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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하나의 테마, 360도 관점

인문, 깜짝 퀴즈
문학 감성 자연

[인문, 깜짝 퀴즈] 시인 안희연

-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

by 안희연 / 2021.09.13

인문깜짝퀴즈 문학, 철학, 역사학 등 각 분야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국내 인문학 전문가들이 일반 시민, 독자들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인문 도서 내용을 토대로 출제합니다. 퀴즈는  객관식 1문항, 주관식 1문항으로 이루어집니다. ‘깜짝’ 퀴즈답게 수능이나 공무원 시험 등 각종 고시에 출제될 법한 정형화된 문제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퀴즈를 선보입니다. 특히 객관식 퀴즈는 질문과 보기, 결정적 힌트만 찬찬히 읽어보면 미처 책을 읽지 못한 사람도 답이 훤히 보여 누구나 쉽고 흥미롭게 풀 수 있도록 설계된 ‘응답자 맞춤형’ 인문 퀴즈입니다. 매회 출제마다 출제자가 직접 응답자 세 명을 선정, 소개된 책과 소정의 사례품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여름이 아무리 맹렬하더라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ㅇ 출제자 : 시인 안희연

ㅇ 응모 기간 : 2021년 9월 13일(월) ~ 2021년 10월 15일(금)

ㅇ 응모 방법 : 본문 댓글 및 인문360 SNS 댓글 참여

ㅇ 당첨 경품: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및 소정의 사례품

ㅇ 당첨자 발표 : 2021년 10월 22일(금) 예정



[인문, 깜짝퀴즈] 시인 안희연 /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중에서

안희연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책 표지 (이미지 출처: 교보문고)



안녕하세요. 시 쓰는 안희연입니다. 저는 지금 이 글을 여름의 한가운데서 쓰고 있는데요, 아마 여러분들께서 이 글을 읽으실 즈음엔 계절이 바뀌어, 가을의 문턱을 넘고 있을 것 같습니다. 낮의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아침저녁으론 제법 선선하기도 할 테지요. 그러니 여러분께 이런 질문을 건넬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여름, 어떠셨나요? 여름의 한가운데서는 물을 수 없는 질문이잖아요. 여름이 끝나야 우리는 여름에 대해 말할 수 있고, 여름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될 테니까요.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내느냐고요? 저의 세 번째 시집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창비, 2020)을 잠시 소개하려고요. 여러분들에게 여름은 어떤 계절인가요? 저에게 여름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계절, 맹렬히 싸워야 하는 계절에 가깝습니다. 일단 너무 덥고요, 그래서 비를 기다리게 되는데,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또 난관에 부딪히잖아요. 장마철엔 빨래가 잘 마르지 않으니까요. 그렇게 눅눅하고 쾌쾌한 옷들이 꼭 제 마음 같아서 울적할 때가 많아요. 그럴 땐 다시 해를 기다리게 되는데, 그러면 또 너무 더울 게 분명하니까 그건 또 싫고, 도무지 이 사슬로부터 풀려날 길이 없죠. 이 시집에도 ‘여름’을 수식하는 구절이 꽤 많이 등장하는데요, “여름은 폐허를 번복하는 일에 골몰하였다”(「면벽의 유령」)라거나,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같은 구절이 대표적입니다. 제가 얼마나 여름을 힘겨워하는지 아시겠죠?



햇빛이 쨍한 여름

햇빛이 쨍한 여름



그런데 말이에요. 저는 바로 그러한 이유로 이 여름을 열렬히 사랑하고자 애쓰는 사람입니다. 이때의 여름이 단지 계절로서의 여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우리에게는 누구나 고통스러운 여름이 존재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불 꺼진 집으로 홀로 걸어 들어와야 하는 날들. 성냥갑엔 성냥이 하나뿐인데 곧 폭설이 시작될 거라는 예보. 네, 이 모든 것들이 쉽지 않은 여름의 일이겠지요. 여름의 추위는 겨울의 추위보다도 더 맹렬할 테고요. 그래도 삶은 계속되는 것이니까,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길을 씩씩하게 걸어가 보았으면 해요. 언덕은 고립된 ‘절벽’이 아니라 계속해서 흐르는 ‘시간’일 테니까요. 저의 시는 언제나 그런 마음에서부터 출발합니다. 그중 한 편을 소개할게요.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입니다.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

안희연


온전히 나를 잃어버리기 위해 걸어갔다
언덕이라 쓰고 그것을 믿으면


예상치 못한 언덕이 펼쳐졌다
그날도 언덕을 걷고 있었다


비교적 완만한 기울기
적당한 햇살
가호를 받고 있다는 기쁨 속에서


한참 걷다보니 움푹 파인 곳이 나타났다
고개를 들자 사방이 물웅덩이였다


나는 언덕의 기분을 살폈다
이렇게 많은 물웅덩이를 거느린 삶이라니
발이 푹푹 빠지는 여름이라니
무엇이 너를 이렇게 만든 거니


언덕은 울상을 하고서
얼마 전부터 흰토끼 한마리가 보이질 않는다 했다


그 뒤론 계속 내리막이었다
감당할 수 없는 속도로 밤이 왔다
언덕은 자신에게
아직 토끼가 많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았지만


고요 다음은 반드시 폭풍우라는 사실
여름은 모든 것을 불태우기 위해 존재하는 계절이라는 사실도
모르지 않았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토끼일까
쫓기듯 쫓으며


나는 무수한 언덕 가운데
왜 하필 이곳이어야 했는지를 생각했다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1. 객관식 퀴즈


객관식 문제입니다. 이 시의 화자는 언덕입니다. 언덕은 어느 여름날, 사랑하는 ‘토끼’ 한 마리를 잃어버리는 사건을 겪게 됩니다. 그리고 한없는 슬픔에 빠지지요. 언덕엔 수없이 많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있을 텐데, 왜 하필 ‘토끼’를 잃어버렸다고 쓰게 된 것일까요? 제가 ‘토끼’라는 시어를 쓰게 된 이유를 골라주세요.


 ① 언덕에게 심장이 있다면, 토끼와 같은 형상일 거라고 생각해서

 ② 사실 도끼라고 쓰려고 했는데 오타가 나서

 ③ 12간지 중 토끼띠여서

 ④ 얼마 전 공원에 갔다가 토끼와 눈이 마주쳐서

 ⑤ 어릴 때 집에서 토끼를 키운 적 있어서


* 결정적 힌트 :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것, 멈추면 죽는 것을 떠올려주세요! 언덕이 잃어버린 것도 바로 그것일 겁니다.



2. 주관식 퀴즈


이어서 주관식 퀴즈도 드립니다. 매일매일 똑같아 보이는 날들이지만 그래도 돌이켜보면, ‘이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했다!’ 싶은 여름의 순간이 있었을 거예요. 더운 날 힘겹게 땀 흘리며 여름 언덕을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눈부신 풍경 같은, 여러분들의 삶을 아름답게 물들인 ‘올여름의 장면’이 궁금합니다. 거창한 사건보다, 사소하기에 특별한 이야기에 더 높은 점수를 드리겠습니다. 올여름 당신에게 선물 같았던 순간을 들려주세요.


 




정답 및 해설





1. 객관식 퀴즈

정답: ①번


정답은 1번 ‘언덕에게 심장이 있다면, 토끼와 같은 형상일 거라고 생각해서’입니다. 언덕에게 심장이 있다면 아마도 ‘토끼’와 같은 형상이 아닐까 상상했습니다. 토끼가 뛰어다니는 모양이 심장의 펄떡임 같았거든요. 코끼리라면 너무 거대했을 것 같고, 하마라면 너무 느렸을 것 같아요. 무당벌레라면 너무 작았을 것 같고, 나무늘보라면 조금 피로해 보였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조금 더 날렵하고, 수풀 사이 혹은 굴속에 자주 숨기도 하는 토끼야말로 가장 적합한 심장이라 여겼습니다.



2. 주관식 퀴즈


올여름 여러분들에게 선물 같았던 순간을 마주하는 동안, 제 입가에선 미소가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모두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사소하고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여름이 되고 계절을, 인생을 이룬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였다고 할까요. 그중에서도 박순자 님, 유기정 님, 이솔 님의 답변을 읽을 때 제 마음에 특히 더 찬란한 밀물이 지더군요.



▶ 박순자 님 :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여름에 뜨거운 불 앞에 있는 일은 얼마나 고된가요. 사랑이라는 밥을, 응원과 믿음이라는 반찬을 한 상 가득 차려내셨을 박순자 님의 얼굴을 상상합니다. 참으로 따뜻한 풍경입니다. 동시에 한 가지 바람도 생겨납니다. 박순자 님 스스로를 위해 불 앞에 자리하는 시간도 소홀히 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이요. 누구의 엄마 혹은 아내가 아닌, 박순자 님이 박순자 님으로 존재하는 시간 또한 열렬히 응원합니다.


▶ 유기정 님 : 초록의 한가운데서 바질과 애플민트를 손으로 비벼 향기를 맡는 유기정 님의 얼굴을 떠올려봅니다. 참으로 싱그러운 기억이에요. 언젠가 길을 걷다가 바질 혹은 애플민트를 만나면 그날, 그곳에서의 시간이 떠오르겠지요. 맛, 향기, 촉감 등 감각으로 아로새겨진 기억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도 잊히지 않는 법이니까요. 그 사실을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너무 향긋한 순간이었어요.


▶ 이솔 님 : 좋아하는 음악을 공유해주셔서, 출근길에 바라본 아침햇살과 비 그친 순간의 고요를 나눠주셔서 고맙습니다. 이솔 님의 글을 읽는데 저도 그 장면 속에 함께 있는 것 같았어요. 그만큼 생생했거든요. 조금 늦으면 어떤가요. 멈춰 섰을 때만 보이는 풍경이 있는걸요. 시간에 휩쓸리지 않는 법을 일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자주 걸음을 멈춰 서는 사람이 되어요.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다가올 겨울의 언덕도 건강하고 편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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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깜짝 퀴즈] 시인 안희연 ⑬

- 지난 글: [인문, 깜짝 퀴즈] 소설가 최진영 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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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안희연
시인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과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를 펴냈다. 장래희망은 알록달록해지는 것. 서둘지 않고, 숨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도 마음을 일으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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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1. 1번 / 2. 군복무 때문에 2년간 집을 떠나있다가 올 여름에 집으로 돌아왔는데요, 올 여름은 무더웠지만 엄마와 함께 동네 카페도 가고 같이 요리도 하면서 어느 여름보다도 가장 풍성했던 여름이었던 것 같아요ㅎㅎ / 번호 끝 두 자리: 48

    유상민 2021.09.13

  • 1.1번 2. 시험을 앞둔 아이를 위해 불 앞에서 열심히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비 오듯 내리는 땀방울로 옷은 젖어갔지만 아이를 위한다니 힘은 들어도 견뎠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아이도 저도 잊지 못할 열정의 여름날이었습니다.(49)

    박순자 2021.09.13

  • 1. 1번 2. 어머니께서 몸이 좋지 않으신데 어머니를 위해 요리를 해드리면서 최선을 다해 어머니를 부양했습니다.(74)

    서경훈 2021.09.13

  • 1.1번 / 2. 매일 저녁 인근 공원을 걸었어요. 하루도 빼지 않고. 내 몸에서 나오는 땀이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었네요 (11)

    Fiona Lee 2021.09.25

  • 1번문제 : 1번 / 2번 문제 : 지난 여름 어느 날, 동네 도서관에 갔는데 도서관이 어떤 사정으로 쉬었습니다. 바로 집에 돌아가려다 마침 그날 따라 도서관 앞 벤취에 큰 나무 그늘이 져, 그곳에서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 나무그늘 벤취에 앉아 독서를 했습니다. 그날 "황현산의 현대시 산고"를 읽었는데, 무척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못들어 간 게 되려 즐거운 추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18)

    장용석 2021.09.29

  • 1. 1번 / 2. 올 여름은 텃밭에서 식물을 키우고 수확하는 경험을 가져볼 수 있었습니다. 바질과 애플민트를 심었는데 햇빛과 물로도 쑥쑥 잘 자라더라구요. 특히 잎에 손을 대고 살짝 비벼서 향을 맡아보았는데 싱그럽고 향긋해서 그 순간이 찬란하게 기억에 남습니다. (96)

    유기정 2021.09.29

  • 1. 1번 / 2. 여름의 끝과 가을의 시작 쯤 아침 비를 본 적이 있어요. 가장 좋아하는 앨범 brian eno의 thursday afternoon (가사가 없는 조용한 음악이에요 시간이 되신다면 한번 들어보세요 !)을 들으면서 출근하는 길이었는데, 부슬비가 아주 고요하게 내리고 있었어요. 그 사이로 황금색 햇살이 비췄는데, 아침 햇살이 정말 반짝이고 눈이 부실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된 날이었어요. 사무실로 곧장 들어가고 싶지 않아서 한참을 그 자리에서 음악을 들으며 머물렀습니다. 제게 그 날이 가장 반짝이고 인상깊었던 순간이에요. 순식간에 여름이 지나갔네요 다음 여름을 고대하며, 또다시 고요하게 반짝이는 비를 만날 수 있길 바라며 (13)

    이솔 2021.09.29

  • 1. 1번 / 2. 학기 중에 지방에 있는 기숙사에서 지내 자주 만나지 못하는 동생과 함께, 여름방학을 맞이한 뒤 함께 공포 영화를 보았습니다.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81)

    구지윤 2021.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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