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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예술은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 이달의 질문 -

소영현

2022-04-12

인문 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뒤로하고 그 자체로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며, 문학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여가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말에 이미 새겨진 차별과 말의 쓰임이 불러오는 모욕을 통해 말 자체가 폭력인 많은 말들을 두고,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당장의 현안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묻게 된다... ...



사회 전방위에서 차별과 혐오의 분위기가 위험 수위로 차오르고 있는 시절이다. 그 반동처럼 모든 차별에 대한 금지의 감각이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고, 동물권을 말하는 것도 낯설지 않아지고 있다. 일상 속에 녹아 있는 차별과 혐오의 말에 대해 좀 더 예민하게 살피게도 되었다. 그런데 문학과 예술이 ‘언어로 구성된 현실’이라는 인식과 ‘더 나은 현실에 대한 상상’이라는 인식은 사회가 급변하는 시절에는 쉽사리 충돌의 지점을 만들어내게 된다. 차별과 혐오가 위험 수위로 차오르고 있는 지금 이곳의 현실에서, 문학에 현실을 담는 일은 현실의 차별과 혐오를 반복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이나 엉덩이와 같은 여성 신체를 성적 뉘앙스를 담아 사용하는 시적 표현이나 성폭력을 사랑의 표현으로 활용하는 서사에 대한 비판적 논의가 시작되었지만, 성차별적 언어 표현들, 여군, 여교사처럼 ‘여-’로 시작되는 말들이나 미혼이나 처녀작과 같이 정상성에 미치지 못하거나 미숙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말들, 몰래카메라(불법 촬영)나 리벤지 포르노(디지털 성범죄)처럼 범죄적 성격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말들, 세상 사람들의 입에 맛있는 날고기와 구운 고기처럼 오르내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인구에 회자된다’는 말처럼 인간 중심적인 말들로 채워진 현실을 외면한 채로, 혹은 그러한 차별과 폭력을 전시하는 인물이나 사건을 그냥 내버려 둔 채로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상상만으로 문학과 예술이 가능한가, 아니 그것이 과연 문학과 예술인가라는 고민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적 외압으로부터 문학을 지켜야 한다는 오래된 저항 감각은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고르고 배제하는 일을 검열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요컨대, 지금 이곳의 어지러운 풍경이 문학과 예술의 창작과 향유를 둘러싼 신중한 태도를 요청하고 있다. 차별과 혐오를 뒤로하고 그 자체로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하며, 문학과 예술 또한 그러한 방향으로 움직여가야 한다는 사실에 동의하지 않을 이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말에 이미 새겨진 차별과 말의 쓰임이 불러오는 모욕을 통해 말 자체가 폭력인 많은 말들을 두고, 무엇을 쓸 것인가, 어떻게 쓸 것인가를 당장의 현안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묻게 된다. 차별과 혐오의 말들은 적폐로서 문학에서 퇴출되어야 하는 것일까, 현실의 흔적이자 기록으로서 남겨져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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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영현 문학평론가 사진
소영현

문학평론가
『웹진비유』 편집위원. 2003년 「낯설고 불편한, 새로운 유희의 시작-최윤론」을 쓰면서 문학평론 활동을 시작했다. 저서로 『문학청년의 탄생』(2008) 『부랑청년 전성시대』(2008) 『분열하는 감각들』(2010) 『프랑켄슈타인 프로젝트』(2013) 『하위의 시간』(2016) 『올빼미의 숲』(2017), 공저로 『감정의 인문학』(2013),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2013) 『감성사회』(2014) 『문학은 위험하다』(2019)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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