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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방 - ③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집이 가진 본래 의미를 찾아서

민소연

2019-09-25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



건축가 임형남, 노은주 

건축은 땅이 꾸는 꿈이고, 사람들의 삶에서 길어 올리는 이야기다. 임형남ㆍ노은주 부부는 땅과 사람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둘 사이를 중재해 건축으로 빚어내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이들은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동문으로, 1999년부터 함께 가온건축을 운영하고 있다. ‘가온’이란 순우리말로 가운데ㆍ중심이라는 뜻과 ‘집의 평온함(家穩)’이라는 의미를 함께 갖고 있다. 가장 편안하고, 인간답고, 자연과 어우러진 집을 궁리하기 위해 이들은 틈만 나면 옛집을 찾아가고, 골목을 거닐고, 도시를 산책한다. 그 여정에서 집이 지어지고, 글과 그림이 모여 책으로 엮인다.홍익대학교와 중앙대학교 등에서 강의를 했고, 2011년 ‘금산주택’으로 공간디자인대상을, 2012년 한국건축가협회 아천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내가 살고 싶은 작은 집』, 『생각을 담은 집 한옥』, 『그들은 그 집에서 무슨 꿈을 꾸었을까』, 『집, 도시를 만들고 사람을 이어주다』, 『사람을 살리는 집』, 『작은 집 큰 생각』, 『나무처럼 자라는 집』, 『이야기로 집을 짓다』, 『서울 풍경 화첩』, 『집주인과 건축가의 행복한 만남』 등이 있다.


홈페이지 : http://www.studio-gaon.com/

 

 

 

'집'이라는 꿈

 


“만일 복권에 당첨된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겠는가?”라는 설문조사에 응답자 대부분이 우선 주택이나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한다. 삶의 수많은 위시리스트 중 ‘내 집 마련’은 언제나 상위에 링크되어 있는 꿈인 것이다. 환경이 아무리 힘들고 막막해도 집이 있다면 마음이 놓인다. 편안히 몸을 기댈 나만의 공간, 세상 아늑한 집이 기다린다면 고된 하루의 피로도 감내할 수 있다.  


하지만 ‘편안한 안식처’로서의 집을 갖는 것은 현재로선 무척 어려운 일이다. 버거운 집세는 해가 바뀔 때마다 자꾸만 오르고, 천문학적인 가격의 집을 ‘소유’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너무나 먼 꿈이다. 언제 이사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에서, 살고 있는 집은 그저 어디론가 향하는 중간에 잠시 머무는 플랫폼일 뿐이다. 특히 가난한 청년에게 허락되는 ‘집’은 비좁은 ‘방’에 가깝고,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를 벗어나기 힘들다. 


한편 어떤 이에게 집은 돈을 벌어주는 수단이다. 살지 않는 집을 수백수천 채 소유한 사람들도 있다는 뉴스가 종종 들린다. 중고가 되면 가격이 떨어지는 당연한 이치에 반하는 부동산 가격 때문에, 집은 이제 ‘주거의 공간’이 아닌 재산을 늘리는 효과적인 투자 방법이자 부를 증명하는 일종의 계급장이 되었다. 넓은 브랜드 아파트에서 사는 것과 좁은 반지하에서 사는 것의 극단적 대비는 그 자체로 세간에 가치평가의 대상이 된다. 그 안의 삶이 어떠하든지. 



삶이 깃든 집을 짓다



가온건축이 지은 금산주택


가온주택이 지은 금산주택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의 '금산주택'. 자연과 집이 서로에게 녹아들어 하나가 되었다. ⓒ박영채


‘아파트 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나의 집을 직접 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이에게 ‘로망’이기도 하다. 임형남, 노은주 부부 건축가는 20년 동안 사람들의 집을 지었다. 평생 벼르던 꿈을 이루고 싶어, 이곳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작고 소박한 집들을 주로 짓는다. 땅을 사서 새로 집을 지을 정도의 돈이면 아파트를 구입해서 가격이 오르는 것을 기대하는 것이 낫다고, 셈에 밝은 이들은 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이들이다. 


“누가 집 짓는다고 그러면, ‘왜 집을 짓냐? 요새 집 지으면 손해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한대요. 거기에 ‘나에게는 집 가격이 오르고 그런 비싼 집을 갖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나에게 의미 있는 삶을 살겠다’고 맞서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주로 여기로 오시죠. 저희는 그런 분들은 굉장히 용감한 분들이라 이야기해요. 주변의 시선이나 지금 가치 있다고 이야기되는 여러 가지 것들을 무시하고, 내 삶을 살겠다는 분들이니까. 그런데 앞으로는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중요한 것은 자기 인생을 사는 거고 자신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분들에게 저희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하고 그런 말씀을 많이 드리죠, 훌륭한 일을 한다고."(임형남)


자신의 삶을 '용감하게' 살려고 하는 클라이언트들에게 오랫동안 가지각색의 집을 지어준 두 건축가와 집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람과 땅을 연결시켜주는 건축가의 업이 마치 ‘영매’와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누군가가 원하는 삶의 바탕을 무에서 유로 재현시킨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다. 어떤 집에서 살고 싶은지,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집이란 대상에 우리가 수동적이었음을 새삼 깨닫는다. 


“사람들이 자기 집을 지을 때 자신의 생각을 따라야 하는데, 보통 우리가 다른 일들에서도 그렇듯 유행을 많이 따르게 되죠. 근데 유행을 따르면 금세 질려요. 제일 중요한 것은 본인의 마음에서 우러나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거죠, 정말 내 취향이 무엇인지, 생각해보세요. 사람들이 의외로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잘 몰라요. 왜냐하면 남들이 이야기해주는 기준으로 그런 것을 평가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나는 사실 작은 부엌이면 되는데 친구가 와서 싱크대가 이렇게 작아서야 되겠냐고 이야기하고, 나는 작은 방이면 되는데 누가 와서 이렇게 되면 큰 장이 못 들어간다. 이런 이야기에 자꾸 휘둘리거든요?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이상적인 집은 나의 존재, 나 자신을 비로소 찾게 되는 집이죠.”(노은주)


노은주 소장의 '상상하세요.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니까'라는 말이 마음에 박힌다. 정말 그렇다. ‘나의 집’을 꿈꾸고 상상하는 것은 자유다.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다. 조건에 맞춰서 몸과 살림을 맞춰야 하는 팍팍한 현실이 버티고 있어도, 상상하고 꿈꾸는 자유까지 잃어서는 안 될 일이다. 언젠가 내가 살고 싶은 집, 내 취향과 알맞은 구실을 오롯이 담아낸 집을 구체적으로 그리는 것. 그러한 작은 시작이 꿈이 실현될 아득한 미래뿐 아니라 지금의 일상도 견고하고 생생하게 만들지 않을까?

 


임형남, 노은주 건축가의 대표 건축물



제따와나 선원


제따와나 선원

'제따와나 선원'. 스님들이 수련하고 생활하는 선원. 즐거운 중도의 정신이 집의 안과 밖에 스며든 공간이다. ⓒ김용관


 

아미티스

'아미티스'. 서교동 도심 한 가운데 구현한 녹색 정원. 테라스와 옥상뿐 아니라 각 층에도 정원을 품었다. ⓒ김용관

 

 

루치아의 뜰

 

루치아의 뜰

'루치아의 뜰'. 공주 구도심의 오래된 집을 고쳐 차를 나누는 문화 공간으로 새로 꾸몄다.  ⓒ박영채

 

 

 



○ 영상 촬영 - 이중일, 강신환 

○ 사진 촬영 - 강신환

○ 영상 편집 - 민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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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연

사람과 공간, 그리고 그들에 깃든 이야기를 보고 들어 글을 쓴다. 언젠가 충분히 아름다운 것을 만들고 싶다. 이미지_ⓒ오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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