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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충남 공주 풀꽃문학관

인문쟁이 한초아

2017-11-21


‘자세히 봐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1> 전문이다. 어려울 것 없다. 쉽게 읽히고 그 의미가 와 닿는다. 이게 바로, 시의 매력이다. ‘풀꽃’을 바라보는 시인의 순수함은 마음에서 마음을 움직였고, 우리를 푸르게 만들었음을 느낀다. 풀꽃처럼 소박하고 순수한,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충남 공주의 ‘풀꽃문학관’을 찾았다.


충남 공주에 위치한 ‘풀꽃문학관’

 ▲ 충남 공주에 위치한 ‘풀꽃문학관’


꽃을 보듯 너를 본다, ‘풀꽃문학관’

 

풀꽃문학관의 모습시인이 자주 애용하는 자전거

 ▲ 풀꽃문학관의 모습, 그리고 시인이 자주 애용하는 자전거


노란 은행나무가 낯선 이방인을 반긴다. ‘어서 오라’며, 입구에서부터 손짓하는 은행잎을 따라 걸어본다. 시인이 평소에 타고 다니는 자전거, 텃밭에 심은 채소와 이름 모를 풀꽃들의 조화가 사랑스럽다. 쪼그려 앉아, 잠시 풀꽃을 바라본다. 올망졸망 모여 환히 웃는 풀꽃들을 보니, 이곳이 왜 ‘풀꽃문학관’인지 짐작케 한다. 


풀꽃문학관의 텃밭,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풀꽃’

 ▲  풀꽃문학관의 텃밭, 그리고 그 속에서 자라나는 ‘풀꽃’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다. 낡은 풍금도 그 정겨운 소리도…. ‘풀꽃문학관’은 전시관 형태인 다른 문학관들과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오래된 풍금 연주도 들을 수 있고, 문인, 문학 지망생, 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어우러지며, 시인의 강의를 듣고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일본식 가옥이 지닌 어둡고 슬픈 공간에, 시인이 ‘온기’를 불어넣은 셈이다. 이처럼 ‘풀꽃문학관’은 사람냄새가 나고, 포근하다. 꽃을 보듯 정감이 가는 것, 바로 ‘풀꽃문학관’만의 매력이다.

 

일본식 가옥을 개보수해서 개관한 ‘풀꽃문학관’1일본식 가옥을 개보수해서 개관한 ‘풀꽃문학관’2

 ▲ 일본식 가옥을 개보수해서 개관한 ‘풀꽃문학관’


‘풀꽃문학관’은 2014년 10월 17일 정식 개관했다. 공주시에서 매입한 일본식 가옥을 개보수 후, ‘공주’를 사랑하는 시인의 마음을 담아 ‘문학관’으로 탄생했다. 원래는 ‘나태주 문학관’으로 명명하려했지만, 생존 작가의 이름을 넣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풀꽃문학관’이 되었다고 한다. ‘풀꽃문학관’은 곧 ‘나태주 문학관’으로 봐도 무방하다.


나태주 시인<풀꽃>시비

 ▲ 나태주 시인과 <풀꽃>시비


나태주 시인은 다작(多作)을 하는 시인 중에 한 사람이다. 1971년 <대숲 아래서>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등단한 시인은 1973년 첫 시집 <대숲 아래서>를 비롯, 모두 36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시집은 물론 수필집, 시화집 등을 출간하며, 현재까지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대숲 아래서>1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대숲 아래서>2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1나태주 시인의 작품들2

 ▲  (위)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대숲 아래서> / (아래)나태주 시인의 작품들

 

‘풀꽃문학관’에는 풀꽃처럼 순수하고 소박한 시인의 삶이 묻어나온다. ‘풀꽃, 들꽃, 나무, 바람’ 등 어려서부터 자연을 좋아했던 마음은 맑은 시선으로 표현돼, 작품 속에 살아 숨 쉰다. 초등학교 교사로 40여년을 임하고, 교장으로 퇴임했던 시인의 삶 역시 또 다른 울림을 제공한다. 아이들처럼 맑고 순수한, 꾸밈없고 진솔한 마음. 그러한 마음을 전하는 시 세계가 어쩌면, 시인의 삶과도 닿아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풀꽃1>도 아이들과 함께했던 시절에 완성된 작품이라고 하니, 놀라움을 더한다. 특별하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존재 자체로 가치를 지닌 ‘풀꽃’은 그렇게 시로 활짝 피어나, 우리의 마음속에 존재하고 있다.


풀꽃문학관 ‘강의실’

 ▲  풀꽃문학관 ‘강의실’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소리가 풍금 소리만큼 정겹다. 강의실과 사무실, 차실, 풀꽃방 등으로 구성된 ‘풀꽃 문학관’안에는 시인이 그린 작품도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그림에도 꽤 소질이 있는 시인이 그린 ‘풀꽃’ 그림들이 병풍 안에 수놓아져 있다. 그 옆으로 오래된 풍금이 자리하고 있다. “풀꽃문학관을 찾는 이들을 위해, 시인이 직접 노래와 연주를 선사하기도 한다.”는 해설사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시인이 직접 연주하는 풍금 소리는 어떨지’, ‘어떤 노래를 따라 부를지’ 새삼 궁금해지기도 했다. 한편 시인의 삶이 담긴 장식장 안에는 그간 발표한 작품들과 소장한 책들, 아이들과 함께한 사진 등이 켜켜이 진열되어있으며, 윤문영 작가가 그린 시인과 부인의 초상화가 사랑스럽게 마주하고 있다. 

 

세월을 함께한 풍금나태주 시인의 초상화

 ▲ 세월을 함께한 풍금과 나태주 시인의 초상화


‘차실’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평소 시인의 아끼는 소장품들이 전시된 이곳은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과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계절의 변화가 한 눈에 들어오는 이 공간에서 실제로 시인은 차를 제공하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소담한 공간이지만, 교사와 시인으로서 걸어온 그의 인생을 살펴볼 수 있어 또한 인상적이다


오래된 축음기와 시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차실’

 ▲  오래된 축음기와 시인의 흔적이 남아있는 ‘차실’


평소에 무심코 지나쳤던 ‘풀꽃’.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이름도 모른 채 지나쳐버렸던 그 꽃. 하지만 관심과 애정을 갖고 보니, 이 세상 그 어떤 꽃들보다 아름답고 가치 있음을 느낀다. 시도 그렇다. 난해하고 다가가기 힘든 분야라고 느꼈던 시가 ‘풀꽃’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풀꽃문학관’을 둘러보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음을 느낀다. 바쁜 일상 속에서 놓치고 살아왔던 평범한 것들의 소중함과 동시에,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에도 가치를 부여하는 그의 따뜻한 시선이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졌음을 느낀다. 군더더기 없는 순수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나태주 시인의 작품들. 그러한 작품들이 존재하는 ‘풀꽃문학관’에서 또 다른 시의 미학을 즐겨보기 바란다.




사진= 한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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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시간 :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오전 10시~오후 5시) 

휴관일: 매주 월요일 

☎ 041) 881- 2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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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쟁이 한초아

[인문쟁이 3기]


20여년을 대전에서 살았지만, 그럼에도 ‘대전’에 대해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청춘(靑春) ‘한초아’이다. 바람과 햇살이 어우러진 산책, 꽃과 시와 별, 아날로그를 좋아하고, 행간의 여유를 즐긴다. 신문이나 책 속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자칭 ‘문장수집가’이기도 하다. 누구보다 뜨거운 ‘YOLO'의 삶을 추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인문쟁이’를 통해, 찰나의 순간을 성실히 기록할 생각이다. 윤동주 시인의 손을 잡고, 가장 빛나는 별을 헤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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