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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마을이장 44년 장기집권의 비결

김영복 ‘가고 싶은 섬’ 무안 탄도 추진위원장

2019.01.11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에 이어 지금 문재인 대통령까지 그동안 바뀐 대통령이 10명이다. 그 사이 전라남도지사는 23명, 무안군수는 40여 명이 바뀌었다. 하지만 무안 탄도이장은 줄곧 김영복 위원장이었다.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주민들의 손발이 돼서 열심히 심부름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김영복 무안 탄도 추진위원장

 

 

44년, 최장기 집권 이장


김 위원장은 지난해까지 44년 동안 마을 이장으로 일했다. 그가 처음 마을 이장을 맡은 건 지난 1971년이었다. 2년 임기를 마쳤는데, 2년 만에 다시 주민들한테 불려 나왔다. 75년부터 다시 이장을 맡아 2014년까지 줄곧 이장으로 일했다.


2014년 말, 42년 동안 맡았던 이장 직을 그만뒀다. 이제는 편히 쉴 줄 알았는데, 2년 뒤 또 다시 주민들에게 불려 나왔다. 2년 동안 더 이장으로 일하고, 지난해 말에 직을 내려놓았다. 44년 동안 마을이장으로 일을 했으니, 그의 인생 절반 이상을 이장으로 산 셈이다.


김 위원장은 이장으로 일하며 주민들 사이에서 ‘도지사(島知事)’로 통했다. ‘탄도대통령’, ‘탄도군수’라 부르는 주민도 있었다. 그만큼 주민들의 신망이 두터웠다.


이장으로서 장수 비결은 ‘성실’이었다. 무슨 일이든지 생각하면 손과 발이 먼저 움직이는 게 그의 스타일이다. 그의 근면성과 성실성은 마을주민들 모두 인정하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떡 주나? 주라고 해야지. 감을 따려면 감나무에 올라가야 하고. 나는 그렇게 살았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앞뒤 안 가렸어. 공무원들이 나를 보고 ‘욕심 많은 이장’이라고 했는데, 그 때문일 거야.”



욕심만큼 발전해 나가는 마을


탄도는 무안군에 속한 28개의 섬 가운데 하나뿐인 유인도다. 현재 30가구 51명이 살고 있다. 섬에 많았던 소나무로 숯을 생산해 뭍으로 보냈다고 ‘탄도(炭島)’로 불린다. 탄도에 딸린 작은 섬 ‘야광주도’도 별나다. 옛날에 섬사람들이 여기에 불을 켜서, 주변을 오가는 뱃길을 밝혀줬다고 붙은 이름이다. 바닷물이 빠지는 조금 때엔 바닷길이 열린다. 누구라도 걸어서 섬에 들어갈 수 있다. 탄도에는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없다. 온새미로1의 섬이다.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으며, 섬 마을 특유의 소박한 인심도 그대로다. 그러나 이 때문에 불편한 점들도 분명 있었으리라. 불편한 것들을 고쳐나가기 위해 김 위원장은 부단히 노력했다.

1 가르거나 쪼개지 않고 생긴 그대로 라는 뜻의 순우리말


탄도 풍경 사진

 

그가 ‘욕심’ 부려 따온 사업이 한둘이 아니다. 특히 탄도 선착장 정비는 지금도 그의 자부심일 정도로 큰 사업이었다.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길이 350m의 선착장을 만들었다. 선착장이 생긴 후로 큰바람이 불 때마다 피하지 못했던 선박 피해를 줄였다.


마을주민들의 손발인 도선(탄도호)을 현대식으로 건조한 것도 그의 공이 컸다. 탄도호는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실어다 주고, 섬에서 생산된 농수산물을 뭍으로 옮기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탄도호

▲ 마을주민들의 손발인 도선(탄도호)


마을의 하수관거를 지중화해 깨끗한 마을로 가꾸고, 마을 안길과 농로를 포장하고, 마을회관을 실용적으로 건립한 것도 그의 공력이었다. 물론 혼자서 한 일은 아니다. 주민들이 서로 믿고 의지하며 힘을 실어준 덕이었다. 그의 풍부한 인맥과 공무원들과의 돈독한 사이도 일을 하는 데 큰 보탬이 됐다.


마을주민과 함께 하는 김영복 위원장

▲ 마을주민과 함께 잘 살기 위해 노력해 온 김영복 위원장


“주어진 일만 한다면 솔직히 바쁠 게 없지. 하지만 욕심을 내면, 한정이 없는 게 이장 일이더라고. 이장이 해야 할 본연의 일은 기본이고. 주민들에게 콩나물을 사다주고 상비약을 구해주는 일까지 잔심부름도 다 했어. 이왕 하는 일, 열심히 했고. 그렇게 일했어.”



가고 싶은 섬, 탄도


탄도 주민들은 지난해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신청을 앞두고, 울력을 통해 마을을 먼저 단장했다. 바닷물이 빠지면 걸어서 들어갈 수 있는 ‘섬 속의 섬’ 야광주도 앞에 유채 씨앗도 뿌렸다. 올봄 노란 꽃으로 물들 유채밭은 그동안 묵혀진 땅이었다. 면적이 6600㎡에 이른다. 누군가의 도움을 바라기에 앞서 주민들이 먼저 마을 가꾸기를 한 것이다. 그 중심에 김영복 위원장이 있었다.


“동백나무를 심고, 벚나무도 심었어. 예초기로 잡풀 베기 작업도 했고. 바닷가에 널브러진 쓰레기도 수거했지. 주민들이 다 같이 했어. 우리가 가꿔놓은 섬을 누가 가져갈 것도 아니고. 어차피 우리가 살 섬이고, 우리의 자산인데. 우리가 가꾸자고 했지.”


그 덕분일까. 무안 탄도는 지난해 10월 전라남도의 ‘가고 싶은 섬’ 개발 대상지로 선정됐다. 탄도에는 올해부터 5년 동안 고유의 특성을 살린 섬으로 개발된다. 마을공동체가 운영하는 주민대학도 운영된다. 주민들이 살고 싶고, 누구나 가고 싶은 섬으로 가꾸는 사업이다.


김영복 위원장

 

“이장을 그만두면서, 마지막으로 큰일 하나 했지. 앞으로 우리 섬이 발전하는, 전기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쩌요?

개인적으로 보람이고, 주민들한테도 큰 선물이 될 것 같아.”


숙제와도 같았던 큰 짐을 내려놓은 그는 앞으로 쉬엄쉬엄 지내고 싶다. 그 사이 나이도 많이 들었다. 이제는 집안에 더 충실한 남편으로, 자식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로 살고 싶다. 44년 동안 짊어진 이장 직을 내려놓은 그의 소박한 꿈을, 조용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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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돈삼
이돈삼
일상이 해찰이고, 해찰이 일상인 삶을 살고 있다. 전남도청 대변일실에서 일하며,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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