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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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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회/이슈 정체성

3·1혁명 102주년 오늘, ‘나’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 이달의 질문 -

by 홍윤기 / 2021.04.06

인문쟁점은? 우리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인문학적 과제들을 각 분야 전문가들의 깊은 사색, 허심탄회한 대화 등을 통해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 더 깊은 고민을 나누고자 만든 코너입니다. 매월 국내 인문 분야 전문가 두 사람이 우리들이 한번쯤 짚어봐야 할 만한 인문적인 질문(고민)을 던지고 여기에 진지한 답변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합니다.

 


몇 주민들이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무슨 일로 사람을 응급으로 이송했냐고 득달같이 물은 모양이다. 근데 보건소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싣고 간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그랬는지 아닌지를 줄줄이 물을 수 있단 말인가? 보건소 직원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데……. 그리고 병에 걸린 사람을 왜 국가가 나서 일일이 찾아내어 어디 어디 갔냐고 캐묻고 그것도 모자라 어디 어디 가서 몇 주씩 격리해 있으라 하고, 심지어 먹여 주고 치료해 주는가? ‘병’은 ‘내’가 걸리고 앓는데, 왜 ‘국가’가 ‘나’의 일에 그렇게…….

 


태극기

태극기



내가 태어나기 전 나는 어떤 경우에도 내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에 동의한 바가 없다. 심지어 나는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에도 동의한 바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으로 태어나 보니 나는 누구누구의 자식이 되어 있었고, 한국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공부하러 독일에 갔더니 나는 ‘홍윤기’이기 이전에 “한국 사람(Koreaner)”이었다.


이렇게 내가 그렇게 태어나기 전에 단 한 번도 누구의 자식이기로, 어느 나라 사람이기로 동의한 바가 없는데, 그 누구의 자식으로 또 한국 사람으로 끊임없이 무엇인가 되기를 요구받고, 경우에 따라서는 (내가 한 번도 직접 만난 적도 없는)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명령으로 수감당하기도 하였다. 대통령이라는 저 사람이 무엇인데, 한 번도 얼굴 마주친 적이 없는 ‘나’를 끌어다 2년이나 넘게 가두다가 4년 넘게 학교도 못 다니게 하는가? 내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겠다고 동의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대한민국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멋대로 만든 헌법으로 나를 데려다가 학교도 못 다니게 해?


이런 일은 44년 전 ‘나’, ‘홍윤기’에게 실제로 일어난 일인데, 그런 시기가 끝나고 난 1987년에서 한 세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대한민국’은 또 당혹스럽게, 하지만 이번에는 거꾸로, ‘나’에게 다가온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들마다 ‘나’를 잘 살게 해주겠다고 사방에 대고 목청을 높인다. 지금 대통령의 앞에 앞에 대통령이 된 사람은 전 국민더러 “부자 되세요!”라고 해서 잔뜩 기대를 부풀렸다. 물론 그는, 자기가 부자 되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 남을 부자로 만드는 재주는 없다는, 씁쓰레한 실망을 안겼지만, 사실 되돌아 생각해 보라. 그가 ‘나’와는 일면식도 없는데, 그런 수많은 ‘나’들에게 부자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할 이유가 없잖은가? 그런데 그가 약속을 어겼다고 실망한다면 그렇게 실망하는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일이다.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부자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면, 사실 그게 도리어 이상한 일 아닌가?


그 사람 다음 대한민국 역사 1백 년에서 최초로 여성 대통령이 된 분은 후보 시절 스스로 4대 중증 질병(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를 포함해 선택 진료비, 상급 병실료는 물론 간병료까지 이른바 “3대 비급여” 부분 등 총 진료비 모두를 건강보험으로 국가가 100% 책임지겠다고 수차례 단언했고 대선 당시 후보 캠프가 낸 공식 공약집에도 명시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이 분야 주무장관은 대통령의 이런 공약이 선거 캠페인용이었다는 발언을 내놓아 물의를 빚었는데 여론이 악화되자, 보건복지부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필자 주 : 홍여진 기자. 「박근혜 대선공약 후퇴, 폐기 잇달아 신뢰와 원칙 어디갔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 (2013.03.22 12:55.)) 결국 박 대통령 재임 내내 구체적인 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벌떼처럼 나서서, 도대체 대통령 후보가 약속한 신뢰와 원칙은 어디 갔냐고 항의하는 등 난리였다.


그런데 돌이켜 잘 생각해 보자! 그 대통령이 누구인데 왜 그 사람이 ‘내’가 걸린 ‘병’의 치료비를 몽땅 내주겠다는 것인가? 그렇게 돈이 많아? 사실 그 사람이 ‘나’에게 그런 약속을 할 이유가 없잖은가?


하지만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실제로 정부의 이름으로 해내려고 바쁜 사람이 요즘은 한두 명이 아니다. 작년 연말 동네 아파트 같은 동(棟)에 사는 노인네 한 분이 한밤중에 갑자기 들이닥친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 드디어 우리 동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난리 난 적이 있었다. 마침 휴일이라 관리 사무소는 문을 닫고 있는데 몇몇 주민들이 보건소에 전화를 해서 무슨 일로 사람을 응급으로 이송했냐고 득달같이 물은 모양이다. 근데 보건소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싣고 간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그랬는지 아닌지를 줄줄이 물을 수 있단 말인가? 보건소 직원이 ‘나’와 일면식도 없는데……. 그리고 병에 걸린 사람을 왜 국가가 나서 일일이 찾아내어 어디 어디 갔냐고 캐묻고 그것도 모자라 어디 어디 가서 몇 주씩 격리해 있으라 하고, 심지어 먹여 주고 치료해 주는가? ‘병’은 ‘내’가 걸리고 앓는데, 왜 ‘국가’가 ‘나’의 일에 그렇게 관심과 참견이 심한가?



덕수궁 앞에서 벌어진 3.1운동 시위

덕수궁 앞에서 벌어진 3.1운동 시위



오늘, 2021년 3월 1일, 빗줄기가 뿌리는데 천막 친 탑골 공원에서는 3·1 독립 선언 102주년 기념식이 열렸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버린 선열들 몇 분에게 뒤늦은 서훈이 있었다. 빗줄기 소리가 어려 흔들리는 대통령의 목소리는, 어쩌다가 한국 사람으로 태어나서 어떻게 될지도 모를 나라 하나 세우려고 목숨까지 버리고 그 후손은 대대로 고생스러운 세월을 살게 만들었던 그분들의 위업에 대한 존경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나’는 묻는다. 태어나기 전 한 번도 대한민국 국민이기를 동의한 적이 없는데도…… 라는 의문을 여전히 지니면서…….



[이달의 질문]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 질문자 - 홍윤기(동국대 철학과 교수)

 

Q.  “저분들은 왜 나라 하나 세우려고 그렇게 목숨까지 내놓았을까?”

“저분들에게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였을까?”

그리고 “왜 ‘나’는 그런 ‘대한민국’의 ‘국민’, 즉 ‘국가 시민’으로, 계속 살아야 할까?”


제가 존경해 마지않는 김용택 (‘우리헌법읽기국민운동’ 이사장), 윤평중(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 두 선생님에게 어리석은 물음에 대한 지혜로운 응답을 구합니다.

 


4월 [이달의 질문] 3·1혁명 102주년 오늘, ‘나’에게 ‘이 나라’, ‘대한민국’은 무엇인가? ⑮

3월 [이달의 답변] 설사 시간의 흐름이 환상일지라도 ⑭

3월 [이달의 질문] 계절에 시작과 끝이 있을까요? 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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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윤기
홍윤기
서울대학교 철학과 학부 및 대학원 석사과정 졸업 후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 철학박사 취득. 1999년 이래 동국대학교 철학과 교수, ‘사회와철학연구회 및 ’한국철학교육학회‘ 회장, ’한국철학회‘ 연구위원장, 서울시/경기도/성남시 민주시민교육자문위원회 위원장 및 파주시 민주시민교육센터 학술자문지원단장 역임. 철학, 인문학, 사회과학 및 학문정책 관련 다수의 저서(공저 포함), 역서, 논문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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