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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지는 말들

백승주

2022-10-24

미끄러지는 말들

백승주 지음/타인의사유/2022년/15,000원


 

구어, 지역방언, 신조어, 노동 현장의 언어, 이주민의 한국어… 

한국어가 아닌 한국어‘들’로 

지금, 여기를 낯설게 살펴보다 


‘오함마’에서부터 ‘할말하않’까지 ‘뭔가 다른 말들’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회언어학자의 일상 언어 관찰기.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하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외계인’의 눈으로 살펴본다면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우선 하나의 언어, 하나의 영토, 하나의 민족이라는 삼위일체의 신앙에서 벗어나는 수많은 한국어‘들’을 새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일단 이런 한국어‘들’을 발견하게 되면 다음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다라이’ ‘벤또’ ‘빵꾸’ ‘구루마’ 같은 말들은 식민 시대의 잔재인 일본어일까, 지역방언일까? ‘미싱’이나 ‘오함마’, ‘공구리’ 같은 노동 현장의 언어는 꼭 순화되고 고쳐야 하는 언어인 걸까? 


이 땅에 존재하는 250만 이주민들의 언어(와 그 차이)는 한국어로 볼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위와 같은 수많은 ‘왜?’에 대한 의심과 탐구로 채워져 있다. 그럼으로써 성별도, 연령도, 계층도, 국가도 모두 다른 다종다양한 언어 사용자와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회, 이를 둘러싼 삶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섬세하게 들여다본다.


 『미끄러지는 말들』 책소개/출처: 교보문고



 사회언어학자 백승주 선생의 책은 순수한 언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제를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언어는 인간의 사회적 행위이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관계처럼 울퉁불퉁한 모습을 띠고 있다. 선생은 이 책에서 늘 미끄러지고 유예되는 말들의 의미가 감추고 있는 인간들 사이의 관계, 사회적 관계를 보여주려고 한다. 따라서 선생의 관심은 언어에 대한 아카데믹한 관심에 머물지 않고, 언어와 사회, 역사, 문화, 정치가 맺는 더 포괄적이고 함축적인 관계를 향하고 있다. 특히 이 책은 우리말이 차별과 혐오, 배제로 기능하는 방식을 고찰하면서 그것을 가능하게 한 사회, 문화, 역사적 배경을 살펴본다. 이러한 검토는 단일한 국어에 대한 상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데서 출발한다. 단일한 국어의 상상은 방언 및 방언을 사용하는 이들에 대한 억압으로 기능하기도 하고, 한국어를 제대로 모르는 이주민들을 차별과 재난에 위험하게 노출시키기도 하고, 은어나 신조어를 불순한 것으로 배제하는 기능도 한다. 선생은 이 사회언어학적 테제를 안타깝고 가슴이 뭉클한 이야기들로 전달하고 있다. 한국어를 모르는 네팔 이주노동자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라면집에서 라면을 시켜먹은 뒤 돈이 없다는 사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 무려 6년간이나 정신병동에 갇혀 지내게 된 사연이 그렇다. 가난한 나라의 유색 이주민이 한국어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것은 말 그대로 질병으로 치부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1956년 5월 18일 생물 수업을 마친 뒤 비행장 인근 봉우리에 묻힌 형님의 뼈를 찾아가라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수많은 뼈들의 무덤을 헤매다가 아무 뼈나 들고 가서 형님의 묘역에 묻게 되는 한 제주민의 일기는 ‘속솜허라’(조용히 해라)는 제주 방언에 담긴 학살의 기억을 담담하게 전해준다. 에필로그에서 선생은 첫 번째 직장에서 대다수 여성 동료들이 나누던 자매들의 언어가 어떻게 연대와 돌봄의 언어로 기능했는지 환기하고 있다. 그것은 합리, 효율, 경쟁력이라는 이름들 아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남자의 언어에 대한 성찰을 표현하는 맺음말이다.

 

 

 

▶ 추천사: 진태원, 성공회대 연구교수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2 <10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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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승주

국어학자/국문학자, 언어학자
1976년 한국의 변방 제주에서 나고 자랐다. 제주의 작은 방에서 보르헤스와 로맹 가리, 롤랑 바르트, 고종석이라는 이름을 가진 선생들을 만나 세상에 대해 읽고 쓰는 법을 배웠다. 섬을 탈출해 육지로 건너와서는 서강대학교 한국어교육원에서 10년 동안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다. 이 시간 동안 한국과 한국어를 타자의 눈으로 보는 법을 익혔다. 지금은 전남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어교육학과 사회언어학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어느 언어학자의 문맹 체류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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