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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레드북스 김해진·노은정 협업자: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

2021-03-09

서울 레드북스,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 노은정 김해진 인문협업자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혼자 있는 시간을 오래 경험하며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이런 때 우리의 마음을 지키기 위해 인문학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실마리를 보여주는 인문프로그램이 있다.

서울 종로구의 ‘레드북스’에서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를 진행하는 노은정·김해진 협업자를 만나보자.

 

 




 ‘힐링’이 아닌 ‘고통’에 포커스를 맞추다 

 

프로그램 진행 장면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는 코로나라는 재난 이후 달라진 우리의 삶과 마음을 들여다보며

고통을 다루는 심리적 능력을 배워보는 인문프로그램이다.

 

 

“보통 심리학은 ‘힐링’이란 표현을 쓰면서 소프트한 쪽으로 접근하는데 정신분석은 심리적 고통이 왜 그렇게 괴로운지 다루는 학문이거든요.

어둡고 괴로운 내용은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한다고 주위 사람들이 만류했지만 제가 정말 해보고 싶은 주제였어요.

코로나 사태라는 고통을 다 같이 겪는 ‘공통 경험’이 있어 시의적절하기도 했고요.

- 노은정 인문협업자 -

 

 

노은정·김해진 협업자가 키워드로 두는 ‘심리적 능력’은 영국의 소아과 전문의 도널드 위니콧이 1958년 쓴 논문

<혼자 있는 능력(The Capacity to be Alone)>에서 얻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많은 이들에게 '혼자 있는 시간'을 경험하게 했고,

이것이 인간 그리고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떠한 반응을 불러오는지 궁금했기에 이번 활동을 통해 들여다보고자 했다고 한다.

 

 

 

 정신분석과 영화의 만남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개의 영역으로 나뉜다.

심리학 전공자이자 정신분석상담치료사로 활동하는 노은정 협업자가 진행하는 '리딩 세미나',

그리고 일본어 통번역 가이자 영화학 전공자인 김해진 협업자가 진행하는 ‘무비데이’이다.

 

프로그램 진행 장면

 

 리딩 세미나에서는 매월 ‘심리적 능력’이란 큰 주제 아래

정신분석, 철학, 문학 등에서 발췌한 개념을 강의한 뒤 관련 읽을거리와 볼거리를 함께 나누며 고통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제시한다.

 

 

“삶의 고통과 상처를 다루고, 타인과 관계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 내가 나를 보호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 등으로 월별 주제를 짰어요.

마지막 주는 스피노자의 철학적 개념을 가지고 와서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는 심리적 능력이 무엇인지 알아보았고요.”

- 노은정 인문협업자 -

 

 

그리고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는 ‘무비데이’ 가 진행된다. 이 시간은 강의 내용에 호응하는 영화를 선정해 영화에 대해 토론한다.

 

 

“무비데이는 3주 동안 공부했던 내용을 영화로 돌아보며 릴랙스할 수 있는 시간이에요.

관계라든지 상처에 대응하는 방법이란 관점으로 영화를 보면 또 달리 보이거든요.

매니악한 것보다는 많은 분들이 공감할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 그리고 최근작 위주로 선정했어요.”

- 김해진 인문협업자 -

 

 

 

 프로그램을 풍성하게 하는 관건은 참여자 

 

프로그램 진행 장면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 프로그램은 1부와 2부로 나뉘어 진행된다.

참여자들이 토론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 매시간 진지하면서도 열띤 분위기다.

줌으로 진행하던 시기에는 참여자가 스물일곱 명에 달하기도 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생각을 나눈다는 것에 두 인문협업자는 즐거움을 느낀다.

 

 

“반 분위기에 따라 이야기 주제나 흐름이 완전히 달라져요.

저는 코로나 시국과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해서 일본 대지진을 다룬 영화를 선정했는데

참여자분들 관점이 다양해서 이야기 흐름이 제 예상과 완전히 다르게 갔어요.

저는 그게 오히려 더 재미있었어요.”

김해진 인문협업자 -

 

 “참여자분들 중에는 본인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밟으신 분도 있어요. 그게 저는 부담스럽지 않고 더 좋은 것 같아요.

각자 분야에 따라 사용하는 개념이나 용어가 다를 수 있지만 학제적 연결점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내 분야에서는 이것을 이렇게 다루고 있다, 그렇게 적용해서 이야기해주시는 게 재미있고 제 공부에도 도움이 많이 돼요.”

노은정 인문협업자 -

 

 

패틀렛 어플리케이션 활용 장면

 

모든 프로그램을 마무리에는 패들렛(Padlet)이라는 웹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익명으로 소감을 나눈다.

 

 

“프로그램에 재미를 주려고 써봤어요. 각자 핸드폰으로 접속해 패들렛 게시판에 익명으로 소감을 남기면

서로 공감 표시도 누르고 댓글도 남기죠. 1부는 쓰는 것에 익숙하신 분들이라 패들렛을 이용해서 소감 남기시는 분이 많고,

2부는 직접 말하는 게 익숙하신 분들이라 패들릿보다 말로 이야기해주시는 것 같아요.”

- 노은정 인문협업자 -

 

 

정신분석이란 일반 심리학과 다르고 다소 난해해 처음에는 참여자들이 기초개념을 익히는 과정이 필요했지만,

점점 개념에 친숙해지면서 이야기의 내용이 깊어져 밀도 높은 시간을 경험하고 있다고 두 협업자는 말한다.

 

 

 

 평화 책방+평화 살롱 ‘레드북스’, 협업자와 한 팀이 되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장소이자 두 협업자와 협업하는 ‘레드북스’는 서울 종로에 위치해 있다.

2010년 인문사회 서적을 다루는 책방으로 출발해 2018년 평화 활동가들이 운영을 맡아 지금의 ‘레드북스’로 리뉴얼되었다.

레드북스는 ‘사람과 평화를 잇는다’는 모토를 따라 평화를 다룬 책들을 구비하고 있으며 여러 모임이 진행되는 ‘평화 살롱’의 역할도 한다.

노은정, 김해진 협업자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토요일에는 영업을 아예 멈추고 프로그램을 위해 장소를 제공한다.

 


레드북스 사진

 

 

책방지기분께서 함께 저희 프로그램 참여하시고 소통을 굉장히 많이 해주세요.

SNS에 저희 프로그램에 관한 포스팅이 올라오면 댓글도 많이 달아주시고 뭘 해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세요.

저희도 적극적으로 레드북스에서 하는 행사를 함께 하려 노력하고 있고요. 이젠 같은 팀이란 생각이 들죠.”

- 김해진 인문협업자 -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심리적 능력은

 

두 협업자에게 코로나 시대에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심리적 능력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물었다.



김해진 노은정 인문협업자

(왼쪽) 김해진 인문협업자 / (오른쪽) 노은정 인문협업자

 

 

 “내가 나로 존재하는 능력이요. 다른 여러 능력이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그게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내가 나에 대해 아는 것, 모르는 것이 뭔지, 불안해하는 것이 뭔지, 그런 나의 여러 모습을 조망하고 밸런스를 찾아가는

자기조절 능력(self-regulation)을 연습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노은정 인문협업자 -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협업하기 위해서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고,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요.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서 다시 협업할 힘을 얻고요.” 

김해진 인문협업자 -

 

 

지원사업을 통해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었고 다양한 이들과 연결되어 협업할 수 있어 좋았다는 두 사람.

이번 경험을 통해 앞으로도 인문프로그램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했다.

 

 

 “프로그램을 잘 만들어갈 수 있었던 건 서로의 노력과 반응, 이런 것들로 가능했던 것 같아요.

소중한 경험이었고, 참여하시는 분들도 12월에 이번 프로그램 끝나는 게 너무 아쉽다고 다음 프로그램 없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세금 낸 게 고마운 마음 든 건 처음이라고. 저희도 계속 이런 프로그램을 이어서 하고 싶어요.

분야가 다른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 참가자 인터뷰  

 

참여자 사진

 

 

  인문학 도서에 익숙지 않은 사람부터, 심리학이나 문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사람까지!

‘고통의 심리학, 재난 그 이후’ 프로그램에는 참 다양한 참여자가 함께하고 있는데요.

그런 만큼 프로그램 소감도 다양할 것 같아 두 분의 참여자에게 인터뷰를 청해보았습니다.

그럼, 배우 지망생 송현택 님과 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친 김아름 님의 소감을 들어볼까요?

 

 - 송현택 참가자 -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배우 지망생이고요, 코로나로 인해 수입이 마땅치 않아 잠시 컴퓨터 A/S 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Q.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지인의 소개로 이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고요.

심리학에 대해 학구적인 접근에 대한 관심보다는 배우일을 하면서 보편적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양상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어요.

이런 학구적인 프로그램은 처음이고 체계적으로 정신분석 개념을 배웠어요.

어렵고 딱딱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와닿는 부분이 많아서 굉장히 재미있게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배우로서 도움이 될까 하고 들으러 왔는데 내가 나를 알기에도 굉장히 벅차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Q. 프로그램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저는 저 같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약간 예민한 사람이었는데 그런 것도 정의하는 용어가 있더라고요.

 ‘하일리 센서티브 퍼슨(Highly Sensitive Person)’이라는. 그게 와닿았고요.

또 평소 인간관계에서 나는 왜 타인에게 이렇게 벽을 세울까, 관계 진척이 남들처럼 안 되는 느낌일까 의문이 있었는데,

수업에서 초자아(Super Ego)라는 용어를 배웠어요. 초자아란 이상화된 나, 내가 바라는 모습인데,

그것이 내게 지시하는 대로 따랐던 것이 타인에게 오해를 많이 불러일으켰었구나 알게 되었어요. 그 두 가지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이번 프로그램 통해서 감으로 알고만 지나갔던 것을 이름을 붙여 이론적으로 설명하고 배울 수 있어서 이게 앞으로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하고요.

 수업 듣는 게 굉장히 즐거웠습니다.

 

 

 - 김아름 참가자 - 

 

 Q.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HR 컨설팅 업무를 하고 있고요. 직장일과 한양대학교 상담 심리대학원 공부를 병행하다가 올 8월에 석사논문을 마치고 졸업했습니다.

 

 Q. 어떻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시게 되었나요?

노은정 선생님과 지인인데요. 선생님이 관심 있으면 프로그램 들어보라고 하셔서 듣게 되어 현재 반장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주제에 끌렸던 이유는 제가 심리학을 공부하게 된 계기와 비슷해요.

사람이 자기 자신을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면서 자신을 다시 보면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이 많거든요.

저는 평소 사람 자체에 대한 관심이 많고 특히 삶의 의미, 고통의 의미, 죽음의 의미에 대한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게 됐고요. 국내에 정신분석을 테마로 한 세미나는 들을 기회도 별로 없고 공부도 어렵거든요?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제가 평소 생각해왔던 질문들을 정신분석과 연결해 풀어낸다는 게 신기해서 수업을 듣게 됐어요.

 

  Q. 프로그램 내용 중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오늘 ‘내면화’라는 내용을 다뤘어요.

외부에서 오는 정보나 타인의 말이 저 스스로에 대한 표상,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내는지에 대한 내용인데요.

제가 어린 시절 부모님에게서 받은 영향이라든지

학교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저에 대해 가지는 이미지들이 완전히 제 자신을 표현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요즘 알아가는 중이어서 수업에서 이야기한 내용이 제 마음을 많이 건드렸어요.

또 지난주에는 영화 <팬텀스레드>를 가지고 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루었어요.

<팬텀스레드>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상대방을 어떻게 조종하고 이용하는지,

또 얼마나 서로 그런 역할을 뒤바꿔 하고 있는지 등을 표현한 영화예요.

영화라서 과장하긴 했지만 실제 삶에서도 타인과의 관계에서 미묘한 심리적 조종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함께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고, 한편으로는 심리학과 세계, 사람을 공부하는 지식이 타인을 판단하는 도구가 아니라

나를 제대로 보는 지식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고통' 그리고 '고독'의 심리를 정신분석과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나가는 프로그램!

대부분의 사람은 고통을 마주하기보단 회피하려고 하는데요.

코로나19로 접해야 하는 고통과 고독이 많아진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프로그램이 주는 위로는 남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생활’과 ‘인문’이 아주 가까이 있다는 것도 다시 한 번 느끼고요.

앞으로도 인문학을 재미나게 풀어줄 김해진, 노은정 협업자 님 프로그램을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출 처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블로그 '생활인문, 인문으로 살아가기' https://blog.naver.com/korea-humanist/222161538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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