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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인문상상] 철학으로 여성을 사유하다, 히스테리안 팀 인터뷰!

2020-10-15

철학으로 여성을 사유하다



먼저 팀 소개 부탁드립니다. 


히스테리안은 원래 독서리서치클럽이라는 이름으로 페미니즘 이론서를 읽는 모임으로 시작했어요. 지금 히스테리안은 페미니즘 이론서에서 얻은 것과 그와 관련된 자기 경험을 함께 이야기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히스테리안이라고 이름을 짓게 된 이유는, 페미니즘 특성과 맞닿아 있어요. 저는 평소 불편한 지점을 자주 발견하는데, 주변으로부터 왜 이렇게 자주 불편해하냐는 소리를 많이 듣거든요. 하지만 히스테리안 모임은 그런 불편한 이야기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히스테리안은 시즌제로 'ㅇㅇ년' 계간지를 8개월마다 한권씩 발간하는 걸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를 주로 해왔어요. 다음 4호는 발간 예정 입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해주세요.  ​

 

히스테리안이 제작 한 책


환향년은 보통 욕설로 쓰이는 말이잖아요. 사실 역사적 맥락에서 살펴봤을 때, 환향년은 병자호란 이후 고향으로 다시 돌아온 여성들을 의미하거든요. 그런데 왜 오늘날까지도 이 말을 욕설로 사용하게 됐는가, 하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에요. 역사적 맥락에서 그치지 않고, 어떻게 자신의 개인적 경험 속 환향을 발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까지도 찾는 활동입니다.  ​


환향에서 향은 고향을 의미하잖아요. 그 '향'에 대한 질문도 던지게 되었어요. 향을 단순히 내가 태어난 곳으로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음이 편해지는 장소, 안정감을 느끼는 곳'으로 정의하게 되었고요. 그렇다면 집이라는 공간은 개인의 해석마다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를 들어, 유럽 여행 중 묵었던 숙소가 그 어느 곳보다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기도 할테고요, 집이 없는 '디아스포라'적인 환경 속에서 집을 갈망하는 사람들의 심중도 궁금했어요.  ​


특히 환향년 같은 경우에는 집, 고향으로 돌아와도 정조를 잃었으니 목숨을 버리라는 식으로 가족과 나라에서 억압을 받았잖아요. 그런 풍조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무관한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집과 고향(또는 안식처)이 상징적으로 없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프로젝트 장소를 파주로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우리나라는 아직 분단국가고 다시 말하면 전쟁이 재발할 수 있는 국가잖아요.파주는 북한의 기습 공격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을 강하게 느끼는 곳이면서도, 그 곳에 살고 있는 누군가에겐 가장 안락한 거주지인 셈이에요. 이런 맥락에서 파주가 혼재되어 있는 곳이라고 느꼈어요. 나아가, 대한민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안고 살아가고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


실제로 환향 프로젝트의 전시도 파주에 살고 있는 작가분의 어머니에 대한 서술로 시작돼요. 북한군들이 쳐들어올까봐 방문을 꼭 잠그고 악몽을 꾼다는 이야기에요. 이러한 개인의 미시적인 이야기가 거대 역사 소용돌이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서 파주를 선정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키워드인 '환향'은 현재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차별의 문제와 관련지어 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난민문제가 바로 떠오르는데요. 난민으로서 다른 나라에 이주하면, 새로운 국가가 만들어놓은 경계선에 따라야 하잖아요.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나의 ‘집’일 수 있을지 문제가 생겨요. ​ 


난민문제는 누군가의 생존의 문제인데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혐오표현으로 시작 되는 게 저에게는 인상적이었어요. 돌아가지 못하는 집이 없는 사람들의 입장, 그리고 이미 집이 있는 사람들의 입장이 다르게 드러나는 것도 눈여겨보게 되었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렇게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못가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 같아? 너에겐 ‘집’이 있어? 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




계간지 1호 나쁜년, 2호 미칠년을 발행하신 걸로 알고 있는데, 각 계간지를 소개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시장의 사람들


계간지 <1호: 나쁜년>은 주로 여성들을 나쁘다고 말하는 단어들을 찾고 그 단어와 연결된 의미를 해석하는 계간지에요. 왜 나쁘다는 걸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어요. 그걸 위해서 특히 매체에서의 김치녀, 된장녀 등의 언어들을 찾아보고, 이 언어를 어떻게 해석할지 내용들을 담았어요.


계간지 <2호: 미칠년>의 제목은 프로이트의 히스테리아 이론*(각주)에서 따왔어요. 저 이론으로 인해 여성은 히스테릭하고, 남성이 달래줘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이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편견으로 이어졌거든요. 여성들의 글은 주로 비문이 많고 감성적이다라는 편견들이요. 하지만 저는 역으로 그런 여성적 글쓰기**(각주)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그렇다면 여성적 글쓰기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에서 항상 과민하다고 검열되는 대상인 여성인 우리가 말을 제대로 해본 적이나 있나? 라는 생각까지 도달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더 미치게, 폭발적으로 여성적 글쓰기를 해보자는 결론을 냈어요. 그래서 제목을 미친년이 아닌, ‘미칠년’으로 한 것은 우리가 더 미쳐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 히스테리아 이론 : 여성의 자궁은 몸속에서 돌아다니는 것인데, 자궁이 온전하게 정착해있지 못하기에 여성들은 ‘히스테릭’함을 갖고 있다는 이론. 

** 여성적 글쓰기 : 기존의 남성지배적 문화 속에서 여성적인 것으로 치부, 폄하되어오던 몸(육체), 성적 욕망, 향수(과거지향), 모성(성) 등을 남성과는 구분되는 여성적 특성으로 새로운 글쓰기의 방향을 모색하려는 시도 속에서 탄생한 글쓰기의 개념. ​ 




이번 활동이 책이라는 매개체뿐 아니라, 여러 예술가와 협업하는 걸 목적으로 두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이런 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전시회 작품에서 말로 정확히 풀어낼 수는 없지만 아우라를 느껴보신 적이 있죠? 전시장에서 어떤 작품을 볼 때 느끼는 분위기는 분석을 통해 느끼는 게 아니잖아요. 거의 혼자 읽고 분석하는 책과는 달리요. 하지만 시각 예술 작품은 어떤 에너지를 보기만 해도 느끼게 한다고 생각해요. 해석하기도 전에, 시각 작품을 보고 이미 예술가가 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지점을 개인적으로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항상 그런 작업을 하고 싶었어요. ​ 




전시회를 기획하는 데 있어 자료들이 많이 필요했을 것 같은데요. 기획에 필요한 자료는 어떤 방식으로 찾으셨나요? 


환향년(유아령)이라는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소설 내용은 중국 심양에 끌려간 여성이 환향년마을을 만들어 생활하는 내용이에요. 거기서 주인공 여성이 수동적 태도를 보이는 게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내며 주체적으로 활동해요. 고국에 다시 돌아와서 환향년이라고 소리를 들어도 꿋꿋이 살아가기까지 하고요. 저희가 찾고 있던 환향년의 모습도 그저 비운의 여인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생명력을 갖는 면모이지 않았나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20살이 되기 전까지 심양에서 삶을 보낸 시각 예술작가분을 인터뷰하러 간 일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곳에서 한 인터뷰를 영상으로 찍고 그걸 전시회에 썼어요. 심양은 다양한 소수민족들이 많이 있는 장소고, 환향 프로젝트의 장소성인 ‘혼재성’을 갖고 있어요. 그곳은 북한과 중국의 경계에 있기에, 남한 북한의 경계에 있는 파주가 갖는 여러 성격들처럼 서로 모순된 다양한 성질들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




전시회는 어떤 콘텐츠로 구성이 되어 있나요? 


전시물


전시콘텐츠는 크게 세 가지로 구성이 되어 있어요. 하나는 회화인데,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이주민들의 불안한 얼굴을 표현했습니다. 두 번째는 설치인데, 파주 군사시설의 조형물을 설치해서 관객들이 입장하면서 들어갈 수 있게 한 콘텐츠였어요. 세 번째는 영상인데요, 주로 조선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


조선족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자면, 조선족의 대부분은 한국에 거주 중이며 중국어를 잘 하지 못해요. 그 외에도, 각각 상하이 미국 등등으로 떠난 조선족이 많아서 조선족의 공동체와 언어가 거의 사라지고 있는 추세에요. 그래서 전시회에서 만약 그들이 한국에 귀화를 하게 될시, 그들의 자손은 한국인일까 조선족일까 고민을 담았어요. 언어도 사라졌고, 집과 공동체도 없다면,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그들의 집은 어디라고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졌죠. ​ 



전시회에서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인상적으로 남았던 관객이 있어요. 한 번은 50대 분들이 관광무리로서 들어오셨어요. 그 관객중 에 파주에 오랫동안 사는 사람이 있었어요. 그 분은 전시 설명을 들은 뒤, 외지인들이 마음대로 파주에 건물을 세우고 도시를 재단하는 것을 불쾌해 하셨어요, 이주민들이 파주에 대해 설명하는 게 불편하다는 의견이셨죠. 그때 파주 토착민들이 이주민들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포착하게 되었어요. 그분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대다수 대한민국 사람들의 가치관에 외부인에 대한 경계심이 자리 잡혀 있다고 생각해요. 


또 페미니즘, 난민을 주제로 다룬다고 하면 내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 먼 이야기 같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요. 하지만 전시를 통해 곳곳에서 친구, 엄마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보여주니까 내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반응이 나왔어요. 그게 우리가 원하는 반응이었고요. 




환향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었나요?


사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민이 참 많았던 것 같아요. 글을 쓰거나 기획을 하거나 움츠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자신을 다잡으면서도, 윤리적인 기준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400년 전의 이야기지만, 현재도 환향년이 계속해서 태어나고 있고, 취약한 환경에 노출되어 폭력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 과거의 이야기를 어떻게 끌어올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였죠. 크고 역사가 깊은 문제니만큼, 갈피를 잡는 게 중요했어요. 어디까지 문제의식을 던지고, 어디까지 말을 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힘들었죠.  ​


우리는 어떻게 보면 역사학자나 연구자보다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만큼, 사람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환기를 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로 했어요. 직접적인 묘사를 거둬내고, 집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를 미시적 관점에서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 ​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요?  ​


이 프로젝트를 하는 팀원들이 굉장히 많고, 온라인으로 모집도 하는데 대학생, 직장인 할 것 없이 자신의 열망을 품은 사람들이에요. 이 히스테리안이라는 모임을 통해 각 개인의 열망을 실현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라요. 사업의 목적보다도, 히스테리안이 자신의 일, 자신을 찾아가는 일을 알아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어요. 




개인적, 미시적 관점에서 역사를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기존의 수직적인 역사연구 태도와 어떤 차별성을 갖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전시장 내부


역사는 이긴 사람들이 쓴 기록이잖아요. '그렇다면, 이기지 못 한 사람들은 어떻게 싸웠을까?' 라는 상상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것이 결국 인문학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또, 수직적인 이야기 말고, 나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기존의 역사를 무시한다기보다, 역사를 비틀어,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사람들의 얼굴을 상상하고, 그 시대에는 어떤 생각을 했을지, 어떻게 살았을지를 고민하고 싶었어요. 역사 속의 맥락을 짚어내고, 불편한 지점을 계속해서 환기하고 질문하고 싶었어요.




히스테리안 팀에게 인문이란?


더 넓은 세계를 생각할 수 있는 도구나 소재라고 생각해요. 사회 문제나 나 자신에 대해 이해하고 깨닫는 것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해결책이요. 말을 알아야 이야기를 할 수 있듯이, 인문을 모르고서는 인문학적인 발상 자체가 불가능하니까요. 어떻게 보면 생각의 언어라고 볼 수 있겠죠?


실제로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구병모의 [파과]와 조르조 아감벤의 [호모사케르]를 탐독했는데, 디자인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호모사케르]를 이해하는 게 굉장히 어려웠어요. 그래서 정치 철학을 공부하는 친구와 함께 독서했고요. 제가 생각하는 인문은 그런 것이에요. 도구로써 활용되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인문이란 언어를 미리 배워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히스테리안 팀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책은?


히스테리안 계간 3호 - 환향년 책 표지

 ▲히스테리안 계간 3호 - 환향년


저희 책이에요 (웃음). 이번에 나온 '마치 환향년처럼 되기'는 각자 누군가가 되어보고 상상하고 말하고 거침없어 하는 것이, 히스테리안이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요. 시랑 산문으로 이루어져 있고, 크게 세 주제로 나뉘어져요. 첫 번째는 '미친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본다.' 두번째는 '환향년의 얼굴을 그린다', 세번째는 '환향년의 생명'으로 나뉘어져요. 이로써 각자가 환향녀가 되어보고 이름을 불러보는 상상을 할 수 있게 됩니다. 또, 자기 경험에 비추어 독서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기자단 정보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1700372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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