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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거리들의 향연

한국잡지박물관

인문쟁이 이소은

2017-12-26

미용실에 가면 꼭 우먼센스, 쎄씨, 주부생활 등의 여성용 잡지가 있었다. 그래서 기다리는 동안 잡지를 읽고, 그 잡지를 들고 거울 앞으로 머리를 자르며 목을 뻣뻣이 세우고 있는 와중에도 틈틈이 눈을 내리깔아 펼쳐놓은 잡지를 읽으면서 파마를 하곤 했다.


가벼운 이슈들과 연예인 가십들, 패션 트렌드 등 일반인이 관심을 가질 만한 컨텐츠들이 있어 머리하는 시간이 지겹거나 지루하지 않았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부모님께서 과학에 대해 더 알라며 과학 잡지를 신청해 주시기도 했고, 반 친구들 다 같이 매월 발행하는 만화 잡지를 사서 돌려 보기도 했다. 부록으로 귀여운 만화 캐릭터들이 나와서 그 소장 욕구 때문에 잡지를 구매한 적도 많았다. 처음에는 잡지를 무심하게 읽다가도, 읽다 보면 빠져들어 읽게 되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건 마음속에 새겼다. 아마 필자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잡지에 대한 추억이나 떠오르는 생각 하나 쯤은 있을 것이다. 때마침 11월 1일이 ‘잡지의 날’이라는 정보를 확인하니, 잡지 하나 펼쳐놓고 가볍게 읽고 싶어졌다.

 

잡지 역사와 출판중인 수많은 잡지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곳

 

한국잡지협회

잡지정보관에 전시 중인 잡지1잡지정보관에 전시 중인 잡지2

 ▲  한국잡지협회 / 잡지정보관에 전시 중인 잡지


11월 1일은 잡지의 날이다. 한국잡지협회가 우리나라 최초의 잡지인 최남선의 「소년」지를 창간한 날을 기념하여 정한 날이다. 한국잡지협회 지하 1층에는 한국잡지박물관이 있다. 잡지와 관련된 자료를 보존하여 미래세대에게 전한다는 목적 아래 만들어졌다고 한다. 잡지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약 5000권의 잡지와 그 안에 들어있는 다양한 컨텐츠들은 테이터로서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잡지박물관에 가보니 입구에는 전 국민 잡지읽기 수기공모에 당선된 사람들의 경험담이 전시되어 있었다. 잡지전시관에는 시대별로 잡지를 나열하는 식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 맞은편에는 수많은 잡지들이 카테고리별로 구분되어 있어, 자신이 원하는 잡지를 찾고 읽기 쉽도록 했다. 사실 주의를 끌만한 굉장히 흥미로운 전시는 아니었지만, 잡지의 역사를 보여줌으로써 시민들에게 잡지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리 옆에 있었는가를 느끼게 하고 있다. 

 

잡지 역사 전시관 모습 / 제1기 태동기 / 제2기 무단통치시기(1910-1919)

제3기 문화통치표방시기(1920-1936) / 제4기 친일언론강요기(1937-1945) / 제5기 해방초기(1945-1950)

 ▲ (상) 잡지 역사 전시관 모습 / 제1기 태동기 / 제2기 무단통치시기(1910-1919) / 

(하) 제3기 문화통치표방시기(1920-1936) / 제4기 친일언론강요기(1937-1945) / 제5기 해방초기(1945-1950)


잡지의 100년 역사는 크게 10기로 분류할 수가 있다. 계몽과 개화를 위한 잡지가 많이 등장했던 1기,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특성 때문에 문예지, 종교지 위주의 잡지가 등장했던 2기, 문화정치로 인해 종합지, 민족주의와 사회주의 계통의 잡지가 많이 등장했던 3기, 한글 잡지는 폐간되고 친일 위주의 잡지가 발행되었던 4기는 그야말로 암흑이었다.

해방 이후 등장한 여성잡지, 「항공조선」, 「국제보도」 등의 특수지 등을 통해 맞이한 5기부터 잡지는 점점 다양해졌다. 그 이후 6기에서 개성적인 잡지들이 많이 등장했다. 7기에서는 본격적으로 경영인들에 의해 잡지가 운영되기 시작했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주간지가 성장했다. 그러나 전두환 정부에 의한 언론통폐합을 단행했던 8기에선 정기간행물 12%의 등록을 취소하며 언론이 위축되었다. 하지만 1988년 이후 언론이 자율화된 9기에는 잡지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전문잡지가 성장했다. 현대 10기에는 기술 발전에 따라 오프라인으로 판매되었던 잡지들이 온라인으로도 발행되며 잡지 매체가 다양한 오락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지난 100년의 잡지 속에는 한국 근현대사의 흐름이 그대로 녹아있다. 즉, 우리나라의 사회적 압박, 탄압, 부흥의 역사는 물론 산업화, 기술발전 등의 시대적 변화가 바로 잡지의 태동과 성장, 발전의 흐름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잡지의 오늘과 내일

 

잡지박물관 명예의 전당

 ▲ 잡지박물관 명예의 전당


우리는 주어진 정보들을 다 받아들이고 수용했던 옛날과 다르게 정보의 과잉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에 드는 컨텐츠를 선택하여, 스스로 필요한 전문지식을 쌓아가는 용도로써 잡지 소비 방식이 변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 보도의 형태에서 벗어난 전문지들이 많이 나와 잡지만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특히나 인터뷰와 관련한 부분에서는 빠르고 정확하게 사실을 전달해야 하는 일반적인 기사들과는 달리 좀 더 전문적이고 심층적인 대화가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확실히 잡지의 특별한 매력이 돋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미용실에서 읽었던 쎄씨, 우먼센스나 바자, 코스모폴리탄 등 사회문화적 트랜드를 반영하고 이끌었던 잡지들은 이제 온란인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어떤 잡지에, 어떤 기사가 실려 있는지 아는 것이 수고스러웠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포털 사이트와 연결된 기사를 간단하게 클릭 몇 번으로 쉽게 만날 수 있다. 다시 말해, 잡지를 읽지 않던 소비자들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잡지박물관을 돌아보며 긴 호흡으로 읽는 것에 익숙하지 않는 현대사회의 현재 모습을 잠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잡지’라는 단어가 주는 다양성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여러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들, 광범위한 이슈를 담는 개성적인 매체로서의 잡지에 대한 소개가 보다 세부적으로 구분되지 않은 ‘잡지박물관’의 구성에 대해서는 조금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른 매체들과 다르게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잡지가 앞으로도 더 다양하고 독특한 컨텐츠로 시민들에게 찾아갔으면 좋겠다.




사진= 이소은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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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은
인문쟁이 이소은

2018 [인문쟁이 3기]


이소은은 경기도 군포시에서 살고있다. 대학 4학년에 재학중이다.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고 찾는 것을 좋아한다. 그 어떤 곳에서도 배우려고 하는 마음가짐으로 매일매일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인생이란 인문 그 자체라고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으며 인문쟁이를 통해 많은 재미있는 것들을 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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