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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의 세월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

인문쟁이 양다은

2017-12-18

 

하루 중 가장 중대하면서도 사소한 결단은 의(衣)와 식(食)에 관련된다.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음식을 먹고 따위는 다양한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복잡함이 분명하다. 예를 들어 옷을 입는 일에는 날씨가 어떤지, 어떤 자리를 가는지, 어떤 신발을 신어야할지가 고려되어야 한다. 생각보다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선택이기에, 그런 일상적인 일이 세부적인 문화로 형성되고 사람들의 발걸음을 끄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 중에서 신는 문제와 만드는 손길과 세월이 얼기설기 얽혀있는 향촌동 수제화 골목을 찾았다.

 

 

향촌 수제화 골목 조형물과 골목길

 ▲ 향촌 수제화 골목 조형물과 골목길


향촌동은 한때 대구의 중심가였던 종로에 자리하고 있다. 부모님이 젊었을 때, 시내는 지금의 동성로가 아니고 종로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사람이 많이 모이는 화교거리가 종로에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그 중심에서 1980년대까지도 전성기를 맞던 수제화 골목은 기성화와 값싼 수입산에 밀려 점점 잊혀졌다. 조용한 수제화 거리는 종로와 함께 어른들의 기억 한 자락으로 남은 채 머무르나 싶었다.

 

‘중국산 저가 구두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력에 밀리기 시작하자  유통업체들의 불황이 심해졌다’

 ▲ ‘중국산 저가 구두가 국내에 유입되면서 가격 경쟁력에 밀리기 시작하자 유통업체들의 불황이 심해졌다’


최근 거리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다. 인적이 드물었던 골목골목은 북 카페, 소품샵 등이 소소하게 들어서면서 온기를 찾았다. 동시에 수제화 골목이 지내온 세월도 서서히 풀어낸다. 수제화 센터가 들어서고, ‘빨간 구두 이야기’ 행사가 개최되면서 수제화 골목은 발걸음이 향하는 곳이 되었다. 덩달아 덮여 있던 수제화와 향촌동 골목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수제화 골목에 자리한 잡화점과 빨간 구두 이야기 축제 포스터

향촌수제화 센터외관향촌수제화 센터 내 전시

▲ 수제화 골목에 자리한 잡화점과 빨간 구두 이야기 축제 포스터


손으로 만드는 것은 만든 이의 노고가 깃들어 있다. 한 켤레 수제화를 만들기 위해선, 오랜 세월 기술을 익힌 장인이 한 땀 한 땀 시간을 쏟아내야 한다. 향촌 수제화 센터에서는 수제화 골목을 ‘구두로 인해 울고 웃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소개한다. 

 

향촌 수제화 센터 내 전시1향촌 수제화 센터 내 전시2

 ▲ 향촌수제화 센터 내 전시


구두를 살 땐, 모양을 얼추 보고 굽이 몇 cm인지 가격은 얼만지 물어보는 정도가 다였다. 하지만 수제화 센터에서는 구두가 되기 전 모습, 되기 위해 필요한 도구, 구성하는 부분 등 구두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센터 내 수제화 작업실

 ▲ 센터 내 수제화 작업실


나에게만 딱 맞는 어떤 것을 갖는다는 것. 그것을 만들어주는 누군가. 수제화 장인들의 자부심은 남다를 것 같았다. 당연히 신어야 하는 신발이니만큼 신발을 사는 건 별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오랜 시간과 상대적으로 비용이 드는 수제화 보다는 기성화를 사며, ‘구두는 원래 불편하니까’ 생각하고, 하루 버티는 편이 아직은 익숙하다. 하지만 한 번은, 어쩌면 그 한 번으로 인해 여러 번, 자신에게만 맞는 구두를 기다리고 신다보면 그만큼의 애정이 많아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번화가만큼 화려한 불빛은 아니지만, 장인들이 밝힌 불빛이 늦은 시간 골목을 비추고 있는 곳, 바로 그곳이 수제화 골목이다. 


아리안스 HP:010-2513-2074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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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크연결

향촌 수제화 골목 관련 기사: http://www.idaegu.com/?c=6&uid=373224 

장소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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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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