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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자본주의의 시대에서 소비는 삶의 필수 요소가 된다.
사회/이슈 경제/경영

왜 지금, 착한 소비인가?

소비에 뒤따르는 권력과 의무

by 천경희 / 2019.12.23


요즘 아이들의 눈에 하늘이 푸르게 보일까? 환경오염이 심각한 문제다.

 

"손자한테 하늘을 그리라고 하니 회색 크레파스를 가지고 오잖아! 글쎄" 

얼마 전 지인한테 전해들은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뿌연 잿빛 하늘이 익숙해진 요즘, 어린 아이들에게 하늘색이 파란색이었다는 사실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의 날씨와 함께 대기오염 정도와 미세먼지 지수를 점검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가정 내 사물인터넷이 연동된 스마트 홈에서는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오케이 지니’, ‘오케이 구글’ 등을 외치며 날씨와 환경지수를 확인하는 것이 더 익숙하겠지만. 


연일 매스컴에서 지구환경 오염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북극이 얼마나 빨리 녹아내리고 있는지, 태평양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쓰레기 섬이 떠 있어 해양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는지,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삼림이 훼손되어 얼마나 온난화를 가속화 하고 있는지 등등 수많은 지구환경의 위협적인 소식들을 접한다. 


타임지 표지가 된 그레타 툰베리

▲ 타임지가 선정한 2019년 올해의 인물, 그레타 툰베리 

(사진 출처: time.com)

 

심지어 16세의 스웨덴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올해 9월 개최된 유엔총회 기후변화행동 정상회의에서 세계지도자들을 향해 ‘생태계가 죽어가고 있다. 당장 행동하라’ 라고 외치며 환경오염의 심각성을 강조하였다는 뉴스도 이제 익숙하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지는 툰베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였으며,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에서는 툰베리를 2019년 가장 힘 있는 100대 여성 중 1명으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매일매일 소비하는 삶



서재 풍경, 디드로의 딜레마


우리는 하루도 소비하지 않고 살아갈 수가 없다. 매일매일 소비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당연히 지구환경을 오염시킬 수 밖에 없지만 실제로 자신의 소비와 지구환경의 심각성의 관계를 인식하기는 쉽지 않다. 이유는 끊임없는 소비의 욕망이 우리를 유혹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위 ‘디드로의 딜레마’로 명명되는 소비의 욕망이 바로 그것이다. 


가난한 프랑스 철학자 드니 디드로 (1973-1784)가 멋진 진홍색 침실 가운 선물 받았다. 새 옷을 입고 서재에 앉으니 책상이 초라해 보였다. 책상을 바꾸니 책꽂이가 의자가 모두 초라해졌다. 그래서 하나씩 하나씩 모두 바꾸고 나니 이제는 익숙한 것이 없이 전혀 새로운 환경이 낯설기만 하다. 결국 이처럼 소비가 또 다른 소비를 부르고 욕망의 추구가 만족 대신 또 다른 욕망을 낳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디드로 딜레마’라고 한다. 인간은 돈을 계속 써도 쉽게 만족할 수 없으며 자꾸 새로운 것을 갈망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삶에서 디드로와 비슷한 경험을 얼마나 많이 하고 있는가. 


한편, 사회의 변화에 따라 소비의 의미가 변화했다. 전통사회에서는 사용가치의 산출을 의미하던 것이, 산업자본주의사회에 들어서면서 교환가치의 산출로 변화하게 되고, 후기산업자본사회가 도래하면서 존재실현을 위한 물품의 사용으로 변화하게 되면서 현대 소비사회는 소비시대가 되었으며, 소비의 주체가 개인이 아닌 기호의 질서, 상품화가 중시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 소비사회에서는 충동구매, 중독구매, 과시소비, 보상구매 등의 비이성적 소비유형이 일반화되고, 이에 따라 환경문제가 등장하고 모두가 삶에 대한 불만족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대 소비사회에서 

우리들은 어떻게 소비해야 할까?



우리는 매순간 소비의 결정 앞에 놓인다


우리들이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일들 즉, 아침에 일어나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무엇을 신을까 무엇을 타고 갈까 지인을 어디에서 만날까 하는 것들을 결정하는 일상적인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매 순간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데 이때 판단기준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소비를 할 때 판단 기준을 가지고 소비하는 것 즉 소비윤리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비윤리란 소비의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을 뜻하는 것으로, 종적차원과 횡적차원으로 구분된다. 종적 차원이란 세대 간 분배를 말하며 다시 말해 환경과 다음 세대를 고려한 소비, 미래 세대의 요구에 대앙할 능력을 유지하며 현 세대의 요구를 충족하는 소비를 의미하며, 횡적 차원이란 세내 내 분배를 말하며 동시대의 자발적인 소득 재분배, 자선, 기부, 소득의 재분배를 통해 자원의 총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의 소비, 한 사회 나아가 인류 전체의 소비수준을 고려하여 자신의 소비수준을 절제하여 나눔을 실천하는 소비를 뜻한다. 


소비를 할 때 소비윤리를 실천하는 것을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라고 하며 의식 있는 소비라고 한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는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타인 즉 사회와 생산자, 판매자, 환경을 고려하는 소비인데, 소비의 전 과정 영역에서 다양한 일상 소비생활의 경제적, 법적, 생태 환경적, 사회적 영역에서 안전 및 건강, 환경, 인권, 동물복지, 지역공동체의 핵심 가치를 실천하게 된다.  


윤리적 소비는 다양한 영역으로 실천할 수 있는데, 실천 영역에 따라 기초, 성장, 성숙의 단계로 구분된다. 윤리적 소비의 기초단계는 상거래 소비윤리, 구매운동, 불매운동 등이 있고, 성장단계는 녹색소비, 로컬소비, 공정무역 등이 있으며, 성숙단계는 공동체운동, 절제와 자발적 간소화, 기부와 나눔 등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영역을 실천함으로써 윤리적 소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왜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인가? 



그렇다면 왜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를 실천해야 할까

윤리적 소비란 소비자가 개별적, 도덕적 신념을 가지고 인간, 사회, 환경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소비행동이다. 소비자가 소비를 할 때 개인의 사적인 이익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소비가 이웃, 사회, 환경 등 더 넓은 범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고려하여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이다. 나아가 윤리적 소비는 구매의사결정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상생활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간소한 삶을 지향하며 절제하고 나누는 삶을 실천함으로써 인간,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소비 실천행동을 의미한다. 결국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는 지구환경과 인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윤리적 소비의 한 실천 영역인 불매운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례가 많이 있는데, 사실 불매운동으로 세상을 변화한 예는 역사적으로 오래전부터 있었다. 1791년 노예무역을 폐지하기 위해 서인도제도산 설탕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 그것이다. 만약 소비자가 노예가 만든 설탕을 사지 않는다면 생산자도 설탕을 만들기 위해 노예를 사지 않을 것이며, 그러면 비인간적인 노예무역도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매운동을 시작한 것이다. 불매운동과 함께 서인도제도산 설탕 판매량은 1/3로 줄어들었으며 노예가 생산하지 않는 동인도제도산 설탕 판매량은 2년 동안 10배가 증가했다. 이를 계기로 1807년 노예무역이 폐지된다. 


결국 소비의 방식이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음을 사람들은 인식하게 되었으며, 그로부터 10여년 후 설탕 상점마다 ”노예가 만들지 않는 동인도제도 설탕입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만약 여섯 가구가 동인도제도의 설탕을 이용한다면 1명의 노예가 덜 필요할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소수만이 투표권을 가지고 있어서 대다수가 투표권이 없는 시대에 투표권은 없어도 소비자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시장에 행사할 수 있는 권리인 화폐투표를 행사한 것인데, 윤리적 소비의 실천영역인 불매운동으로 세상을 변화시킨 것이다. 


공정무역의 시작점 가스탕

▲ 공정무역마을운동이 시작된 영국 가스탕(Garstang)

(사진 출처: canalwalking.co.uk)


또한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윤리적 소비 실천인 공정무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국제공정무역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제공정무역마을 인증을 통해 각 지역사회에서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영국의 가스탕에서 시작한 공정무역마을운동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2,000여 지역에서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선포하고 공정무역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울시, 인천시, 부천시, 경기도, 화성시, 하남시 등에서 공정무역도시 인증을 취득하고 공정무역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경남과기대, 전주대 등 공정무역대학 인증을 취득하여 윤리적 소비 실천운동에 노력하고 있다. 공정한 거래와 공정한 무역을 실천함으로써 지구촌이 하나가 되어 함께 살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불매운동 공정무역 이외에도 윤리적 소비 실천 영역인 구매운동, 로컬소비, 녹색소비, 공동체운동, 절제와 간소한 삶, 기부와 나눔 등을 통해 지구환경을 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은 무한하다. 


윤리적 소비자들에 대한 최근 연구에 의하면, 윤리적 소비자들은 ‘함께 하는 삶’,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을 하는 삶’, ‘내적으로 충만하고 소신 있는 삶’을 행복한 삶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은 도덕적 의무감 뿐 아니라 개인의 행복한 소비를 위해서도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고 있다고 하였다. 결국 윤리적 소비는 세상을 변화시키는 역할 뿐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것이므로 우리가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나 개인만을 위한 소비가 아니라 타인을 의식하는 윤리적 소비가 인간, 사회,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구현하는 소비 실천행동을 통해 궁극적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며 스스로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한다고 하니 어찌 실천하지 않을까. 


플로렌스 캘리

▲ Florence Kelley (사진 출처: britannica.com)

 

 

산다(live)는 것은 산다(buy)는 것이다. 

산다(live)는 것은 권력이 있다는 것이다. 

권력이 있다는 것은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_ 플로렌스 캘리, 미국 소비자단체 NCL 초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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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경희
천경희
현재 가톨릭대학교에서 소비자주거학전공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학교에서 소비자학을 전공하고 윤리적 소비 실천운동인 공동체화폐운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A.C. Nielson, 맥스컨설팅그룹, 인터막스애드컴에서 마케팅리서치를 수행하면서 소비자행동을 연구했다. 아름다운가게, 한밭레츠, 민들레의료생협 등 NGO활동에 참여하면서 윤리적 소비를 실천했으며, 여성신문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윤리적 소비에 관한 칼럼을 꾸준히 기고했다. 2010년 가톨릭대학교에 중핵 교과목 ‘소비와 윤리’를 개설하여 전국 최초로 대학에서의 윤리적 소비 교육을 진행하였으며, 2012년 가톨릭대학교의 윤리적 소비 교육 프로그램을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프로젝트로 공식인증 받아, 이후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11개 대학에 윤리적 소비 교과목을 개설하도록 교재, 강의안, 교육방법 등을 지원함으로써 윤리적 소비 교육을 확산하고 있다. 아울러 시민을 대상으로 윤리적 소비를 교육하기 위해 EBS, SBS. 가톨릭방송, 아리랑TV, 방송통신대학TV, 조선일보 등 다양한 매체에서 강연하고 있다. 저서로 <착한 소비, 윤리적 소비>, <누가 행복한 소비자인가>, <마을로 가는 사람들>, <윤리적 소비의 이해와 실천>, <행복한 소비, 윤리적 소비> 등이 있다.
이미지 제공_ⓒ천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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