 이런저런 어떤 커뮤니케이션이 지금은 이제 동네 카페로 이렇게 바뀌어 버린 거죠.

저도 아들만 둘인데 물려주고 싶죠. 물려주고 싶어도 지금 뭐 사실 자기들이 직장을 가나 장사를 하나 사실 목욕탕 워낙 안 된다 해도 이것만큼 벌이가 되거든요. 그래서 또 자식들이 물려받겠다 하면 내가 다 봐주고 잘해줄 수 있는데 요즘 알다시피 자식들이 그렇게 돈에 관심이 없고 부모 재산에 관심이 없고 자기들 위주로 하려 하기 때문에 저희 자식들은 안 하려 합니다. 그래서 내 선에서 워낙 45년 동안 고생을 해서 집사람과 마무리하려고 나도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부분입니다.

이 목욕탕은 그러면 다 없어질까? 천만에! 쉽게 말해서 40대 좀 넘은 50대에서부터 스타트를 해서 이 문화. 어느 정도 목욕값이 안 아까운 사람들은 아직도 목욕탕에 가지 집에서 잘 안 씻으려고 해요. 운영이 돼.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사실 목욕탕은 사양 산업이다 이런 얘기를 많이 했는데 저는 좀 생각이 좀 달랐습니다. 이게 변화를 못 했을 뿐이지 사실은 목욕이라는 자체가 사양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을 했거든요. 자기 스스로를 힐링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은 제가 단언컨대 목욕탕만한 곳 밖에 없을 겁니다.

젊은 층은 공동생활이나 공중목욕탕에 대한 인식이 이제 청결, 쾌적 이런 부분에서 좀 아무래도 부족하다고 느낀 경향이 좀 많은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한 번 안 가게 되면 이제 계속 두세 번 안 가게 되고 하는 것도 분명히 있는데 그냥 말 그대로 좀 더 효율적으로 운영하려고 계속 생각하다 보니까 남탕에 들어가는 수고에 비해서 비용에 비해서 이윤이 그렇게 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빠른 시간 내에 좀 정리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이 좀 강했고 그러다 보니까 시간을 좀 줄이는 게 오히려 경제적으로는 더 효과적이겠다, 내 시간도 좀 벌 수 있고 또 낭비되는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젊은 친구들이 목욕탕과 더 친숙하게 지낼 수 있도록 부산의 목욕 문화를 알리고 콘텐츠로 만드는 분들도 계시다니 정말 반가운 이야기네요.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팝업스토어를 목욕탕에서 운영을 한다든지, 아니면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어떤 세계관을 가진 캐릭터들을 개발해서 목욕이라는 것을 더욱 친숙하게 한다든지 그런 활동을 하면서 젊은이들을 목욕탕이라는 콘텐츠, 문화 콘텐츠에 더욱더 관심을 가지게 하는 그런 역할을 하고요. 나아가서는 목욕이라는 것이 몸을 깨끗이 씻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하루의 일상, 오늘의 일상을 더욱 매끄럽게 보내고 싶어 하는 어떤 새로운 공간, 정화되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기 위한 콘텐츠 사업들을 계속해서 할 계획입니다.

목욕탕을 너무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니까 이게 제가 하고 있는 사업이라서 이걸 살려달라 이런 게 아니고, 진짜 목욕탕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어떤 공공적인 측면이라든지, 아니면 우리만의 독특한 목욕 문화에 대한 어떤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동네 목욕탕을 하시고 계시는 분들이 그렇게 쉽게 포기하지 않고, 다들 그렇게 사명감이 있기 때문에 또 열심히 운영을 해 나가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자, 이제 할아버지들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시네요.

따뜻한 목욕탕에 몸을 기대면, 일상에서 쌓인 스트레스와 고단한 일들은 어느새 사라질 거예요.
잊지 마세요. 낡고 오래된 동네 목욕탕은 사라지고 있지만, 목욕 문화는 사라지지 않아요.
제 소망은 오늘도 당신의 일상이 매끄러워지는 거예요.

굴뚝일화(逸話) -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

연출: 목지수 프로듀서: 정지현 시나리오: 안지현, 임나현

촬영,편집: 문성웅 모션그래픽: 정지현 일러스트: 강마레

음악: 최정현 운영: 심문경, 정지원

출연: 김 승, 이승헌, 이강훈, 이쌍판, 이영훈, 강다운, 이병원, 김순이, 안지현, 김복자, 유영래, 박차순, 이용교, 이정석

기획 의도

부산의 하늘을 둘러보면 자연스럽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목욕탕 굴뚝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습니다. 부산의 산업과 주거환경의 변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동네 목욕탕을 밀어내고 있습니다. 현재 부산에는 약 500여 개의 동네 목욕탕이 남아있습니다. 동네 목욕탕. 부산에겐, 부산 사람들에겐 어떤 의미일까요?

<굴뚝일화 -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는 사라져가는 부산의 동네 목욕탕을 단지 하드웨어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동네 목욕탕이 부산의 동네 곳곳에 자리를 지키며 만들어낸 ‘따뜻한’ 문화와 커뮤니티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부산의 동네 목욕탕은 하루의 일상을 매끄럽게 씻어내고, 이웃 간의 정겨운 소통의 장으로 역할 해온 우리가 소중히 지켜야 할 자랑스런 문화자산이었고, 지금은 그 숫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주민 누구나 나이, 직업, 신분에 구애받지 않고 벌거벗고 ‘익명의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자 주민 누구나 동네의 사랑방처럼 대화 나누고 서로의 등을 밀어주던 동네목욕탕. 사라져 가는 이 공간의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줄거리

이제 그 기능을 다하고 홀로 우뚝 서 있는 목욕탕 굴뚝이 부산의 동네 목욕탕의 상징으로 남아서 목욕탕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다른 지역보다 목욕 문화가 빠르게 발전한 부산의 목욕탕 문화는 일제 강점기 이전 일본인들이 동래온천을 관광단지로 개발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입탕 문화가 없없던 우리 나라에 일본인들의 영향으로 목욕탕이라는 새로운 공간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한국전쟁 이후 부산은 대한민국 수출기지인 부산항을 중심으로 방직, 신발, 수산업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이들의 열악한 주거 환경은 공중 목욕탕 붐을 불러일으켰다. 1967년 세계최초의 때수건 개발, 1990년 대 등밀이 기계 등장을 비롯해 부산은 독특한 목욕문화를 만들어냈다. <굴뚝일화 - 부산의 동네 목욕탕 이야기>에서는 한 때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했던 부산의 동네 목욕탕의 전성기를 기억하는 목욕탕 주인과 관련 산업 종사자, 이를 연구하는 대학 교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동네 목욕탕은 이발소, 미용실과 함께 이웃을 만나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소통과 교류의 장이었다. 특히, 목욕탕은 신분이나 지위와 관계없이 누구나 벌거벗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익명의 공간이다. 90년대를 정점으로 이러한 소통 공간인 동네 목욕탕은 주택과 아파트 중심의 주거 변화로 인해 감소세를 보이게 된다. 그리고, 최근 불어닥친 코로나의 여파로 목욕탕 운영은 심각한 위기를 겪게 된다. 많은 목욕탕이 폐업을 이어가고, 이제 약 500여 개가 남은 상황.

하지만 동네 목욕탕을 살려보기 위한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가업을 물려받은 2세들은 목욕탕 운영에 마케팅 기법이나 서비스 경영을 도입하여 손님들에게 만족을 선사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물리, 청결 등에도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동네 목욕탕을 이용해 보지 못한 MZ세대들에게 부산의 동네 목욕탕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팝업 목욕탕 등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만들어가는 젊은이들도 있다. 목욕탕은 줄어들지만 목욕 문화는 사람들을 떠나지 않는다.

이**

2023-12-07

어렸을적 아버지랑 목욕탕간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굴뚝보면 추억이 떠오르는것 같아요
#추억

김**

2023-12-19

어렸을때에 매주 아버지와 동생이랑 갔었는데 다시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ㅎㅎ(6416)

김**

2023-12-27

옛날 기억들이 나며 눈을감으면 그때 시절의 행복함이 몰려오네요
https://m.blog.naver.com/ejfxlaos1/223304971190?afterWebWrite=true

#행복

이**

2023-12-28

부산에 살고 있는데 요즘들어 동네 목욕탕 굴뚝이 잘 안보이는 듯 합니다~~~~~~~~~~~~~~~~~~~~~~~~~~~~~~~~~~~~~~~~~~~~~~~~~~~~~~~~~~ 대표적으로 영도에 카페220볼트라고 목욕탕을 개조한 카페가 있는데 한번 가보시길 바랍니다. #부산스러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