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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정서와 숨결로 ‘Re-Born’

서울새활용플라자,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유도영

인문쟁이 김세희

2017-10-19

 

부활의 아이콘, 서울새활용플라자

 

지난 9월 개관한 ‘서울새활용플라자’는 분명 새것임에도, 날것은 아니었다. 버려진 줄 알았던 자원이 아이디어를 차려입고는 우리에게 부활의 인사를 건넨 곳. 그 반가운 인연의 고리는, B1층 ‘새활용 소재은행’에서 출발하여 업사이클링(Upcycling) 입주 기업, 전시장, 스튜디오들로 순환됐다. 그런데 참 묘했다. 3분 카레가 있다면, 이건 3초 아트라고 해야하나. 액자인가 싶던 것은 박스였고, 강아지인가 싶던 것은 어느 기계에서 나왔을 부속품이었으며, 꼬마인가 싶던 것은 버려진 나무 조각들이었다. 그 모든 정체를 하나씩 알아채는 일은 3초면 충분했다. 가망이 없던 것들에게, 유년의 재잘거림을 디자인하는 기별꾼, 유도영 작가의 손짓이었다.



 

유도영 작가의 동화, 'Re-Born'서울새활용플라자 유도영 작가의 아뜰리에 <Re-Born : 318호>

 ▲ 서울새활용플라자 유도영 작가의 아뜰리에  'Re-Born : 18호'


Q. 서울새활용플라자 메인 입구에 걸린 수많은 상자 속 향수를 킁킁 맡으며 찾아왔습니다. 3층이었군요! 'Re-Born'의 뿌리를 살짝 들려주세요!

A. 피카소의 <소의 머리>라는 작품 유명하죠. 자전거 안장과 핸들을 떼어내 보석을 만들었으니까요. 하찮게 여길 법한 것들도 오브제라는 인식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한국에선 단연 백남준이죠. 미디어를 접목시켰지만 ‘쓸모를 다한 것’을 순환의 시작점으로 이해했던 분입니다. 저의 'Re-Born' 마찬가지예요. 제가 추구하는 업사이클링 아트라는 건 그런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했습니다. 동화 일러스트 작가로서 살았던 세월이 업사이클링 아트로 새활용된 것이죠. 


서울새활용플라자 메인 입구와 3층 복도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유도영 작가의 <Re-Born>1서울새활용플라자 메인 입구와 3층 복도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유도영 작가의 <Re-Born>2

 ▲ 서울새활용플라자 메인 입구와 3층 복도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유도영 작가의 'Re-Born'


Q. 감상하고 보니, 제 마음에 콕 들어온 작품은 제주가 배경인 <바람 부는 날>이에요. 어려운 선택의 시간을 드려도 될까요? 이번 가을에 제안하고픈 작가님의 작품 Best 3를 듣고 싶어요!

A. 아티스트에겐 모든 작품이 다 소중하고 귀하죠. 그 중에서도 가을이라는 시즌에 맞게 제안을 드리자면, 먼저 <고향 가는 길>이에요. 지난 추석 연휴는 참 길고도 풍요로웠잖아요. 그만큼 넉넉했던 한가위를 추억하며, 1위로 꼽고 싶습니다. 코스모스와 참 잘 어울리는 <잠자리>는 어떤가요? 어릴 적에는 자주 보았던 것들인데 현실에 묻혀 살다보니 올해는 잠자리 한 마리 제대로 보았나 싶죠. 반가운 마음으로 2위 작품을 만끽해보세요. 이번엔 울림을 안겨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의 문학작품에서 자주 다뤄졌던 오브제죠. 그 정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남, <소쩍새>를 통해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저의 작품들은 그래요. 업사이클링 아트에 가장 한국적인 숨결을 불어넣는 일이죠. 하고 싶은 게 참 많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소명이란 생각도 들죠.


'바람부는 날' 유도영 작가의 작품 이미지'고향가는 길' 유도영 작가의 작품 이미지

'잠자리' 유도영 작가의 작품 이미지'소쩍새' 유도영 작가의 작품 이미지

 ▲  '바람부는 날' / 'Best 1 : 고향가는 길' / 'Best 2 : 잠자리' / 'Best 3 : 소쩍새'  유도영 作. (위의 왼쪽부터)

 

Q. 인상적인 건, 작가님의 소통 프로그램이에요. 폐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예술교육, 거는 기대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A. 잊고 있던 걸 찾는 작업이에요. 유년 시절의 행복했던, 아팠던 추억들을 마주하는 거죠. 자신의 손길로 하나씩 만들어가면서 웃어보기도 흐느끼기도 하겠죠. 제가 작업하면서 경험했던 힐링과 치유, 희열의 순간을 나누는 거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들을 제 작품과 함께 전시하기도 했고요. 저의 전시 철학은 누구든 작품 앞에서 웃을 수 있고, 울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는, 어떤 형태로든 접근가능한 지점이에요. 아이들을 위한 작품일 경우는 최대한 키와 눈높이에 맞춰 걸어놓기도 하죠. 누구든 제작해볼 수 있고, 누구든 구하기 쉬운 오브제를 통해 실현해나가는 것. 업사이클링 아트가 가진 장점이자 저의 바람입니다.

 

'오세암','군산 철길마을' 유도영 작가의 작품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진행하는 유도영 작가의 소통 프로그램1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진행하는 유도영 작가의 소통 프로그램2

 ▲  '오세암','군산 철길마을' 유도영 작가의 작품 / 서울새활용플라자에서 진행하는 유도영 작가의 소통 프로그램


Q. 업사이클링 아트를 통해 꾸는 꿈 이야기도 무척 궁금해집니다.

A. 각 나라의 문화가 다르듯 버려지는 물품의 성격도 다를 거고요, 기후가 다르듯 생명을 다한 오브제들도 모습이 다를 겁니다. 이미 우리의 사연과 정감을 가득 담고 있는 오브제들을 'Re-Born'의 동화로 풀어내고 싶어요. 한국의 정서, 동양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은 유도영이란 사람의 업사이클링 아트가 다른 나라와 소통한다면, 아티스트로서 얼마나 기쁠까요? 한국의 업사이클링 아트가 가진 개성과 특별함은 낯선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것입니다. 한국 문화의 유니크함은 음악, 영상 등의 분야에서 이미 인정받은 바 있으니까요. 저는 믿어요. 


유도영 작가 ‘아뜰리에’의 생명체들1유도영 작가 ‘아뜰리에’의 생명체들2

 ▲ 유도영 작가 ‘아뜰리에’의 생명체들


Q. 저는 이 시간을 ‘환경과 인문의 만남’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께 있어 인문이란 무엇인지요?

A. 제가 작품을 탄생시키는 과정은 이렇습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아요.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제 주변을 바라보기도 하고, 늘 제가 쌓아 놓는 오브제들을 관찰하죠. 꼬불꼬불한 무늬가 아름다운 목재를 만나면 <어린왕자>의 머리카락으로 탄생이 되기도 하고, 달처럼 빛나는 동그라미 동판을 만나면 <오세암>의 세계를 그려나가기도 합니다. 유난히 작은 나뭇조각들이 손바닥에 주어지면 ‘군산 철길마을’을 실현하기도 하고, 긴 나무에 초록빛 물이 들어있으면 ‘제주도의 바람부는 장면’을 떠올리며 추억을 만들어 갑니다. 자연이 전해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제가 걸어왔던 발자취가 만났을 때 비로소 발상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무언가를 꼭 표현해내야 한다는 마음이 먼저인 적은 드물죠. 업사이클링 아트를 통해 얻게 된 삶의 의미란 그런 게 아닐까요?

 


 

유쾌한 대화, 웃음, 추억, 그리고 공유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부산 감천마을에서부터 경험해본 적 없는 70년대 고향가는 버스까지 타본 것 같았다. 정확히 말하면 시간여행을 다녀온 거라고 해야 할까. 소위 말하는 갤러리라는 높은 문턱을 오브제 특성 하나만으로 이렇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유도영 작가는 말했다. 어느 날 자신의 작품 앞에서 아주머니들이 깔깔 웃으며 함께 안고 있던 추억을 꽃피우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업사이클링 아티스트와의 대화는 푸근한 삼촌과 나누는 수다 한 사발이었다. 시원한 막걸리 한 잔 올려놓고 고민도 툭 털어놓으며 위로도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 업사이클링 아트의 챕터를 한 장씩 넘기면서 서로의 추억을 공유할 수 있었던 그때의 웃음소리가 벌써부터 그리워진다.




사진=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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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링크

<서울새활용플라자> 안내 : www.seoulup.or.kr/

<서울새활용플라자> ‘Re-Born' 스튜디오 : http://www.seoulup.or.kr/Bus/studio_view.php?id=21&page=1

업사이클링 아티스트 유도영 작가 페이스북 : www.facebook.com/doyoung2014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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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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