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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세이 첫 번째 : <우리, 서로의 맥락을 읽자>

2021-08-19

 

안녕하세요. 인생나눔교실입니다.

 

'세대 공존, 다름의 가치'를 주제로 한

인생나눔교실 나눔 에세이 첫 번째.


매거진 <나이이즘>의 박의나 편집장

이야기를 함께 확인해보도록 해요!

 

 

나눔에세이 첫 번째 엄마는 한 번도 방을 가진 적 없다 우리, 서로의 맥락을 읽자 매거진 나이이즘 박의나 편집장 편 인생나눔교실

 

 

"엄마는 한 번도 방을 가진 적이 없다."

<우리, 서로의 맥락을 읽자>


박의나

나이와 세대 문화를 화두로 삼는 매거진 <나이이즘> 발행인. 

<나이이즘>은 나이 위계 없는 평등한 문화와

괜찮은 나이 듦의 방법을 모색해나가는 비정기 간행물로,

10대부터 70대 이상까지 다양한 세대의 이야기를 담는다.

 

 

“주말인데 뭐 하고 있었어?”

“다 못 끝낸 일이 있어서 일하려고.”

“그래, 근데 할 거 없으면 대청소도 좀 하고 그래. 방도 한 번 싹 닦고 (어쩌고저쩌고)”

“아니 지금 일한다니까?”

아이고, 알았다. 어디 무서워서 딸한테 무슨 말을 하겠어?

 

 

휴대폰

 

 

지난 주말 모친과의 전화 통화다. 특별할 것도 없는, 흔하게 반복되는 패턴의 다툼이다. 집안일을 살뜰하게 돌보는 걸 중요시하는 엄마는 ‘살림에 재미를 붙여봐라’, ‘돈 몇 푼 더 벌면 뭐 하냐, 이렇게 살림 살면 돈이 다 샌다’라며 잔소리를 하곤 한다. 그러나 나에게 살림은 최소한의 노동력 소비로 최소한의 안락함만 영위하면 되는 영역이다. 물론 인간다운 삶을 위해서 꾸준하게 요리하고, 치우고, 닦고, 정리하고를 반복하지만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더 잘 해낼 생각도, 그러기 위해서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싶은 마음도 딱히 없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일을 더 하고, 일이 아니라도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며 잉여력이나 발산하고 싶을 뿐이다. 그런 생활이 사치와 게으름으로 보일 뿐인 엄마와 나는 좁혀지지 않는 팽팽한 평행선을 걷는다. 주변 얘기를 들어보면 다 큰 딸과 늙어 가는 엄마 사이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싸움의 패턴이다.

 

 

뒷모습

 

 

너그러운 성정을 지니지 못해 발끈할 때가 많지만, 사실 나이가 들수록 엄마의 그런 면이 이해된다. 집안을 돌보고 알뜰하게 살림하는 건 엄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성취였을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이룬 성취일 수록 더 큰 가치를 부여하기 마련이니까. 다 크다 못해 늙어가는, 그래서 이래라저래라 하기 힘든 자식에게 유일하게 ‘이것만큼은 내가 더 잘 알지’라며 말을 보탤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할 테고. 그런 생각을 하면 순하게 받아주지 못하고 짜증을 내는 내가 너무 속 좁게 느껴진다. 물론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면 또 성질내겠지만.

 

모든 인간은 저마다 복잡하고 다면적이다. 그래서 타인을 이해하는 데는 맥락이 중요하다. 그 사람이 어떤 생을 살았는지, 어떤 삶의 배경이 어떤 가치관과 행동으로 이어졌는지를 가늠하다 보면 수용까지는 못 하더라도 이해는 하게 될 때가 있다. 행동은 비난하고 욕하되, 행동의 맥락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방바닥

 

 

언젠가 SNS에서 비슷한 경험담을 본 적이 있다. 자신의 방을 불쑥불쑥 열고 들어오는 엄마 때문에 화가 치밀었는데, 생각해보니 엄마는 단 한 번도 자기 방을 가져본 적 없었기 때문에 타인(자식도 당연히 타인이다)의 개인 공간을 존중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것 같다는 글이었다. 이처럼 상대방이 살아온 삶의 맥락을 읽는 순간, 방에 허락 없이 침입하는 엄마를 향한 짜증에 연민의 마음도 함께 스민다.

 

애정이 바탕에 없는 관계라도 마찬가지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거나 통화하는 노인은 어떤가. 옆 사람들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는 그 행위에도 숨은 맥락이 있다. 나이가 들면 청력이 퇴화하는 경우가 많다. 노년 난청은 매우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잘 들리지 않으면 자연히 발화되는 목소리도 커진다. 물론 공공예절의 문제도 있겠지만, 그 어찌할 수 없는 생로병사를 떠올리면 생판 남이라도 조금은 너그러움을 발휘할 수 있다.

 

모든 세대를 촘촘하게 혐오하는 신조어를 만들어내고 신나게 저격하는 시대다. 그 혐오 안에는 타인의 맥락을 들여다보려는 일말의 노력조차 없이 단면으로 평가하고 심판하려는 마음만 바글거린다. 평가는 쉽고, 심판은 재미있으니까. 하지만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저 세대는 왜 그렇게 생각할까’라며 맥락을 따라가다 보면, 삶이 훨씬 풍요롭고 다정하게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맞잡으려는 두 손

 

 

물론 맥락 읽기는 쌍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혹은 단단하고 깊게 묵은 가치에서 새순을 틔우는 곳으로 향했으면 한다. 일방적으로 이해만 받기를 바란다면 그건 나이 위계를 내세운 강압일 뿐이다. 젊은 네가 이해해야 한다고, 이 나이에는 생각이 굳어서 변하지 않는다고 자기변명을 앞세우지는 말자. 더 젊고 더 많이 배운 내가 틀릴 리 없다는 자만도 좀 내려놓자. 그러지 않으면 우리 사이의 맥락은 실종되고 평행선은 더 넓어질 뿐이니. 우리는 각자 다른 차원이 아니라 같은 평면 위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인생나눔교실 함께 나누는 인생, 함께 누리는 행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나눔에세이 첫 번째 : <우리, 서로의 맥락을 읽자>' 저작물은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COPYRIGHT (C)2015 Arts council Korea. ALL RIGHT RESERVED.

 

■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  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의  지역협력부 02-739-3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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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나눔교실 http://blog.naver.com/arko2010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관하는 인생나눔교실은 급격한 변화의 흐름 속에서 다양한 갈등을 겪고 있는 사회구성원들이 상호 공통의 상식과 문화를 만들어가며 다시 공동체 안에 기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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