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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문상상] 모두에게 배설이 필요합니다, '몸의 대화' 인터뷰!

2020-07-02

 

몸의 대화 모두에게 배설이 필요합니다. #예술치유 #대화 #솔직한 2019 청년 인문상상 프로젝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안녕하세요! 인문상상 기자단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크고 작은 고민거리를 떠안고 있지 않나요?

응어리진 감정을 다양한 대화 프로그램으로 풀어내고 소화시키는 팀 '몸의 대화'를 만나봤습니다! ​



안녕하세요! 몸의 대화 팀 소개 부탁드려요.


저희는 예술치유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몸의 대화라는 팀입니다. 현재 서울문화재단 예술치유허브에 입주해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문화재단은 문화예술과 관련된 여러 기관을 운영하는데요, 문래예술공장, 금천예술공장 등이 있습니다. 서울예술치유허브는 예술치유분야에 중점을 둔 기관이에요. 저희 팀은 주로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예술치유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에 진행하시는 <모두에게 배설이 필요합니다>는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저희 팀은 예술치유를 기반으로 한 대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원래 이번 프로젝트는 공연형 워크숍의 형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조금 더 평범한 상황에서 사람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죠. 무대에서 공연자와 관객의 관계로 만나는 게 아니라, 일상적인 환경에서 진짜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해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동시에, 집단상담의 대화 매뉴얼을 사용함으로써 좀 더 체계적인 방향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



대실몸의대화 2018.09.02.SUN

▲ 몸의 대화 팀의 공연 <대실 몸의 대화> 포스터



이전에도 '몸'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해오셨는데요, 신체와 감정에 특별히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있다면요?


저희가 이야기하는 ‘몸’은 말 그대로 신체라는 의미보다 나이, 성별, 직업 같은 사회적 프레임에서 벗어난 상태의 온전한 ‘나’를 의미해요. 처음 관심 두게 된 계기는 지인들과의 술자리였어요. 가까운 관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뻔하고 형식적인 얘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죠. 내 마음의 깊은 속내를 말하는 게 어려운 분위기이기도 했고요. ‘왜 진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 터부시되었는가', '쿨'한 것만을 멋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끼리 술자리에서 대화할 때 일종의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드리면, 숟가락 위에 초나 휴지 덩어리를 올려놓고 숟가락을 돌립니다. 잠시 뒤 숟가락이 멈추겠죠? 그때 멈춘 숟가락이 가리킨 사람은 솔직하게 마음에 있는 말을 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거나, 사회적 체면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얘기해 보자는 취지였죠. 대화 초반에는 “휴대폰 케이스의 햄스터가 귀엽네~”처럼 유머러스한 얘기로 시작했는데 점점 하나둘씩 속마음을 털어놓더라고요. 그 과정에서 눈물을 보이는 친구도 있었고요. 어떤 치료의 과정인 것 처럼요. 이런 경험을 통해 서로를 더욱 이해하고 신뢰하는 계기가 되었고 이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큰 의미가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 후로 ‘숟가락 대화’의 원형에서 집단상담 기법, 놀이 치료 등을 혼합해 사람의 감정을 건드리는 대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거죠.


최근에는 거국적으로도 마음건강에 대한 주목도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 팀은 사회적 프레임을 벗어난 온전한 나 자신에 집중하면서 마음 건강을 가꾸는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모두에게 배설이 필요합니다>는 기존의 집단 상담 프로그램과 비교해 어떤 차별점이 있나요?

 

기존의 집단 상담에서는 참가자들이 마음의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치유해주는 게 목적이죠. 그러나 저희 프로그램은 치유를 목적으로 하진 않습니다.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어색하지 않게 솔직히 이야기하는 것, 마음속 어려움을 편하게 꺼낼 수 있는 장을 열어주는 프로그램이에요. 집단 상담의 기법을 참고하긴 하지만 ‘대화’라는 ‘배설’과정에 더 집중하는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의 대상을 '청년 단체 대표'와 '30대 맏며느리'로 특정하셨는데, 그 이유가 있다면요?

 

원래는 일반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화 프로그램을 만들어왔어요. 그러나 실무 경험이 쌓이면서, 공통 이슈를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남다른 유대감을 형성하고 대화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죠. 작년에 ‘삼삼오오 청년 인문 실험’에서 진행했던 ‘캠프! 몸의 대화’도 그런 맥락이었습니다. 당시 ‘취준생’ 청년들을 대상으로 대화를 진행했는데, 취업에 대한 공감대를 쌓으면서 애정을 나누는 모습이 굉장히 의미 있고 효과가 크다고 생각했어요. 이번에도 ‘청년단체 대표’라는 프레임이 짓누르는 심리적 압박, 여러 공통된 고민들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30대 맏며느리’는 하고는 싶은데 안타깝게도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에요. 선정 배경은 이러했습니다. 보통 자기소개를 할 때 나이, 직업 등을 말하잖아요? 저희는 이런 형식적인 것보다 ‘사업자 부모의 딸’, ‘목사 아버지의 아들’ 같은 특이 사항들이 그 사람의 정체성을 더 잘 나타낸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부모님이 사업을 하셔서 생기는 어린 시절의 문제들이 성격이나 행동 패턴에 더 영향을 준다고 보았죠. 다만 위에서 말씀드렸듯이 모집이 어려운 상황이라, 현재는 다른 대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특정한 환경이나 지위에 있는 개인들이 모여 형성되는 공감대를 통해 친근감 있는 대화를 하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에요.



대화키트로 사용하는 젠가 조각(좌)과 대화 프로그램 <제가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활동 사진 (우)

▲ 대화키트로 사용하는 젠가 조각(좌)과 대화 프로그램 <제가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활동 사진 (우)



프로젝트를 진행하실 때 사용하는 규칙이나 도구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나요?


이전에 진행했던 총 7가지의 대화 프로그램 중 한 가지인 ‘어린이 전용 구역’를 소개해드리고 싶어요. 참가자들은 볼풀이 가득한 풀장 속에 들어가 5개의 공을 가지고 돌아와요. 가져 온 공에 각각 자신이 가진 ‘찌질함’을 하나씩 적은 후, 공에 적힌 단어로 빙고게임을 진행해요. 게임이 끝나면 자신의 찌질함이 적혀있는 공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시간을 가져요. 찌질해도, 그래도 괜찮다고.

 

찌질한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지 않았던 어린시절과 다르게, 우리는 대부분 어른이 되었을 때 자신의 그 찌질함을 부끄럽게 여기게 되잖아요. 이 대화 프로그램에서는 없애야 하는 것, 부끄러운 것으로 생각되는 찌질함을 서로 자랑하고,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요. 찌질함은 사실 그리 긍정적인 것은 아니죠. 하지만 없어져야 할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요. 찌질해도 괜찮다, 그리고 찌질함을 이야기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드리고 싶었어요.


현대 사회에서는 마음 건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전에 비해 마음건강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고 있는 추세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마음건강을 중요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국내에서 실효성있는 마음치료 프로그램들을 찾아보기가 힘들고, 있더라도 딱딱하고 무겁고, 진지한 성격의 프로그램들 뿐이에요. 그래서 더 자신의 마음 상태를 이야기하기 힘든 것 같아요.


마음치료와 관련된 정책이나 지원이 너무 경직된 분위기로만 흘러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마음건강은 분명 더 다양한 스펙트럼 내에서 논의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이 제작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마음건강 관련 대화프로그램처럼요.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마음건강이 더 중요시되기 위해서는 사회의 노력이 개인의 노력보다 앞서야한다고 생각해요. 마음건강을 다양한 관점에서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자연스레 그것이 개인의 삶에도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효과적인 대화 프로그램을 위해 주의하고 있는 점이 있으신가요?


이번에는 공통점을 가진 특정 대상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위해 모인 분들이 서로를 알고 계신 경우가 생길 수 있어요. 이전 프로그램에서는 서로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들, 지속적인 교류를 하지 사람들이 모였기에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분위기였죠. 그래서 이번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지만 솔직하고 깊은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익명성 보장과 같은 요소들을 더 세밀하게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부분이 있다면 ‘공간’이에요. 이전에 진행된 저희 프로그램은 공연 형식이 대부분이어서 공연장이라는 공간이 주는 힘이 있었어요. 참여자들의 몰입도와 집중도가 굉장히 높았죠. 하지만 이번 대화 프로그램은 공연장이 아닌 일상적 대화 장소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자들이 프로그램에 잘 몰입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는 중이에요.


대화 프로그램의 기록을 2차 창작물로도 제작하신다고 하셨어요. 어떤 종류의 콘텐츠가 있을까요?


올해 대화 프로그램의 결과는 10월 18일부터 10월 28일까지 체험형 전시와 공연으로 제작될 예정입니다. 저희는 대화 프로그램의 결과를 ‘배설물’이라 칭하는데요, 프로그램과 워크숍을 5주동안 진행하고 그동안 사람들이 ‘배설’한 비밀, 마음 이야기를 토대로 콘텐츠를 제작합니다. 물론 당사자들의 공개 동의 허가를 받은 배설물들만 공개합니다. 전시와 공연은 같은 장소에서 서로 다른 시간대에 각각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낮에는 체험형 전시, 저녁에는 연극 공연이 있을 예정이에요.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2차 창작물을 제작하는 이유는 ‘배설물’을 사회에 송출하는 작업 자체가 의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배설물’들은 공개하기 어렵고, 사회로부터 거부당하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죠. 저희는 이를 사회에 전달함으로써 사람들이 묵혀둔 이야기들을 대신 알리려합니다.



대화프로그램 활동 사진

▲ 대화프로그램 활동 사진



참가자들의 익명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일 것 같아요. 이에 관련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저희 프로그램에서 익명성은 철저히 보장되고 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든,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들이든 각자가 들은 타인의 비밀을 절대 누설하지 않아야 한다는 규칙도 있고요. 저희끼리도 각서를 쓰고 내부에서도 각별히 주의하는 부분이에요. ​


또한 프로그램에는 참가자들이 각자의 비밀을 익명으로 종이에 적어서 한곳에 모은 후 차례대로 비밀이 적힌 종이를 읽는 시간이 있어요. 고민 자체를 접할 수는 있지만 누구의 고민인지 알 수 없는 셈이죠. 본인의 비밀을 고르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그 때도 마치 남의 비밀인 것처럼 글을 읽어야 해요. 기묘한 기분이 드는 순간이죠. 그럴 때면 나의 비밀을 제3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내 고민에 대해 스스로 조언하기도 해요.


이처럼 저희 대화 프로그램은 본인의 비밀을 지키는 것과 동시에 그 비밀을 남들에게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에요. 이 프로그램이 익명이 보장된 상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일종의 ‘대나무숲’으로 성장하길 바라요.



인문상상 기자단의 인터뷰 현장

▲ 인문상상 기자단의 인터뷰 현장



이번 인문상상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공통된 고민을 지닌 사람들 간의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그들에게 진정 필요한 마음의 치유 방법이 무엇인지 발견하고 싶어요. 이와 동시에 저희가 기획한 대화 프로그램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확인해보고 싶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내면의 이야기들을 그저 진지하게만 꺼내지 않고도, 재밌고 다양한 방법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을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몸의 대화 팀에게 인문이란?


인문은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고 말하는 과정이에요. 어쩌면 내면을 생각하고 말하는 과정이야말로 인간이 지닌 가장 자연스러운 욕구일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본능적인 욕구를 해소할 수 있어야 인간이 잘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인문이란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본능이 아닐까요?


몸의 대화 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을 소개해주세요!



커버링 켄지 요시노 민권을 파괴하는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폭력



첫 번째로 추천할 책은 켄지 요시노 작가의 ‘커버링’이에요. 책에서 말하는 커버링이란, 동성애 등 남들이 선호하지 않는 정체성의 표현을 자제하는 것을 뜻해요. 우리는 모두 사회로부터 커버링을 요구받고 있기에, 이제 이러한 커버링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이야기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에 담긴 가치관이, 내면에 숨겨왔던 이야기들을 속 시원히 털어놓자는 저희 팀의 이상과 동일한 것 같아요.꼭 한번 읽어봐으면 좋겠어요. ​



비밀기지 만들기 오가타 다카히로(일본기지학회) 지음 노리타케 그림 임윤정 한누리 옮김 비밀기지 만들기를 통해 우리는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은 소중한 것을 배웠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두 번째로 소개할 책은 오가타 다카히로 작가의 ‘비밀기지 만들기’예요. 이 책에선 모두에게 각자만의 비밀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요. 여기서 비밀기지란, 자신이 가장 솔직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이죠. 이는 개개인이 가장 솔직해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왔던 저희 팀의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책을 읽어보면 저희 팀에서 추구하는 가치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16558556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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