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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의 고민, 행복한 삶 (feat. 아리스토텔레스)

-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

편상범

2022-07-08

수렵의 시대에 우리 조상들의 선택은 주로 먹이를 비롯한 물질적 재화를 확보하는 활동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렵인들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친밀한 인간관계 등에는 크게 주목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만한 동기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이러한 인류의 유전자는 수렵시대와는 너무나 다른, 상상할 수도 없었던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도 여전히 물질적 조건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유전자의 명령에 따르기만 해서는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겠지요.

 

 

 

Q.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행복하게 살고 싶어요. 그래서 돈을 많이 벌고 싶고요. 그런데 돈이 많아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사고, 실컷 놀고, 여행하고, 그렇게 즐기면 행복하게 사는 건가요? 그렇다면 돈이 없으면 행복하게 살 수 없나요?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인가요?

 

 

 

A. 목적지를 알아야 가는 방법을 찾지요.

 

당신의 질문에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네요. 당신은 우선 돈을 많이 벌어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어 합니다. 당신뿐 아니라 오늘날 대부분 사람이 바라는 행복한 삶이 바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돈을 매우 중요하게 여깁니다. 돈이 없으면 풍요로운 소비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당신은 그런 삶을 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요. 과연 그렇게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인지 당신은 묻고 있습니다. 도대체 행복이란 무엇이냐고 묻습니다.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 사람은 흔치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떻게 행복할 수 있냐고 묻지요. 마치 행복이 무엇인지 다 알고 있는 것처럼 행복의 방법을 찾을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당신의 물음은 매우 철학적이고 삶에 대한 성찰이 담긴 훌륭한 질문입니다. 

 

목적지를 알아야 교통편을 찾을 수 있듯이, 행복이 무엇인지 알아야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겠지요. 그런데 대부분 사람이 행복이 무엇인지 묻지 않은 이유는 행복이 무엇인지 자신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당신의 질문 속에도 행복이 무엇인지, 당신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행복이 잘 드러나 있습니다. 돈을 많이 벌어서 마음껏 쓰고 즐기는 것이지요. 그래서 다들 행복하기 위해서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지요. 자본주의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생각입니다. 그러나 그런 삶이 과연 얼마나 행복한지를 검토하려면 먼저 행복이 무엇인지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목적지를 알아가는 방법

목적지를 알아가는 방법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답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행복이라는 개념이 이해하기 어려워서 그런 것은 아니지요. 행복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그러나 정작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답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사람마다 제각기 다른 대답을 하게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들어보면 옛날에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행복은 “잘 사는 것”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하면서도, 잘 사는 것이 무엇이냐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이는 부자로 사는 것, 어떤 이는 즐겁게 사는 것, 어떤 이는 건강하게 사는 것, 어떤 이는 명예롭게 사는 것, 어떤 이는 지혜로운 삶을 행복이라고 말하지요. 심지어 같은 사람이 가난할 때는 부유함을 행복이라고 생각하다가 병 들면 건강이 행복이라고 말합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과연 인간의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지 탐구를 시작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 알렉산더

아리스토텔레스와 그의 제자 알렉산더

 

 

오늘날에도 행복에 대한 이론들은 다양합니다. 행복이란 곧 즐거움(쾌락)이라고 여기는 쾌락주의가 있지요. 행복은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는데 그것을 욕구만족이론이라고 부릅니다. 이 두 가지는 행복에 관한 주관주의적 견해에 속합니다. 쾌락주의는 즐겁다는 주관적 느낌을, 욕구만족이론은 자신의 욕구가 실현되었다는 주관적 판단을 행복의 결정적 요소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무조건 즐겁게 느끼기만 하면, 또는 어떤 욕구든지 만족 되면 그것이 행복이라고 하기는 곤란하다는 점이 주관주의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살고 있다고 말하려면 남들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주장을 행복에 대한 객관주의라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객관적 기준이 무엇이냐에 따라 객관주의자들의 견해는 다양합니다.

 

행복의 다양한 해석

행복의 다양한 해석

 

 

행복이 무엇이냐는 당신의 물음에 제대로 답하기 위해서는 이런 이론들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그런데 우리에게 주어진 지면으로는 행복에 관한 현대의 여러 이론을, 그리고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을 비롯한 철학자들의 견해를 검토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에 관해, 특히 부자가 되고 싶어 하면서도 그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당신의 생각을 검토하기 위해 행복이 무엇이냐는 물음은 간략히 정리하고 자세한 논의는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행복에 관한 여러 이론은 제각각 행복의 중요한 일면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요. 행복한 삶은 즐거운 삶(쾌락주의)이어야 하며, 행복하기 위해서는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져야(욕구만족이론)합니다. 그렇게 주관적으로 행복하다는 느낌과 판단뿐 아니라 다양한 객관적 기준들을 만족시켜야 한다는(속아서 살면 안 되지, 인간의 타고난 능력을 잘 발휘해야지, 부끄럽지 않은 삶이어야지 등등) 객관주의적 주장도 행복의 중요한 요소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이처럼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려운 여러 다양한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만큼 행복은 복합적인 개념이지요.

 

 

우리는 왜 돈과 지위를 그렇게 중요하게 여길까요?

이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봅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복을 연구하는 학자들(특히 심리학자)의 연구결과를 살펴볼 필요가 있지요. 그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관계’라는 것입니다. 나의 행복은 나 혼자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사회적(공동체적) 동물이라고 했지요. 그래서 그는 행복하기 위해서는 정의와 친애(사랑과 우정)의 공동체가 중요하다고 역설했습니다. 현대의 심리학자들도 행복을 위해서는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돌보는 관계, 가치 있는 존재임을 서로 확인해주는 그런 인간관계에서 우리는 행복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면 결코 행복한 사회를 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이, 행복한 사회 없이는 나도 행복할 수 없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남들이 어떻든 나만 행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관계

관계가 주는 행복

 

연구자들이 밝힌 대로 사람들은 서로 존중하고 아끼는 인간관계와 공동체에서 더 행복을 느낀다는데, 왜 우리는 그런 관계를 위한 노력보다는 돈을 벌기 위한 활동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까요? 왜 돈만 있으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요? 물론 돈이 없이는, 즉 물질적 조건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행복은커녕 그냥 사는 것도 어렵지요.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평균적으로 볼 때 인류 역사상 최고의 물질적 풍요를 누리고 삽니다. 아직도 많은 지구인들이 절대적 빈곤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경제적 선진국에서도 여전히 돈을 위한 다툼이 치열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학자들이 제시하는 여러 이유 중에서 두 가지만 살펴봅시다.

 

 

돈과 지위

 

우리가 돈과 지위 등의 가치를 우선으로 선택하는 첫 번째 이유는, 돈으로 대표되는 물질적 가치나 사회적 지위 등의 가치는 객관적으로 명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먼저 차지해버리면 나의 몫은 없어지거나 줄어들 수밖에 없으니 부지런히 챙겨야 합니다. 이에 반해 우리에게 행복감을 안겨주는 요소들인 서로 지지해주는 공동체와 가족, 여유와 안정감, 자연과의 조화, 의미있는 활동 등은 눈에 보이는 것들이 아닙니다. 그래서 객관적인 지표로 명확하게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분명하게 드러나는 더 많은 돈, 더 높은 사회적 지위, 더 건강한 몸, 더 편리한 전자기기 등을 얻기 위한 선택을 합니다. 그래야 나의 선택이 남에게나 나 자신에게나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정당화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풍요로운(물론 물질적으로만) 세상에서도 중세시대의 농민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한답니다. 돈을 많이 벌어 마음껏 쓰고 싶은 당신의 욕구도 바로 명확하게 눈에 드러나는 대상을 향한 욕구입니다. 그러나 행복을 위해서는 그런 욕구에만 매달릴 수 없지요.

 

 

아직도 수렵시대의 유전자를 가진 현대인

우리가 물질적인 풍요에 여전히 집착하는 두 번째 이유는 아마도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유전자가 그렇게 생겨 먹었다는 것이지요.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는 나름대로 환경에 잘 적응하여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지요. 적응하지 못했다면 이미 사라져버렸을 겁니다. 우리 인간도 혹독한 환경 속에서 살아남은, 잘 적응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요. 그런데 유전자가 변이와 적응의 과정을 겪는 시간의 단위는 십 년, 백 년, 천 년이 아닙니다. 우리의 유전자는 최소한 만 년 전의 환경에 잘 적응한 유전자입니다. 지금 우리의 환경은 고도화된 산업사회이지만 우리의 유전자는 수렵시대에 적응한 유전자라는 말입니다. 유전자가 잘 적응한 환경을 ‘진화적 적응 환경(EEA, Environment of Evolutionary Adaptedness)’이라고 하는데, 인간의 유전자가 잘 적응한 환경과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큰 차이가 있지요. 이 부조화(mismatch)가 많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왜 인간관계나 공동체와 같은 행복의 핵심 요소보다 물질적 재화를 더 선택하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진화론

인간의 진화론

 

 

수렵의 시대에 우리 조상들의 선택은 주로 먹이를 비롯한 물질적 재화를 확보하는 활동에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우리 역시 여전히 그런 선택을 선호하게 되지요. 그리고 수렵인들은 행복의 중요한 요소인 친밀한 인간관계 등에는 크게 주목할 필요가 없었고 따라서 우리가 선택할 만한 동기로 작동하지 않은 겁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상호지지적인 관계, 의미 있는 활동, 자연과의 일체감 등은 그들에게는 별 문제 없이 늘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에 애써 얻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었던 겁니다. 이러한 인류의 유전자는 수렵시대와는 너무나 다른, 상상할 수도 없었던 물질적 풍요의 시대에도 여전히 물질적 조건을 얻기 위해 분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이러한 유전자의 명령에 따르기만 해서는 이 시대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없겠지요.

 

 

수렵시대의 조상

수렵시대의 조상

 

 

우리가 돈(물질적 풍요)에 집착하는 두 가지 이유를 살펴보았는데, 사실 그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한 가지만 더 언급하자면 우리의 사회적 환경입니다. 카멜레온이 주변의 색에 따라 몸의 색을 바꾸듯이, 우리도 환경에 매우 빠르게 대처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에 따라 우리도 이에 맞추어 처신하는 경향이 있지요. 자본주의적 환경에서 다른 사람들이 대체로 돈 벌기에 몰두하는 것을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것을 따라합니다. 그러니 개인의 행복이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문제임은 분명합니다.

 

 

카멜레온

카멜레온

 

 

‘욕구주머니’로서의 인간은 절반의 진실

돈을 많이 벌어 풍요로운 소비생활을 하겠다는데 그게 왜 문제가 될까요? 위에서 언급했듯이, 그리고 당신의 질문에도 함축되어 있듯이 그러한 삶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물질적 풍요를 지향하는 삶은 보다 깊은 차원에서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 삶이 전제하고 있는 황폐한 인간관과 세계관의 문제입니다. 오늘날 우리의 인간관은 대체로 서양 근대의 것입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욕구 충족의 주체입니다. 그래서 욕구 충족이 삶의 목적이며 각자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인간들은 한정된 재화를 놓고 다툴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라고 묘사한 홉스(Thomas Hobbes, 1588~1679)가 이를 잘 보여줍니다. 이것은 오늘날 자본주의의 주류 경제학에서 전제한 인간관, 달리 말하면 시장의 인간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밥 달라고 아우성치는 위장과 같은 욕구주머니입니다. 우리의 삶은 그 주머니를 채우는 일입니다.

 

 

인간의 욕구 충족

인간의 욕구

 

 

이러한 생각은 인간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담고 있지요. 우리는 욕구의 주체임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진실의 한쪽 면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구는 본능처럼 이미 주어진 것이고 우리는 이에 복종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인간은 어떤 욕구를 추구하고 어떤 욕구를 삼가야 하는지 검토하고 성찰하는 존재입니다. 게다가 인간의 욕구는 사회적으로 형성되기도 하며, 질적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그리고 모든 욕구가 다툼의 대상을 지향하는 것도 아닙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이 인간에게는 진리를 추구하려는 지적 욕구도 있고 도덕적 삶을 살아가려는 실천적 욕구도 있습니다. 그런 욕구는 다른 사람들과의 다툼이 아니라 서로 돕고 의존하게 만드는 욕구입니다. 인간은 홉스가 생각한 것처럼 욕구 충족을 위해 서로 싸우는 존재일 수도 있지만,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 문제는 도덕성과 이기적 욕구의 관계에 대한 보다 깊은 철학적 논의가 필요한 문제이지만, 여기서 제가 말하려는 것은 홉스적인 인간관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점입니다.

 

 

소비 지향적 세계관이 세상을 황폐하게 만든다

어쨌든 자본주의 세상의 지배적인 인간관은 홉스적인 인간관입니다. 우리는 욕구의 주체이며, 이를 시장의 언어로 옮기면 소비의 주체 즉 소비자입니다. 물론 소비의 대상을 생산하는 생산자이기도 하지요. 돈을 많이 벌어 실컷 쓰고 싶다는 우리의 욕구가 바로 소비자로서의 욕망입니다. 그런데 소비자의 눈으로만 세상을 보면 이 세계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상입니다. 나를 둘러싼 세계는 나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대상들의 세계일뿐입니다. 그래서 세상은 곧 자원입니다. 자연 세계는 천연자원이고, 인간마저도 인적 자원입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구로서만 그 가치를 지닙니다. 도구적 의미를 가질 뿐입니다. 그러한 관점에 따라 우리는 자연을 이용하여 왔고 그것이 우리의 삶을 물질적으로 풍요롭게 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요. 그러나 동시에 자연의 이용은 자연의 착취로 이어지고 오늘날의 환경 재앙을 일으킨 것 또한 분명합니다. 자연뿐 아니라 타인들도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데 얼마나 필요한지에 의해 그 가치가 결정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도 얼마나 쓸모 있느냐(유능하냐)에 따라 가치를 매깁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여기서 줄이지요.

 

 

자원

소비 사회

 

 

그렇다고 소비자로서의 삶이 필요 없다거나 나쁘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그것이 지배적인 삶의 태도가 되면 그만큼 심각한 문제를 불러온다는, 아니 이미 불러왔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소비활동을 해야만 살 수 있고, 그래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그래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해야만 합니다. 그렇지만 일이 오직 돈을 벌기 위해서만 의미가 있다면 우리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사람들이 맛있다고 좋아할 때 요리사는 즐겁습니다. 그 즐거움의 이유는 단지 돈을 버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요리 행위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행위임을 확인하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선생님들은 제자가 성장하는 모습에서 기쁨을 느낍니다. 만일 요리사가 음식값을 받을 때만 즐겁다면, 선생님이 월급 때문에만 수업을 한다면 매우 불행한 삶을 사는 것입니다. 직업을 선택할 때 단지 보수나 사회적 지위만을 고려하면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물론 직업은 우리의 생계를 보장해주는 경제적 수단이지요.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일을 한다면 결코 행복할 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내가 남에게 도움이 되고, 세상에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일을 할 때 행복감이 높아집니다.

 

 

소비활동

일의 즐거움

 

 

인생은 반품되지 않습니다

당신의 질문에 대한 저의 일방적인 답변에 당신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합니다. 아마도 조금은 공감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혹시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으셨는지요? “돈보다 중요한 것이 많이 있고 행복한 삶은 돈만으로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만큼 돈을 가져보고 정말 돈만으로 행복할 수 없는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예! 저도 그런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만큼 이 사회가 우리에게 세뇌시킨 사고방식은 막강한 힘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돈 실컷 벌어서 물질적 풍요를 누려보고 아니면 다시 살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인생은 마음에 안 들면 반품하거나 다시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닙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보다 앞서 살았던 많은 분들의 삶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 중에서 당신이 칭찬하고 싶은 삶은 어떤 삶인가요? 당신에게 자식이 있다면 어떤 삶을 권해주고 싶으신가요? 당신 자신이 그런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면 아마도 후회하지 않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돈으로 살 수 없는 행복

 

 

◆ 목마른 당신을 위한 〈인생 비타민🍊〉 ◆


『니코마코스 윤리학』 표지(좌)(이미지 출처: 교보문고)와 『Happiness-A very Short Introduction』 표지(우)(이미지 출처: 아마존)

『니코마코스 윤리학』 표지(좌)와 『Happiness-A very Short Introduction』 표지(우)(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① 『니코마코스 윤리학』,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강상진·김재홍·이창우 옮김, 길, 2011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론은 오늘날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간의 행복은 인간의 본성인 이성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는 활동이라고 주장합니다. 행복에 관한 고전입니다.


② 『Happiness-A very Short Introduction』, 다니엘 헤이브론 지음, Oxford Univ., 2013

헤이브론은 행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철학자입니다. 학문적으로 중요한 책과 논문들을 많이 저술하였지요. 이 책은 일반인들을 위해 행복에 관한 핵심적인 내용들을 잘 풀어서 정리한 작은 책입니다. 우리말로 번역되지 않았지만 영어로 읽으실 수 있는 분에게는 일독을 권합니다.

 

 

 

 

MZ세대와 함께 하는 철학 카페는? 불확실한 미래, 지질한 현재, 이불킥을 하게 만드는 과거……. 나는 왜 이리 형편없을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민들로 나의 일상은 주눅 들고는 합니다. 지금처럼이 아닌, 나답게 잘 사는 방법은 없을까요? 철학의 2,500년 역사는 이 물음에 답을 주는 지혜들로 가득합니다. 개성 강하고 그만큼 고민도 남다른 MZ세대를 위해 다정한 철학 전문가들이 모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삶의 고민과 질문을 부담 없이 들려주시길! 철학의 지혜를 담뿍 전해드리겠습니다.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MZ세대의 고민, 행복한 삶 (feat. 아리스토텔레스)

- 지난 글: [MZ세대와 함께하는 철학 카페] 이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냐구요...(feat.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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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상범
편상범

철학박사, 고려대 철학과 강사
고려대학교 기계공학과와 철학과를 졸업했다. 동 대학원 철학과에서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서 실천적 인식의 문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로 『윤리학』, 『서양이 동양으로 걸어오다』가 있고 논문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감각 이론」, 「프로타고라스의 인간척도설」등이 있다. 고려대, 강원대, 성신여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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