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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의 옷을 입은 이기주의

다수에게 좋은 것이 옳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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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성을 바탕으로 한 극단적 이기주의

한국은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정치적 갈등이 매우 심하다. 2018년 BBC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Ipsos)에 의뢰해 전 세계 27개국을 조사했는데, 한국의 경우 사회를 분열시키는 가장 큰 갈등요인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 간의 갈등'이라고 생각하는 의견이 응답자 중 61%를 차지했다. 미국(53%)과 8% 차이이고, 캐나다(29%), 영국(40%), 독일(33%), 프랑스(23%), 이탈리아(26%), 스웨덴(26%), 호주(29%) 등과 큰 차이를 보였다.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에 대한 불신도 가장 높았다(35%). 2021년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에서도, 다른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이 '심각' 또는 '매우 심각'하다고 생각하는 시민의 비율은 한국이 무려 90%로, 조사 대상 17개국 가운데 미국과 함께 가장 높은 수치다.

자살률, 노인 빈곤율, 빈부격차, 출산율 등 부정적인 지수가 OECD 국가 중 최상위 수준인 한국에서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정치적 갈등’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함께 살아가야 할 사회와 국가가 아니라 나, 나의 집단만이 살아남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사고방식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것일까?

철학자 칸트는 이익과 도덕은 하나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대 이후 최대 다수에게 이익을 준다면 도덕적인 행위라고 보는 공리주의가 일반적인 생각이 되었다. 한국은 더욱 극단적이다. 최대 다수의 범위를 점점 좁혀 가족이나 나만 행복하면 모든 것이 허용되며 옳다는 생각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다. 자신의 이익을 보호해주는 것만이 ‘공정’이라고 보는 것이다.

만인이 적인 세상에서 절망을 느끼는 한국인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자존감을 돌려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치적 갈등으로 극단화된 집단과 사람들이 대화하고, 소통하고, 함께 갈 수 있게 만드는 제도와 조직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자.

*'합리의 옷을 입은 이기주의'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서른다섯 번째 테마로, 경제적 인간(호모 에코노미쿠스 Homo Economicu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