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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육아 역할의 변화

『라테파파』 『아이는 누가 길러요』

서효인

2018-04-09

일하는 엄마, 아이를 돌보는 아빠


김한별 아나운서의 에세이 제목은 『라테파파』다. 국어사전에는 아직 등재되어 있지 않다. 외국에서 들어온 신조어라고 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해외만큼 널리 쓰이고 있진 못한 것 같다. 라테파파는 카페라테를 마시며 유모차를 모는 남성을 뜻한다. 풀어쓰자면 육아휴직인 상태에서 아이에게 전념하는 아빠라고 말할 수 있겠다. 북유럽의 교육 시스템을 취재한 다큐멘터리에서 이 말을 처음 들었다. 스웨덴의 작은 도시였는데, 오전 시간이 되니 젊은 아빠들이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긴 후 홀로 혹은 아이를 유모차에 태운 채 천천히 산책하며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나라 베스트셀러 소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성별만 바뀐 채 같은 상황이 재현되는데, 커피를 마시며 잠시 쉬는 젊은 엄마를 두고 직장인 남성들이 ‘맘충’이라고 수군대는 바로 그 장면이다.)


『라테파파』 김한별 지음, 이야기나무

▲ 『라테파파』 김한별 지음, 이야기나무


북유럽에서 아이를 키우는 아빠는 망설임 없이 육아휴직을 썼다. 휴직 기간 내 임금은 일할 때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았고, 엄마든 아빠든 그때의 필요에 따라 휴직의 순서가 바뀔 뿐 우리처럼 여성에게 육아의 의무를 전적으로 부과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씁쓸했던 장면은 ‘아빠’ 하면 떠오르는 단어를 써나가는 두 나라의 아이들이었다. 스웨덴은 사랑, 행복, 놀이가, 한국은 술, 담배, 일이 주요 단어였다. (『82년생 김지영』에서 비슷한 맥락의 장면 또한 구성되는데, 아이를 낳고 지영은 성실하게 경력을 쌓아오던 직장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소설과 현실 모두 한국에서 아빠의 직장은 상수고 여성의 직장은 변수여서, 결국 경력이 단절되는 사람은 여성일 수밖에 없다.)


에세이 『라테파파』는 이러한 우리 현실에서는 조금 특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취직과 결혼, 일과 사랑에 있어 이곳의 어느 젊은이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작가는 차분하게 문장으로 풀어낸다. 아나운서라는 위치에서의 특별함이 아닌, 우리와 같은 사람이라는 공감이 이 책의 채우는 전반적 분위기다. 김한별 아나운서는 육아휴직을 통해 라테파파로의 도전에 나선다. 보통의 가정과는 다르게 아내는 출퇴근하고 남편이 아이를 돌보는 것. 그 과정에서 저자는 “육아는 혼자만의 책임이 절대 아니기 때문에 부부는 서로를 보완해주는 환상의 복식조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독박에서 복식으로 나아가기까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제도적으로는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육아휴직에 대한 선택지가 확대되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육아는 ‘돕는’ 것이라는 남성들의 일반적 인식이 바뀌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이는 누가 길러요』 서이슬 지음, 후마니타스

▲ 『아이는 누가 길러요』 서이슬 지음, 후마니타스


함께 아이를 기르는 사회


서이슬 작가의 『아이는 누가 길러요』는 제목처럼 보다 적극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10만 명 중 하나인 ‘KT 증후군’이라는 희소병을 안고 태어난 아이의 양육자이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 장애인을 위치시키려 하지만 선천적 장애, 사고로 인한 장애를 겪는 이는 모두 우리 곁에 존재한다. 특히 태어나면서 장애를 안은 아이들은, 그 양육에 있어 앞서 언급한 라테파파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산적해 있다. 불과 몇 개월 전 우리는 특수학교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을 상대로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던 장애아의 부모들을 눈으로 보아야 했다. 이러한 사회적 편견, 무지, 차별은 개인이 모두 받아 안기에는 너무나 커다랗고 참혹하다.


“아이는 누가 길러요?” 하는 질문에 지금까지의 가장 좁은 답은 ‘엄마’였던 것 같다. 그나마 넓히자고 논의하는 수준이 ‘엄마와 아빠가’ 함께하는 정도이다. 아빠의 적극적인 육아 참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어린이집 등 보육 시설의 부족함에 시달리는 현실은 우리에게 자꾸만 답을 찾는 일을 주저하게 만든다. 저자는 가족을 넘어 의료 복지 시설, 지역 공동체와 함께 답을 찾는다. 미국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답을 찾고, 나름의 답을 다시 한국에 알리려 한다. 아이는 사회가 함께 길러야 한다는 것. 서로를 존중하고 차이를 배려하는 사회에서는 함께 기름이 가능하다는 것. 사회 문화의 경계를 넘어 언제든 확장되어야 할 답일 것이다.

북유럽 같은 외국의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유모차를 끄는 아빠뿐만이 아니다. 휠체어에 타 외출에 나선 장애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다운증후군 청소년, 보호견과 산책에 나선 시각장애인…… 피부색만큼이나 다양한 신체적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들이 공원과 광장을, 도로와 건물을 공유한다. 그곳에서 아빠와 엄마가 동등하게 육아에 참여하고 아이와 함께 공감한다. 육아가 여성이라는 투명한 감옥에서 벗어나고 가정이라는 두터운 벽을 넘을 때야 ‘라테파파’는 물론이고 우리가 함께 아이를 기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야말로 출산율에 대한 궁극적인 대안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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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서효인
서효인

시인, 에세이스트, 출판편집자.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2011년에는 제30회 김수영 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여수』, 산문집 『이게 다 야구 때문이다』, 『잘 왔어 우리 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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