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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르고, 읽고, 소개 받으며 찾는 나만의 책 취향

셀렉 북스토어, 고스트 북스

인문쟁이 양다은

2017-09-18


어린 시절, 유령 이야기는 무서워서 귀를 막으면서도 내심 더 듣고 싶은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어를 가지고 있는 ‘고스트북스’의 간판은 귀엽기만 한 데, 숨어 있는 듯하면서도 주변 간판과는 다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 공간은 왜 유령의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 궁금증을 품고 ‘고스트 북스’를 함께 운영하는 글 쓰는 김인철 작가, 그림 그리는 류은지 작가를 만났다.

 

고스트 북스의 입구 간판고스트 북스의 입구 입간판

 ▲고스트 북스의 입구 간판과 입간판

 


 

언제든 좋은 책을 만날 수 있는 믿음직한 공간.

 

고스트북스 - 김인철, 류은지 작가

 

고스트북스 - 김인철, 류은지 작가

 ▲ 고스트북스 - 김인철, 류은지 작가 

 

이하 K는 김인철 작가, R은 류은지 작가

 

Q. 고스트 북스 공간 소개 부탁드립니다.

K. 기존에 고스트 북스라는 소규모 출판사를 류은지 작가가 혼자 운영하다, 올해부터 오프라인 서점을 함께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R. 고스트 북스에서는 다양한 책을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우주과학부터 해외서적까지 김인철 작가와 제 취향이 반영된 매력 있는 책을 골라서 판매중입니다. 특히, 해외에는 시각디자인 하는 친구들이 진(Zine)이나 작품집을 만들어서 독립출판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책 중에 한국에서도 반응이 좋겠다하는 책이나, 대중성을 떠나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을 책방에 가져오기도 합니다.


Q. 여기 공간이름과 독립 출판사이름에 ‘고스트’가 들어가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R. 유령이라는 게 처음에는 저와, 점차 작가들과 닮았다고 생각했어요. 사람들이 유령 같은 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동시에 그 존재에 대한 각인이 강하잖아요. 작가들은 사람들이 말하는 경제적인 생산 활동을 항시 하는 건 아니지만, 세상에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작과와 유령의 은근하면서 강한 존재감이 닮았다고 생각했고, 그 이미지를 가져와 고스트 북스로 이름 짓게 되었습니다. 


고스트북스 방문을 반기는 유령그림고스트북스 방문을 반기는 실내 전경

 ▲ 고스트북스 방문을 반기는 유령그림과 실내 전경


Q. ‘고스트북스’를 운영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나요?

K. 손님들이 좀 더 오래 머물 수 있고 편하게 책에 관심가질 수 있도록, 구조도 바꾸고 연구하는 편이에요. 또한, 직접 꾸려가는 공간이기 때문에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점으로서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문화 요소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R. 공간과 책을 연결 지어서 풀어 낼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더라구요. 현재 두 달에 한 번씩 주제를 정해서 책을 큐레이팅하는 ‘바이먼슬리테이블’을 진행하고 있어요. 첫 번째 주제는 ‘시작’이었고, 두 번째는 ‘유령’으로 진행 중입니다. 이번 두 번째 큐레이팅부터 시각디자인 작가들과 함께 주제를 책으로도 읽고 그림으로 볼 수도 있도록 기획해보았습니다.

K. 처음에는 폭넓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면 좋겠다는 생각에 추상적인 주제를 선정했어요. 한 가지 단어도 각자 방식대로 생각해 볼 수 있으니까요. 이번에는 유령에서 파생된 문장인 ‘느낄 순 없지만 어느새 내가 되어버린’이라는 주제로 진행했어요. 방문해주는 손님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에는 좀 더 구체적인 주제를 고민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점에서 바로바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다음 기획을 보완할 수 있는 것이 공간의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바이 먼슬리 테이블 ‘느낄 수 없지만 어느새 내가 되어버린’고스트북스에서 진행하는 ‘진메이킹클래스 - 작은 책 만들기’

▲ 바이 먼슬리 테이블 ‘느낄 수 없지만 어느새 내가 되어버린’ / 고스트북스에서 진행하는 ‘진메이킹클래스 - 작은 책 만들기’


Q. 어느 소개 글에서 류은지 작가님이 ‘회화와 드로잉 같은 작품의 전시의 개념을 책으로 옮겨보았다’는 문장을 보았어요. 전시와 책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R. 갤러리나 미술관보다 서점이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같더라구요. 서점의 분위기가 갤러리에서 작품에 접근할 때 느끼는 어려움을 허물어뜨리게 된 것 같아요. 또, 미술품은 아무래도 소유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는데, 책은 가까이서 접하고 언제든 살 수 있잖아요. 그렇게 독립출판물로 낸 제 화집이 누군가의 책장에 꽂히게 되는 것이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작가로서 제 작업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야기를 방문하는 분들로부터 직접 듣는 즐거움이 있어요.


Q. 소개 메모가 붙어 있는 책이 많았어요.

R. 해외 도서 같은 경우에는 외국어로만 되어있거나 그림만으로 구성된 책이 있기 때문에, 간략히 어떤 책이다 소개가 필요할 것 같아 붙여 놓았습니다.

K. 우주과학 같은 경우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분야인데, 사실 많이 팔리지는 않아요. (웃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을 재미있게 접근했으면 하는 마음에 가져온 테마입니다. 그래서 우주과학 책에도 제 나름의 설명을 써 붙여 놓았습니다. 생각보다 교양 과학이 문학이나 문화에 차용되는 경우도 많거든요. ghost universe라고 우주과학 지식, 영상, 과학 관련을 소개하는 SNS 계정도 운영하는 중인데, 사람들이 알아가는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R. 저희가 고른 책 중 두드러지게 다른 분야가 있어서 좋은 점이 있어요. 취향이 다른 두 사람이 와서, 한 사람은 우주 과학 책을 고르고 한사람은 문학을 고를 수 있으니까요. 한 커플이 실제 각자 책을 보고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았는데, 이 공간에서 다른 취향을 공유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소개 메모가 붙어있는 해외 도서와 우주과학소개 메모가 붙어있는 우주과학 관련서적

 ▲ 소개 메모가 붙어있는 해외 도서와 우주과학 관련서적


Q. 최근에 TV 프로그램에서 문학, 과학,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서적이 언급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 같던데 실감하시나요?

K. 저희 책방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책이 저는 ‘코스모스’라고 생각해요. 제가 정말 추천하는 책인데 ‘알쓸신잡’ 프로그램에서 언급되면서 관심 가지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Q. 저 같은 경우에는 그런 새로운 책이 궁금하긴 하지만, 주로 읽는 분야만 읽는 경향이 있어요. 작가님들은 어떠세요?

R. 저도 좋아하는 작가의 책과, 좋아하는 분위기의 책을 자주 읽어요. 습관이 잘 바뀌지는 않지만, 저 같은 경우는 서점을 하는 입장이니까 여러 가지 숨겨진 책을 찾아내려고 노력해요. 과학이나, 문학, 시각예술 책도 있고 그 사이에 ‘이건 무슨 장르지’ 하는 책도 있을 거예요. 읽어볼 만한 것들을 보여드려서, 책방을 찾는 분들이 느끼고 또 맛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책방의 역할이라 생각해요.

K. 취향을 따라 책을 읽다보면 여러 갈래로 뻗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엔 소설만 읽다가도,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이 요소는 뭐지, 이론은 뭐지 하면서 접근 할 수 있는 것 처럼요. 최근 저는 ‘기사단장 죽이기’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책에 ‘델로니어스 몽크‘라는 재즈 음악가가 나와요. 궁금하기에 영상을 찾아보았더니, 책에 쓰인 텍스트를 귀로 느낄 수 있었어요. 그런 식으로 뻗쳐나갈 수 있으니, 자신의 취향을 계속 읽는 것도, 새로운 취향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고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혼자 활동할 때와 두 분이서 함께 할 때와 어떻게 다른가요?

R. 혼자는 아무래도 심심하죠. (웃음) 김인철 작가는 글을 쓰고 저는 그림을 그리면서 다른 걸 하니까, 제가 시도해 볼 수 있는 폭도 커지는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한 ‘냉탕과 온탕’ 책 시리즈에서 스토리 라인이 있는 컷 만화를 그려보았어요. 이전에는 그리지 않던 방식인데, 책을 기획하면서 새로 접근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고요.

K. ‘냉탕과 온탕’ 책 기획 자체가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생각과 표현 방식을 다루는 것이었어요. 함께 기획하면서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구나’ 알아가는 자체도 흥미로웠어요.

R. 아무래도 머리를 맞대니 여러 가지 아이디어도 많이 생기고, 으샤으샤 하는 에너지도 나오더라고요. 함께 작업하는 시간이 재밌었거든요. 그런 에너지를 사람들이 책을 읽으면서도 느껴주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반응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들의 명함

▲ 작가들의 명함 '김인철 - 책방 운영을 하고, 글을 씁니다. 류은지 - 그림을 그리고 책을 만듭니다.'


Q. 아까 '바이먼슬리테이블‘ 주제도 추상적인 단어로 다양한 생각을 보고 싶다 하셨고,’냉탕과 온탕‘ 기획도 한 가지를 다르게 보는 관점에 대한 책이라고 하셨는데 ’다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K. 저희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로서 단정 짓는 것을 지양해요. 섣불리 판단하거나 차단하는 것을 위험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 생각이 은연중에 연계되어서, 한 가지 단어나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하고 그런 활동을 시도해보는 것 같아요.


고스트북스의 테이블과 음료(커피, 주스, 맥주 등)

▲ 고스트북스의 테이블과 음료(커피, 주스, 맥주 등)


Q. 마지막으로 ‘고스트북스’가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되었으면 하나요?

K. 처음에 공간을 꾸리면서 언제든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을 만들자 마음먹었어요. 대구 시내에서 멀지 않고, 밑에도 인기 있는 술집이 있다 보니 시끄러울 수 있는 거리거든요. 하지만 삼층인 책방에서 아래를 보면 움직임은 있지만 소리는 없어요. 사람들이 음료를 주문하고 평소 읽던 책을 가져와 읽거나, 혹은 이 곳에서 책을 고르고 좋은 책을 사고 또 읽을 수 있거나 하는 믿음직한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R. 보통 책을 읽으려 카페로 나서면, 집중이 잘 안 되거나 시끄러운 경우가 있잖아요. 책방을 운영하면서 읽는 공간을 서비스로 만들어보자고 생각했어요. 여긴 테이블도 많지 않기 때문에 시끄러워질 염려도 없고요. 책을 읽고 싶을 때 사람들이 떠올리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진= 양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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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안내 

대구광역시 중구 경상감영길 212, 3층

운영시간 : 화-일 13:00-20:00, 매주 월요일 휴무 


* 관련링크

인스타그램  @ghost__books

사이트 : http://ghostbooks.kr/

장소 정보

  • 대구
  • 독립출판
  • 동네서점
  • 책방
  • 김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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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다은
인문쟁이 양다은

[인문쟁이 3기]


꾸준히 쓰는 중입니다. 언젠간 쓰기만 하면서 밥 벌어먹길 조심스레 바라봅니다.
yde83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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