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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에세이 아홉 번째: <우리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2022-05-26


안녕하세요 인생나눔교실입니다.​


 인생나눔교실의 나눔에세이 아홉 번째 시간.


 '어른 세대만의 이야기'를 주제로 한

 ​차아란 작가의 에세이를 소개합니다.

 

 

나눔 에세이 아홉 번째, 우리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밀레니얼들이 관심 있어할 법한 어른세대만의 이야기>, 차아란 작가 편,  인생나눔교실

 


"우리는 당신만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밀레니얼들이 관심 있어 할 법한 어른 세대만의 이야기>


차아란 작가

- 대학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결혼식 전날 비자발적으로 퇴사한 것을 계기로 내가 주도하는 삶을 살려고 노력 중이다.

좋아하는 것을 찾아 비전공자지만 디자인 대학원에 진학했고, 디자인을 배워 이전에 살았던 비정규직 삶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대표가 되었다.

2022년 1월 페미니즘 순한 맛이라는 평을 듣고 있는 우리 부부의 성장 에세이 <우리가 알아서 잘 살겠습니다>를 출간하였다.

 

 

지난달 우리 부부는 새로운 작업실에 입주했다. 집에서는 도무지 집중이 안 되어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는데, 마침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을 저렴하게 구했다. 작업실은 우리 집뿐만 아니라 시외할머니 댁과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어 한 두 번 할머니 댁에 들러 함께 식사를 했는데, 지금은 거의 매일 점심을 함께 먹는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며 한사코 혼자 지내시겠다는 할머니는 끼니 챙기기가 귀찮아 묽은 수프로 때운다고 하셨고, 그 말을 듣고 도무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빠도 하루에 한 끼는 꼭 상을 차려 할머니와 함께 먹는 것이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일과가 자리 잡은 지 한 달이 지난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불편할 수 있는 자리인데, 나는 왜 이렇게 시외할머니랑 식사하는 것이 편하지?’


별것 아니어도 맛있게 잘 드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끼긴 하지만, 그게 이 자리가 편한 이유를 전부 설명하지 못한다. 할머니와 식사를 하던 순간을 떠올려보니 그 나이대 어른이라면 결혼한 손주 부부에게 으레 할 법한 말을 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여태껏 할머니는 우리에게 한 번도 2세 소식에 대해 묻지 않았다. 아니, 그 어떤 것도 구구절절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그동안 내가 경험한 어른들은 밥상의 적막을 채우고자 쉽게 ‘질문'을 던지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특히 직장 생활을 할 때, 어른들은 아래 직원에게 달리할 말은 없지만 말없이 식사하는 분위기는 싫어서 안부랍시고 질문을 툭툭 던졌다.


“남자친구 있어?”


“주말에 애인이랑 뭐 했어?”


기본 호구조사부터 애인의 유무, 결혼을 했는지, 애가 있는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에 관해 질문을 받는 건 일상다반사였고, 여지없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그러나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대답하는 것이 프로 직장인의 덕목. 그래서 직장 상사와의 식사는 늘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달랐다. 할머니는 질문을 던지는 대신, 그냥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아흔을 넘긴 연세니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신다.


“아니, 그 김 아무개가 나한테 이런 잘못을 했는데 지금은 죽었어~”


어떤 날은 전쟁 난리 통에 어떻게 남한으로 와서 가족과 헤어지게 되었는지 이야기하시고, 또 어떤 날에는 고작 17살 나이에 혈혈단신으로 서울에 정착한 이야기와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하던 이야기를 하신다. 거의 매일 얼굴을 보다 보니 이제 슬슬 할머니의 이야기보따리도 떨어져 가는지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고 있지만, 그래도 언제나 당신 개인의 삶에 대해서만 말씀하신다. 한국 전쟁과 산업화를 지나쳐온 당신의 삶을 듣다 보면 TV 다큐멘터리가 따로 없다. 한국사의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할머니만이 생생하게 주인공으로 빛나는 다큐멘터리를 듣다 보면 나도 모르게 숟가락을 뜨는 속도가 점차 줄어들고 귀 기울이게 된다. 
할머니만의 이 다큐멘터리, 이것을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즉 ‘나다운 콘텐츠'라고 표현한다.



사진1



90년생 밀레니얼 세대인 나는 항상 나다운 콘텐츠가 고민이다. 어떤 것이 나다운가?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 하는가? 나만이 전개할 수 있는 이야기는 도대체 무엇인가? 결혼을 했지만 누구의 엄마, 며느리, 딸이 아니라 나 개인의 진정한 모습을 발굴하고 성장해나가려면 어찌해야 되는지 늘 고민이다. 내가 이토록 고민할 때, 이미 할머니는 당신만의 이야기로 ‘나다운 콘텐츠'를 밥상에서 전개하며 밀레니얼 부부가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었다. 아마 할머니가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를 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할머니를 팔로우 했을 것이다.


지금의 밀레니얼들은 모르는 사람이더라도 그가 올리는 콘텐츠가 ‘내가’ 느끼기에 재밌고 유익하다면 팔로우를 한다. TV 채널보다 넷플릭스를 선호하는 이유도 ‘내가’ 원하는 시간에 ‘내가’ 관심 있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이 익숙한 우리는 어른이 이야기하면 무조건 듣는 것이 아니라, 인스타그램을 팔로우 하듯 내가 원하는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듣고 싶어 한다. 그래서 들을 만한 이야기가 있는 어른, 즉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는 어른의 이야기에 열광한다. 그렇기 때문에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 배우 윤여정의 콘텐츠를 굳이 팔로우 해가며 보는 것이다.


사진2

​ ​


이쯤 되면 밀레니얼들이 관심 있어 할 법한 어른 세대만의 이야기가 무엇일지 고민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나이가 들어서도 이루지 못한 어른의 꿈이 무엇일지 궁금하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앞으로의 여정과 그에 담긴 열정을 들려준다면, 팔로우 버튼을 누를 가치가 있다고 느낄 것 같다. 친정아버지가 나 잘 되라며 했던 잔소리는 귓등으로 들은 나머지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는데, 그에 반해 아버지의 꿈이 농부였다는 이야기는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왜 그리 땅을 사서 작물을 키우고자 했는지 그제야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누구의 어머니 아버지가 아닌, 그저 한 개인으로서 당신이 콘텐츠를 선보일 때 밀레니얼들은 기꺼이 들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는 언제나 콘텐츠가 있는 어른에게 열려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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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생나눔교실 블로그 http://blog.naver.com/arko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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