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된다. 일탈이라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고 또한 창의적인 인간의 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의 눈치를 보고 남의 평가를 받는 것에 익숙해 있다. 축제는 기득권 세력이 피지배계층에게 베풀어온 하나의 수단이었고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세력을 지켜올 수 있었다.
우리가 다 아는 ‘탈춤’은 피지배계층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식이었으며, 기득권 세력은 기꺼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허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하였다. 억눌린 상태가 지속되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으리라. 이완의 기회를 줌으로써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제 안정을 꾀하여 왔고, 피지배계층들은 잠시나마 무료한 일상으로부터 일탈해 자유를 느꼈다. 한마디로 지금의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재창조)의 기회를 받은 것이다.
축제는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관광 상품화 되어 그 마을의 대표 브랜드 이미지가 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이 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중요함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축제(祝祭)는 한자의 의미에서 볼 수 있듯 개인이나 집단의 특별한 의미에 대한 기념이나 제사의식이었다. 하지만 축제가 문화산업으로 인식되는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스페인의 ‘산 페르민 축제’를 통해 마을의 독특한 문화가 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사례를 말하고자 한다.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페인의 거리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스페인의 작은 도시 팜플로나(Pamplona) 거리에서 방목한 황소에게서 도망치며 극한 체험을 열광하는 축제이다. 옛 정취가 느껴지는 오래된 광장과 좁은 골목의 팜플로나는 평소에는 한적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매년 7월 6일 정오가 되면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관광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흰옷에 빨간 스카프 차림이다. 그리고 모두가 수십만의 인파로 가득 찬 팜플로나 시청 마을 광장으로 향한다. 지난 700여 년 동안 이루어진 마을 행사인 산 페르민 축제의 개막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팜플로나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축제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으로 모인다. 이 기간 동안 스페인의 작은 도시는 가장 스페인다운 축제의 도시로 변화한다.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때만큼은 누군가에게 물세례를 퍼부을 수 있으며 느닷없는 물벼락에도 즐거워하는 축제의 도시가 된다. 평소 인구의 5배가 찾은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지만 팜플로나 사람들은 청소나 의료행위 등 모든 것을 익숙하게 처리한다.
팜플로나는 축제 기간 동안 거리와 공원을 개방하고 노숙을 허용하는 등 관광객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일탈의 기회를 만난 축제 참가자들은 일상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해방감과 자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산토도밍고 언덕에는 구경꾼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되고, 산 페르민 축제의 꽃인 ‘황소달리기’가 준비된다. 황소가 가야 할 투우장까지의 거리는 848m이다. 황소달리기는 산 페르민 축제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소와 같이 뛴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Catharsis, 정화)를 찾는 듯하다. 직접 뛰지는 않더라도 좀 더 생생한 황소달리기를 보려는 사람들은 인근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의 발코니가 황소달리기를 보려는 관광들에게 임대된다. 우리 돈 15만 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발코니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임대를 통해 지역의 수입을 얻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황소달리기가 시작되기 직전 성인인 산 페르민에게 자신의 안전을 비는 의식을 한다. 아침에 총소리와 함께 성난 싸움소들이 거리를 질주하면서 산 페르민 축제의 백미인 황소달리기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쫓거나 쫓기면서 소를 투우장으로 몰아간다. 매년 부상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위험한 경주이지만 사람들은 소와의 경주를 멈추지 않는다. 모험이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모양이다.
산 페르민 축제의 황소달리기는 투우 경기에 쓸 소를 새벽에 투우장까지 몰고 갔던 데서 유래되었다. 다소 거친 축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산 페르민 축제는 본질적으로 종교행사이다. 700년 전 추앙받던 이 고장의 성인(聖人) 페르민이 참수형을 당한 것을 애도했던 것에 비롯한 것이다. 관광객들의 빨간색 스카프는 참수형을 당한 페르민을 기리는 것이고 또한 피와 팜플로나를 상징하는 것이다. 축제의 문화는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 하지만 축제의 근본정신은 유지되고 있다는 팜플로나 시장의 말과 같이 노인에서 아이들까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축제를 즐긴다. 팜플로나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산 페르민 축제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축제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들은 성공사례도 많이 있지만 그 마을이나 지역에서의 문화나 전통적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마다 다른 마을이나 지역의 성공사례를 탐내거나 정치인의 주도로 마을주민에게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는 축제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는 감성적 키워드로, 사람들의 본질적인 감성에 소구(Appeal)할 수 있는 마을 축제나 콘텐츠 개발을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마을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발굴하여 보존하는 사고의 틀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고 관광객들이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마을 상품화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축제는 사람들이 가진 욕구이며 인간의 내면이 가진 욕망이다.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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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소셜클럽 : 발굴 보존 상품화하기 위한 축제마을
진종훈
2017-06-16
발굴 보존 상품화하기 위한 축제마을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인간은 일탈을 꿈꾸게 된다. 일탈이라는 것은 자유를 의미하고 또한 창의적인 인간의 본 모습이라고도 볼 수 있다. 사회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남의 눈치를 보고 남의 평가를 받는 것에 익숙해 있다. 축제는 기득권 세력이 피지배계층에게 베풀어온 하나의 수단이었고 이를 통해 그들은 자신의 세력을 지켜올 수 있었다.
▲ ©KOREA.NET - Official page of the Republic of Korea via Foter.com
우리가 다 아는 ‘탈춤’은 피지배계층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세상에 하고 싶은 말을 하는 방식이었으며, 기득권 세력은 기꺼이 그러한 일을 할 수 있도록 시간과 장소를 허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지키고자 하였다. 억눌린 상태가 지속되면 폭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으리라. 이완의 기회를 줌으로써 기득권 세력들은 자신을 중심으로 한 체제 안정을 꾀하여 왔고, 피지배계층들은 잠시나마 무료한 일상으로부터 일탈해 자유를 느꼈다. 한마디로 지금의 레크리에이션(Recreation, 재창조)의 기회를 받은 것이다. 축제는 세계 곳곳에서 열리고 관광 상품화 되어 그 마을의 대표 브랜드 이미지가 되는 동시에 경제적 수익이 된다는 측면에서 또 다른 중요함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축제(祝祭)는 한자의 의미에서 볼 수 있듯 개인이나 집단의 특별한 의미에 대한 기념이나 제사의식이었다. 하지만 축제가 문화산업으로 인식되는 경제적 가치와 더불어 호모 루덴스(Homo ludens, 유희하는 인간)를 추구하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해주는 관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본 글에서는 스페인의 ‘산 페르민 축제’를 통해 마을의 독특한 문화가 세계인들을 열광시키고 그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사례를 말하고자 한다.
▲ 스페인 산 페르민 축제 ©Michael K Donnelly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해는 다시 떠오른다』를 통해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스페인의 거리 축제인 산 페르민 축제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스페인의 작은 도시 팜플로나(Pamplona) 거리에서 방목한 황소에게서 도망치며 극한 체험을 열광하는 축제이다. 옛 정취가 느껴지는 오래된 광장과 좁은 골목의 팜플로나는 평소에는 한적하다 싶을 정도로 조용한 곳이다. 하지만 매년 7월 6일 정오가 되면 이곳에 모인 모든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아주 특별한 이벤트가 열린다. 관광객들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흰옷에 빨간 스카프 차림이다. 그리고 모두가 수십만의 인파로 가득 찬 팜플로나 시청 마을 광장으로 향한다. 지난 700여 년 동안 이루어진 마을 행사인 산 페르민 축제의 개막식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팜플로나는 인구 20만 명의 작은 도시이지만, 축제기간 동안에는 전 세계에서 100만 명의 관광객이 이곳으로 모인다. 이 기간 동안 스페인의 작은 도시는 가장 스페인다운 축제의 도시로 변화한다. 평소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때만큼은 누군가에게 물세례를 퍼부을 수 있으며 느닷없는 물벼락에도 즐거워하는 축제의 도시가 된다. 평소 인구의 5배가 찾은 도시는 아수라장이 되지만 팜플로나 사람들은 청소나 의료행위 등 모든 것을 익숙하게 처리한다. 팜플로나는 축제 기간 동안 거리와 공원을 개방하고 노숙을 허용하는 등 관광객들이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일탈의 기회를 만난 축제 참가자들은 일상의 규제로부터 벗어나 해방감과 자유를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산토도밍고 언덕에는 구경꾼을 보호하기 위한 울타리가 설치되고, 산 페르민 축제의 꽃인 ‘황소달리기’가 준비된다. 황소가 가야 할 투우장까지의 거리는 848m이다. 황소달리기는 산 페르민 축제에서 가장 유명하고 상징적인 프로그램이다. 소와 같이 뛴다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지만 이곳을 찾은 관광객들은 이를 통해 카타르시스(Catharsis, 정화)를 찾는 듯하다. 직접 뛰지는 않더라도 좀 더 생생한 황소달리기를 보려는 사람들은 인근의 건물 안으로 들어간다. 건물의 발코니가 황소달리기를 보려는 관광들에게 임대된다. 우리 돈 15만 원으로 다소 비싼 가격이지만 발코니는 발 디딜 틈이 없다. 임대를 통해 지역의 수입을 얻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황소달리기가 시작되기 직전 성인인 산 페르민에게 자신의 안전을 비는 의식을 한다. 아침에 총소리와 함께 성난 싸움소들이 거리를 질주하면서 산 페르민 축제의 백미인 황소달리기가 시작되고, 여기저기에서 비명과 탄식이 터져 나온다. 사람들은 쫓거나 쫓기면서 소를 투우장으로 몰아간다. 매년 부상자와 사망자가 나오는 위험한 경주이지만 사람들은 소와의 경주를 멈추지 않는다. 모험이란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모양이다. 산 페르민 축제의 황소달리기는 투우 경기에 쓸 소를 새벽에 투우장까지 몰고 갔던 데서 유래되었다. 다소 거친 축제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산 페르민 축제는 본질적으로 종교행사이다. 700년 전 추앙받던 이 고장의 성인(聖人) 페르민이 참수형을 당한 것을 애도했던 것에 비롯한 것이다. 관광객들의 빨간색 스카프는 참수형을 당한 페르민을 기리는 것이고 또한 피와 팜플로나를 상징하는 것이다. 축제의 문화는 시간에 따라 진화한다. 하지만 축제의 근본정신은 유지되고 있다는 팜플로나 시장의 말과 같이 노인에서 아이들까지 자신만의 방법으로 축제를 즐긴다. 팜플로나 사람들은 수백 년 동안 이어진 산 페르민 축제의 전통 속에서 새로운 축제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지역 축제들은 성공사례도 많이 있지만 그 마을이나 지역에서의 문화나 전통적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저마다 다른 마을이나 지역의 성공사례를 탐내거나 정치인의 주도로 마을주민에게는 현실적으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없는 축제를 양산해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1세기는 감성적 키워드로, 사람들의 본질적인 감성에 소구(Appeal)할 수 있는 마을 축제나 콘텐츠 개발을 통해 마을의 정체성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마을의 역사와 삶의 방식을 발굴하여 보존하는 사고의 틀을 만들어, 사람들이 오고 싶어 하고 관광객들이 마음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독특한 마을 상품화를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한다. 축제는 사람들이 가진 욕구이며 인간의 내면이 가진 욕망이다.
문화마케팅(경영학박사)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현재 경기대학교 평생교육원 경영학부 교수이자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콘텐츠사업 부문 전문위원으로 있다. 문화로 미래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및 기고 활동을 통해 우리 시대의 문화 활용과 융합에 관해 연구한다. 저서로 『성공하는 문화마케팅을 위한 기업의 문화마케팅』 『축제와 이벤트』 『문화마케팅을 위한 패션쇼 기획과 지역문화축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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