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태극기함을 만들고자 하는 어느 배우의 진심이 펀딩되고 있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사람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감 중이다.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투자에 평범한 사람들도 관심을 아끼지 않는 문화. 이미 우리에겐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희소성을 위한 소비 트렌드에도 주된 연령층이 있기 마련. 소셜 미디어에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적은 ‘밀레니얼 세대’1가 중심에 있다.
1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 : 1980년부터 2000년 초반 출생한 세대로 베이비부머의 자녀로 볼 수 있다. 높은 고등 교육을 받아 대학 진학률이 높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고용 감소를 겪어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소한 소비를 지향하는 편이다. 한편,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개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에는 더 큰 소비를 하는 경향도 보인다.
▲ 밀레니얼 세대, 작가 이상국의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이상국
누군가의 안전한 인생 여정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쓴 작가 이상국의 독립출판물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청년 활동가, 시민기자와 같은 활동에 대해 당시엔 ‘의도하지 않았던 경험’이라고 떠올린다. 먼 미래보단 정착을 이끌어줄 ‘현재’라는 행복의 파이를 넓히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라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밀레니얼 세대의 속삭임일지도 모를 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연결 고리가 되고 싶은 문화 기획자, 이상국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저자 이상국 ⓒ김세희
Q.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를 읽고, 성수동에서 만날 거라 예상했습니다.
A. 성수동은 서로 다른 성질의 유일한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에요. 저에게 삶터, 일터, 쉼터였던 동네이기도 하고요.
성수동은 모두 떠나거나 사라져서 얼마 남지 않은 유일한 것과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유일한 것이 함께하는 듯 합니다. 마을이라는 커뮤니티 안에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콘텐츠가 서로 혼합되고 있어요. 인근 거주자에겐 선택할 권리가 많아지기도 하죠. 지금 여기, ‘카페 성수’라는 곳도 지하 1층은 본래 금형공장이었고, 1, 2층은 가정집이었다고 해요. 겉모습은 일종의 양옥집이긴 한데, 지금은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죠.
▲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카페 성수에서 ⓒ김세희
Q. 작가님의 ‘다가치 놀자, 성수동에서’ 활동이 참 인상 깊었어요.
A.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성수동 마을을 탐방하고, 동네를 알아가고 싶은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성수동에 머문 지 어느덧 7년 정도 됩니다. ‘다가치 놀자, 성수동에서’ 프로젝트를 호기롭게 시작했었죠.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선 최소 3명 이상이 되어야 각종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어요. 어릴 적부터 성수동 추억이 있는 친구와 서울숲 옆 ‘다루작은도서관’ 관장님과 마음을 모았죠. 관장님을 주축으로 ‘책이랑 놀자’라는 세부 프로젝트을 구성했고, 단 한 번이었지만 서울숲의 생태를 나누는 마을 탐방도 만들었습니다. ‘사람책 읽기’라는 이름으로, 성수동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은 소상공인과도 소통을 꾀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해 실행하진 못했어요. 소중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도시에서 의지할 친구를 얻고,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책이랑 놀자’ 활동 모습 ⓒ이상국
Q. 많은 걸 품고 세심하게 보듬어야 할 활동이었을 것 같은데요. 마음의 갈증은 채울 수 있었나요?
A. 감사하게도 이웃의 정을 조금씩 느낄 수 있던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서울특별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 일환인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이란 활동이 있어요. 시민이 주도해 교육, 문화, 환경 등 공공 영역 안에서 마을 현안을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 활동에서 ‘동네 기자’ 역할을 했습니다. 성수동 이웃은 저에게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글을 통해 지역민과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습니다. 주민들은 따스하게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 활동 모습 ⓒ이상국
Q.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의 창간호를 함께 했지요?
A. 온라인 글쓰기에서 아날로그 출판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성수동 사람들의 개성이 담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의미가 크죠.
시민 기자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익숙해졌을 때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어요. 이웃의 소개로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의 창간호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성수동 쓰다>에 담긴 언어는 성수동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성수동과 작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잇는 매개체였거든요.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도 경험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과정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혼자 마음을 먹었어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운을 듬뿍 얻었으니까요.
▲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 ⓒ이상국
Q. 작가님의 ‘드림스타트 센터 - 꿈아 날자’ 활동은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것 같은데요.
A. 크리스마스에 한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선물 상자를 그리더군요.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 없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어떤 이에겐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보건복지부 취약 계층 지원 사업의 일환인 ‘드림스타트 센터’의 ‘꿈아 날자’ 활동을 할 때였어요. 성수동이 아니라 용답동이었습니다. 2년간 일주일에 한두 번씩 1:1 가정 방문을 하며, 아이와 함께 ‘집 만들기’ 작업을 했습니다. 건축 캠프 수업을 운영했던 경험으로, 아이에게 미래에 살고 싶은 모형 집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던 건데요. 아이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었고, 가능한 한 아이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만들어주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집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재활용 박스나 골판지를 이용해 만든 아이의 집은 완성도가 높진 않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집을 소중하게 간직했죠.
▲ 아이들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성수동 골목길 ⓒ이상국
Q. 9월 인문360의 주제는 ‘집’인데요. 작가님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이고,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A. 부모님과 함께 했던 고향집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집을 소망하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이 되면 고향인 강원도 강릉으로 친척들이 모였습니다. 여름마다 휴가와 가족 모임을 함께 한 셈이죠. 집에 친척들이 찾아오면 부모님은 따스하게 반겨주었어요. 게스트 하우스처럼 북적였는데, 헤어질 땐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이젠 저도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유년시절과 다를 것 없는 미래를 꿈꾸고 있네요. 이웃과 일상을 나누는 집이 되길 희망해요.
Q. 문화 기획자로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A. 사람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문화 기획 일을 하며 얻은 게 너무 많아요. 앞으로는 제가 발견한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일상에 활력을 주는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예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문턱이 낮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작은 브랜드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작지만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서 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마치 여행하듯,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에게 ‘인문’은 무엇인지요?
A. 기술로 갖는 경쟁력보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서 나오는 태도와 자세 아닐까요.
책 제목처럼 저는 아무도 타인에게 인생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각 개인의 인생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스스로가 가르침을 받을 ‘의지’가 중요한 거죠. 같은 공간과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고 발견하려는 것.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린 언제나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우리가 주변의 일들에서 메시지와 깨달음을 얻고, 좋은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드는 게 인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힘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단련하여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본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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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밀레니얼 작가 이상국
공간을 좋아하는 문화 기획자
인문쟁이 김세희
2019-09-05
요즘 태극기함을 만들고자 하는 어느 배우의 진심이 펀딩되고 있다. ‘가치’ 있는 아이디어를 ‘같이’ 만들어가자는 취지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 사람들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공감 중이다. 의미와 가능성에 대한 투자에 평범한 사람들도 관심을 아끼지 않는 문화. 이미 우리에겐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과 희소성을 위한 소비 트렌드에도 주된 연령층이 있기 마련. 소셜 미디어에 익숙하면서 새로운 것에 거부감이 적은 ‘밀레니얼 세대’1가 중심에 있다.
1 밀레니얼 세대(Millenials) : 1980년부터 2000년 초반 출생한 세대로 베이비부머의 자녀로 볼 수 있다. 높은 고등 교육을 받아 대학 진학률이 높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시 고용 감소를 겪어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소소한 소비를 지향하는 편이다. 한편, 자신에게 최적화되어 개성을 자극하는 아이템에는 더 큰 소비를 하는 경향도 보인다.
▲ 밀레니얼 세대, 작가 이상국의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이상국
누군가의 안전한 인생 여정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쓴 작가 이상국의 독립출판물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는 자신의 청년 활동가, 시민기자와 같은 활동에 대해 당시엔 ‘의도하지 않았던 경험’이라고 떠올린다. 먼 미래보단 정착을 이끌어줄 ‘현재’라는 행복의 파이를 넓히고자 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라고 읊조리는 목소리가 밀레니얼 세대의 속삭임일지도 모를 일. 서로 다른 사람들의 연결 고리가 되고 싶은 문화 기획자, 이상국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저자 이상국 ⓒ김세희
Q.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를 읽고, 성수동에서 만날 거라 예상했습니다.
A. 성수동은 서로 다른 성질의 유일한 것들이 공존하는 곳이에요. 저에게 삶터, 일터, 쉼터였던 동네이기도 하고요.
성수동은 모두 떠나거나 사라져서 얼마 남지 않은 유일한 것과 처음 생겨나기 시작한 유일한 것이 함께하는 듯 합니다. 마을이라는 커뮤니티 안에 각자의 개성을 뽐내는 콘텐츠가 서로 혼합되고 있어요. 인근 거주자에겐 선택할 권리가 많아지기도 하죠. 지금 여기, ‘카페 성수’라는 곳도 지하 1층은 본래 금형공장이었고, 1, 2층은 가정집이었다고 해요. 겉모습은 일종의 양옥집이긴 한데, 지금은 카페와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했죠.
▲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만든 복합문화공간, 카페 성수에서 ⓒ김세희
Q. 작가님의 ‘다가치 놀자, 성수동에서’ 활동이 참 인상 깊었어요.
A.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성수동 마을을 탐방하고, 동네를 알아가고 싶은 목적으로 시작했어요.
성수동에 머문 지 어느덧 7년 정도 됩니다. ‘다가치 놀자, 성수동에서’ 프로젝트를 호기롭게 시작했었죠. 서울특별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에선 최소 3명 이상이 되어야 각종 지원 사업을 신청할 수 있어요. 어릴 적부터 성수동 추억이 있는 친구와 서울숲 옆 ‘다루작은도서관’ 관장님과 마음을 모았죠. 관장님을 주축으로 ‘책이랑 놀자’라는 세부 프로젝트을 구성했고, 단 한 번이었지만 서울숲의 생태를 나누는 마을 탐방도 만들었습니다. ‘사람책 읽기’라는 이름으로, 성수동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은 소상공인과도 소통을 꾀하고 싶었지만, 역량이 부족해 실행하진 못했어요. 소중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낯선 도시에서 의지할 친구를 얻고, 다양한 세대와 어울리고 싶었던 것 같아요.
▲ ‘책이랑 놀자’ 활동 모습 ⓒ이상국
Q. 많은 걸 품고 세심하게 보듬어야 할 활동이었을 것 같은데요. 마음의 갈증은 채울 수 있었나요?
A. 감사하게도 이웃의 정을 조금씩 느낄 수 있던 계기였다고 생각해요.
서울특별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업 일환인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이란 활동이 있어요. 시민이 주도해 교육, 문화, 환경 등 공공 영역 안에서 마을 현안을 발굴하고 개선 방안을 찾는 일입니다. 저는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 활동에서 ‘동네 기자’ 역할을 했습니다. 성수동 이웃은 저에게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어주었어요. 우리의 이야기를 수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글을 통해 지역민과 관계가 돈독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렀습니다. 주민들은 따스하게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 성수1가 2동 ‘마을계획단’ 활동 모습 ⓒ이상국
Q.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의 창간호를 함께 했지요?
A. 온라인 글쓰기에서 아날로그 출판 제작 과정을 엿볼 수 있었어요. 성수동 사람들의 개성이 담긴 이야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어 의미가 크죠.
시민 기자로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익숙해졌을 때 우연한 기회로 시작했어요. 이웃의 소개로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의 창간호를 만드는 일에 참여하게 되었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얻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인내심이 필요했지만 보람 있는 작업이었습니다. <성수동 쓰다>에 담긴 언어는 성수동에 사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성수동과 작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잇는 매개체였거든요. 함께 만들어가는 기쁨도 경험했습니다. 독립출판을 하게 된 과정들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혼자 마음을 먹었어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사람들의 도움과 기운을 듬뿍 얻었으니까요.
▲ 마을 잡지 <성수동 쓰다> ⓒ이상국
Q. 작가님의 ‘드림스타트 센터 - 꿈아 날자’ 활동은 누군가의 울타리가 되어 주었던 것 같은데요.
A. 크리스마스에 한 아이에게 그림을 그려보라고 했는데 선물 상자를 그리더군요. 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아본 적 없다는 말을 듣고, 누군가에겐 당연한 것들이 어떤 이에겐 특별한 것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보건복지부 취약 계층 지원 사업의 일환인 ‘드림스타트 센터’의 ‘꿈아 날자’ 활동을 할 때였어요. 성수동이 아니라 용답동이었습니다. 2년간 일주일에 한두 번씩 1:1 가정 방문을 하며, 아이와 함께 ‘집 만들기’ 작업을 했습니다. 건축 캠프 수업을 운영했던 경험으로, 아이에게 미래에 살고 싶은 모형 집을 마련해보자고 제안했던 건데요. 아이의 거주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었고, 가능한 한 아이에게 긍정적인 시선을 만들어주자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집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재활용 박스나 골판지를 이용해 만든 아이의 집은 완성도가 높진 않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그 집을 소중하게 간직했죠.
▲ 아이들의 정겨움이 묻어나는 성수동 골목길 ⓒ이상국
Q. 9월 인문360의 주제는 ‘집’인데요. 작가님에게 집이란 어떤 공간이고, 미래의 집은 어떤 모습인가요?
A. 부모님과 함께 했던 고향집처럼,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을 나누는 집을 소망하고 있어요.
무더운 여름이 되면 고향인 강원도 강릉으로 친척들이 모였습니다. 여름마다 휴가와 가족 모임을 함께 한 셈이죠. 집에 친척들이 찾아오면 부모님은 따스하게 반겨주었어요. 게스트 하우스처럼 북적였는데, 헤어질 땐 늘 아쉬웠습니다. 그런 부모님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닮아가는 것 같아요. 이젠 저도 부모님이 그랬던 것처럼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그들이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고 싶습니다. 생각해보니 유년시절과 다를 것 없는 미래를 꿈꾸고 있네요. 이웃과 일상을 나누는 집이 되길 희망해요.
Q. 문화 기획자로서 계획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요?
A. 사람들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는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문화 기획 일을 하며 얻은 게 너무 많아요. 앞으로는 제가 발견한 문화 콘텐츠의 가치를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일상에 활력을 주는 문화 콘텐츠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도록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 우선적인 목표예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문턱이 낮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콘텐츠 플랫폼으로 작은 브랜드를 하나 만들고 싶어요. 작지만 좋은 브랜드를 만들어서 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일상을 사는 사람들이 마치 여행하듯,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상을 새롭게 발견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고 싶습니다.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작가님에게 ‘인문’은 무엇인지요?
A. 기술로 갖는 경쟁력보다 인간이 가진 본성에서 나오는 태도와 자세 아닐까요.
책 제목처럼 저는 아무도 타인에게 인생을 가르쳐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각 개인의 인생은 모두 다 다르기 때문이죠. 한편으로는 우리가 인생에서 ‘가르침을 받았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스스로가 가르침을 받을 ‘의지’가 중요한 거죠. 같은 공간과 일상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여행하고 발견하려는 것. 끊임없이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우린 언제나 더 나은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사소하다 해도, 우리가 주변의 일들에서 메시지와 깨달음을 얻고, 좋은 마음가짐을 갖도록 만드는 게 인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힘은 오랜 시간에 걸쳐 단련하여 만들어지는 거잖아요. 빠르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나라는 사람의 본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 관련 링크
- 독립출판물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
https://smartstore.naver.com/chaegbangyeonhui/products/4586388999
- 개인 홈페이지 ‘문화누리소’ :
https://post.naver.com/leesang3002
○ 이상국 작가 이메일 주소 :
leesang3002@gmail.com
○ 사진 촬영 _ ⓒ김세희, ⓒ이상국
2019 [인문쟁이 3기, 4기, 5기]
김세희는 경기도 남양주시에 둥지를 틀고 있으며, 여행 콘텐츠 에디터로서 때로는 느슨하게, 때로는 발빠르게 노마드의 삶을 걷고 있다. 낯선 이가 우리의 인문 기억에 놀러오는 일은 생각만 해도 설레고 두근거린다. 더 많은 것을 꿈꾸고 소망하고 함께 응원하는 온기를 뼈 마디마디에 불어넣고 싶다. 어떤 바람도 어떤 파도도 잔잔해질 수 있도록.댓글(0)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보유한 '<아무도 인생을 가르쳐주지 않아서> 밀레니얼 작가 이상국'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아관파천의 슬픔, ‘고종의 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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