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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 기분

김봉곤 소설집

김봉곤

2020-06-15


 시절과 기분 김봉곤 소설집 창비 

김봉곤/창비/2020/364쪽/14,000원



나는 상경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촌스러운 내 옷들과 함께 내 말투를 버렸다. 그다음은 옛 친구들이었다. 그들을 향한 기만의 달콤함과 배덕의 재미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나는 대부분의 사람과 연락을 끊었고 고맙게도 시간과 거리가 나를 대신해 끊어주기도 했다. 듣기 싫은 소리를 듣기 싫었고, 껄끄러워지고 싶지 않았고, 화내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내가 없어지는 쪽을 택했다. 내가 선명해지는 동시에 내가 사라지는 기분은 아주 근사했다.

『시절과 기분』 40~41쪽



김봉곤의 소설에는 사랑의 느낌을 좀처럼 숨기기 어려운 사람들, 먼저 고백하고 먼저 버려지는 사람들,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을 알면서도 그 사랑에 모든 것을 거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사랑에 소모되는 그 어떤 에너지도 아까워하지 않는 김봉곤의 인물들은 다정다감하고 유머러스하고 위트가 넘친다. 사랑할 때 늘 더 많이 상처받는 쪽이지만, 결코 타인에게 먼저 상처주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애태우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지만, 끝내 나 자신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걱정하고, 더 많이 상처받는 쪽을 택하는, 해맑기 그지없는 사람들. 그들이 만들어가는 세상은 왠지 어제보다 더 환하고, 따스하고, 아름다워진 것만 같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김봉곤의 인물들이 지닌 따스함은 오래오래 독자들의 가슴 속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게 한다.


추천사 : 정여울(『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저자)


○ 출 처 : 책나눔위원회 2020년 <6월의 추천도서> 문학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Detail.do?currentPageNo=1&tabNo=0&childPageNo=1&postIdx=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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