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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잘소의 톡터뷰] (3) 인생을 긴 여행길에 비유한다면 나는 어떤 환승역을 거쳐서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요? 혹은 어디로 가고 싶나요?

2024-03-17

하늘호수

[뚱고]

아이쿠! 이런, 깜빡 졸다가 내려야 할 역을 두 정거장이나 지나쳤지 뭡니까? 그래도 너무 걱정 없어요. 내려서 다시 돌아가면 되지요. 이번역은 아무런 정보가 없어 관심밖이었지만, 내리고보니 나쁘지 않아요. 계획대로  내려 이곳을 알지 못했다면 크게 서운할뻔 했습니다.^^  한적한 오솔길에 오랜만에 보는 비포장도로, 버스는 한시간에 한번 지나가지만 둠파둠파 둠둠파 나름 즐겁습니다.

풀냄새 머금은 바람이 소올솔 불어와 머리카락을 간지럽히고 머리카락은 자지러집니다.

아이쿠! 이런, 갑자기 비까지 내리네요! 그래도 너무 걱정 마세요~ 버스정류장에는 비를 피할 수 있는 지붕이 있지요. 지붕이 없다한들 그까짓 비 좀 맞으면 어떻겠습니까?
빗소리가 토도독토독 토도독토독 박자감이 있네요.

저기 멀리서 버스가 오나요? 아... 아니네요.
정류장에 붙어있는 시간표대로라면 벌써 왔어야 하는데 무슨일 일까요? 그래도 아직 환한 대낮입니다. 음악이라도 들으며 기다려 봅니다. 노래도 불러봅니다. 카메라를 꺼내 사진도 찍어요.
그냥 걸어갈까?
잠시 생각해 봅니다.

[하담]
잠시 후, 일곱 번째 환승을 위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유난히 더 포근했고, 더 따스했던 자리였던지라 다시금 차갑고도 낯선 자리를 찾아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심장을 얼어붙게 하지만 그래도 옮겨 타보려 합니다.

보조바퀴를 단 두발자전거도 타봤고, 아슬아슬 협곡 위 열차에도 몸을 실어봤기에 이번 여섯 번째 호화 유람선의 포근한 의자는 다시 만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나는 이유는 안락함에 익숙해져서 몸이 둔해지고, 머리는 점점 굳어가고, 인생시계의 태엽이 녹슬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환승에는 블랙이글스의 속도감과 한강 위 오리배의 여유를 한 스푼씩 얹어서 시도해 봅니다. 세상사에 쉽사리 미혹되지 아니한다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가 되었습니다. 요즘 같은 고령화 사회에선 70살 즈음 되야 불혹이라 할 수 있다지요. 아직은 욕심을 좀 더 부려보아야겠습니다. 부지런히 아슬아슬 열심히 빠르게 달려보겠습니다.

[블루아워]
꽤나 오랜 시간 정확한 목적지를 향해 내 달리는 열차에 몸을 싣고 있었습니다. 창 밖 풍경을 내다볼 새 없이 열차는 빠른 속도로 달려 왔습니다.

지연도 없이 제 시각에 멈춰선 정류장에서 발 끝을 살짝 내밀며 그냥 내릴까 고민한 적도 있습니다.

급행 열차에서 내려 새로운 열차에 올라탄 요즈음 입니다. 이번 열차의 운전자는 바로 나 입니다.

직진으로 빠르게 내달리는 대신 우회전, 좌회전 천천히 커브길로 들어 섭니다. 창밖 풍경을 보며 유유자적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이제 중요한건 목적지가 아니라 멋들어진 열차 여행이거든요.

잠시 열차에서 내려 길 위에 떨어진 봄꽃을 주워 주머니에 조심스레 담아 봅니다. 주머니에 봄꽃이 가득해진 어느날 기차를 다시 출발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늘호수: 환승역을 거쳐 나아가고 있는 나~]

인생을 여행이라는 자각은 하고 달려왔던가? 철없던 유년기, 청년기를 거쳐 사랑에 목을 메고 결혼이라는 열차를 타고,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 환승역을 거쳤다. 여전히 철이 없다가 때로는 슈퍼우먼이 된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비록 시간 강사이긴 하지만, 내 전공을 살려 일하고 있다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10년을 달려왔다.

올 해는 한국사&세계문화 강사라는 열차에도 올라타 본다. 나에게 부족한 그 무엇을 탐구하고 채우고 싶은 나의 욕망의 결과물이랄까…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새로운 경험에 즐거이 몰입하고, 새벽잠도 설친다.
번아웃 따윈 훠이훠이…
종착역이 어디일지 모르지만, 무궁화호 같은 속도로 묵묵히 달려갈 것이다.
또 다른 환승역에서 기꺼이 환승할 수도 있겠지…
나는 대문자 P니까!

[달래]
우선 질문을 받았을 때, 걷던 길을 잠시 멈추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 긴 여행길을 어떤 속도로 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 붙은 글처럼
'인생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인데 말이지요.
그 방향 마저도 제 자유의지대로 가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한 시기였나 봅니다.

저는 지금 환승역이 아닌 이름도 낯선 간이역에 내려볼까 하고 마음먹고 있는 중입니다. 어떤 선택이던 새로운 무언가가 나의 인생에 새겨지겠지 하는 기대에 설레요.
또 모르죠 운명처럼 만나게 될 무언가에 넘어질지 수도 있고요.

언제까지나 이 여행길을 계속할 순 없겠지만 처음 만난 간이역을 기억한다면 그 다음 역도 홀로 내려 모험을 즐길 날이 왔으면 좋겠고 그걸 꿈꾸는 저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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