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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라는 가면

공정의 이면, 혹은 불공정의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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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이라는 가면

공정의 감각과 함께 필요한, 공감이라는 능력

‘공정’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압도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사회적 약자라 해도 그들만 복지 혜택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공격한다. 오로지 경쟁을 통해서 모든 결과가 나와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이 공정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사회가 잘 굴러갈 수 있을까?

모든 것을 경쟁으로 해결하고 결과를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세상을 장악한 이후의 일이다. 동물행동학자 프란스 드 발, 영장류학자 마이클 토마셀로는 현생 인류가 지배종이 된 이유는 함께 살며 평화를 이루고 성공적으로 공동의 문화를 이루어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과 분배의 공정함에 대한 감각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진화의 원동력은 무자비한 경쟁보다 뒤처진 자를 함께 보듬으며 나아갔던 성숙한 공동체에 있었다. 모든 덕 중 최고의 덕으로 정의를 제시했던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정의의 최상 형태로서 ‘친애’를 이야기한다. 정의로운 사람들에게는 친애가 필요하지만, 친애로운 사람들 사이에는 정의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오로지 경쟁을 통해서 공정한 세상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다면, 경쟁의 끝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에리히 프롬은 <소유나 존재냐>에서 소유 양식의 삶이 아니라 존재 양식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고 말했다. 승리를 통해 모든 것을 얻은 후의 삶은 과연 행복할 것인가. 타인을 짓밟고 나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과연 행복할 것인가. 지금이야말로 꼭 필요한 질문이다.

*'공정이라는 가면'은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아홉 번째 테마로, 윤리적 인간(호모 에티쿠스 Homo Ethicu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