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인문360인문360

인문360

인문360˚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나누는 시간

춘천, 일시정지시네마

인문쟁이 김지영

2017-09-04


봉준호 감독의 신작 <옥자>는 대형 멀티플렉스의 보이콧 선언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었다. 배급사와 대형 멀티플렉스의 이익 다툼 사이에서 정작 관객들은 소외되는 꼴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신작을 영화관에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많은 관객은 실망했지만, 그동안 멀티플렉스에 밀려 있던 중소형 영화관과 독립영화 상영관에서 <옥자>의 상영이 이뤄졌다. 다양성 영화를 지향하며 소수의 관객이 즐겨 찾던 독립영화 상영관은 <옥자>의 상영으로 인해 문전성시를 이루게 되었다. 하지만 다양성의 선택지에서 또 한 번 소외되는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지역이었다. 지역과 서울의 문화적 차이는 불편함을 넘어 문화적 격차로 나타나기도 한다.


일시정지시네마 간판 ⓒ김지영 입구2 ⓒ김지영 / 티켓부스ⓒ김지영

영상전시 담벼락너머 ⓒ 김지영영상전시 담벼락너머 로비ⓒ 김지영

 ▲ 일시정지시네마 내부  / 영상전시 담벼락너머 ⓒ김지영

 

잠시 멈추고 삶을 돌아보는 곳, ‘일시정지시네마’

 

독립영화, 인디 문화로 표방되는 다양성은 아이러니하게도 ‘다양한’ 곳에서 접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춘천 또한 <옥자>는 물론, 다양성 영화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대안 영상문화 공간으로 2016년 5월에 문을 연 ‘일시정지시네마’는 무더위에 내리는 소나기처럼 반가운 존재였다.

평소 접하기 어려웠던 다양한 단편 영화들이 종일 상영되기도 하고, 영화를 만든 감독과 영화를 관람한 관객들이 마주하며 담소를 나누고, 영화 애호가들의 놀이터가 되기도 하는 공간. 무더위가 시작된 여름에 찾아간 일시정지시네마는 영화 상영을 잠시 멈추고 7월 17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될 영상전시 ‘담벼락 너머’의 준비가 한창이었다.

흔히 알고 있던 영화관의 모습과는 다른 소박하고 특별한 분위기에서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직접 만든 자그마한 티켓박스, 로비 한 쪽에 진열된 오래된 비디오들, 누구나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는 영화 서적들까지. 영화에 대한 애정이 작은 공간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열정적이고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 찬 유재균 대표와 18석 규모의 작은 극장이 쌓아나가는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일시정지시네마 로비2 ⓒ김지영영화 서적들 ⓒ김지영

오래된 비디오들 ⓒ김지영 / 유재균 대표 ⓒ김지영

 ▲ 일시정지시네마 로비 / 영화 서적들 / 오래된 비디오들과 유재균 대표 ⓒ김지영

 


 

모두가 창조적일 수 있는 공간 

 

-일시정지시네마 대표 유재균 

 

Q. 일시정지시네마의 공간소개 부탁드립니다. 

A. 일시정지 시네마는 작년 5월에 열었습니다. 지역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영화를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무턱대고 열게 되었습니다. 영상문화 공간이고요. 이름은 ‘일시정지시네마’라서 영화관을 표방하지만, 영화뿐만 아니라 미디어아트 사진 전시나, 그림 전시 등 다양한 전시를 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세미나실도 있어서 영화를 보는 것 뿐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공간이 만들어졌는지 궁금합니다. 

A. 계기가 되었던 것은 <더 랍스터>라는 영화였어요. 트레일러 영상을 먼저 보고, 영화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지역에서 개봉하지 않았죠. 춘천에는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없었거든요. 보고 싶었는데 볼 수가 없고, 그렇다고 서울까지 가서 보기는 싫었어요. ‘꼭 춘천에서 보고 싶다!’ 생각 했는데,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냥 내가 영화관을 만들자!’ 해서 시작됐어요.(웃음) 처음에 제가 꿈꿨던 것은 장편 독립영화 상영관이었는데 현실적으로 시스템 구축이 어려웠어요. 그래서 대안을 찾다가 서울에 단편영화 상영관 ‘극장판’을 알게 되어 모델로 삼았고, 지금은 단편영화를 주로 상영하고 있습니다. 


Q. 운영 중인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A. 단편영화 상영을 주로 하고요, 기회가 닿는 대로 미디어아트 전시도 하고 있습니다. ‘일시정지시네필’이라는 영화모임을 통해서 꾸준히 지역의 관객개발도 하고 있어요. 영화 좋아하시는 분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영화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상영관으로 내려가는 길 ⓒ김지영 / 상영관 입구 ⓒ김지영

세미나실  ⓒ일시정지시네마

▲ 상영관으로 내려가는 길 ⓒ김지영 / 상영관 입구 ⓒ김지영 / 세미나실 ⓒ일시정지시네마


Q. 일시정지 시네마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찾아오나요?

A. 지역에 계신 재야의 고수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어요. 영화를 매개로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 숨어계시던 분들이 찾아오셨죠. 마치 직원처럼 자주 오는 분들도 계시고요.(웃음) 재미있게도 관광객이 많이 오세요. 처음엔 춘천시민을 대상으로 공간을 열었지만, 일시정지시네마가 관광객에게도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확장해보는 계기가 되었죠.


Q. 인상적인 관객과의 만남도 있었나요?

A. 감동 했던 순간이 있었어요. 장편영화 상영회를 기획하던 때 어떤 전화를 한 통 받았어요. 아직 장편을 상영한 적은 없었고, 단편만 상영하던 때였죠. 그런데 춘천에 독립영화관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듣고 전화 하셔서 그곳에 가면 <우리들>을 볼 수 있냐고 문의를 하셨어요. 상영 협의가 된 상황은 아니었는데, 보실 수 있게 노력해보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우리들’을 상영하게 되었어요. 영화가 끝난 후에 관객 한 분이 오셔서 ‘잘 봤다. 볼 수 있어서 고마웠다.’라고 말씀을 하셨어요. 그때 정말 보람을 느꼈어요. 요즘은 여러 가지 플랫폼이 생겨서 영화를 보는 게 어렵지 않잖아요. 그런데 극장에 와서 본다는 경험을 하기는 어려운 영화들이니까. 그런 부분에서 뿌듯함을 느끼죠.


Q. 일시정지시네마에서 꼭 상영하고 싶은 영화가 있나요?

A. 상영하고 싶은 영화는 많죠. 그런데 영화의 배급형태가 계속 문제가 되고 있어요. 대안공간들도 법적 테두리 안에서 극장과 동시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이 돼야 할 필요성을 느껴요. 여러 이해관계들이 협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저희도 부담 없고, 보는 분들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관람할 수 있고, 영화를 만드신 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대안공간들이 저희만 있는 게 아니니까. 대안공간들의 작은 움직임이나 목소리들이 상호작용하면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8석의 소규모 상영관 ⓒ일시정지시네마관객과의 대화 1 ⓒ일시정지시네마

관객과의 대화 2  ⓒ일시정지시네마

 ▲ 8석의 소규모 상영관 / 관객과의 대화 ⓒ일시정지시네마


Q.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문학이란 무엇일까요? 

A.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기술자를 꿈꿨어요. 그런데 대학에 와서 영화를 만나고, 영화로부터 인문학을 배웠어요. 삶에 대해서,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된 거죠. 인문학은 창조적인 사람이 되기 위한 기본 재료인 것 같아요. 저도 책을 읽지 않았었고, 영화도 보지 않았었고 외부의 자극을 쳐내는 사람이었어요. 그런데 영화가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그런 것들이 이 공간을 만들게 해주었고요.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삶을, 사회를 대하는 자세도 바뀌게 되었어요. 어쨌든 사람들은 모두가 창조적이고 싶어 하잖아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인문학이 기본 재료가 되지 않을까요? 

 


 

경험으로 기억되는 영화 같은 시간

 

기술의 발달로 인해 누구나 쉽고 간편하게 집에서 IPTV로 컴퓨터로, 이동 중에는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극장을 찾아가 ‘함께’ 영화를 보는 경험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저 영화를 ‘본다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통해 ‘사람을 알고, 만나는 시간’은 그래서 더 소중하다. 초등학교 앞 동네 골목 어귀에 자리 잡은 작은 영화관이 꾸는 선한 꿈들이 언제나 가깝게, 그래서 손에 닿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진= 김지영, 일시정지시네마

----------------------------

* 공간안내 

강원도 춘천시 춘천로 146번길 6, 1층 일시정지시네마

☎ 033-911-3157


* 관련링크

홈페이지 pausecinema.kr / 블로그 blog.naver.com/pausecinema

페이스북 fb.com/pauseorplay / 인스타그램 @pausecinema

장소 정보

  • 춘천
  • 일시정지시네마
  • 문화적격차
  • 다양성
  • 단편영화 상영관
  • 일시정지시네필
김지영
인문쟁이 김지영

[인문쟁이 3기]


김지영은 강원도 춘천 토박이다. 학부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 했으나, 연극반 생활을 계기로 축제, 커뮤니티 극장, 극단 등에서 공연기획자로 활동했다. 요즘은 문학의 재미에 매료되어있고 인문학과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 글로 표현하고 만나는 일에 흥미를 느끼며 지역의 대안문화, 청년문화에 관심이 많다. 작지만 빛나는 가치와 오래된 것, 사라져 가는 것들을 사랑한다. 인문학이 삶의 버팀목이라 믿으며, 인문쟁이 활동을 통해 지역문화를 탐구할 생각에 설레고 있다.

댓글(0)

0 / 500 Byte

공공누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삼삼오오 모여 영화를 나누는 시간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관련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