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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스토리공모] +가르치려고 시작했는데 오히려 배워버렸다

2024-02-09

10년차에 접어드는 작가지만 글쓰기 강의는 처음이었다. 나는 절대로 강의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이었다. 몇 주 만에 책 내기 등 사이비 강의가 너무 많이 떠돌아다니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과 비슷한 무리가 되기 싫었다. 글쓰기를 미학적 측면에서 보자면, 각자의 미학을 내 기준으로 강요하기 싫다는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덕에 강의에 대한 내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잘 쓰지 못하면 가르치게 된다라는 말이 있다. 나는 지금까지 가르치게 되는 일이 두려웠는지도 모른다. 가르치기 시작하는 시점에 나는 잘 쓰지 못하는 작가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까봐 하는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7명의 학생들을 가르치며 나는 쓴다는 의미를 시작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다시 고민하게 되었다. 새로운 것을 배우며 놀라워하는 학생들, 조그만 성취를 알아채고 기뻐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며 글쓰기를 시작했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내가 그동안 갇혀 있었던 소재 확장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기존 작가들은 편협한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혼자 글 쓰는 작업을 수행하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보다 경험의 폭이 적을 수밖에 없고 만나는 사람들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수업을 통해 다양한 직업과 다양한 경험을 가진 사람을 만난 것은 축복이었다. 수업에 참가한 사람들은 자기만의 이야기를 종이에 옮기는 과정을 거치면서 눈물을 흘리고 모두를 웃기기도 했다.

 

수업을 통해 미학은 각자의 기준이 있다는 것도 명확해졌다. 사람마다 각자 특유의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깨닫게 되고 나만의 색깔을 찾는 일도 시작되었다.

 

아직도 가르치기를 망설이는 예술가들이 있다면 생활문화시설 인문프로그램을 권한다. 학생들에게 가르쳐주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학생들로부터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