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인문 다큐 영화제] 을지로들

을지로에 전시 문화예술을 꽃피운 사람들의 이야기
2023-11-20
자막보기
<을지로들 자막>

(내레이션 자막)
나는 지금 을지로에 있는 갤러리에 가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을지로의 문화예술은 태동을 마쳤고 
그 배경에는 세 개의 레이어 사람들이 있다

(내레이션 자막)
그들이 을지로에 온 저마다의 욕망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욕망이 그들이 교류하는 이유이고 

(내레이션 자막)
거기에서 을지로의 문화예술 생태계는 피어오르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특히 2022년 10월에는 을지서비스센터가 열렸다 

(내레이션 자막)
을지서비스센터는 52곳의 문화예술공간을 소개하고 
공연과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대규모 행사였다

(내레이션 자막)
을지로에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인터뷰 자막)
여기 을지로에 계신 분들이 다들 예술 좋아하시고 
뭔가 기획 좋아하시고 자기 색깔 분명하신 분들이 되게 많은데 

(말 자막)
여기가 아닌가? 여긴가 


(인터뷰 자막)
옆 건물에 누가 무슨 일 하는지 궁금하고 친해지고 싶은데 

(말 자막)
여긴가? 헷갈려 

(인터뷰 자막)
다들 또 소극적이거나 또 초면에 '저 이런 거 하는 사람인데’ 
이런 식으로 말 거는 게 누구나 쉽지 않잖아요

(말 자막)
아니, 자물쇠가 걸려있네

(인터뷰 자막)
저희가 그런 연결 다리를 오작교처럼 해드리겠다
서로서로 연결되길 바랐어요 
(말 자막)
디자이너님, 혹시 작업실에 계세요?

(인터뷰 자막)
맨땅에 헤딩하듯이 인스타그램으로 DM 보내서
‘저희 이런 거 하는데 같이 하실래요?’

(말 자막)
죄송해요. 너무 갑자기 왔죠 
/네, 조금 갑자기

(말 자막)
여기다. 문 닫혔다  
(내레이션 자막)
도시재정비법과 도시재생법은 을지로와 세운상가의 운명을 좌우했다



(내레이션 자막)
2006년 오세훈 서울시장 재임 당시 추진됐던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 약칭 도시재정비법

(내레이션 자막)
도시재정비법에 의해 을지로 지역은 세운 재정비 촉진지구로 제정됐다 

(내레이션 자막)
세운상가를 철거하고 도심에 녹지를 조성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그 결과, 을지로 일대에는 빈 공간이 발생하게 됐다

(내레이션 자막)
그러나 도시재정비법은 2011년 8월 오세훈 시장의
갑작스러운 퇴임으로 동력을 잃었고 

(내레이션 자막)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후 제정된 도시재생법이 자리를 대신했다

(내레이션 자막)
박 시장은 공실이 된 을지로와 세운 상가에 
다시 세운 프로젝트와 같은 청년 지원 사업을 추진했다


(인터뷰 자막)
저는 원래 세운상가 도시재생 관련된 
다시세운협업지원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다가

(인터뷰 자막)
좋은 기회로 예술 관련해서 
전시 기획 같은 거 해 볼래? (라고 해서) 


(인터뷰 자막)
그래서 을지예술센터에서도 계속 이어서 일을 하게 됐습니다. 

(말 자막)
성진 님, 우리 간다. 세 개 남았어

(말 자막)
끝났어?
/방금, 딱 짐 하나 옮기고 

(말 자막)
같이 할래?
/빨리 가. 빨리 가 

(말 자막)
오늘 저녁인가 내일 아침엔가 보도자료가 나갈 거예요

(말 자막)
오늘 다 편한 복장 입으셨어요? 
우리 오늘 몸 쓰는 거 잠깐 할 건데

(인터뷰 자막)
ESC시스테이션은 을지로에 작업실을 둔 김성진 디자이너님이 
공간 다 디자인해주시고 기획해주시고 연출도 해주셨어요 

(말 자막)
안녕, 수고하세요. 
/고생했어, 잘 가

(인터뷰 자막)
산업디자인을 하다보면, 빠르게 샘플링을 해야 되는데
그런 걸 가장 잘할 수 있는 곳이 을지로였고 


(인터뷰 자막)
작업실을 낸다면 을지로나 뭐 성수, 문래 이렇게 있었는데, 
입지적으로 을지로가 가장 시내 중심이잖아요

(인터뷰 자막)
클라이언트를 만나든 뭐 집이든 뭐 약속을 가든 
회화 작가도 있고 연극하시는 분도 있고 음악 하시는 분도 계시고 

(인터뷰 자막)
계속 다양한 인스퍼레이션을 받는 것 같아요
그래서 되게 좋은 것 같아요

(내레이션 자막)
을지로에 많은 문화예술가가 모이게 된 계기에는 
공공의 지원도 있었다

(인터뷰 자막)
을지로 디자인 예술 프로젝트는 2015년에 시작했고요
일단 예술가의 공간 지원 사업입니다

(인터뷰 자막)
산림동 쪽이 결정적으로 재개발을 하려고 문턱까지 갔던 곳이에요

(인터뷰 자막)
그래서 보상도 다 됐고 또 내쫓겼고 그래서 공실이 생겼죠

(인터뷰 자막)
중구청장은 어떻게든 해결해야 했고, 그것이 이제 공간 지원 사업으로
연결된 게 절묘한 지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자막)
참여했던 많은 팀들이 최소 3년, 길게는 5년 정도 그곳에 머물면서
자신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계기를 만들어주기도 했구요. 

(인터뷰 자막)
문 하나 열기가 정말 어려웠어요. 두려웠죠. 무서웠어 

(인터뷰 자막)
문 열고 들어갔다가 이거 돼요, 이거 돼요? 
이렇게 다니다보면 결국엔 소문 다 나고 

(인터뷰 자막)
‘제 뜨내기손님인데 와가지고 저러더라’
한 네다섯 번 거절을 거절당하고 보니까

(인터뷰 자막)
그때부터 그냥 ‘에라 모르겠다.’ 이게 생긴 거죠

(인터뷰 자막)
문경 시보리 사장님을 이제 먼저 만나고 

(인터뷰 자막)
사실은 일은 안 되지

(인터뷰 자막)
한 시간에 우리가 10만 원 버는데 
쪼끄마한 물건 하나 해주고 2만 원, 3만 원 이러면 

(인터뷰 자막)
‘어?’ 이렇게 얘기를 해. 그러니까 그런 학생들은 
안 해줄 수도 없고 자식 같은 애들이 와서 

(인터뷰 자막)
제가 만들 화분이 뭔가 자르고 용접을 해야 하는데

(인터뷰 자막)
잘라주는 사람도 한 세 군데 찾았는데 
‘이거 못 자른다, 이거 작업 나 못한다’ 다들 그러시니까

(인터뷰 자막)
그래서 하루는 입정동 그쪽 초입에 딱 들어갔는데 
초입에 그냥 화신 금성 문이 열려있는 거예요.

(인터뷰 자막)
시보리 가져가지도 않았고, 그냥 사장님한테
 ‘저 시보리 잘라서 화분 만들 건데 혹시 되시나요?’ 

(인터뷰 자막)
이렇게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응, 되지.’ 
네? 다 안 된다던데 

(인터뷰 자막)
응, 다 돼.

(인터뷰 자막)
난 뭐 불가능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마인드가 ‘뭐든지 하면 된다’ 

(인터뷰 자막)
다음날 찾으러 오라고 해서 딱 갔는데 
정말 다 깔끔하게 잘라 놓으신 거예요

(인터뷰 자막)
이거 어떻게 잘랐어요? 하니까 
‘안 가르쳐주지’ 이러고 ‘그건 내 노하우지’ 이러고 

(인터뷰 자막)
근데 다음번에 보니까 띠톱으로 다 자르시더라고요

(말 자막)
이거는 뭐 하는 거예요
/용접하는 거야

(인터뷰 자막)
아무튼 그렇게 해서 용접까지 다 하면서 
옆에서 보조하고 같이 만들고 하면서 

(인터뷰 자막)
인제 사장님 마지막에 공장 키 주면서
‘니가 알아서 하고 문 닫고 가’ 뭐 이러고 가고 

(말 자막)
여기 철판으로 하고 싶은데
여기가 나무가 가면 여기도 나무로 가는 거죠

(인터뷰 자막)
디자인만 돼 있고 그거를 이제 치수를 제야 되고 다 해야 되는데 
그게 안 되고 계속 미뤄 차일피일 미뤄지니까 

(인터뷰 자막)
마지막에 이거를 제작할 수 있는 날이 
일주일밖에 없는 거죠

(인터뷰 자막)
문제를 안고 ‘사장님 1주일 밖에 없어요. 사장님 도와주세요’ 하고 
자료를 갖고 화신금속 사장님한테 갔더니

(인터뷰 자막)
사장님이 '내가 살려준다. 했잖아’ 이러시면서 
사장님 다른 일 제껴놓고 이거부터 해 주시니까 

(말 자막)
그러니까 이쪽은 철판이고
사실 여기까지 다 철판이면 좋아요


(말 자막)
다 여기까지 
/그냥 철판으로 다 해버린다고

(말 자막)
2700. 알까지 내가 찾아주냐

(말 자막)
근데 자석을 붙일 때 여기서 알에 맞춰서 짝짝 
내가 아이디어 끝내주게 해주잖아

(말 자막)
저는 여기다 이렇게 바로 이 선에 맞추려고 했어요
/선에 맞출 수가 없지

(말 자막)
4m짜리 쓰면 나오기는 나와
사 판짜리 한 장으로, 야 이거 만만치가 않다

(인터뷰 자막)
저는 인자 이상하게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어 가지고 
‘이 계통 일을 하고 싶다’ 해서 평생을 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자막)
(을지로에) 온 것은 88년도입니다

(인터뷰 자막)
82년도부터 있었나?

(내레이션 자막)
불도저라는 별명을 가진 김현옥 전 서울시장이 
해방과 한국전쟁으로 생겨난 종로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했다


(내레이션 자막)
그리고 그 자리에는 8개 건물의 
세운상가 군이 건설됐다. 

(인터뷰 자막)
청계천 엉망이었지. 완전히 진짜 판잣집이 있었지 

(인터뷰 자막) 그 당시에 세운 상가 주위로 개천 옆으로 
뭐 공장 이런 게 생기기 시작하니까 

(인터뷰 자막)
중학교 졸업하고 기술 배운다고 와 있던 애들이 
또 청계천에 많이 몰렸지요. 그 당시에 

(말 자막)
지상 13층에 300여 세대가 들어갈 수 있으며 

(말 자막)
천여 개 점포가 마련돼 있는 이 상가아파트는 

(내레이션 자막)
세운 상가는 을지로 일대에 제조업 기능을 
흡수해 나가면서 제조 산업의 호황을 이끌었다 

(내레이션 자막)
이에 따라 제조업자들은 을지로를 기회의 땅이라 
여기며 몰려들기 시작했다

(인터뷰 자막)
그때는 인자 대한민국이 개발도상국이라서 
대한민국 발전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을 거예요

(인터뷰 자막)
대한민국 노래방에 들어간 조명은 70%는 제가 했어요

(인터뷰 자막)
중국하고 교류가 되면서
모든 조명이 중국서 많이 들어오니까 

(인터뷰 자막)
우리 제조는 거의 죽었다고 봐야 돼요

(인터뷰 자막)
지금도 판금하는 데가 딱 이 동네에 
화신판금 나 하나밖에 없어요. 다 망했어. 진짜로 

(인터뷰 자막)
뭘 만들려면 돈이 필요하잖아요

(인터뷰 자막)
행정이 여기 을지로의지출 상황, 현장 상황을  
반영하고 있진 않아요. 

(인터뷰 자막)
고지식하고 딱딱한데 그걸 어떻게든 맞춰서  
진행하려고 애를 쓰고 사장님들도 맞춰주시고 

(말 자막)
환장하겠네
/죄송해요. 

(말 자막)
이거 맨날 쓸데없이 그거 했잖아. 
/헷갈렸나보다

(말 자막)
사장님 근데 여기 사업자등록증도 필요한데 
/거기 있잖아

(말 자막)
어디 있어요. 
/거기 있어. 차근히 봐 

(말 자막)
아니 이거 다 같은, 어머
/차근히 보라고. 그거야 

(말 자막)
사장님 감사합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근데 요거 그냥 끊으면 되지, 뭐를 

(인터뷰 자막)
당연히 귀찮죠. 나 같아도 귀찮을 것 같은데
근데 여기 사장님들은 생각보다 그거에 익숙해 

(말 자막)
지금 갈게. 카드 긁으면 돼. 그러면 필요한 서류가 
사업자만 필요할 거야. 카드 긁으면 

(말 자막)
나 여기저기 수표 아빙기 만드는 사람이에요. 여기 수표 
/수표. 찍어내는 기계 

(말 자막)
(공장이) 내일모레면 50년 들어가. 

(말 자막)
나오네. 저기 봐봐 
/나왔다. 사장님 그거 저 주셔야 해요



(말 자막)
저거 갖고 가야지 
/누가 안 준대 

(말 자막)
너 다 먹어 안줄거면  너 다 먹어
/말라야지. 이 사람아, 잉크가 

(말 자막)
맞아요. 잉크 번지면 안 돼 
/이야기 좀 30분 하고 와

(내레이션 자막)
을지서비스센터에는 을지로 골목골목에 숨어있는 
문화예술공간을 직접 소개하는 투어 프로그램이 있었다

(말 자막)
네, 반갑습니다. 저는 오늘 투어를 담당하게 될 
아트룸 블루라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 민준이고요

(말 자막)
갤러리들. 전시 공간과 예술 기능을 갖춘 공간들 
그리고 작가님들의 작업실들이 곳곳에 위치해 있어요

(말 자막)
그래서 지금은 50여 개의 공간들이 
저희와 함께 진행을 하고 있는데

(말 자막)
여러분들이 을지로에 오셨을 때 ‘여기 어떻게 가야 되지?’
아니면 ‘여기선 어떤 전시가 있지?’ 이런 게 궁금하실 때 



(말 자막)
제가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에 위치해 있죠

(말 자막)
근데 여기 몇 개만 걸렸는데 그것만 안 보고 어렵죠 

(말 자막)
저에게 일거리를 주세요. 
/그럼요. 널리고 널렸어 

(말 자막)
여기 종이 두 장이 들어가야 되는데 
아까 이렇게 놔둔 거야? 이렇게 해도 되겠다. 

(말 자막)
그럼 저 여기 조용히 껴가지고 
 /저기서 청소 편하게 하지 

(말 자막)
저 갈게요. 이따 봬요
/이따 봬요

(인터뷰 자막)
제가 볼 수 없었던 재료들이 여기 오면 널브러져 있는 게
재미있어서 을지로로 왔습니다

(인터뷰 자막)
제가 여기 몇 평인가요? 물어봤는데 
‘이평입니다’라고 말씀하신 거예요

(인터뷰 자막)
그래서 뭔가 이평이라는 글자가 너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이평이라고 작업실 이름을 지었고요

(인터뷰 자막)
이평이라는 공간 안에서 제가 어떤 작업을 할지 
상상을 하고 생각을 쌓고 있는 중이에요

(내레이션 자막)
문화예술가와 제조상인의 현재 관계는 
하루아침에 시작된 게 아니었다 

(인터뷰 자막)
지역에 계신 사장님들 입장에서는 공공에서 재개발을 
하겠다고 해서 많은 분들이 쫓겨난 거예요. 혹은 이주를 가야 했고 

(인터뷰 자막)
그런데 공공에서는 이 지역을 활성화한다면서 
예술가들이 입주할 수 있게끔 도와준 거죠

(인터뷰 자막)
그 모습이 좋아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인터뷰 자막) 그래서 그것에 대한 불만, 분노, 비난, 이런 것들이
공공을 향해 가는 과정에 예술가들이 있게 된 거죠

(인터뷰 자막)
이분들께 예술가로서 어떻게 인사를 드리면 좋을까?
(그래서) 이 지역에 계신 사장님들의 고민을 들어 드리고 

(인터뷰 자막)
고민을 상담해 드리면서 연희극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그런 공연을 하게 됐고요

(내레이션 자막)
그러다가 외주가 아닌 자신의 작품을 예술가와 
함께 만들어 보고 싶다는 한 제조상인이 나타났다. 

(인터뷰 자막)
그래서 공연 끝나고 네트워킹 파티를 했어요
셔터에다가 프로젝트 쏘고 

(인터뷰 자막)
사장님들 혹시 자기 PR 하고 싶으신 분들 있으면 다 오세요
여기 모이면 예술가들도 오고 하니까 오시고 

(인터뷰 자막)
예술가들도 올 사람들 중에 
자기 PR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와서 하세요

(내레이션 자막)
이외에도 ‘아마추어 서울’이라는 팀은 을지로 일대를 
기록하여 간행물로 만들었고
 
(내레이션 자막)
‘800의 40’이라는 문화예술팀은 제조상인들의 전문 지식과 
에피소드를 듣는 자리도 마련했다

(인터뷰 자막)
이런 것들이 켜켜이 쌓인 거죠. 그러니까 사장님들이 봤을 때
이 친구들이 하는 활동이 우리를 위로해 주기도 하고

(인터뷰 자막)
재개발의 대상, 쫓겨나야 될 대상이었던 나를 
내 삶이 어땠는지 다시 한번 의미를 밝혀주기도 하고, 

(인터뷰 자막)
이러한 과정 속에서 위로를 주고받는 거죠

(인터뷰 자막)
작가님들 와서 또 얘기하다 보면 내 얘기도 해주고 

(인터뷰 자막)
사진을 찍는 작가들이 와도 그냥 무턱대고 사진을 안 찍어 

(인터뷰 자막)
미안하니까 얘기를 하고 
‘커피 한 잔 사드릴게요. 좀 쉬었다 하세요’ 

(인터뷰 자막)
내가 사진 찍는데 응해줘서 (작가들이) 점심이라도 
한 그릇 사주면, 또 그것도 버는 거 아니에요

(인터뷰 자막)
을지로 해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이 알루미늄이
이렇게 돼 있었어요. 보이나요? 

(인터뷰 자막)
이 구부려진 걸 가지고 
의자도 만들고 조각도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자막)
그래서 이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을지로에서 만들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 자막)
처음에는 제가 이거를 들고 갔어요
‘이 정도 곡선이면 되고 이렇게 만들면 돼요’ 

(인터뷰 자막)
사장님이 이거 보고서는 
‘장난하냐? 이거 안 된다. 너 평면도 만들어서 와라’



(인터뷰 자막)
‘1대1 사이즈로 만들어서 오면 실제로 만들어 주겠다’ 해 가지고 
실제로 엄청 큰 판대기에다가 그림을 그려 가지고 

(인터뷰 자막)
1대1 사이즈로 이렇게 이런 곡선이다. 하는 거를 다 보여주고 
그렇게 이렇게 작업을 하게 됐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자막)
을지로는 그냥 제가 들고 다니면
처음부터 끝까지. 마감까지 끝낼 수 있어요

(말 자막)
외출 중이시네. 어, 계시는구나

(말 자막)
이거를 무광 검정으로 하셨는데요

(말 자막)
가능한 밑에가 좀 지저분해지고
/그러니까요

(말 자막)
이걸 그라인더로 밀어 왔으면 
한결 작업하기가(수월했을 텐데)

(말 자막)
그러면은 얘 하나만 하면 얼마 정도예요

(말 자막)
이게 그냥 칠하면은 한 5만 원 나오는데
깎고 어쩌고 하면 뭐 한 8만 원은 받아야 돼 


(말 자막)
선생님 선물입니다
/고마워

(말 자막)
내일 또 올게요. 안녕히 계세요

(말 자막)
가루를 정전기로 해서 살짝 굳게 한 다음에
여기 안에 넣어서 불을 붙여서 굽는데요  

(말 자막)
그냥 페인트칠하고 락카칠하잖아요
그거랑 완전 다른 (작업이죠)

(말 자막)
말하자면, 숙성시키는 거지. 그런 식으로 해야 되는 거예요
그렇게 안 하고 바로 꺼내버리면 뭐 자꾸 들고 일어나 

(말 자막)
그래서 내가 웬만하면은 내일 아침에 찾아가라 그러는 거지 
/내일 아침에 찾아갈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말 자막)
가, 이제
/알겠어요

(내레이션 자막)
을지서비스센터가 진행되는 동안 
여러 공연과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내레이션 자막)
그리고 1년이 흘렀다 

(내레이션 자막)
1년이 흐르는 동안, 이솔잎과 문녕준은 을지로를 떠났다 

(인터뷰 자막)
을지로에서 전시를 되게 많이 했거든요
저는 1년 동안 거의 두 달에 한 번씩 을지로에서 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자막)
그러다 보니깐 내가 을지로 작가인가? 
약간 이렇게 생각되는 거예요. 을지로 작가가 아닌데

(인터뷰 자막)
그런 마음에 더 멀리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유학을 결심을 하게 됐고 

(인터뷰 자막)
을지로 떠났죠. 환경을 바꿔보고 싶어서 

(인터뷰 자막)
제가 본 경우 중에 가장 퍼센티지가 높은 거는 
성장해서 떠나는 사람이 제일 많아요

(인터뷰 자막)
그러니까 내가 이 지역에서 할 만큼 했고 
할 만큼 하고 역량을 다 채워서 

(인터뷰 자막)
더 큰 걸 하기 위해서 떠나는 사람들이 되게 많았습니다

(인터뷰 자막)
저는 진짜로 을지로 오기 전에는 
유학을 생각 못 했거든요


(인터뷰 자막)
아예 생각도 없었고 을지로 오면서 
완전 생각이 바뀌었던 것 같아요

(인터뷰 자막)
저는 여기서 어떻게 보면 미술 인프라라는 것을 
뿌리내렸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인터뷰 자막)
교류가 되게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인터뷰 자막)
그래서 이렇게 한번 해봤으니 
다른 나라에서 미술 인프라를 형성해보자 

(인터뷰 자막)
예술가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이렇게 작업을 한다는 것을 엿본 3년이었으니까

(인터뷰 자막)
이제 다른 데 가서도 작가들은 이렇게 존중하면 되는구나
이렇게 내가 작가들과 소통하면 되는구나에 대한 

(인터뷰 자막)
사람 만나는 방법을 좀 터득하긴 한 거 같아요 
 (말 자막)
더 이뻐졌네, 화장했네 
/화장했어

(말 자막)
부를 때마다 미국에 있어가지고, 그때 



(인터뷰 자막)
을지로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어요?
/을지로를 떠나고 싶다기보다 을지로가 변하는 게 안타까웠죠 

(인터뷰 자막)
옮겨야 되나? 이 생각까진 했는데 떠나고 싶진 않았어 

(인터뷰 자막)
오히려 좀 더 활성화시키고 싶다고 해야 되나 
나라도 좀 남아서 좀 

(내레이션 자막)
김성진 디자이너는 작업실 계약 종료 후 
을지로 세운메이커스큐브라는 공간 지원 사업에 선정됐다. 

(내레이션 자막)
현재는 산업디자이너 기반으로 
문화예술가로서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문화 사업이나 이 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하니까 

(내레이션 자막)
그러면 내가 디자이너로서의 역량과 문화예술 계통의 
그런 것들을 좀 하려고 하다 보니까

(내레이션 자막)
그렇게 다양하게 표출되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내레이션 자막)
어디 가서 설명할 때는 산업디자인 베이스에 
전시 디렉팅도 하고 문화기획도 하고, 있는 김성진입니다

(내레이션 자막)
이렇게 얘기하게 되는 거 같아요. 요새는 

(말 자막)
저는 지금 김성진 작가님의 개인전을 같이 기획하게 돼서 

(말 자막)
이곳에 지금 내일 이제 전시 오픈이라 전시 준비를 하러 왔습니다

(말 자막)
을지로 재개발 지역에 
이제 다 쓰러지는 건물들에 있는 지진 계측계 

(인터뷰 자막)
을지로가 아니었으면 
솔직히 내가 이렇게 활기차게 다지니 않았겠지 

(내레이션 자막)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새로 온다 

(내레이션 자막)
이렇듯 을지로의 문화예술은 순환하면서 
세력을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그리고 그 세력은 새로운 사람을 포용한다

(인터뷰 자막)
저희가 을지로에 처음 이사를 와서 공사하고 있는 기간부터 
주변 갤러리 운영자분들이 찾아와서 

(인터뷰 자막)
여기 갤러리가 생기는 게 맞는지 (물어보고)
여러 가지 제안도 주시고 하셨어요. 

(내레이션 자막)
을지로의 시간을 반으로 접어 
낮과 밤으로 나눈다면 

(내레이션 자막)
낮은 제조상인들로 가득 차고
밤의 을지로는 문화예술가가 향유한다

(내레이션 자막)
그들은 그렇게 을지로의 시간을 나눠 쓰고 있다. 

(인터뷰 자막)
출근길에는 제조장인들이 되게 열심히 일하시고 
(일하시는) 소리들이나 되게 바쁘게 움직이는 느낌 

(인터뷰 자막)
그런 게 되게 저한테 활력을 좀 불어넣는 것 같고요

(인터뷰 자막)
퇴근할 때는 되게 젊은 전시 기획자들이나 
작가들이 고민하면서 얘기하는 게 

(인터뷰 자막)
밤낮 가리지 않고 그런 열정이나
치열함을 담고 있는 장소여서

(인터뷰 자막)
제가 진짜 최근에 생각이 들었던 거는 
뉴욕이나 런던이나 갔을 때 갤러리에 가면

(인터뷰 자막)
항상 뭔가 주변에 카페가 많고 공원이 있고 
되게 좋거든요. 가는 길목이 

(인터뷰 자막)
근데 을지로 생각하면 너무 재밌는 거예요

(인터뷰 자막)
을지로에 있는 갤러리를 갈 때의 경험들이
절곡하시고 응접하시고 그런 골목이잖아요

(인터뷰 자막)
근데 그런 골목이 사라지고 그런 상황에서 
N/A갤러리를 갔을 때의 느낌은 완전히 다를 것 같거든요

(내레이션 자막)
을지로 갤러리는 제조상인들의 빚어내는 
을지로 낮 풍경의 아우라를 빌리고 있다

(인터뷰 자막)
갤러리에 평일 낮에 오면은 소음들이 들리거든요

(인터뷰 자막)
톱으로 자르는 소리, 시끄럽게 운반하는 소리 
그런 소음들이 전시 공간이랑 어우러지는 느낌이 좋아서 

(인터뷰 자막)
을지로만 가능한 그런 전시 공간의 
테마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인터뷰 자막)
제가 자주 가던 사장님의 공장이 철거됐거든요
거기가 여기 아파트 생겼잖아. 여기 앞 바로 그냥 아파트 

(인터뷰 자막)
(사장님께) ’근처 어디로 가요? 이랬거든요. 
저는 진짜 어디로 가요. 자기도 좀 아쉽다고 얘기하시더라고요

(인터뷰 자막)
그래서 제가 ‘철거하실 때 
제가 좀 이렇게 도와드릴까요?’이랬는데 

(인터뷰 자막)
기계가 엄청 크잖아요. 사람 손으로 들 게 아니거든요
‘아유, 괜찮다고’(하시더라고요)

(말 자막)
요 안에 한번 기계들 좀 찍어봐요

(말 자막)
이런 거가 다 없어져요. 이제

(말 자막)
내가 환갑인데, 앞으로 10년만 더 하려고 하는데 
이 기계들이 진짜 자식 같아

(인터뷰 자막)
여기도 재개발하려니 길어야 한 일이 년이에요
이짝도 그럼 뭐 또 다른 데 가서 또 터전을 잡아가지고. 또 해야겠죠

(인터뷰 자막)
외곽으로 나가서 하기도 또 그렇고 나이도 있고 
하니까 그냥 접어야지 하는 생각도 들고, 기로에 놓여있는데

(인터뷰 자막)
아마 우리는 아직도 그나마 좀 젊으니까
한 10년은 더 가지 않을까? 이 자리에서 

(내레이션 자막)
재개발 이슈가 아니더라도 도시와 산업의 성장 
도시 정책과 고령화로 인해 제조상인들은 쇠락해 갈 것이다

(내레이션 자막)
그만큼 지금의 을지로의 풍경도 옅어질 것이다

(내레이션 자막)
첫 번째 레이어 제조상인은 을지로 풍경의 토대이며 
거기에서 문화예술가와 문화기획자가 어우러지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세 레이어인 제조상인, 문화예술가, 문화기획자는 
을지로의 문화예술 생태계를 꾸리는 세 개의 축이 되었다

(내레이션 자막)
그렇게 그들은 을지로의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다

(내레이션 자막)
짧아진 을지로의 미래가 길어지고 있는 것일까?
을지로들
을지로에 전시 문화예술을 꽃피운 사람들의 이야기
연출: 김영인 촬영: 김영인, 김동혁 편집: 김영인
작가: 최현승 자문: 고대웅
그래픽디자인: 최동준 오디오PD: 이강욱 사진: 정채령
출연: 이솔잎, 김성진, 이완배, 한대식, 문녕준, 고대웅, 신예영, 신명철
기획 의도
을지로에 온 세 레이어의 사람들이 있다. 레이어1: 제조상인, 레이어2: 문화예술가, 레이어3: 문화기획자. 저마다 다른 욕망에서 시작된 교류가 새로운 형태의 연대를 이끌어냈고, 그 에너지는 을지로에 전시문화예술이라는 새로운 생명력을 피워냈다. 현재 세 개의 레이어는 전시문화예술을 성장시키는 순환의 축으로서 성장 중이다. 특히 문화예술가와 문화기획자는 새롭게 등장하거나 떠나며 개별적 세력이 견고해지고 있다. 그러나 첫 번째 레이어인 제조상인 세력은 소멸해 가고 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다. 언젠가 제조상인이 사라졌을 때 그 현상 너머로 을지로가 잃게 되는 것에 대하여 고찰해보고 싶다.
줄거리
레이어1: 제조상인
레이어2: 문화예술가
레이어3: 문화기획자
문화기획자 이솔잎(레이어3)은 을지로 곳곳에 숨어있는 문화예술가들의 작업실에 방문한다. '을지서비스센터' 행사 협업 제안을 위해서다. 그녀는 이 행사를 통해 문화예술가들이 관계를 맺는 기회를 마련하려 한다.. 을지서비스센터'에 참여하게 된 두 명의 문화예술가(레이어2) 김성진과 문녕준. 작품을 제작하며 을지로 터줏대감인 제조상인(레이어1)과 관계를 맺어온 사람들이다. 김성진은 '을지서비스센터'의 리셉션 공간의 디자인 및 제작을 위해 화신금속 이완배 사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다. 이어 제조상인들의 기억 속, 과거의 을지로가 소개된다. 그리고 1년 후, 이들을 다시 만났다.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