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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강의실에서, 크게(大) 배우기(學)

서울시민대학

인문쟁이 엄소연

2016-11-30



지속적인 배움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인문학의 중요성이 주목받으면서, 지역자치단체별로 진행하는 프로그램, 기업에서 개최하는 특강, 그리고 일반인들이 꾸리는 자발적인 학습모임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규모의 인문학 강의를 어디서든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여러 평가들이 있지만, 삶과 인간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래도 고마운 일이다. 다만 일회성 특강 혹은 단기 프로그램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비교적 긴 기간 동안 진행되더라도 일반적인 내용을 개론 수준에서 소개하는데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은 점은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다.


다행히도 이런 아쉬움을 덜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어 매우 반갑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서울시민대학>은, 일상 속 평생학습을 통해 풍성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지난 2013년 시작되었다. 이후 2015년까지 3년간 참여인원이 8만 5천여명에 달한다. 처음 4개소에서 출발하여 27개소까지 확대되었고, 2016년에는 258개 강좌가 운영되고 있다. 강좌 수만 많은 것이 아니라, 학기별로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지속적으로 운영하여, 보다 깊이 있게 공부할 수 있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학기 단위로 커리큘럼이 구성되기 때문에, 단기 특강에서는 부족했던 체계적이고 심층적인 탐구를 해볼 수 있다.


서울시민대학은 서울시청 시민청, 뚝섬, 은평, 중랑 학습장 그리고 연계대학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시민청 시민대학에서는 ‘인문학적 성찰’, ‘삶의 터전’ 등 4개 분야로 강좌가 구성되었고, 뚝섬, 은평, 중랑 학습장에서 인문·예술·교육역량 강화 등 다양한 주제가 다루어진다.


서울시청 시민청뚝섬학습장

▲ 서울시청 시민청 / 뚝섬학습장


대학연계 시민대학은 서울시에서 수강생 모집과 홍보 등 운영을 총괄하고, 대학에서 강사진과 강의구성 등 교육과정을 기획하는 프로그램이다. 강사료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강의실은 대학에서 제공하여 누구나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다.


2016년 하반기부터는 연세대, 중앙대 등 9개 대학이 늘어난 23개 대학으로 확대되어 더 많은 강의실의 문이 열렸다. 또한 대학별로 특성화 분야를 살려, 성균관대 동양사상, 홍익대 예술, 성공회대 인권 등 주제별 인문학 과목들이 개설되었다. 하반기 대학연계 시민대학은 총 69개 강좌로, 9월 말에 시작되어 주 1회씩 10회 과정으로 강의가 진행 중이다. 시민 ‘대학’이라는 이름에 맞게, 강의 수는 물론 주제의 다양성, 교수진 구성에 이르기까지 여느 대학 못지않은 규모와 수준이다.


2015년 대학연계 시민대학 협약식

▲ 2015년 대학연계 시민대학 협약식


하반기 수업 중, 연세대학교에 개설된 ‘사회학에의 초대’ 강의실에 찾아가 보았다.연세대학교는 ‘한국사회 인문학’을 특성화 영역으로 하여, 한국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인문사회학적 접근과 해석을 다루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홍규 교수님의 ‘사회학의 초대’ 수업에서는, 전반부 3주 동안 사회를 사고하는 세 가지 방식에 대하여 살펴본 뒤, 매주 사회학자 한명씩을 다루면서 그들이 사회를 어떻게 파악했는지를 알아본다.


취재일에 진행된 강의에서는 프랑스의 정치학자이자 역사가인 토크빌(Charles Alexis Clérel de Tocqueville, 1805~1859)의 이론을 중심으로, 자유와 평등, 사회와 개인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토크빌은 평등의 확장이 자유의 축소로 이어지는 양상을 연구하며, 개인의 자유를 존중한다는 명분으로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공동체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게 만드는 구조를 비판적으로 성찰했다.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파편화된 개인들은 결국 또다시 노예와도 같은 상태가 되고, 더 평등하지만 자유는 더 줄어드는 결과에 이르게 된다. 토크빌은 이를 극복할 방법으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정치적 결사와 자치주의, 배심 재판 등 당시 미국에서 나타나던 민주주의의 모습을 제시했다. 구성원들이 개인의 이익만 쫓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의견을 표출하면서 ‘자유로운 평등’을 구현해나가는 것이다.


불평등의 원인을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노력 부족으로 돌리면서, 타인의 어려움이나 공동체의 문제에는 시선을 두지 말고 자신의 이익만 보고 달려가기를 재촉하는 오늘날의 사회 역시, 개인들을 ‘파편화’시키고 결국은 모두를 ‘평등한 노예’가 되는 길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아닌지, 꼭 한번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근시안적인 이기주의를 넘어,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정당한 목소리 내기를 통해서 함께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했던 토크빌의 고민은, 이백여 년이 지난 지금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하홍규 교수님은, 단순히 이론의 내용을 익히는 것이 아니라 그 이론이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내용과 맥락을 함께 이해해야 함을 강조했다. 또한 이론이 제시되었던 시기와 현재 우리 사회를 비교해보고, 당시의 문제제기가 지금 여기에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당시 찾았던 해답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는지에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지식만 쌓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오늘날 우리의 삶 속에서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를 깊이 고민해보는 데에서 공부하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교수님의 쉽고 재미있는 설명으로 배경을 이해하고, 열의 넘치는 학생들 속에서 토론하는 과정에서, 인간이 어떻게 사회를 이루어 가는지, 그리고 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더불어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대학연계 시민대학 야외 공개수업

▲ 대학연계 시민대학 야외 공개수업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인데다, 늦은 시간에 진행되는 수업임에도, 아무도 피곤하거나 지루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수업 집중도는 매우 높았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토론에 참여하는 등 진지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였다. 젊은 청년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은 기분 좋은 충격을 주었다. ‘시민대학’이라는 이름에 맞게, 나이나 직업을 불문하고 함께 배우며 생각을 나누는 강의실에서, 학사제도를 중심으로 한 기존의 제도권 교육 밖에서도 체계적이고 깊이 있는 공부가 가능함을 느낄 수 있었다.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강의실에서, 다른 시민들과 생각을 나누며 성장하는 기쁨을 함께하는 시간은 설레고 가슴 벅찬 배움의 경험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올해 상반기 시민대학 수강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다음에도 참여하겠다는 응답이 98%에 달했다. 또한 수강후기에서는 다양한 장소와 시간대의 강좌 개설뿐 아니라 강의의 내용과 수준에 대해서도 만족스럽다는 의견이 많았다. 단기간에 끝나버리는 것이 아니라 학기 내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하며 더 크게(大) 배우는(學) 것- 여기에서 시민‘대학(大學)’의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 같다.


평생학습


모두에게 평생교육이 필요한 시대, 학교 밖에서도 누구든 함께 공부할 수 있는 시민대학에서 동학(同學)들을 만날 수 있게 되어 든든한 기분이다. 곧 겨울방학을 맞이할 서울시민대학의 다음 학기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아울러 서울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지방차지단체와 대학을 연계한 시민대학 모델이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좋은 예감도 든다. 더 많은 강의실에서 함께 공부하며 소통할 수 있기를, 그래서 이 어려운 시대를 살아나갈 삶의 길도 함께 찾아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사진= 서울시 평생학습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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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링크

http://sll.seoul.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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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연
인문쟁이 엄소연

[인문쟁이 1,2기]


엄소연은 경기 고양시에 살고, 책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아한다. 춤과 음악에서 힘과 용기를 얻고 있으며, 이를 무대에서 사람들과 나눌 때 가장 큰 기쁨을 느낀다. 어디에서든, 누구에게서든 그의 잠재력과 가능성에 주목하고자 한다.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더 많은 가능성들을 발견하고 함께할 수 있길 기대한다. like_balle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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