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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의 독립’과 ‘민주적 통제’... 현대의 신과 제사장 막는 길

- 이달의 답변 -

류영재

2022-03-17

인문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은 법으로만 재단될 수 없고 재단되어서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법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가운데 사회 구성원들이 논의하고 합의하여 일정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도덕과 윤리, 정치의 공간이 넓어져야 시민들은 주체적으로 공동체에... ...



1683년 에스파냐 마드리드에서의 이단심문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1683년 에스파냐 마드리드에서의 이단심문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신과 신을 대리하는 성직자들의 시대가 끝난 후 인간은 신의 자리를 법으로, 성직자들의 자리를 법률가로 대체했다’는 김형보 님의 말씀에, 저는 법을 해석하고 적용하여 재판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입장에서 민망함부터 느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법은 신의 말이 아니며 법관은 신탁을 전하는 사제가 아니라는 말을 공개적으로 수차례 해왔습니다. 그러나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수단이 미약하며 실효적이지 않아 사법의 전횡을 막기 어렵지 아니하냐는 예리한 통찰 앞에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아래에서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사법 독립과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개념을 간략히 검토한 후,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법에 대하여 고찰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해보고자 합니다. 그 과정에서 법이 현대의 신으로서, 법률가가 현대의 제사장으로서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국민의 자기 지배’는 우리 헌법의 기초



대한민국 최초의 제헌 헌법서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대한민국 최초의 제헌 헌법서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현행 대한민국헌법이 통치원리로 채택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자기 지배’로 설명됩니다. 국민의 자기 지배란, 사회 공동체 구성원 개개인이 스스로를 지배하고, 자기 외의 타인으로부터 지배받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신이나 왕, 또는 독재자 등 특정한 지배 권력의 존재를 부정하고,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해체한다는 뜻이지요. 현실적으로 국가와 같은 큰 공동체 단위에서는 그 공동체를 통치하는 권한을 행사하는 이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통치자들이 지배 권력으로 분(扮)하지 않아야 민주주의가 성립합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통치 권한의 정당성을 주권자 국민으로부터 찾고 통치기관들을 분립시키며 통치 권한이 국민의 뜻에 부합하게 행사되게끔 제도를 설계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통령과 국회의원 등은 국민이 선출하고, 국민의 대표자인 국회가 법을 만들며, 행정부는 법에 따라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사법부는 입법과 행정이 헌법과 법률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심사하며, 입법부·행정부·사법부의 모든 공적 행위는 국민의 뜻이 담긴 헌법에 부합해야 합니다. 나아가 모든 공동체 구성원들의 자기 지배가 구현될 수 있도록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을 포함한 모든 개인들의 존재는 그 자체로 존중받아야 하고, 다양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다수결 원칙의 전제로서 소수 의견이 존중되어야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소수자들의 기본권이 침해되어선 안 됩니다. 기본적 인권의 존중, 다원주의, 표현의자유 등을 중요하게 다루는 이유입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의하면, 사법 또한 통치권력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민주적 통제’ 없는 법치주의는 불가능



법치주의의 뜻은 ‘법이 다스린다’입니다. 반대말로는 ‘인치(人治, 사람이 다스리다)’가 있습니다. 법이 다스린다지만 법이 인격체는 아니므로, 결국 사람이 공동체를 자의적으로 통치하는 대신 공동체가 법규범에 따라 운영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지배 및 피지배 관계가 해체되고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지배자가 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치주의는,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법의 내용 모두에 시민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개념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국회가 법을 만들고, 그 법의 내용이 헌법에 위반될 경우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시키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의사와 무관하게 신의 계시를 법으로 삼거나 왕·독재자 등이 독단으로 법을 만드는 상황, 형식적으로 국민 다수 의사를 반영한 법을 만들었으나 그 법이 사회적 약자·소수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지는 상황 모두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칙을 채택하는 사회에서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한편, 법치는 ‘사람이 법을 사용해 다스린다’는 의미와도 구분됩니다. 법 앞의 평등이 지켜지지 않아 누군가는 법의 적용에서 제외되는 특권을 누리거나 법의 해석 및 적용이 자의적으로 이루어져 법이 누군가의 이익에만 복무하게 된다면 그런 공동체를 ‘법에 따라 운영되는 공동체’라고 부를 수 없겠지요. 국가권력이 자의적으로 통치 권한을 행사하는 데 이를 사법이 통제하지 않는 사회, 기본권을 침해당한 이가 사법적 구제를 받을 수 없는 사회를 법치주의 사회라고 볼 수 없습니다. 나아가, 만일 사법이 법의 해석을 독점하고 시민사회와 유리되어 법을 해석하며 시민들로부터의 감시와 통제를 거부하고 시민들에게 사법의 무결성만을 강요한다면 이 또한 판사들이 법을 사용해 공동체 구성원들을 다스리는 상황으로 해석될 것입니다.


이처럼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채택한 사회에서는 통치 권한의 자의적 행사 통제와 시민의 기본권 보장, 소수자 보호를 사법의 역할로 두는 동시에 이러한 사법의 역할이 헌법에 맞게 제대로 수행되는지 시민사회를 통해 관리·감독 될 것을 요구합니다. 그 결과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아래에서 사법의 독립과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필수적인 과제로 꼽힙니다.



법이 스스로 통치권력 되는 걸 어떻게 막을까



여기까지가 현대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사회에서의 사법의 역할과 책무에 대한 당위라면, 이 당위를 어떻게 현실화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일 것입니다. 김형보 님의 질문도 이에 대한 것이겠지요. 실제로 우리 사회는 과거 사법이 입법과 행정을 독점한 군부독재권력에 종속되어 독재를 규범적으로 승인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사법의 독립이 시대적 과제로 꼽혔던 시기입니다. 지금은 사법이 시민사회와 유리되어 헌법과 법률의 해석을 독점하고 자의적으로 사법의 권한을 행사할 경우, 나아가 온갖 정치적 문제들이 사법적 해결을 구하며 재판으로 수렴되는 현대사회에서 사법이 국가권력의 자의적 권한 행사를 통제하기보다는 스스로 통치권력으로 분하려 할 경우 이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져가고 있습니다(사법이 청와대와 재판 사안에 대해 협의하고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던 소위 사법 농단 사태는 이런 문제의식이 실현 가능한 위험에 관한 것임을 방증한 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럼에도 보장되어야 할 사법의 독립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법을 논하기에 앞서 중요한 전제를 다시 짚을 필요가 있습니다. 사법의 독립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앞서 헌법을 통해 주권자의 의사가 입법 및 행정뿐만 아니라 사법에도 반영되어 사법이 국민 위에 군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지만, 구체적 사안에 대한 주권자의 의사가 하나로 수렴될 수 없고 개별 사안에 대한 여론의 반응을 곧 주권자의 의사로서 헌법의 명령이라고 해석할 수 없으므로 사법은 입법과 행정은 물론 여론으로부터도 독립하여 재판 권한을 행사하여야 합니다. 다만, 재판권 행사에 있어 헌법이 부여한 책무-국가권력의 자의적 행사를 법에 따라 통제하고 시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사법의 독립을 존중하는 전제 아래 사법의 책무가 적정히 수행되는지를 관리·감독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법은 법원의 구성, 재판 제도의 구성, 법관에 대한 책임 등의 분야로 나누어 논의됩니다.



계급적 사회적 다양성 보완 필요한 재판관 임용 제도



충남대학교 로스쿨 건물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충남대학교 로스쿨 건물 (이미지 출처: 위키백과)



우선, 법원의 구성, 즉 판사의 임명 방식에 관하여 살펴봅니다. 현행 우리나라 헌법은 대법원장과 대법관은 국회의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고, 판사는 법률에 따른 절차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대법원장과 대법관의 임명은 국민이 선출한 국회와 대통령을 통해 간접적으로 국민의 의사가 반영되지만 판사의 경우 국민의 의사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사법의 역할에서 찾습니다. 사법은 자의적 국가권력 행사를 법에 따라 통제하여야 하기 때문에 입법과 행정으로부터 독립하여야 하고 국민 다수의 의사와 무관하게 소수자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보장하여야 하기 때문에 다수결의 원리에 입각한 선출 절차와 친하지 않다고 말입니다. 이처럼 사법의 책무 수행의 적정성을 위하여 법원의 구성 절차가 설계되었다면, 국가권력의 통제 및 소수자 보호라는 사법의 책무에 비추어 볼 때 판사들의 구성에 있어 계급적·사회적 다양성이 더욱 확보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이들을 성적이 높은 순서에 따라 즉시 판사로 임명하였습니다. 판사 임명에 있어 그들의 삶이나 계급적·사회적 다양성을 반영하지 않고 성적만을 절대적 기준으로 삼다 보니 판사들의 구성이 동질화되고 기득권 집단으로 변질된다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현재는 일정 기간 사회경험을 한 법조인들을 대상으로 시험 외 면접, 인성 평가 등 다양한 절차를 실시하고 법관과 법관이 아닌 자들로 구성된 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판사를 임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 계급적·사회적 다양성이 판사 임명에 유의미하게 반영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그에 따른 임명 절차의 개선이 필요합니다. 참고로, 해외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법률가로서의 능력을 위주로 판사를 임명하는 국가도 있고(독일), 판사 임명 절차를 법원이 아닌 의회나 지역사회, 법관과 비법관이 동수로 구성된 위원회 등이 주도하는 국가도 있으며(미국, 영국, 캐나다 등), 미국의 몇몇 주에서는 선거를 통해 판사를 임명하기도 합니다(개인적으로 판사 선거 제도의 경우 판사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판결문 공개, 재판 방청, 배심원 제도 등 더 강화돼야



재판 제도의 측면에서,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무엇보다 투명한 공개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법이 판사들의 전유물이 되지 않으려면 법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져야 합니다. 법률 자체는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법률 내용만 숙지한다고 하여 법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법이 구체적인 사안에서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적용되는지까지 알 수 있어야 법을 능동적으로 이해하고 지켜나갈 수 있습니다. 법을 이해해야 재판이 부당한지 정당한지 판단할 수 있고 비판할 수 있습니다. 판사들의 법 해석 결과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법은 판사들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시민의 것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도 재판은 원칙적으로 공개되어 있으나, 재판의 결과물인 판결문의 공개 수준이 약합니다. 사생활 정보는 적절히 차단되어야 하겠지만, 재판 방청을 더 활성화시키고 판결문을 더 공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한편, 재판에 대한 민주적 통제 방식 중 하나로 배심재판이 꼽힙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국민 참여 재판이라는 이름으로 일부 배심재판 형식을 도입하여 진행 중입니다. 비록 배심원들의 평결에 판사들이 기속되지는 않지만 시민들이 배심원으로서 재판의 사실관계를 판단하여 의견을 내고 재판부는 그 의견을 존중하는 방식의 재판입니다. 이에 더하여 배심원들의 평결에 기속력을 부여하여 미국식 배심재판 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법독립 위협 없이 재판 책임 물을 방안은



헌법재판소 휘장

헌법재판소 휘장



법관에 대한 책임은 헌법과 법률에서 탄핵 제도와 징계 제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관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면 많은 분들께서 잘못된 재판에 대한 책임을 얘기합니다. 그러나 판사는 신이 아니므로 오판의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고, 법률 해석에 있어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법 해석은 시대 변화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결론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고 하여 그 재판을 잘못된 재판이라고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재판제도의 한계 및 특징 때문에 재판의 결과는 항소 및 상고, 재심을 통해 교정되고, 부정의한 재판은 역사의 심판을 받습니다. 이와 달리 재판의 결과만으로 판사에게 징계나 탄핵을 묻는 것은 판사에게 구체적 사건에 대한 특정 결론을 강요하는 결과로 이어져 사법 독립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습니다(다만, 미국의 한 주에서는 판사가 심각하게 부정의한 재판을 하였다는 이유로 주민들이 판사를 탄핵시키는 절차가 진행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판사가 절차적으로 심각하게 위법한 재판을 했거나 직무상 위법을 행하였거나 직무윤리를 위반하였을 때에는 그에 따른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판사에 대한 탄핵이 한 번도 이루어진 적 없고 재판상의 위법이나 직무윤리 위반에 대한 징계 절차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기에 객관적으로 법관에 대한 책임을 묻는 부분이 약하다고 판단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법관의 직무 수행에 대한 책임을 좀 더 엄격하게 묻되 그 징계 절차가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징계 대상자에게 다툼의 기회도 충실히 제공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이 절차가 법원의 제 식구 감싸기로 전락하지 않도록 시민사회의 관리·감독을 가능하게 할 방법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사법이 지배 권력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사법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루어지는 것은 매우 중요하나, 법에는 절대적 정답이 없고 판사는 신이 아니기 때문에 재판 결과만으로 사법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하고 자칫 잘못하면 사법의 독립을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법원 구성의 다양성 추구, 재판 제도의 공개성 강화, 법관의 직무윤리 위반에 대한 책임 강화 등의 간접적 방법으로 사법에 대한 통제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옳고 그름 법으로 못 따져, 도덕과 정치의 공간 필요



재판소의 판결

재판소의 판결



마지막으로 정치의 사법화에 대해 말씀드리려 합니다.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옳고 그름은 법으로만 재단될 수 없고 재단되어서도 안 된다는 의미입니다. 상식적으로도 모든 그른 행위에 대해 국회가 법을 만들어 이를 단속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법을 위반하지 않더라도 비도덕적이고 비윤리적인 행위는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 모두 옳고 그름의 기준으로 재단되지도 않습니다. 다양한 가치관이 충돌하는 가운데 사회 구성원들이 논의하고 합의하여 일정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들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도덕과 윤리, 정치의 공간이 넓어져야 시민들은 주체적으로 공동체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이러한 도덕과 윤리, 정치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법적 판단의 장으로 가져가는 경향성이 짙어지고 있습니다. 도덕과 윤리, 정치의 공간이 좁아지고 모든 것이 법적 판단의 대상이 될 경우, 법이 사회에서 지나친 힘을 갖게 되어 사법이 시민의 역할을 대신하게 될 위험이 발생하는 동시에 법을 위반하지 않은 모든 행위는 정당성을 갖게 되어 사회 전체에 도덕적 해이가 자리 잡게 됩니다. 시민의 주체성은 약화되고 질문자의 우려와 같이 법이 신을 대신하고 판사가 법을 전유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민주주의 및 법치주의 관점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도덕과 윤리, 정치의 공간을 넓히려는 시민의 주체적인 노력이 절실합니다.



3월 [이달의 답변] ‘사법의 독립’과 ‘민주적 통제’... 현대의 신과 제사장 막는 길

- 지난 글: 3월 [이달의 질문] 법관의 잘못된 판단, 국민들이 바로잡을 방법은 없을까요

- 다음 글: 4월 [이달의 질문] 문학과 예술은 차별과 혐오의 말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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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사진
류영재

대구지방법원 판사
국민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졸업.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사법연수원 제40기 수료.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임관.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 강의(겸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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