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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문학 감성 힐링

‘이해의 능력’ - 이상한 사람,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

- 서툰 인생을 위한 변명 -

by 전석순 / 2021.02.10

서툰 인생을 위한 변명은? 세월을 견디고 오래 사랑받는 문학 작품들은 대개 성공보다 실패를, 대답보다는 질문을, 상식보다는 상식 밖을, 중심보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다룬다. 놀랍고 기이한 것은 그 쓰라린 실패담, 난처한 질문, 보잘것없는 주변의 이야기가 우리의 인식과 지각을 깊이 파고들어 종내는 강력한 아름다움으로 남는다는 사실이다.  <서툰 인생을 위한 변명> 코너에서는 국내외 문학작품 속 인물들의 서툴고 아슬아슬하고 위태롭게 흔들리는 삶, 알고 보면 우리 자신의 모습이기도 한 이야기들을 작가들의 소개로 만나본다.



인을 이해하는 데에 서툴렀던 자신을 깨닫는 순간 나를 이해하는 데에 서툴렀던 타인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서툴렀던 나를 돌보는 것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넘어 어쩌면 내가 공감받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서투름과 서투름이 만나 서로 알아보면 서투름은 몸집을 부풀리며 거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겹치고 번지면서 조금씩 녹아내리는 쪽에 가깝다.



문학 상담소를 찾아온 사람들



김유정 문학촌에서 운영했던 문학상담소

김유정 문학촌에서 운영했던 문학 상담소



지난 9개월간 김유정 문학촌에서 문학 상담소를 운영했다. 주어진 업무는 아니었지만, 오랫동안 간직해 왔던 마음 때문이었다. 기회가 된다면 글쓰기에 어려움을 느끼는 이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자 했던 마음.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운영은 제한되거나 중단되기 일쑤였다. 머뭇거리다가 들어왔던 이가 발길을 돌려야 할 때도 많았다. 다행히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되던 시기에는 몇몇 사람들이 상담소 안 테이블에 앉을 수 있었다. 전시관을 둘러보다가 안내문을 보고 문득 질문이 떠오른 관람객, 공모전에서 자꾸 떨어져서 계속 글을 써야 할지 알 수 없는 청년, 은퇴 후 밀려드는 허무함에 그간의 삶을 책 한 권으로 묶어보고 싶은 아저씨까지 다채로운 당신들과 마주할 수 있었다.


우리는 체온을 재고 소독제를 바른 손을 비비며 앉았다.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가느다란 바람이 드나드는 동안 마스크를 낀 채 투명한 플라스틱 사이에서 대화를 나눴다. 그래서 몇 번씩 되물어봐야 했고 표정 대신 과장된 손짓을 전하기도 했다. 틈틈이 잘 이해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일도 잊지 않아야 했다. 그래도 어느 대화보다 촘촘한 온기로 가득했다. 글을 잘 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사람들이 내 글이 재미없다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목소리가 꼬리를 물었다. 처음에는 대답하기까지 망설이는 시간이 길었지만, 그 시절 막연히 헤매던 내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떠올리니 얼마간 매끄러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것



문장을 훈련하는 방식이나 독서가 중요한 이유 같은 것을 말하다 보면 이어지는 방향은 비슷할 때가 많았다. 미흡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은 어느새 서툰 삶에 대한 고백으로 나아갔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남편의 병으로 잃어버린 삶의 공간, 돈을 버느라 놓쳤던 풍경이나 시간, 십수 년 동안 함께했던 개와의 이별. 때로는 딱히 설명할 수 없는 공허함일 때도 있었다. 대화가 한껏 유연해질 때쯤 ‘글’이 ‘삶’으로 읽혔다. 질문 앞에서 다시 생각이 깊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럼 글을 쓸 때 제일 중요한 건 뭘까요?”


그때마다 나는 앞서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독서나 문장일 때도 있었고 고집과 환경, 여행과 경험을 강조할 때도 있었다. 소재를 찾는 데에 어려움을 느끼는 당신에게 건네는 대답은 거의 비슷했다.


“이상한 사람들이죠.”


마스크로 가려져 있었지만 복잡하게 얽혀드는 표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어서 숨을 고르거나 안경을 닦고 자세를 고쳐 앉는 이도 있었다. 더러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고개를 기울인 채 되물어보기도 했다.


“이상한 사람들이요?”


“네. 그러니까 이상한 사람들을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들로 만드는 마음이요.”


글을 쓰는 게 서툰 이유는 여기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우리가 삶에 서툰 이유까지도.



낯모르는 사람을 애도하는 인물이 주인공인 소설



텐도 아라타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 출처 문학동네

텐도 아라타 장편소설 <애도하는 사람>(이미지 출처 : 문학동네)



텐도 아라타의 소설 『애도하는 사람』은 제목처럼 애도하는 사람, 시즈토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우리에게 애도가 낯선 개념은 아니지만 시즈토를 주목하게 되는 각별한 이유가 있다. 시즈토가 애도하는 대상은 알지도 못하고 들어본 적도 없는,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시즈토가 신문과 잡지를 읽고 밤마다 라디오 뉴스에 귀 기울이는 이유도 애도할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시즈토에게 애도란,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돌아가신 분을 다른 사람이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존재로 기억”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한심한 놈”으로 표현되는 것처럼 어쩌면 누군가에게도 시즈토는 그저 이상한 사람일 뿐일지도 모르겠다. 이해의 폭을 넓혀 봐도 종교적인 이유에서 더 나아가기 어렵다. 소설은 여기에 서사를 불어넣어 입체적인 방향으로 시즈토를 보여준다. 그 과정은 “친구의 죽음은 정말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일을 잊은 것 때문에 자책하는 심정도 안다. 하지만 타인의 죽음을 찾아다닌다고 무슨 위로가 되고, 무슨 의미가 있느냐”로 나아간다. 이어서 시즈토를 둘러싼 인물들의 이야기를 퍼즐처럼 맞춰나가다 보면 숨겨진 샛길로 들어서게 된다. 거기서부터 파생된 변화는 삶을 넘어 죽음을 대하는 태도까지 확장한다.


주목받지 못하는 죽음, 아무도 돌이켜 생각하지 않는 죽음이 있다는 현실을 알고, 죽음의 무게는 다르지 않은데 어째서! 하는 슬픔과 함께…… 그 일이 지금 그 아이에게 전국을 걷게 하고 있는 거라고 해도 좋을까.1)


어떤 죽음은 기억되고, 어떤 죽음은 잊혀진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거야…… 시즈토, 네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니? 누군가의 죽음이 잊혀져도 어쩔 수 없는 게 돼버리면, 결국은 모든 사람의 죽음이 잊혀져도 어쩔 수 없는 게 돼버리니까?2)

1)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문학동네, 2010, P.476

2) 텐도 아라타, 『애도하는 사람』, 문학동네, 2010, P.477



타인을 이해하는 데 서툰 우리들



천개의 공감 출처 알라딘

소설가 김형경의 심리에세이 <천 개의 공감>(이미지 출처 : 알라딘)



정신분석 용어 사전에서는 애도를 전할 때 상실과 고통으로 시작해 적응을 거쳐 평정에 닿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김형경의 『천 개의 공감』(한겨레출판, 2006)에는 스위스 출신 정신의학자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가 말한 애착을 박탈당한 사람이 겪는 분노, 부정,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를 소개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도 이 과정을 섬세하게 짐작해볼 수 있다. 다만 애도가 모르는 사람을 향하면서 한껏 이야기는 한층 묵직해진다. “죽은 이들을 찾아다니는 동안, 인생의 본질은 어떻게 죽었나가 아니라, 사는 동안 누구를 사랑하고 누구에게 사랑받고 어떤 일로 사람들에게 감사를 받았는가에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라는 목소리를 반복해서 읽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최근 우리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을 깊이 애도하고 분노하는 장면이나 수많은 죽음을 세세하게 살펴보지 못한 채 놓쳐버린 시간과 맞물리면서 소설의 질문은 깊이를 더해간다.


『애도하는 사람』은 이상한 애도 방식을 따르는 인물의 이야기로 읽히다가 결국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에 서툰 우리의 이야기로 남는다.

글을 쓸 때 중요한 것을 말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어느새 삶 속에서 타인을 대하는 데에 서툰 모습으로 흘러갔다. 어쩌면 글을 쓴다는 것은 타인을 서툴게 봤던 나를 오롯이 바라보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이 윤곽을 잡아가면서 글쓰기도 또렷해질 때가 많았다.


“글을 써보려고 책상과 노트북까지 새로 샀는데 도통 쓸 게 없더라고요.”

“그럼 시즈토처럼 주변에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면 어떨까요?”

주저하던 목소리는 어느 순간 생기가 돌았다. 겨울에도 조금이나마 창문을 열어둬야 잠을 자는 언니부터, 잘 다니던 회사를 갑자기 그만둔다고 했던 애인까지. 틈틈이 나도 트렁크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트렁커』, 고은규, 뿔, 2010)이나 시에서 운영하는 동물원에서 일하는 거라 공무원인 줄 알았는데 막상 가보니 고릴라가 되어야 했던 남자(『굿바이 동물원』, 강태식, 한겨레출판, 2012)를 끼워 넣었다.



갈등 빚던 저장강박 노파, 이해하려 애썼더니



저장강박

저장강박



오랫동안 침묵이 이어질 때는 앞집 노파 얘기를 꺼냈다.


처음 작업실을 구했을 때 앞집은 이사 나가는 중인 줄 알았다. 세간이 죄다 밖으로 나와 있었기 때문이다. 보름쯤 지나서야 일부러 쌓아놓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골목이나 주차장에까지 선풍기나 인형, 상자를 쌓아놓으면서 주민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작업실 창문 아래 쓰레기 더미를 쌓아놓는 바람에 나도 몇 번쯤 결연한 목소리를 냈다. 그때 노파는 얼마간 억울하다는 듯이 쏘아붙였다.


“너 작가라며! 작가는 최소한 이해해줘야 하는 거 아냐!”


이웃과 갈등이 깊어진 노파가 몰래 우편물을 보면서 이름을 외우고 다닌다는 소문이 사실인 듯했다. 더 따지고 들어야 한다는 결심과는 달리 생각의 방향이 틀어졌다. 이제껏 왜 한 번도 노파를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았을까. 그동안 노파는 그저 이상한 사람일 뿐이었다.


저장강박증에 대해 알게 된 것은 그 무렵이었다. 자료가 많지는 않았지만 몇몇 논문과 『저장장애』(학지사, 2017), 『잡동사니의 역습』(윌북, 2011) 같은 책과 방송 영상을 통해서였다. 그동안 모르고 있었을 뿐 저장강박증은 외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희귀한 사례는 아니었다. 그때부턴 그저 집에 쓰레기를 쌓아두는 노파에만 고여 있던 시선이 조금씩 나아갈 수 있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성향과 연결되었고 모든 것이 보이는 자리에 있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 상태로 이어졌다. 사람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물건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읽었을 땐 웅크렸던 몸을 늘어뜨렸다. 자료에 따르면 최근에는 강박과 다른 개념으로 보기도 한다. 강박이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는 데에 목적이 있는 것에 비해 저장강박은 긍정적인 감정을 얻으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나를 비롯한 주민들과 노파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예전과는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었다. 노파가 이상한 사람에게 그럴 수밖에 없는 사람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기관에서도 단순히 집안을 치워주는 것에서 귀 기울여 이해하고 보듬어 함께 정리해나가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그 끝에서 그동안 타인을 바라볼 때 간편하고 쉬운 방식으로만 재단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 보면 간편하고 쉬운 방식은 타인을 이해하는 서툰 방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상한 사람들 사이, 어쩌면 우리도



이야기가 끝나 가면 당신은 두세 사람, 어떨 때 열 명 가까이 이상한 사람을 나열했다. 주변에 이상한 사람이 이렇게 많았다는 사실과 이야기로 써볼 수 있는 인물이 넉넉하다는 사실에 들뜬 표정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제 이야기를 통해 이상한 사람을 공감하고 이해해보려는 시도가 숙제처럼 남은 셈이었다.


“아직 한 사람 더 남은 듯해요.”


한껏 들떴던 표정은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우리요. 알고 보면 우리도 어느 순간 타인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보이기도 하죠.”


타인을 이해하는 데에 서툴렀던 자신을 깨닫는 순간 나를 이해하는 데에 서툴렀던 타인도 슬그머니 고개를 들었다. 그러니 서툴렀던 나를 돌보는 것은 글을 잘 쓰는 방법을 넘어 어쩌면 내가 공감받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서투름과 서투름이 만나 서로 알아보면 서투름은 몸집을 부풀리며 거대해지지 않는다. 오히려 겹치고 번지면서 조금씩 녹아내리는 쪽에 가깝다. 이쯤에서 나도 고백해야겠다. 상담실 안에서 글과 삶에 서툰 당신의 이야기를 듣던 시간이 사실 서툰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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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석순
전석순
소설가
1983년 춘천에서 태어나 자랐다. 2008년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회전의자」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2011년 장편소설 『철수 사용 설명서』로 오늘의 작가상을 받았다. 장편소설로 『거의 모든 거짓말』, 중편소설로 『밤이 아홉이라도』가 있다. 여전히 춘천에 머물며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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