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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디폴트 값은 ‘장애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 비정상인가요?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

인문쟁이 김세희

2017-08-22

 

지하철 승강장에 열차가 도착했다. 문이 열리고 안으로 들어서려는데, 앞에 있던 중년 아저씨의 전동 휠체어가 멈춰버렸다. 내가 눈을 두 번 정도 깜박였을까. 털그덕 -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휠체어는 열차 안으로 옮겨져 있었다. 중년 아저씨는 한 청년의 손을 어루만졌고, 열차 안의 젊은 두 청년은 서로를 바라보며 빙긋 웃고 있었다.


그녀를 만나기 30분 전, 약속했던 건물 안을 꼼꼼하게 살폈다. 무심코 들어간 카페에는 휠체어로 넘을 수 없는 계단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 탐험이 시작됐다. 엘리베이터를 통해 접근하기 쉽고 비교적 여유있는 공간이 확보된 테이블을 찾아야 하는 것. 고맙게도 인터뷰하기 좋은 날이었다. 마음에 쏙 드는 곳을 만난 나는 사진을 바로 찍어 그녀에게 보냈다.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 씨

 ▲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 씨

 

Q. 이 카페에 들어서기까지 보이지 않던 게 발견되더군요. 부끄럽지만 오늘 알았어요. 서윤 씨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있다는 것을.

A. 동일한 장소에서 제가 경험한 것과 비장애인이 경험한 것은 다르죠. 무엇보다 장애인들은 나가려는 마음을 먹기가 어렵다는 게 안타까워요. 여전히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보는 시각에는 분명한 층이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사회가 변하면서 예전보다는 편리해진 측면도 있어요. 그 안에서 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제법 요령이 생겼지만, 이런 저를 바라만 봐야 하는 장애인 분들도 많이 계실 거라는 게 마음이 아프죠. 눈이 나쁜 사람이 콘텍트 렌즈를 끼는 것처럼, 저희도 아주 조금 불편함이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나와는 다른 사람, 장애가 있고 없다는 거리가 조금 더 좁혀졌으면 하는 바람이 커요.


홍서윤 씨의 유럽여행기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1홍서윤 씨의 유럽여행기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2

▲ 홍서윤 씨의 유럽여행기 <유럽, 가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Q. 유럽을 여행할 때였어요. 문득 그 좋다던 나라에서도 장애인 여행자를 보기가 어렵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우연히 서점에서 서윤 씨의 패러글라이딩 사진을 목격했어요!

A. 여행이란 두 글자가 담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해요. 휠체어를 타는 제가 패러글라이딩을 도전했던 것처럼. ‘이게 장애인의 여행이었구나! 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아도 이렇게 새로운 걸 느낄 수 있다니!’라는 독자와의 대화를 기대하면서 글을 썼어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에게 촘촘히 스며들 수 있는 여행 감성을 전하고자 노력했지요.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 스토리로 기억되는 것 있잖아요.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를 만들게 된 이유도 그렇죠. ‘환경 속의 인간 -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럽게 인간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말처럼 저희 연구소를 통해서 장애인의 환경이 보다 발전할 수 있기를 소망해요. 저희 연구소는 여행을 보내주는 여행사는 아닙니다. 상담, 교육, 출판, 캠페인 사업 등을 통해 지역사회 단체들과 긴밀히 교류하면서 목소리를 내고 힘을 모으는 일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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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가 있는 서울혁신파크 


Q.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 있지요? 상당히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운영하면서 고충은 없었는지요?

A. 서울혁신파크는 많은 것을 실험하고 도전하고 가능하게 만드는 공간이죠. 저희 연구소는 청년청이란 건물에 있어요. 처음 포부와는 달리 관광과 복지라는 분야의 실타래를 풀어나가기가 쉽지 않았죠. 매체에서는 올해 국내 관광객을 예측해서 보도하지만, 장애인이 얼마나 여행을 가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이야기하지 못해요.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현실을 이해시키려면 객관적인 수치, 자료가 중요한데 그동안 파악하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거죠. 수요만을 생각하자니 관광업계에서는 선뜻 나서기 어렵고, 인프라나 지원이 부족하니 장애인 입장에서는 답답한 거죠. 한국의 장애인 여행문화가 오랫동안 이 부분에서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늘 부딪히는 장벽은 여전했고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도 도돌이표인 셈이죠.


홍서윤 씨의 다양한 활동들(2016 UN WTO / 2017 광화문 1번가) 1홍서윤 씨의 다양한 활동들(2016 UN WTO / 2017 광화문 1번가) 2

홍서윤 씨의 다양한 활동들(2016 UN WTO / 2017 광화문 1번가) 3

▲ 홍서윤 씨의 다양한 활동들(2016 UN WTO / 2017 광화문 1번가)


Q. 국민인수위원회 국민소통위원 활동은 서윤 씨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서윤 : ‘광화문 1번가’를 진행하는 사람 중 하나가 장애인이니 함께하는 직원들이 새로운 고민들을 더 많이 하게 되었어요. 휠체어 접근이 수월한 공간이 되자 유모차도 올 수 있었고, 수화나 문자, 음성 통역 등의 노력도 수반되어 더 다양한 국민이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가장 기본적으로 국민의 이야기를 듣고자 했던 곳에서부터 인식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 자체가 사회혁신이었다고 생각해요.


Q. 앞으로의 서윤 씨의 길을 상상해 본다면요?

A. 서윤 : 여름휴가 많이 가잖아요. 따뜻하면서 가까운 동남아에서의 장애인 여행에 대한 글을 쓰려고 해요. 물론 인프라는 유럽보다 더 열악할 수 있어요. 하지만 장애인에게도 휴가는 놓칠 수 없는 달콤함이니까요. 나름의 자료들을 가지고 네트워크를 활용해서 직접 부딪혀보고 체크해보고 연구할 거예요. 물론 장애인 여행문화라는 잠재적인 환경 개선에 대한 변화는 꾸준히 함께 할 겁니다.


Q. 장애인여행문화연구소 대표 홍서윤 씨에게 인문이란 무엇인가요?

A. 이 세상의 디폴트(기본) 값은 ‘장애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림을 그려볼까요? 장애인을 위한 경사로를 보면 유모차와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걸 볼 수 있어요. 장애인이 편한 세상은 모두에게 유익해요.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신체적인 어려움이 깊어지죠. 그런 어려움을 먼저 경험한 이들이 장애인입니다. 앞으로 겪을 비장애인들의 어려움을 미리 장애인들이 개선해놓는다면 반대할 이들이 있을까요? 250만 장애인 중 95%는 후천적 장애라고 합니다. 굳이 이분법적으로 나눌 필요가 없는 지점이죠. 오히려 더 기대가 되는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예쁘게 재료들을 장식해 놓았어도 비빔밥이 맛있으려면 골고루 비벼져야 해요. 섞이면 잘 섞일수록 감칠맛이 나죠. 멋모르고 섞일 때에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할 거예요.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겠죠. 실질적으로 장애인이 비장애인의 모든 것을 다 공유하기는 어려워요. 그럴 땐 불편함을 느끼게 하는 언어에 주의해야 해요. 어설프게 동정하는 태도는 옳지 않아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는 가능하겠지만, 그 이상은 어려울 수 있겠다는 마지노선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대화를 해나가야 합니다. 비장애인은 안타까움 정도의 감정만 표현하면 돼요. 어쩔 수 없이 불가능한 범주에 대한 현실적인 인식은 장애인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입니다. 함께 굴러가면서 항상성을 만들어가는 건강한 사회를 꿈꾸고 있어요.

 




사진=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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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링크 

<서울혁신파크> https//www.innovationpark.kr 

<장인여행문화연구소> www.accessible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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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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