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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

테마로 읽는 이주의 양식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2021.10.18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이미화 딴딴

이미화 지음/인디고/2021년/11,000원



시각적이고 입체적인 수어의 특징은 시간을 나타낼 때 특히 매력적이다. ‘1년’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한 바퀴 도는 공전의 과학적 개념을 그대로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오른 주먹을 지구, 왼 주먹을 태양이라고 했을 때, 오른 주먹의 검지를 펴서 숫자 1을 만든 뒤 지구가 태양을 돌 듯, 왼 주먹 주변을 한 바퀴 돌리면 1년이 된다. ‘1시간’은 손목시계의 분침이 한 바퀴 돌아가듯, 왼 손목 위에서 오른손으로 만든 숫자 1을 시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린다.


 『수어: 손으로 만든 표정의 말들』 속 「무기였다가 선물이었다가」 중에서



예전엔 수화(手話)라 일컬었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이 제정되면서 국어와 동등한 언어의 위상을 갖춘 ‘수어’로 불린다. 목소리 대신 손의 모양, 몸짓, 표정 등을 써서 의사를 전달하는 독립적인 언어다.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방송 브리핑 시간에 수어 통역사들을 접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수어에서 표정과 몸짓이 차지하는 비중은 대단히 크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수어를 배우다 보면 수어가 손동작뿐 아니라 표정까지 사용해야 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근육이 얼얼할 정도로 깨닫게 된다. 수어는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근육을 사용하는 일이다. 질문과 대답을 표정으로만 구분해내야 하므로 눈썹 근육을 얼마나 자유자재로 움직이는가가 곧 의사소통의 핵심처럼 느껴질 정도다.”


저자가 수어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시절 ‘수화 동아리’ 선배들의 공연을 우연히 본 순간이었다. 이 책의 특징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된다. 저자에게 수어는 ‘장애인의 언어’가 아니었다. 그저 선망과 동경의 대상, 차라리 하나의 외국어와 비슷했다. 들을 수 있는 청인(聽人)의 세계와는 다르게 수어로 소통하는 농인(聾人)의 세계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할 수 있는 언어였던 것.


나와 다른 세계,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것은 작은 관심에서 시작된다. 이 책은 그런 작은 관심을 촉발하기 충분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수어를 배우고픈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수어와 농인의 세계를 조금은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한다. “세상에 이런 언어가 있다니!”


▶ 추천사: 표정훈(평론가)

 

■  출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책나눔위원회 2021 <10월의 추천도서>

■  URL  https://www.readin.or.kr/home/bbs/20049/bbsPostList.do#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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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화 작가
이미화
작가
가까운 길도 빙 돌아가거나 길을 찾는 데 꽤 많은 시간과 체력을 낭비할 정도로 방향에 약하다. 삶의 방향도 마찬가지. 그럴 때마다 내비게이션이 되어준 건 영화였다. 회사를 그만둘 때, 베를린으로 떠날 때, 다시 돌아와 책방 문을 열 때도, 영화는 내게 인생에 여러 갈래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물론 그 길엔 아스팔트 대신 자갈밭이 깔려있는 경우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계속 걸어갈 수 있었던 건 나처럼 평범하고 지질한, 영화 속 등장인물들 덕분이었다. 베를린에서 보낸 시간을 담은 에세이 『베를린 다이어리』와 유럽을 배경으로 한 영화의 촬영지를 기록한 영화 여행 에세이 『당신이 나와 같은 시간 속에 있기를』을 썼다. 현재 영화와 책을 잇는 영화책방35mm를 운영하며,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영화들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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