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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쯤 있어도 좋을 래퍼

엠씨세이모(a.k.a. 박하재홍)

인문쟁이 김세희

2017-11-21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조류독감은 인체감염 가능성이 낮다는 통계에 쉽게 마음을 놓았다. 그랬더니 살충제 달걀이 등장했다. 이쯤 되니, ‘공장식 축산’의 잔혹사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몹시 괴로웠다. 겨우 ‘동물복지’ 인증으로 눈을 돌렸으나, 어리석음의 대가를 보여주듯 가격이 높았다. 그렇다고 다시 공포로 돌아갈 순 없었다. 



 

‘동물복지’를 찾다가, 래퍼를 만날 줄이야.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랩으로 인문학 하기>의 저자 박하재홍

 ▲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랩으로 인문학 하기>의 저자 박하재홍


Q. 많이 속상했어요. 작가님의 저서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를 이제야 본 거예요. 제가.

A. 2013년에 쓴 책이죠. 침팬지의 어머니로 잘 알려진 영국의 세계적인 동물학자, 제인 구달 선생님의 <희망의 밥상> 머리말 문구를 첫 장에 담았습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지구 환경과 동물들의 편안한 삶,

그리고 그보다 더욱 중요한 우리 인간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사회적 기업 ‘아름다운 가게’의 활동가로 ‘주경야랩’을 시작했는데, 2006년 헌 책방을 담당하게 됐죠. 제인 구달 선생님이 펼친 환경운동 ‘뿌리와 새싹’을 책방 별칭으로 삼고, 환경과 동물 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불러 모았습니다. 그러다 기적처럼 2007년, 제인 구달 선생님의 방한 행사를 도맡게 됐죠. 동물‘복지’란 동물‘권리’의 하위개념이에요. 사람이 동물의 본성을 침해하고 이용할 수 없다는 철학이 ‘동물권리’라면, ‘동물보호법’은 그보다 유연한 ‘동물복지’를 따른 것이죠. 사람의 통제 하에 살아가는 모든 동물이 기본적인 안정을 누릴 수 있도록 규칙과 제도를 정하는 겁니다. 인간을 돕고 인간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거죠.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기에 축산업계도 변화를 받아들이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제인 구달 박사와 함께한 박하재홍 작가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와 함께한 박하재홍 작가

 ▲ 제인 구달 박사 및 환경 디자이너 윤호섭 교수와 함께한 박하재홍 작가


Q. '저서가' 환경, 인문학 랩, 청소년 교육 등 이토록 다양하고 많은 래퍼가 또 있을까 싶어요.

A. 그런가요? 어떻게 보면 힙합적인 감각에서 비롯된 거죠. 동물문제, 청소년 교육과 같은 주된 관심사에 진심을 담아서 샘플링을 해요. 쓸모 있게 저의 색깔로 소화하고 발현하는 거죠.


Q. ‘살충제 파동’ 때문인지 이 랩이 끌리네요. 한 소절 부탁드려도 저 미워하지 않으실 거죠?

A.

♬ 암탉의 관심을 끌어 보려는 수탉의 구애가

칠레에선 만인의 춤이 되었어, 그 이름은 쿠에카

한국 사람이 ‘쿠에카’를 즐길 필요는 없겠지만,

한국의 닭들에겐 꼭 필요해, ‘꼬끼오!’

춤을 허락해 주세요, ‘꼭이요.’ ♬

-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의 ‘닭에게 춤을 허하라’ 중에서 -


박하재홍 작가의 동물복지에 대한 강연 모습1박하재홍 작가의 동물복지에 대한 강연 모습2

박하재홍 작가의 동물복지에 대한 강연 모습3박하재홍 작가의 동물복지에 대한 강연 모습4

 ▲  박하재홍 작가의 동물복지에 대한 강연 모습

 

Q. 요즘 강연으로 스케줄이 꽉 차 있으시던데, <랩으로 인문학 하기>에서 ‘학생들의 건조한 문장이 촉촉해질 때마다 희열이 샘솟았다’고 했던 것 기억하시죠?

A. 물론이죠. 문화예술수업의 일환으로 ‘국내 스포큰 워드(Spoken Word) 워크숍’을 개발했습니다. 랩보다는 간편하지만, 랩의 기술과 리듬을 살려서 무언가를 표현하는 하는 건데요. 동물복지 영역이나 자신에 대해서, 인문예술적인 대화의 실마리를 안겨줍니다.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서로 도와주는 문화를 위한 거죠. 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질 수 없다고 해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자유로운 인간’이 충분히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학생들을 어리다고 여기지 않습니다. 존중받는다고 느낄 때 정서적인 만족감이 크잖아요. 동등하다고 깨닫는 ‘전율’이 중요한 거죠. 조금 다른 영역이긴 하지만,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처럼, 자존감이란 근육을 가진 인간으로 청소년을 바라봐야 해요. 그러면 다소 언어가 정제되진 않더라도 동물복지와 같은 문제를 더 풍부한 연령대가 교감하는 힘을 얻는 겁니다.

 

태국 코끼리 자연공원 활동 모습쿠바 에스페란토 대회 참가 모습

 ▲  태국 코끼리 자연공원 활동 모습 / 쿠바 에스페란토 대회 참가 모습 

 

Q. <랩으로 인문학 하기>와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단어가 하나 있어요. 바로 ‘여행’인데요. 

A. 익숙한 길목에서도 새로운 걸 발견할 수 있다면 삶은 그대로 여행이 되잖아요. 음악을 듣고, 음악을 찾아 움직이는 걸음마다 여행길이 된 거죠. 물론 원칙은 있었어요. 공정여행과 평등한 공용어 ‘에스페란토(Esperanto)’를 통한 친교, 자원 활동을 통해 문화를 마주하는 겁니다. 여행은 힙합처럼 ‘관계’니까요. 동물을 아끼는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태국의 코끼리 트래킹보다는 ‘코끼리 자연공원’을, 국제워크캠프를 통한 ‘바다거북 자원활동’ 등에 자신을 노출시켜 보는 겁니다. 그러다보면 새로운 울타리 안에서 겸허해지는 자신을 만나는 것 같아요.


박하재홍 작가의 환경 및 인문 관련 저서들- 돼지도 장난감이 필요해, 랩으로 인문학 하기, 여우는 어떤 소리를 내지?, 10대처럼 들어라

박하재홍 작가의 환경 및 인문 관련 앨범들 - 천국에도 래퍼들이 있을까(Feat.DJ 범킨), PUSH OFF

 ▲  박하재홍 작가의 환경 및 인문 관련 저서들과 앨범들


Q. 벌써 마지막 질문이네요. 박하재홍으로서, 엠씨세이모로서 ‘인문’이란 무엇인지요?

A. 힙합이라는 게 지역문화잖아요. 서울만이 아니라 대전, 제주 등도 은근한 색채를 가지며 랩을 공유하고 커뮤니티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힙합이 활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거라고 생각해요. 청소년의 거친 부분이 비보이 활동을 통해 수련될 수 있고, 건전한 배틀을 통해 환경문제 해결방안을 향상시킬 수도 있을 거예요. 교도소 수감자를 대상으로 음악 감상 수업을 진행하면서 만든 저의 <교도소로 가는 길(작사: 박하재홍/프로듀싱: 원우심슨)>에는 이런 부분이 있어요.


♬ 우린 서로 다른 사연을 지녔고,

우린 서로 다른 노래들을 골랐어.

우린 서로 닮은 사연들을 지녔고,

우린 서로 닮은 노래들을 골랐어. ♬


저도 정체성이 힙합인 분들을 인터뷰를 하곤 해요. 언제, 어떻게 힙합을 만났으며, 힙합은 왜 자신에게 필요한지, 단 두 가지 질문만 합니다. 다른 사람의 사연을 이해하면서 충돌도 조율할 수 있다는 걸 실천하는 거죠. 결국 저에게 인문이란 행복한 감상자, 그것입니다.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소울로

 

이런 건 어떨까. 동물의 사연을 담은 랩을 모바일 메신저로 매일매일 받아보는 서비스. 그러다가 마음이 움직이면 우리도 만들어보고 소통하는 거다. 아름다운 배틀로. 동물복지가 일상이 되는 날을 함께 꿈꾸며,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소울로, 너도 나도 두드리기. 동물을 향한 전 인류의 마음이 합일되는 낭독의 노크질! 영화 <옥자>의 미자와 같던 눈동자가, 갑자기 기지를 얻어 야릇해지는 건 나뿐 만은 아니겠지. 이렇듯 래퍼 엠씨세이모(a.k.a. 박하재홍)의 랩은 세상에 꼭 하나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진= 김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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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인문쟁이 김세희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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