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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뭐라고 : 광장과 예술작품

by 지은경 / 2016-10-27

광장과 예술작품


광장은 현대 사회에서 중요한 장소다.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이고 그 안에서 많은 이야기가 탄생한다. 서양의 문화와 철학 그리고 사상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광장의 힘이었다. 광장을 통해 모인 사람들은 소통을 한다. 그런데 그 소통은 개인과 개인 사이의 것만이 아닌 다수가 한 번에 어떤 사건이나 생각을 나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조리한 사회를 누군가 광장에서 고발했고 가난한 가수가 광장에서 노래해 유명 스타가 되었으며, 혁명과 처형의 장소로도 광장은 수도 없이 이용되었다.

 

리옹의 테로 광장, 1994

▲ 리옹의 테로 광장, 1994

 

많은 사람이 광장에 모이는 이유는 그곳에서 모종의 문화 활동과 사회 활동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광장에 모인 개개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닌 불특정 다수가 가지는 커다란 힘을 발산한다. 그렇다면 현대의 광장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갖가지 문화 활동이 광장에서 행해지고 만남의 장소로도 자주 이용되는 광장, 현대인이 외로움을 달래며 시간을 보내는 장소, 혹은 호기심 넘치는 누군가에게는 광장만큼 사람 구경하기 좋은 곳도 없다. 그렇다면 광장에 속한 우리의 공공 미술은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을까?

 

도쿄 오다이바 산토리 사옥 앞 25개의 열주랑

 

이탈리아 칸탄자로 고고학 공원


1. 도쿄 오다이바 산토리 사옥 앞 25개의 열주랑
2. 이탈리아 칸탄자로 고고학 공원

 

여기 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광장을 중심으로, 광장이라는 공간의 힘을 빌려 왕성한 예술을 펼치는 작가가 있다. 바로 설치미술가 다니엘 뷰렌Daniel Buren이다. 그는 1938년 프랑스 불로뉴에서 태어나 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설치와 회화, 조각, 영화 세트를 제작하며 많은 실험과 경험을 쌓았다. 1965년 어느 날, 파리 몽마르트르의 한 원단 시장에서 줄무늬가 그려진 천 조각들을 보게 되었다. 이 단순한 줄무늬는 훗날 뷰렌을 세계적인 작가 대열에 올리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뷰렌은 평범한 줄무늬를 바탕으로 유기적이고 변칙적인 형태를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이 무늬는 비개성적이었고 객관적이었다. 작가는 이 줄무늬를 ‘시각적 도구’라 부르고 하나의 기호로 사용하고자 했다. 그는 회화의 ‘제로상태’를 이루는 실험을 위해 몇몇 동료 예술가들과 공동 작업을 시작했다. 이 작업은 당시 전통적 화풍이 지배적이던 파리 화단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만들었다.

 

파리 팔레로아얄 광장, 1986_이미지1

 

파리 팔레로아얄 광장, 1986_이미지2

 

파리 팔레로아얄 광장, 1986_이미지3

▲ 파리 팔레로아얄 광장, 1986

 

그에게 회화적 물질이란 그림이나 조각 작품에서 느껴지는 물성 그 이상의 무언가를 위한 언어 도구였다. 1967년 뷰렌은 그가 자주 찾는 실험 장소 중 하나인 광장에 줄무늬 벽보를 붙이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 같은 불법적인 행위는 그를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이후 그는 벽, 문, 계단, 지붕 등 광장에 속한 모든 것들 위에 줄무늬를 입히기 시작했다. 이후 그의 공공예술 행위는 전 세계를 순회하게 되었다. 단순한 줄무늬에서 갖가지 색과 형태가 파생되었고 재료 역시 다양한 변화를 거듭했다.

 

그는 왜 그토록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에 비개성적이고 객관적인 모티브들을 입혔을까? 이는 혹시 불특정 다수와 비개성적인 모티브의 만남을 통해 특별한 무언가를 창조하고자 함은 아니었을까? 당연한 곳을 당연하지 않게 만들고 특이하지 않은 것을 특이하게 만드는 행위를 통해 그의 작품은 우리에게 색다른 감정을 선사한다.

 

바젤의 색을 입은 통로,1979-2007

▲ 바젤의 색을 입은 통로,1979-2007

 

뷰렌은 광장과 그 안에 머무는 사람들을 관찰한다. 그 지극히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 극도로 지루한 무늬들이 특별함을 이룬다. 이를 통해 작가는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장소(광장)를 드러내고 사람들이 그 공간을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한다. 그를 통해 사람들은 비상함으로 탈바꿈한 평범함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관찰자인 동시에 작품의 한 요소가 된다.

 

이탈리아 투스카이 코르코르 페스티벌

▲ 이탈리아 투스카이 코르코르 페스티벌

 

광장은 대중의 장소다. 따라서 미술관이나 품격 있는 공간 안의 예술작품들과 달리 광장에 설치된 작품들은 대중으로 하여금 예술을 무조건 향유하고 일반인의 정서에 개입을 시도한다. 광장에 속한 누구나, 원하든 원치 않든 작품의 일부를 이룬다. 사람들은 예술작품을 통해 넓은 광장을 친근하게 누리고 시간을 보낸다. 작품을 바라보는 사람, 그 사이를 무관심하게 지나는 사람 모두가 모여 물성과 개념, 그리고 시간의 유동성을 지닌 하나의 큰 그림이 완성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건축법상 대형 건축물은 예술작품 하나를 건물 앞에 혹은 건물이 속한 광장에 설치해야 한다. 건축물과 공공장소의 조화, 그리고 예술작품을 통해 사람들을 모으는 것이 그 주된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만끽할까? 일상에서 예술작품을 몸으로 느낄 기회는 우리에게 얼마나 될까?

 

벨기에 뉴포오트

▲ 벨기에 뉴포오트

 

멋진 광장이란 그저 뻥 뚫린 공터가 아닌 즐거운 이야기와 웃음거리가 수없이 일어나는 장소여야 할 것이다. 이로써 사람들이 모이고 그렇게 모인 대중을 통해 큰 사회적 작용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광장, 그리고 그 안에 놓인 예술 작품들을 다시 한 번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그 안에서 작품을 통해 어떤 풍경이 그려지는지를 관찰해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사람들을 모으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그야말로 예술의 선의가 담긴 힘을 발휘하는 아름다운 조형물인지, 아니면 그저 의무에 의해 설치된 의미 없이 흉물스런 괴물들은 아닌지를 말이다.

 

춤추는 사람 일러스트

 

예술 지은경 광장 다니엘뷰렌 문화활동 사회활동
필자 지은경
지은경

유럽과 한국을 오가며 단행본 기획과 전시기획,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책에 관한 잡지 『책, Chaeg』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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