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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이 나를 증명한다

성취와 워라벨, 두 마리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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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업일치의 삶은 행복할까?

‘덕업일치’라는 신조어가 있다. 뭔가에 열성적으로 빠지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적 변형인 ‘덕후’와 업(業)을 합쳤으니, 일과 취미를 하나로 만든다는 의미다. 좋아하는 취향이나 오락을 직업으로 삼는 것. 영화를 좋아해서 감독이 되거나 영화사에 취직하는 등의 고전적인 경우부터 피규어를 좋아하여 많이 만들다가 전문 유튜버가 되는 등 덕업일치의 길은 다양하다.

자본주의 사회는 일, 노동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를 유지하는 근간이 노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에 대한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일에 대한 의욕을 잃고, 삶의 의미조차 잃어버린다. 세계에서 가장 노동 시간이 긴 국가의 하나인 일본에서는 ‘사축(社畜, 회사의 가축)’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성실하고 충성스러운 일본의 직장인들이 사생활, 즉 가족을 포기하며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다는 자조적인 의미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할 수 없고, 그럼에도 사생활 혹은 여가를 포기할 수 없는 진퇴양난이 지금의 시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필요하고 유용한 것을 위해서는 노동을, 고상한 것을 위해서는 여가를 즐겨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도 단지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곳이 아니다. 학교(school)라는 영어 단어는 여가를 의미하는 그리스어 스콜레(skhole)에서 나왔다.

일을 하는 목적으로 흔히 돈, 성공, 안정, 의미를 말한다. 하지만 돈만 있고 전혀 의미 없는 일이나 반대의 경우는 유지하기 힘들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덕업일치’라는 말이 나오고, 반대로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일, 즐거운 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도 한다. 어느 하나 포기할 수 없는 일과 여가의 균형은 어떻게 가능할까.

*'나의 일이 나를 증명한다'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서른아홉 번째 테마로, 일하는 인간(호모 라보란스 Homo Laborans)에서 비롯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