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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목적, 삶인가 생존인가

일의 가치와 선택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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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삶 그리고 생존

네덜란드의 역사가 하위징아는 <호모 루덴스>에서 ‘삶의 기쁨은 노동이 아니라 놀이에서 온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놀이가 없이 노동만 한다면 문화적인 풍요를 얻기 힘들다. 하지만 놀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이 일이라는 것 역시 분명하다.

고대 그리스인과 중세의 유럽 귀족은 고되고 따분한 노동을 노예와 농노에게 맡기고 고상한 철학과 즐거운 취미생활로 인생을 보내야 한다고 믿었다. 근대의 르네상스인은 거룩한 삶을 성취하기 위해 따라야 할 지향 또는 자유로운 개인의 순수한 표현으로서 일과 노동을 신성시했다. 20세기의 인류는 자연에 의존한 생산자를 그만두고 돈과 소비가 지배하는 도시적 라이프를 선택했다. 일과 가사에서 벗어나 여가와 사교 생활을 즐기는 ’라이프스타일 소비자‘로 격상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또한 일은 단지 생계를 위한 고된 노동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위한 직위와 사회경제적 신분 상승 즉 ’커리어‘라는 개념으로 재단장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커리어를 쌓고, 더 높은 연봉과 사회적 지위를 위해 질주하는 사회는 결국 일과 생활의 균형이 깨지고 놀이와 휴식도 재충전이 아니면 즐기지 못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일은 단지 생계 수단만이 아니라 생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하며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게 만드는 ’사회결속제‘(social glue)이기도 하다. 일과 삶은 어떻게 맞물려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을까. 일에서 느끼는 행복과 여가와 문화 등 일상에서 느끼는 행복을 균형 있게 추구하는 방법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갈까 다시 생각해보자.

*'일의 목적, 삶인가 생존인가'는 2023 인문정신문화 온라인서비스 특집 큐레이션 '인간다움'의 서른여덟 번째 테마로, 일하는 인간(호모 라보란스 Homo Laborans)에서 비롯되었습니다.