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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9

나는 요즘 썸타고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처음 그를 떠올린다. 걷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그에 대한 생각들을 꺼내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아 숨을 고르고 나면,

이제 그와 이야기한다.

 

어떤 날은 소소한 즐거움에 그와 함께 웃고,

어떤 날의 그와 나는 장난기 가득하다.

또 어떤 날은, 오래전 마음속 깊숙이 숨겨두었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고,

이제 분노나 서운함, 상처까지도 그 앞에서는 슬쩍 꺼내 놓는다.


이렇게 그와 썸을 타게 된 지 3개월이 지났다.

처음 그를 만나기로 했을 때, 나는 여차하면 그만둘 생각부터 했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고, 가볍게 발을 뺄 생각도 했다.

그가 나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다른 중요한 일이 생기면,

함께 하는 사람들과 맞지 않는다고 생각되면…

이런저런 이유와 핑계는 얼마든지 있었다.

다행히 나는 오늘도 글감을 떠올리려 애쓰고 있다.

 

주어진 역할을 해내느라 나를 꽤 잃어버렸는데 그는 나의 조각을 조금씩 찾아준다.

'이거 너잖아!','이것도 너야!', '저기 저것도!' 

코딱지만 한 조그만 나의 조각을 그는 발견하게 해 준다.

 

일상에 작은 즐거움을 주고, 소소한 만족감에 나의 뇌에서 세르토닌이 분비되어 몸에 퍼진다.

잊었던 나를 알게 되고 외로움이나 두려움도 용기내 마주하게 된다.

실체가 없는 어떤 부정적인 생각도 비교적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된다.

 

어디서든 잠깐의 시간이 생기면 그를 만난다. 

일부러 시간을 내어 그를 만난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그가 생각나면 그를 만난다.

 

내가 그를 숨겨두는 곳은 네이버 메모장.

타오르는 열정에 단기간 불타는 연인이 아닌 평생 다정하게 이야기하는 친구로 남는 '글쓰기'가 되기를…

 

 

 

 

 

 

 
 
-길위의 인문학 '돌봄의 글쓰기' 수강생과 함께 소모임을 하면서 글쓰기의 습관을 실천하던 중 쓴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