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훈들 가운데 바이러스에게 국경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제 질문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으로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동양과 서양
우리가 겪은 지난 2년은 자율 주행 기술을 일상화하고 우주 여행을 상업화했던 인간의 과학적 진보가 그 자신은 어떤 지식도 기술도 갖지 못한 한낱 바이러스의 치명적 파괴력과 변이 속도를 쉽게 장악할 수 없음을, 극단적 희생과 삶의 제약을 통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무거운 교훈들 가운데 바이러스에게 국경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제 질문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으로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동양과 서양은 어떻게 지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요? 철학 연구자로서 저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낭만적인 방안 정도로 느껴질 철학의 가능성과 힘을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그 가능성과 힘을 설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동서양의 철학적 소통과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가 자랑하는 과학 기술이나 모든 것을 과학으로 일반화하려는 보편주의라는 명분이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가 쌓아온 시간성과 지적 통찰을 덮어 버린다면 우리는 어쩌면 반성을 위한 거울과 미래를 제안할 창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달의 질문]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 질문자 - 김선희(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Q. 이런 상황에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어떤 깊이와 넓이로, 어떤 경로와 과정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 조우와 소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에 깊은 조예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 주시는 정세근 선생님께 제 버거운 숙제의 답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부교수. 철학 박사
동서비교철학, 한국철학 등을 연구하며 『마테오 리치와 주희 그리고 정약용』, 『서학, 조선 유학이 만난 낯선 거울』, 『실 實, 세계를 만들다』 등의 연구서를 썼고 『나를 공부할 시간』, 『8개의 철학지도』,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동양철학스케치』 등의 교양서를 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유한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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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 이달의 질문 -
by 김선희 / 2022-01-11
교훈들 가운데 바이러스에게 국경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제 질문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으로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동양과 서양
우리가 겪은 지난 2년은 자율 주행 기술을 일상화하고 우주 여행을 상업화했던 인간의 과학적 진보가 그 자신은 어떤 지식도 기술도 갖지 못한 한낱 바이러스의 치명적 파괴력과 변이 속도를 쉽게 장악할 수 없음을, 극단적 희생과 삶의 제약을 통해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 무거운 교훈들 가운데 바이러스에게 국경이 없다는 것, 그리하여 인간은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고 공존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제게는 더욱 날카롭게 다가왔습니다. 제 질문은 이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미래의 자원으로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현재의 우리에게 어떤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 동양과 서양은 어떻게 지적으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을까요? 철학 연구자로서 저는 누군가에게는 그저 낭만적인 방안 정도로 느껴질 철학의 가능성과 힘을 여전히 믿고 싶습니다. 또한 사람들에게 그 가능성과 힘을 설득하는 방법 중 하나가 동서양의 철학적 소통과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대가 자랑하는 과학 기술이나 모든 것을 과학으로 일반화하려는 보편주의라는 명분이 오랜 세월 동안 동아시아가 쌓아온 시간성과 지적 통찰을 덮어 버린다면 우리는 어쩌면 반성을 위한 거울과 미래를 제안할 창의 상당 부분을 잃을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달의 질문]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 질문자 - 김선희(이화여대 철학과 교수)
Q. 이런 상황에서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은 어떤 깊이와 넓이로, 어떤 경로와 과정으로 대화할 수 있을까요? 그 조우와 소통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동서양의 철학적 전통에 깊은 조예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 주시는 정세근 선생님께 제 버거운 숙제의 답을 청해 듣고자 합니다.
1월 [이달의 질문]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 지난 글: 12월 [이달의 답변] 위험한 자유와 안전한 통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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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부교수. 철학 박사
동서비교철학, 한국철학 등을 연구하며 『마테오 리치와 주희 그리고 정약용』, 『서학, 조선 유학이 만난 낯선 거울』, 『실 實, 세계를 만들다』 등의 연구서를 썼고 『나를 공부할 시간』, 『8개의 철학지도』, 『팝콘을 먹는 동안 일어나는 일』, 『동양철학스케치』 등의 교양서를 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유한 '동양과 서양의 철학은 어떻게 만나야 할까?'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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