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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공간, 사는(Buying) 공간

주거의 터전에서 거래의 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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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디자인 연구자 박해천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 게임> 등의 저서에서 한국의 아파트가 중산층의 정치·경제·문화적 경험과 욕망을 형성하는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강남 개발로 상징되는 새로운 서울의 형성은, 집을 거주와 생활의 공간이 아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부의 원천으로 바라보게 하는 관점의 변화를 가져왔다. 서울에서 살고 교육을 받으면 자식 세대가 새로운 미래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거의 기대는 무너지고, 부동산이 계급 상승의 사다리임을 명백하게 보여줬다.

한국에서 아파트의 성공은 현대적 삶의 이미지를 활용한 상품화와 직접 연결된다. 1970년대부터 서울의 최고 인기 상품은 아파트였고, 새로운 세대의 문화적 취향과 생활의 편리성을 더한 아파트는 선진국에 근접해가는 한국의 최고 히트 상품이었다. 그러나 부동산 특히 아파트의 시세차익을 통해 상승한 중산층의 신화는 이제 과거형이 되고 있다. 저성장, 저출산의 21세기는 부동산을 통한 중산층 진입의 공식이 무너진 시대다.

아파트는 반복, 복제된 공간이고, 삶의 방식에 따라 공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공간에 나를 맞춰야 하는 집이었다. ‘거주가 인간 실존의 본질이자 존재의 기본적인 특성’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에 따르면, 아파트는 단지 집만이 아니라 한국 전체의 획일적인 문화를 추구한 일등공신이었다. 그렇기에 아파트를 포함한 집, 주거 공간은 이제 부의 증식 수단이 아닌 주거 공간이라는 원래의 의미를 회복해야 한다. 집과 방은 ‘존재의 안정감과 정체성의 기반’으로서 돌아가야 한다.

*'살아가는 공간,사는(Buying)공간'은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서른여섯 번째 테마로,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 Homo Economicu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