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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세이 다섯 번째 : <엄마, 우리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잖아>

2021-11-11

 

안녕하세요 인생나눔교실입니다.

 

인생나눔교실의 나눔에세이 다섯 번째 시간.

 

'대중문화로 보는 세대 갈등과 공존'을 주제로

박초롱 작가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나눔에세이 다섯 번째 부모 자식 관계도 서로에 대하 이해하려는 '노력'과 '예의'가 필요한 '관계' 엄마, 우리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잖아 매거진 딴짓 박초롱 작가 편 인생나눔교실

 

 

 

"부모 자식 관계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예의'가 필요한 '관계'"

<엄마, 우리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잖아.>


박초롱 작가

자신만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사람들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매거진 <딴짓> 대표 / 출판 편집인

 

 

"엄마, 우리 같이 나이 들어가는 처지잖아."

 

엄마 나이 62살, 내 나이 35살. 이십 년 전이었으면 ‘공부하는 딸과 젊은 엄마’로 보였을 것이고, 십 년만 전이었더라도 ‘사회생활 막 시작한 딸과 중년의 엄마’로 보였을 것이다. 가끔 늘어가는 엄마의 흰머리와 반질거리는 내 피부를 보면서, 내가 엄마의 젊음을 빨아먹고 성장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우리가 같이 늙어가는 나이에 접어들었다는걸. 엄마는 내게 뼈 붙는 데 좋다는 국을 보내왔고(나는 최근 무릎 수술을 했다.), 나는 엄마에게 관절에 좋다는 영양제를 보냈다. 삼십 대 중반을 넘어가며, 엄마와 나의 관계도 많이 변했다.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보며 나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옆 사람을 착착 때리며 “내 말이, 저 말이야!”를 반복했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황혼의 삶을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중 한 명인 장난희(고두심)의 딸 박완(고현정)의 시선에서 그린 드라마다. 37살의 박완은 엄마의 삶에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다 엄마의 동문회에 따라가면서 엄마의 친구들과도 깊게 얽힌다. 죽어도 길 위에서 죽는다며 세계 일주를 꿈꾸는 할머니, 한때 모델로 잘 나갔던 쿨내나는 할머니, 칠십대에도 연애를 하겠다는 할아버지들 사이에서 “진짜 왜 저래?”를 반복하며 산다. 세대 차이가 나는 만큼 화나는 일도 적지 않다. 내가 엄마, 아빠랑 다닐 때 자주 하는 말이다. 

 

 

'꼰대'들의 유쾌한 인생찬가 tvN10주년 특별기획 디어마이프렌드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진짜, 왜 저래?”

 

부모 세대와 같이 늙어가며 “진짜, 왜 저래?”를 말하는 일이라면 이 책도 생각난다. 곽민지 작가의 <걸어서 환장 속으로>다. 패키지여행만 떠나본 환갑의 부모님과 비혼의 30대 딸이 떠난 해외 자유여행 이야기다. 착한 딸이라는 말에 어깨 승천하며 떠나기엔 책 제목대로 ‘환장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너무 많다. 여권을 잃어버리고, 사진 찍는다고 세월아 네월아 걷는다. 아빠와 둘이 제주에서 배낭여행을 했던 기억과(게스트하우스에도 잘 잔다고 큰소리치던 아빠, 밤새 뒤척거리는 거 다 봤다.) 엄마와 둘이 지리산 종주를 했던 추억이(엄마 체력이 나보다 좋다는 걸 그때 알았다.) 떠오른다. 

 

그래도 <디어 마이 프렌즈>가 그랬던 것처럼 <걸어서 환장 속으로>도 훈훈하게 마무리된다. 투닥거리고, 붙어 있고, 다시 화해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니까. 부대껴봐야 서로를 잘 이해하게 되니까. 싸우지 않는다고 해서 관계가 좋은 게 아니라, 싸우고 화해하기를 반복하는 게 오히려 더 깊은 관계에 가까울 수도 있으니까.

 

 

걸어서 환장 속으로 엄마아빠, 나만 믿고 따라와요 세 식구가 떠나는 삼인사각 스페인 자유여행

<걸어서 환장 속으로> 표지 (출처 : 네이버 책)

 

 

부모와 자식. 우리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잘 알까? 나는 십 대 이후로 방문을 닫고 지냈고, 이십 대 후반 독립하기 직전까지 부모님과 별로 대화를 하지 않았다. 거의 하우스메이트나 다름없었던 십 년보다,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투닥거리며 사는 지금의 관계가 더 친밀하게 느껴진다. 나이가 들고서야, 부모 자식 관계도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노력’과 ‘예의’가 필요한 ‘관계’라는 걸 알게 된다. 

 

나이 들며 맺는 부모 자식 관계. 거기서 이전과 다른 게 있다면 아마 비혼을 고수하는 자식과 부모가 함께 늙어가는 풍경을 더 자주 볼 수 있다는 게 아닐까?

 

 

tvN 10주년 특별기획 디어마이프렌즈

<출처 : tvN 공식 홈페이지>

 

 

할머니 말마따나 ‘순리대로’ 산다면 엄마가 내게 젊음을 먹여가며 늙어갔던 것처럼 나도 내 자식에게 허리 건강을 내어주며 나이 들어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엄마의 젊음을 쪽쪽 빨아먹고 자란 나는 그게 얼마나 고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비혼을 고수한다. 돌봐야 할 자식이 없는 삼십대의 나는, 대신 같이 늙어가는 엄마를 돌보게 된다. 친구처럼. 그래서일까. 나는 자식의 자식, 그 자식의 자식으로 길게 이어지는 정상가족에 대한 드라마보다 나이 든 엄마와 결혼하지 않는 자식이 투닥거리며 지내는 이야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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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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