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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언어

끊임없이 변화하는 한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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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쓰는 말과 글, 사라질까?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소위 힙하다는 장소의 카페나 식당을 가면 메뉴가 온통 영어로만 쓰여 있는 곳이 있다. 심하게는 필기체로 쓰여 있어 제대로 읽을 수도 없다. 영어를 모르면 주문조차 할 수 없는 가게들이다. 노인을 비롯한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라고 비판하는 말이 나온다. 한편 홈쇼핑에서 ‘색깔’이 사라졌다는 말을 들었다. 흑백으로 방영하나 생각했지만, 틀렸다. 색깔, 파랑, 노랑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 컬러, 블루, 옐로우다. ‘하얀색 운동화’와 ‘남성용 회색 양모 외투’는 없고 ‘화이트 스니커즈’와 ‘맨즈 그레이 컬러 울 코튼 오버 코트’만 들린다.

인터넷에서만 쓰이던 ‘극혐’이라는 단어는 이제 일상적으로 쓰이고, 방송에서도 자주 들린다. 특정 세대와 집단에서 쓰이던 은어와 약어 등은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점점 일상적인 용어로 확장되고 있다. 말과 글이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세상이 변해가는 것처럼 쓰는 말과 글도 달라진다. 해외와 교류가 많아지고, 다문화 사회가 되면 외국어의 쓰임도 더욱 다양해진다. 언어는 고정화된 것이 아니라 변화하고 발전해간다. 그런 점에서 ‘표준어’를 만들고 ‘맞춤법’을 국가에서 정하는 관행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다만 원칙은 중요하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독일의 철학자 마르틴 하르데거의 유명한 말이다. 언어는 단지 소통의 수단이 아니라 개인 나아가 집단의 의식과 사상을 만들고 전달하는 그릇이 된다. 언어가 사라지면,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도 사라지고 변한다. 우리가 쓰는 말은 우리의 생각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규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라지는 언어'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열다섯 번째 테마로, 언어적 인간(호모 로쿠엔스 Homo Loquen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